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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200화 (200/401)

< 챔피언의 무게 (10) >

사쿠라 아야는 운동을 통한 보상은 오직 우승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야카와 카에데는 그녀에게 비관적인 존재였다.

카에데가 현역에 있는 한 자신에게 보상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구마하가 말한다.

우승은 기쁜 일이지만, 우승보다 더 좋은 건 운동을 통해 나 자신이 멋있어 진 것이다.

남이 아닌 내가.

나 자신이 나에게 기쁨이 된다.

사쿠라 아야는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소학교 3학년. 처음 피겨 스케이트를 신었던 그날을. 겨울 크리스마스 때 피겨 드레스를 선물 받았던 그 순간을.

디즈니랜드가 부럽지 않았다. 스케이트와 발레복 같은 경기복을 입고 있으면, 나 자신이 동화 속 공주가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며 박수 갈채를 받던 날들이 있었다.

어려운 기술을 처음으로 성공해낸 성취감을 맛보았었다.

이렇게 보니 운동은 운동 자체로 언제나 웃음을 주는 일들이 많았다.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꿈꾸던 아이에서 현실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사랑해 마지않던 피겨는 힘들고 괴로운 존재로 변해버렸다.

좌절을 안겼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아프고 지겹다. 다이어트를 병행하면서도 근질을 만들어야 하는 운동은 고통을 야기할 뿐이었다.

스무살이 지나서는 답이 보이질 않았다.

그냥 하던 것이니 계속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했는데... 정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 했는데...

가족들이 얼마나 희생했는데...

그래. 여기서 끝내자.

그렇게 찾아온 은퇴 무대. 토리노 동계올림픽이었다.

"키... 키스요?"

"네."

"어..."

"쿠 상."

"..."

"싫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그냥. 하고 싶어서."

"..."

사쿠라 아야가 상체를 돌리며 구마하를 본다.

여자의 애원하는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자존심과 방어로 똘똘 뭉친 경계심을 허물고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겠다는 그 힘없는 눈동자를.

구마하는 사랑을 찾아 떠도는 방랑자였다.

그녀의 눈빛에 감정이 동화된다.

사쿠라 아야의 반대로 꺾여있는 상체를 바로 눕히며 구마하가 여인의 뒷목과 허리를 붙잡았다.

사쿠라는 눈을 감는다.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답을 알려주었다.

우승과 메달이 아닌 고통을 느끼는 내 몸이 곧 훈장이란다.

운동을 계속해오며,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을 들어보질 못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는데, 큰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는 매력적이고.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손길을 가졌으며. 부드럽게 말하고, 현명한 답을 아는 사람이었다.

올림픽과 메달이 주는 압박이 허무해졌다.

그의 말과 행동이 구원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키스를 하고 싶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구마하가 사쿠라의 입술로 다가간다.

모든 신경이 두 사람의 입으로 향해있었다.

알면서도 사람의 체온이란 늘 생각보다 더 뜨겁다는 걸 혀를 통해 알게 된다.

키스를 나누는 가운데, 구마하가 살짝 눈을 떠 사쿠라의 반응을 살펴 보았다.

그녀도 눈을 감고 있었다.

눈두덩이에 가려진 안구가 혀를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린다.

반짝이 화장과 긴 속눈썹이 어딘가 늘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던 한수빈을 떠올리게 만든다.

"..."

딱히 한수빈을 그리지 않더라도, 사쿠라 아야는 그녀만의 매력이 있었다.

일본 사람이라 그런 편견을 가지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지금 사쿠라도 키스 그 이상을 허락하는 걸까.

구마하도 눈을 감고 다시 긴 혀를 그녀의 입안 깊숙이 찔러 넣는다.

사쿠라도 구마하의 혀 아래를 부드럽게 핥아주며 반응해준다.

두 사람은 천천히 의무실 침대 위로 누웠다.

문 밖 복도에서 사람들의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당장이라도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와도 이상할 것 없는 순간에 사쿠라의 차가운 손길이 구마하의 턱을 지나쳐 볼을 쓰다듬었다.

"하아 하아..."

구마하의 입술이 사쿠라의 입을 빠져나와 볼과 목덜미로 향했다.

그녀의 입에선 뜨거운 입김이 흘렀다.

킁킁 거리는 구마하의 숨결이 마치 거대한 짐승이 여인의 채취를 맡는 것 같다.

구마하에게도 사쿠라의 화장품 냄새와 가벼운 바디샴푸 향이 풍겨져 온다.

"음..."

사쿠라는 구마하가 자신의 목을 더 부드럽게 애무할 수 있게 고개를 반대로 꺾어들었다.

길고 얇은 두 손은 그의 머리를 쥐어잡고. 구마하는 손을 운동복 안으로 넣어 사쿠라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사쿠라 아야는 체육복 아래 시합용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의상을 수놓는 비즈 장식들이 까칠하게 만져지는 그 아래로 연한 살덩어리의 물렁함이 만져진다.

구마하는 사쿠라 아야의 가슴을 두어번 주물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해도 되는 거야?"

"음..."

"..."

"괜찮아요."

허락을 건네주는 말에 구마하는 얼굴을 들어 의무실 문을 쳐다본다.

잠금장치가 있지만, 잠근다고 능사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여기서 참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마, 긴장감 때문에 이러겠지. 시합을 앞둔 선수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지이이-익

사쿠라 아야의 체육복 훅이 내려가자 형형색색의 의상이 드러난다.

"와. 예쁘다."

"후훗."

사쿠라 아야는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만 그래도 웃음음 감출 순 없었다.

"잠깐만 일어나 볼래요?"

구마하는 사쿠라의 상의를 완전히 벗겨내고 바지도 끌어 내렸다.

바로 경기장에 투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로 그녀는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와~"

곳곳에 보석이 박힌 타이트한 운동복은 여인의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 이게 이걸 뭐라고 그러지?"

"응?"

"등이 파여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아니네요."

"후후. 경기장은 추워요."

"사무이(さむい)"

"아하? 일본말 어떻게 알아요?"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 부모님이 일본 분이셨거든요."

"으음."

"헤어졌어요."

"하하. 신경 안 써요."

구마하의 연애관계는 신경 안 쓰지만, 사쿠라 아야도 일단 여자인지라 혹시 모를 누군가를 걱정하는 듯 의무실 문을 돌아보았다.

"문 잠글까요?"

"음.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겠죠?"

구마하가 서둘러 문에 걸린 락을 걸어버리고 돌아서자 사쿠라 아야는 두 팔을 빼들며 의상을 벗고 있었다.

"..."

"허허... 허허허..."

스포츠 브라가 아닌 니플패치를 붙이고 있었다.

구마하가 머쓱하게 웃자, 사쿠라는 수줍게 두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신경 안 써요."

문은 잠갔지만. 다른 선수들도 있고, 언제까지나 의무실을 독점할 순 없다.

구마하가 다가와 그녀의 몸에서 경기복을 벗겼다.

"이렇게 벗는 거구나. 꼭 체조복 같네요."

"비슷하죠."

위가 아닌 아래로 끌어당겨 옷을 벗기자 살색 타이츠만 남아있다.

스타킹도 아니고 쫄바지도 아닌 것이 거 참... 묘하게 사람을 흥분시키는구나.

구마하가 가만히 지켜보자. 사쿠라가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구마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만 벗어요?"

"어..."

"아니면 여기서 그만할 생각?"

"..."

구마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본다.

모르겠다. 걸려도 뭐 별 탈 없을 거 같다.

적어도 여자 화장실은 아니니까.

문제가 되면 외교부가 알아서 하든가, 스포츠계에서 제명되든가 하겠지.

구마하도 훌러덩 훌러덩 옷을 벗으며 팬티를 내렸다.

크고 단단한 리틀 구마하가 그녀의 앞에 드러난다.

사쿠라 아야도 순간적으로, 아까 이 사람 다른 여자 만나고 왔는데 하는 걸 느끼지만...

찝찝함을 상쇄시킬 정도로 그의 몸은 완벽했다.

"와..."

그가 어째서 메달보다 자기 자신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지 알 것 같다.

사쿠라가 손을 내밀어 구마하의 몸을 만져본다.

복근의 굴곡진 선들이 칼로 그어놓은 듯 단단하게 갈라져 있었다.

치골로 빠지는 라인이 너무 뚜렷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레 그의 심볼로 향하게 만든다.

우거져 있는 음모와 보기만해도 뜨거운 열을 발상하는 것 같은 남자의 몸.

사쿠라가 손을 내밀어 구마하의 몸을 부드럽게 앞 뒤로 만지며 자세를 낮췄다.

"어... 그냥 혹시나 싶어 물어보는데."

"음?"

"내가 처음은 아니죠?"

"그럼요. 나도 사랑했던 사람은 있었어요."

그는 전 전 피겨 코치였다.

캐나다 사람이었는데, 그도 빙판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는 뭔가 다르구나...

특히 허벅지가... 사람의 다리가 어쩜 이럴수가 있지... 꼭 말 다리가 붙어있는 것 같다...

사쿠라 아야가 구마하의 앞에 앉아 눈을 감고 그를 입에 물었다.

다른 여자의 흔적을 지우려는 나름의 세정작업이었다.

"추웁~ 춥~"

구마하도 조금은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쿠라의 혀와 입의 움직임이 자신을 애무한다기 보다, 데보라의 자국을 지우려는 듯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혜정이 처음부터 강조한대로 여자들은 위생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뭐 원해서 이리 된 건 아니니까.

어쩌다 보니까 분위기에 둘 다 미쳐서 목숨 내놓고 있는 거지.

"일어나 봐요."

"음?"

"어서. 빨리."

무엇보다 지금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다.

구마하는 사쿠라를 일으켜 다시 의무실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들었다.

엉덩이 아래부터 속옷과 함께 타이즈를 벗기자 사쿠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잡아봐요. 홀드 온."

타이즈를 전부 내리지 않고 허벅지와 오금 사이에 걸었다.

사쿠라의 두 다리가 겹쳐지며 무릎이 반대로 벌려진다.

잡으라는 말에 그녀가 두 손으로 허벅지를 바짝 끌어안자 번들거리는 그곳이 환하게 드러났다.

"으음."

"흠. 아아~"

구마하가 기둥 끝을 가져다 사쿠라의 몸에 가볍게 문질러본다.

충분히 흥분상태에 있다는 듯 귀두 끝에 그녀의 애액이 끈적거리며 묻어 나왔다.

"할게요."

"응. 들어와요..."

구마하가 두 손을 사쿠라의 머리 옆에 걸며 그녀의 무릎을 걸어준다.

사쿠라는 오래된 연인처럼 그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읍!!"

부드럽지만, 굵기와 강직도는 그의 것이었다.

뜨거운 것이 가랑이를 꿰뚫는 것 같았다.

미약한 통증을 느끼며 사쿠라 아야의 미간이 구겨지지만, 이내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구마하가 이마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긴장 풀어요. 시작은 천천히 할거니까."

마사지해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시 여자의 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사쿠라 아야도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해 본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일본 남자와. 해외전지훈련을 다니며 알게 된 외국인 스포츠 선수와.

그런데 이 사람은 다르다.

일부러 강하게 찔러넣는다거나 자기 기분에 휘둘리지 않는다.

부드럽고 여유있게.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고 더더욱 여자의 몸이 더 긴장을 풀고 그를 받아들일 수 있게 차분하게 움직이며 흥분을 올린다.

"하아. 하아. 아아~ 으음 응."

구마하가 사쿠라의 몸을 들락거릴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소리가 나온다.

여유롭던 움직임이 점점 속도를 올리며 마찰열을 내기 시작했다.

사쿠라의 질속이 뜨거워진다.

불편하게 타이즈에 묶인 다리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굵은 것이 드나들 때마다 그녀의 몸 속이 꽉 차오르며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고 있었다.

"헉! 헉!! 응! 으응!!"

"사쿠라."

"응."

"오늘 시합 끝나고 내 호텔로 와요. 주소 알려줄게요."

"꼭 갈게요."

두 사람은 맹세라도 하듯 키스를 나눴다.

구마하의 체구가 원체 크다보니, 사쿠라의 몸이 거의 접히다시피 그에게 눌려있었다.

그럼에도 구마하는 허리를 멈추지 않는다.

사쿠라의 몸도 그를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지 않고 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구마하의 허리도 더더욱 빠르게 흔들리고, 의무실 침대는 두 스포츠 선수의 격렬한 움직임에 시끄럽게 삐그덕 거렸다.

"하아 하아~"

사쿠라 아야는 헐떡이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혀를 길게 빼들고 구마하의 입술과 혓바닥을 핥았다.

머리가 뜨거워진다.

등줄기를 타고 뜨거운 느낌이 뇌리를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다.

불편하던 다리도 불편함을 모르겠고 그저 모든 것이 두 사람이 맡닿는 지점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음. 으음."

"아아 아~"

그리고 그가 자신의 안에 깊이 들어오더니 격렬하게 진동하며 불타는 듯한 느낌이 질 속을 파고 들었다.

"쿠 상. 꼭 갈게요... 약속."

"허억 헉. 지금보다 더 기분좋게 해줄게요."

거사를 마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고, 이내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옷 찢어진 거 아니죠?"

"괜찮아요. 얼음판에서 입는 옷인데요."

"음. 역시."

"쿠 상. 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하하! 올림픽인데요 뭐.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죠."

사쿠라 아야도 의무실에 있는 거울을 보며 컨디션을 확인해본다.

내 눈으로 봐도 얼굴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구마하와 사쿠라 아야는 뜨거운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다행히 의무실 밖은 저마다의 시합준비로 정신 없었고, 선수들은 조금의 부상느낌이 오더라도 올림픽을 앞두고 부정이라도 탈까봐 의무실을 찾지 않았다.

사쿠라 아야도 다시 조용히 대기실에 돌아가 앉아 있었다.

하야카와 카에데의 워밍업은 진작에 끝나 있었지만, 코치는 여전히 그녀에게 붙어 있었다.

사쿠라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보였다.

시합이야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도 열심히 해왔다.

"음."

사쿠라 아야는 조용히 복부와 골반으로 손을 내려본다.

아직도 저릿저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몸 속 깊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그의 뜨거운 느낌이 있는 기분이다.

메달은 상관없어.

이것과 같아. 세상은 몰라도 우리는 아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몸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사랑도. 그리고 그동안 해 온 노력도.

"어? 아야. 언제 왔어?"

"코치."

"몸은? 다리는 좀 어때?"

"괜찮아요. 쉬니까 나아졌어요."

"...어. 그래?"

왜일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빨리 시합을 마치고 저녁은 그와 보내야지.

짧은 만남이어도 상관없어. 화상을 입은 듯한 뜨거운 추억을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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