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05화 (205/401)

<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라. (5) >

"스테이크?"

"좋아요."

"운동하고 와선 고기지. 그럼 스테이크도 시키고, 이것도 먹어볼까요?"

나는 사쿠라를 모르고 그녀도 나를 이름있는 스포츠 선수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를 편하게 대하며 메뉴를 고르고 오늘 하루의 감상을 나눴다.

"넘어지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어요."

"시합하는 사람은 오죽하겠어요."

"긴장했어요? 그런 티 하나도 안 나던데."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었죠."

사쿠라는 운동가방에서 갈아입을 속옷과 츄리닝을 골라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자세가 마치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다.

일본 여자라 그런가, 이런 자세 하나하나 뭔가 좀 순종적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아. 같이 씻자고 그랬지."

"싫으면 나 먼저 씻고 나올게요."

"아니 같이해요. 어차피 씻을 거. 근데 잠깐만. 이것만 좀 시키고."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길래 넉넉하게 1시간 뒤에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훌러덩 훌러덩 옷을 벗고 둘이 욕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욕조와 샤워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욕조에 물을 받아놓으며 둘이서 샤워를 시작했다.

천장에 붙은 폭포수 같은 샤워기 아래 있다 보니, 알아서 몸이 착 달라붙는다.

부드럽고 매끈하며 탄력있는 그녀의 살결에 아랫동네 녀석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는데, 사쿠라도 자기 몸에 닿는 나를 게의치 않고 머리에 손을 올려 머리를 감았다.

"선수촌은 좁아서 답답했는데. 역시 호텔이 좋네요."

"경기장 춥죠? 빙판에서 수영복 같은 것만 입고 있는데."

"괜찮아요. 히터가 돌고 있어서."

"어 진짜? 그건 또 몰랐네."

"너무 오래 기다렸죠. 고마워요 끝까지 지켜봐줘서."

"재밌었어요."

시합의 감상을 들려주려는데 물소리도 시끄럽고 나가서 이야기 해야겠다.

"피겨도 만만한 게 아니야. 추위 부상. 어우. 리스펙이 저절로 생기더라니까."

"스키는 어때요?"

"스키도 많이 추워요. 다치면 답이 없고. 그래서 원래도 목욕 좋아하는데, 스키 시작하고 난 다음부터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하루종일 여기저기 찝찝한 부위와 땀방울을 닦아내는데 사쿠라의 머리가 물에 젖어 축 늘어지고 있었다.

"화장이 안 지워지네?"

"시합용 화장이니까. 클렌징을 써야 지워져요."

"하긴. 땀도 있고."

물에 젖어 두상이 완전히 드러나는 여자의 머리는 그 자체로 섹시하다.

거기다 지워지지 않는 화장이라니.

좁은 공간에 서로 부벼지는 몸과 그녀의 자연스런 가슴과 허리 엉덩이로 향하는 굴곡에 자꾸만 아랫동네 녀석이 터질 듯 단단해져 자꾸 사쿠라를 찌른다.

"쿠 상."

"음?"

"돌아봐요."

원래는 씻고 나가서 할 마음이었는데, 사쿠라가 샤워폼에 바디샴푸를 뿌려 우리 리틀 구마하를 앞뒤로 씻겨준다.

"아까도 느꼈지만 정말 건강하네요."

"내가 겡끼하죠."

"후후후. 겐꼬데스네."

사쿠라가 샤워기를 가져와 거품을 날린다.

그리곤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리를 넓게 벌리고 쪼그려 앉더니, 바로 입으로 내 몸을 물었다.

"음~"

"추웁 춥"

온수보다 그녀의 입과 혀가 더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기분이다.

욕조엔 뜨거운 물이 담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샤워중인 뿌연 김과 습기도 욕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쿠라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아."

사쿠라가 웃으며 혀를 바짝 들어 입안을 좁혔다.

아까 의무실에서랑 다르게 테크닉이 있다.

아니어도 그녀의 자세나 표정. 헌신적으로 애무해주는 모습에 나도 더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하아 사쿠라. 그만하고 일어나 봐요."

그녀가 침을 슥 닦으며 일어나자 한쪽 다리를 팔에 걸치고 그곳에 손을 가져갔다.

물과 미끄러운 애액의 느낌이 다르다.

그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만 더 기분좋게 해준다고 약속한대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애무를 시작했다.

"응. 으응..."

사쿠라도 목을 끌어안으며 몸을 더 바짝 밀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가슴의 압박감을 느끼며 매달리듯 안겨온 그녀의 질입구를 간지럽혔다.

클리토리스가 발기하듯 점점 더 뚜렷하게 느껴져 온다.

반응이 좋은 사람이구나. 궁합이 잘 맞는 거 같다.

"다리에 힘 빼요."

"무겁지 않겠어요?"

"나 구마하에요."

그녀가 나를 믿고 완전히 자신을 맡겨 버렸다.

허벅다리의 묵직함이 팔에 걸리지만, 뭐 이정도 가지고.

"으응 아! 아아~"

몸에 긴장이 풀리자 사쿠라의 감음이 더 커진다.

그녀의 표정이 복잡해지는 쾌감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찡그린 미간과 헐떡이는 숨결. 빙판에서도 붉어지지 않던 양 볼이 사과같이 빨갛게 올라오고 있었다.

"하아 으음 쿠 상..."

너무 애타지 않게 바로 슬금슬금 귀두 끝을 문질러주니, 사쿠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으응!"

깊게 들어간다. 엄청 흥분하고 있었구나.

그녀를 감정에 몰아세우는 건 애정일까? 아니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기대감일까?

적어도 나에게 사쿠라 아야는 미지의 영역을 제하더라도, 그만한 기대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쿠라 아야는 나보다 연상이다. 난 그녀에 대해서 나이와 이름 그리고 주변에서 들었던 간략한 선수경력 정도만 알고 있다.

실제론 어떤 성격인지 모른다. 무슨 취향을 가지고 쉬는 날 뭘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가족관계나 종교, 생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예쁘고 키가 좀 크고. 피겨 선수라는 것 뿐.

내가 아는 건 선수 대 선수로서 그녀의 노력과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

지금 내 앞에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않고 오직 쾌락과 섹스에 몰두하는 표정이 바로 사정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는 것.

사랑스럽다는 것.

우리는 생각없이 순간에 빠져들었다.

"하아 하아!"

사쿠라의 숨이 점점 가빠져 온다..

빠르게 찌를 때마다 아직도 욕조에 물을 받고 있는 듯 질척거리는 소리가 욕실을 가득 울렸다.

사람을 좋아하기 전에 쉽게 섹스부터 하지 말자 다짐했었는데. 섹스를 할 거면 그냥 섹스로 끝내는 관계로 가자 했는데...

그녀가 좋아진다. 또 만나고 싶어졌다. 난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하는 걸까?

"하 아아~ 쿠 상. 왜?"

"어? 뭐가?"

"...고민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요."

"아. 그냥."

"내가 어색해요?"

역시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연상은 연상이야.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눈빛만 봐도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그녀가 알아채고 있었다.

"사쿠라."

"쿠 상."

다른 걸 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는 듯 키스를 해주니 그녀도 받아준다.

긴 혀와 혀가 만나 아랫부위 못지않게 서로를 파고들었다.

키스를 나누자 사쿠라의 표정도 안심되는 듯 근심이 사라졌다.

자세를 바꾸기 위해 삽입된 몸을 빼내자 그녀도 눈치를 채고 미소 지으며 등을 돌렸다.

"조그만 엎드려 봐요."

"응."

가녀린 등에 손을 짚고 누르니, 마치 시합 때처럼 사쿠라 아야가 허리를 활처럼 휘며 자세를 낮춰준다.

엉덩이를 뒤로 빼든 그 모습이 더 없이 무방비하면서 나를 신뢰하는 것 같다.

사쿠라도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슬쩍 돌아보는데, 와 예쁘다. 다시 얼굴에 키스해주고 싶다.

"좋아요? 왜 이렇게 흥분하고 있어?"

"으음. 야다..."

방금까지 피스톤 운동을 하던 그녀의 질 속이 샴푸를 뿌려놓은 듯 부드럽게 나를 받아들였다.

"응! 아아! 하아..."

일어서서 뒤로 하는데 이렇게 높이가 딱 맞는 사람은 처음이다.

보통 여자 키가 160 언저리니까 서서 뒤로 하려면 내가 자세를 낮춰야 했는데, 그녀는 키가 있다보니 서로의 접합점이 자연스럽게 맞아진다.

자세가 편하니 삽입에 집중한다.

더 리드미컬하게 그녀의 텐션을 끌어 올리자, 사쿠라도 큰 반응을 보이며 점점 다리를 떨었다.

"하아. 하.,. 흐응 쿠 상..."

오르가즘이 오나? 붙잡을 것 없는 벽을 집던 사쿠라의 손끝이 앙증맞게 오므라든다.

발끝이 들리고 종아리에 알이 배긴 듯 그녀도 엉덩이를 나에게 밀착시켰다.

더 큰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사쿠라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더 깊게 삽입되는 감각에 그녀의 입에서 고양이 같은 신음소리가 들려나왔다.

"으응! 응!"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늘씬한 슬렌더 몸에서 이런 가녀린 음성이 나온 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 균형감각.

피겨 선수라 그런가 한 발로 몸을 지탱하고 있음에도 안정감이 있었다.

이런 말 어떨지 모르지만, 그녀는 안정된 섹스를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사람같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과감함.

어떤 자세도 부담없이 소화 할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아름다운 매력과 감미로운 소리.

나를 향한 눈빛과 내 몸에 보여지는 달콤하고 아찔한 반응들.

흔들거리는 젖은 머리켤이나 타일 벽을 긁고있는 손톱 하나하나 사람을 흥분시키는 사쿠라 아야.

난 더 빠르고 깊게 그녀의 몸으로 파고들고, 사쿠라도 허리를 더 숙여 이제는 바닥을 집고 있었다.

"헉! 허억."

뒤에서 계속해서 찌르는 자세가 되다보니 힘과 무게를 이기지 못한 사쿠라의 자세가 점점 낮아졌다.

그녀가 네 발로 땅을 짚은 상태에서 나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쿠. 깊게. 더 깊게!"

"헉. 헉. 허억!"

"이... 이쿠... 이큿"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연애도 해봤지만. 동시에 오르가즘을 느낀 건 오늘 사쿠라 아야가 처음이었다.

그녀의 몸 속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내는 가운데, 사쿠라의 엉덩이와 허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아마 룸서비스를 시키지 안았다면, 그녀의 육감적인 반응에 미쳐버린 나머지, 우리는 욕실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 * *

"오이시!"

"많이 먹어요."

"근데,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

"운동했잖아요. 많이 먹어야죠. 나도 먹을 거에요."

우리는 가운만 걸쳐 입은 채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두 번의 불같은 섹스를 마치고 나서야 그녀와 나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 입에 묻었어요."

"역시, 인기많은 사람은 매너가 다르네요."

"에이. 나 그렇게 인기 없어요."

입술 끝에 묻은 소스를 슥 닦아주는데 그녀가 말한다.

"쿠 상은 애인 많죠?"

"있으면 이런 만남을 안 하죠."

"아까 그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하하. 이야기가 긴데, 진짜 친구에요."

"섹스프렌드구나."

"그런 거라고 봐야죠."

"음."

여기서 한 마디만 건네면 그녀도 내 친구가 되어주겠지.

하지만 일부러 묻지 않았다.

수빈이를 만나며, 섹스가 전부인 관계보단 연인이 더 좋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럼 나는 사쿠라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나 너무 쉬운 여자 같죠."

"그런 생각 안 해요."

"답답했어요."

"운동 힘들어요?"

사쿠라도 와인을 가볍게 머금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진짜로 계속 나랑 있어도 되는 거에요?"

"그럼요."

"코치나 팀에서 찾고 있을 건데."

"무슨 상관..."

처음으로 감정이 비춰지는 표정에 슬쩍 웃으며 물었다.

"카에데란 선수와는 어때요?"

"..."

웃으며 고개를 흔들거리는데, 말하기 싫다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아까 인사했던 스테판이 피겨 팬이라, 대충 들었어요."

"카에데도 4위로 마쳤으니까. 어차피 다들 나 안 찾고 있을 거에요. 그쪽도 충분히 메달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니까."

"내일이 프리 프로그램. 오늘이랑 합산 점수로 메달이 결정되는 거죠?"

"맞아요. 잘 아네요?"

"하하! 아까 스테판한테 많이 배웠거든요."

피겨에 관한 이야기. 점프와 부상에 관한 이야기들. 어떻게 운동을 시작했나, 운동하면서 힘든 건 없었냐. 그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도 피겨를 많이 좋아하긴 하네."

"...좋아하죠. 좋아할 수 밖에 없잖아요."

음식이 조금 남았지만 사쿠라도 배부르다 그러고, 나도 오늘 하루 소비한 정력만큼의 스테미너는 회복됐다.

우리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욕실에 물이 식고 있을 건데. 그거야말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팔베게를 하고 누워 그녀의 보드라운 가슴을 만지며 물었다.

"사쿠라. 왜 나에요?"

"뭐가요?"

"원래 이렇게 섹스 즐기는 사람 아니라면서. 근데 왜 나랑은 이렇게 빠르게 발전했어요?"

살근살근 문지르던 그녀의 유두가 단단해지자 돌아눕혀 가슴을 핥았다.

사쿠라도 가볍게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순간적인 충동이 컸어요."

"그러니까. 무섭지 않고?"

"으음. 전혀."

"내가 막 이상한 놈이면 어떡해?"

"후후후. 그정도 눈치는 있죠."

아까 의무실에서 만나고 난 뒤 시합을 준비하며 그런 상상을 해봤단다.

"언젠가 나도 나이를 먹겠죠?"

"음. 그럼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손자 손녀도 보게 될 거에요."

"결혼은 누구랑 하고?"

"누구든. 좋은 사람."

먼 훗날 얼굴에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가 된 사쿠라 아야는 과거를 추억한다.

세상 아무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억 속 나 자신은 2006년 이탈리아 북부도시 토리노에 와 있다.

"오늘 경기를 망치고 돌아가도 상관없다 싶었어요."

"계속 얘기 하세요."

"하아. 아아... 어느날 손녀가 찾아와요."

"..."

"왜?"

"아니. 가슴 애무하는데 손녀 이러니까 뭔가 죄책감이..."

"아하하하~"

10살 정도 나이가 되어, 보다 더 조리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손녀가 할머니가 피겨선수 였다는 걸 알았다.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한 때, 손녀가 사쿠라의 영광스러웠던 앨범을 들고와 묻는다.

이제는 흙으로 돌아간 부모님. 이름조차 기억나질 않는 운동했던 친구들 가운데 오륜기와 함게 2006이란 숫자가 보인다.

손녀가 할머니는 올림픽 때 어땠어? 라고 사랑스럽게 묻는다.

사쿠라는 느긋이 과거를 추억하며 남편과 자식들에게 꺼내지 못한 혼자만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쿠 상을 만나서 뜨거운 사랑을 했다고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와... 낭만적이네."

"후회는 없어요. 평생 올림픽을 기억하며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겠다 싶은 걸 내 스스로 만들었으니까. 쿠 상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에요."

나는 선물 같은 사람이란다.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안아주고 갑자기 호텔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다란 기억을 만들어 주었단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애무해주던 날 끌어올려 키스를 해줬다.

키스를 하는 김에 바로 가운 끈을 풀자, 사쿠라도 다리를 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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