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21화 (221/401)

꿈과 의지 (4)

"네. 전무님.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세요."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그럼요. 오늘이죠? 회식 자리는 준비하셨나요?"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여 박문기는 책상을 정리하고, 천병욱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겨울은 예비 소집이었고. 오늘이 진짜 시작이니까. 힘찬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소고기 어떠십니까?"

"저... 회장님."

"음?"

박문기가 돌아본다. 천병욱의 낯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 있어요?"

"그게..."

"어디 안 좋으십니까? 병원 다녀오셨어요? 지병 있으시다면서."

숨을 고르는 천병욱의 가슴이 저려 온다.

"구마하 선수가 입촌을 거부했습니다."

"뭐라고요?"

"선발전을 열지 않으면 태릉을 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박문기의 표정이 주식 하락장을 맞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같이 변한다.

그가 침착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그렇습니까?"

"예..."

"이유나 들어 보죠."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선발전을 열어 주면."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요."

"...진짜 이유가 그겁니다."

"뭡니까? 대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래요?"

"..."

박문기는 구마하의 선수촌 이탈을 재해석하고 있었다.

"하계 동계 금메달리스트니. 그에 맞는 대접을 바란다 뭐 이건가요?"

"회장님. 마하는"

"그럼 하던 대로 따로 개인 훈련 하라고 하든가."

"대표 팀을 거절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왜요?"

"실은 각 실업 팀이나 대학에서 선발전 이야기는 진작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전무님. 제가 말씀드렸죠. 연맹은 봉사 단체가 아니라고요."

박문기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구마하는 자신의 잣대에 최적화된 존재였다.

따로 큰 지원을 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선수.

어차피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뿌리부터 정해져 있다.

능력도 안되는 이들에게 들어가는 자금은 투자가 아닌 기부다.

그렇다면 더 뜻깊고 많은 이들이 있는 곳에 기부를 해야 좋은 효과가 돌아올 것 아닌가? 쓸모없는 개인이 아니라.

"전무님. 이게 유별난 게 아니라니까요. 빙상이나 어디나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게 맞습니다."

"양궁 협회는 엄격한 선발전으로 늘 우수한 선수들을 뽑아 오지 않습니까."

"그쪽은 운동을 잘하니까 그게 되죠."

"..."

"지금 우릴 어디다 비교하는 겁니까?"

"그럼. 회장님은 정말로 구마하를 이대로 버리실 생각이신가요?"

박문기에게도 구마하는 반드시 필요한 카드였다.

총 없이 나가는 전쟁 없고, 엔진 없이 달리는 자동차 없다.

구마하가 없는 육상 연맹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아니. 어차피 선발전 열어도 그 녀석이 세계 챔피언인데, 지가 대표 팀 승선하는 건 당연한 거를..."

"지금 감독 선별도 어렵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건 전무님 업무죠.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다들 이런 방법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생각지 못하시나요."

"천병욱 전무님. 전무님이 마하 그 녀석을 예뻐라 하시는 건 알겠는데요."

"저도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는 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 진작 작년부터 말씀하시지. 왜 이제 와서 그러세요."

박문기가 일어나 천병욱을 바라본다.

"균등한 기회? 그렇게 균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한국육상이 얼마나 많은 메달을 가져왔나요?"

"..."

"구마하는 전무님이 데리고 온 애잖아요. 왜 그 어린놈 하나를 통솔을 못 해 가지고..."

"선수가 우리의 통솔을 따를 대상입니까..."

"체육판에서 뭔 물렁한 소리를 하고 계십니까? 이래 놓고 무슨 전무 소리를 듣는다고..."

천병욱은 가슴이 아픈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라면 그동안 참아 왔던 울분이 주먹으로 뻗고 말았을 것이다.

"나가 보세요."

"이렇게 된 거 대표 팀 해제하시고."

"아 알았으니까 나가 보시라고요! 선발전을 열든 말든, 우리도 지금 일정을 봐야 알 거 아니에요."

천병욱이 사무실에서 나갔다. 홀로 남은 박문기는 주먹을 움켜쥔다.

"건방진 자식이..."

오늘 대표 팀 소집을 맞이해 방송사 기자들을 불렀다.

동계 올림픽 못지않은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아시안 게임 육상 경기에 끌어들일 작정이었다.

인기 종목이 아닌 다른 참가 선수 모두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응원 무대도 만들며 이벤트를 구상해 뒀건만. 뭐? 메인이 빠져?

"그래 놓고. 뭘 해 달라고...?"

구마하 군. 세상은 낭만만 가지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박문기는 모든 일정을 취소시켰다.

구마하가 없는 기자 회견이나 인터뷰는 어차피 관심을 끌어모을 수 없으니까. 이 나라 국민들은 땀과 노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을 볼 뿐.

"네. 접니다."

대표 팀 감독이 없는 관계로 최고참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선수촌 입촌과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지만 회식은 취소시킨다.

"저. 회장님. 그런데 구마하가 안 왔는데요."

"안 온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몰라요. 천 전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지금 구마하는 아테네에 이어 토리노 올림픽의 승전보로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해 있다.

여기서 감정대로 나섰다간, 설상 연맹에서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르짖겠지.

한국 스포츠 스타 가운데 구마하 정도의 역량을 가진 사람은 없다.

뺏길 순 없다. 뺏길 거라면 차라리.

"대한 체육회 연결해 줘."

선수 선발전을 상의하려면 대한 체육회와도 이야기를 해 봐야 하고, 따질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선수촌 이탈은 큰 문제니까. 그에 관한 징계 규정도 알아봐야겠다.

* * *

"자. 오늘도 스쾃 1,000개 시작."

다음 날. 월요일. 다들 어제 스쿼트 했는데 왜 오늘 또 하냐며 뭐라고 하는데.

"얘기했잖아. 월 수 금은 무조건 한다고."

"...야 씨발 그럼 어제 스쿼트를 하라고 하질 말든가."

"네. 형 이건 저도 동민이 형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시끄러. 그럼 이 안개 낀 새벽에 계속 조깅만 할래? 빨리 시작해!"

전날의 찌푸리고 쓰라린 근육통을 안고 운동을 시작했다.

다들 운동 시작하자 곡소리를 낸다.

"어. 마하 형... 다리가 너무 아픈데요?"

"정수야. 아프니까 좋지."

"아니요... 전혀요..."

"좋은 거야. 좋아야 돼. 그 통증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라고."

어젯밤에 이어 오늘도 동민이는 말없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파야 강해진다. 안 그러냐 동민아?"

"너나 그렇지. 아픈 걸 누가 좋아한다고..."

"왜? 난 좋아. 아 씨발 간만에 운동하면서 꼴린다. 오늘은 아침 600개가 아니라 천 개 가야겠어!"

따라와. 넘어서 친구야. 성공해 잘난 듯이 자극하는 나한테 분노하고 화를 내라고.

넌 그래야 강해질 수 있으니까.

"정수야. 천천히 해."

"헉. 허억... 전 이미 느려지고 있는데요..."

"리듬대로 가. 무리하지 말고."

두 녀석도 두 녀석인데. 나도 어제 인터벌로 오전 바로 1,000개를 하자니 죽을 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달렸다. 이럴수록 집중해야 된다. 안 그러면 근육이 상해 있어 관절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집중해 오직 근력에만 무리를 준다면 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

내공아 움직여라. 주인을 보호하라고. 전신에 강기를 둘러라.

땀을 뻘뻘 흘리며 스쿼트를 시작했다.

몸에 열기가 피어올라 새벽안개와 함께 사라진다.

내가 700개를 향해 갈 때, 두 녀석은 아침 스쿼트 400개를 마치고 바닥에 쓰러졌다.

"와... 어우 씨... 훅 훅."

"정수 다 했어?"

"네!"

"너무 앉아 있지 마. 몸 식는다."

"형은 진짜 천 개 하려고요?"

"그럼! 아 좋다! 800!!"

"변태 새끼. 그걸 왜 좋아하냐...?"

"좋지! 안 좋냐! 헉 헉! 운동은 기합이야!!"

"진짜 세계 챔피언은 다르구나..."

"변태야 변태.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뭐 하는 짓인지..."

감탄하는 정수와 다르게 동민이는 짜증을 부리며 전주천을 보고 있다.

"우와. 우와아! 마하 형! 방금 900 넘었어요."

"헉. 헉! 그래? 내 계산으론 다섯 개 남은 거 같은데."

"대박... 와 진짜 장난 아니구나... 하하하!!"

"감탄하지 말고 너도 같이해. 그럼 이따가 할 게 줄어들잖아."

정수도 의욕이 솟아 비틀비틀 일어서는데, 허벅지가 떨려서 열개도 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에 동민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다친다고."

"헉! 헉...! 아니, 근데 눈앞에서 이런 걸 보니까."

"..."

"후욱. 980 라스트 스물!"

섹스할 때 막판 스퍼트 올리듯 빠르게 앉았다 일어서며 스무 개를 마친다.

정수는 박수를 쳐 주고 동민이는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 아. 오늘 스쿼트 끝."

"변태 새끼..."

"와... 좋겠다."

"후욱-! 너넨 이따가 600개 남은 거 다 해야 된다."

"형. 저는 10개 했는데 빼 주셔야죠!"

"그래. 정수는 590개. 대신 자세 흔들리면 안 돼. 허리 접으면 무효야."

"아 형!!"

아침을 먹고 휴식 시간을 가지는 동안 헬스장을 알아봤다.

"차에서 쉬고 있어."

"넌 안 쉬냐?"

"난 가서 시설 어떤지 둘러볼게."

어젯밤에 몇 사람이 날 알아봤다.

며칠 안에 전주시로 내가 여기 있다는 소식이 퍼질 것이다. 조용한 훈련 장소가 필요했다.

근력 운동은 트랙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헬스장이 필요했는데.

사설 헬스장은 나도 메달리스트가 된 후론 처음이었다.

조용하고 시설이 깔끔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외진 곳에 분위기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구마하 선수가 우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겠다고요?"

"네. 저. 대신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음. 어떤 부탁을?"

"저희가 운동하는 시간을 전세 낼 수 있을까요? 열 사람 비용으로 제가 꼭 챙겨 드릴게요."

"아니. 뭐. 그건 고마운데... 언제 오실 건데요?"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시간을 독점하는 식으로 관장님과 합의를 봤다.

국가 대표가 왜 이런 곳에서 전세 내고 운동하냐길래, 사정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구마하가 피치 못할 사정이 뭐라고?"

"친구랑 같이 운동하려고요."

"으음. 그런 좋은 뜻이면 해 드려야지. 좋습니다. 까짓거 뭐. 나야 손해 볼 거 없으니까."

깔끔하게 계약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니 동민이와 정수 둘 다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그래. 좀 쉬어라."

나는 나대로 차를 주차장에 세워 두고 주변에 전화를 걸었다.

안 그래도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라 여기저기 연락을 걸어야만 했다.

가까이는 혜정이부터, 연세대 친구들 익범이 재민이까지.

다들 어디서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지방에서 무사수행 중이라고 해 줬다.

"나도 신촌으로 가고야 싶지..."

올라가면 좋은 일만 가득하다.

연세대엔 날 목표로 들어온 뛰어난 후배들과 학교 사람들이 있고.

혜정이도 집에 꼭 붙어 있는 만큼, 서로 좋은 감정 확인했는데, 지금이라면 파트너 그 이상의 관계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만 볼 때가 아니야.

정석이 말대로 동민이도 내 친구다.

아 진짜... 딱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되는데.

"형."

"어. 어쩐 일이야?"

"뭐야. 내가 형한테 전화도 못 해?"

"하하. 아니. 너 운동 시작했는데, 원래 운동하면 전화 안 하잖아."

"물어볼 게 있어서."

동민이가 붉은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형은 진작부터 조금 느끼고 있었단다.

"그랬어?"

"음. 근데 너무 미약해서. 씨앗만 열린 정도라고 비유할 수 있을까."

"나도 느끼는데, 아 얘가 내공이 열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단계에서 자꾸 멈춰."

"마하야. 건드리지 마."

"...그래야 될까?"

"괜히 그 힘 깨우겠다고 더 나가다간, 그땐 동민이가 널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보고 공격할 수 있어."

붉은 내공은 위험하다.

천성이 공격적이기 때문에 주로 마교나 사파 계열의 무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란다.

"어우. 뭔진 몰라도 어감이 좋진 않은데?"

"스스로 알게 될 거야. 그냥 옆에서 운동만 도와줘."

"우와... 나 어제 되게 위험했던 거구나?"

"왜? 어떤 일이 있었는데?"

대충 이런저런 방법으로 성질을 긁어 봤다고 하니까 형이 껄껄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동민이가 널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긴 하나 보다."

"붉은 기가 펴지긴 했었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봐야 하는지. 형도 잘 모르겠다."

현명하게 잘 처신하되 선은 넘지 마라. 형은 그런 말만 해 줬다.

"알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도 그만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대체 투지란 어떻게 해야 생기는 걸까.

막상 내 주변 가장 맹렬한 공격성을 보여 주던 상택이 형도 붉은 기운은 아니었는데.

"훈련소 나왔나?"

3월 언제 입대한다고 했었는데, 한번 전화나 해 볼까.

"어. 상택이 형..."

"그래. 왜?"

"뭐야? 받네?"

"야. 니가 전화 걸었잖아."

"아니. 아직 부대 있는 줄 알았어."

"하하! 안 그래도 그저께 딱 마치고 나왔다."

토리노 올림픽 슈퍼 대회전 동메달리스트가 된 상택이 형은 병역 특례로 4주간의 군사 훈련을 마치고 체육 요원으로 남은 3년을 보내면 군 복무가 끝난다.

"아우. 정신없네. 야 훈련소 빡세더라."

"고생했구만. 지금은 머리 짧겠어."

"완전 짧지. 크하하! 넌 어디냐? 학교야?"

"아니. 나 전주. 형 뭐 하나만 물어볼게."

"어. 뭔데?"

어떻게 그렇게 날 이기고 싶고 공격적으로 굴 수 있었냐고 물어보니, 간만에 육두문자가 막 쏟아져 들어온다.

"뭐야 미친놈아.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왜 따지고 지랄인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새끼야. 너 그때 나랑 맥주 먹으면서 내가 뭐라고 했어. 이제 후배들 안 괴롭힌다고 너한테 얘기해 줬었잖아."

"하하. 아니. 그러니까. 난 그런 걸 따지자는 게 아니라..."

선수의 투쟁심은 대체 어떻게 생기는 건지 물어보니, 그제야 조금 질문이 전달되는 것 같다.

"형은 막 날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그랬었잖아."

"야 이 씨발. 또 내가 뭘 널 끌어내려."

"하하하! 아 그냥 질문에 답만 해 줘. 내가 형 싫어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선배님 해 봐."

"뭔데? 아 진짜 뭐 하는데."

"이 새끼가... 후배 새끼가 선배한테 전화해서. 지 묻는 말에 답이나 하라고 그러고."

"선배님. 죄송합니다."

"그래. 좋네."

"자꾸 그러시면 저 선배님 맥주 마시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눈물 훌쩍인 이야기까지 다 떠듭니다."

"개새끼. 너 씨발 지금 어디야. 죽여 버릴라."

"전주. 형 와서 나 좀 도와줄래?"

"꺼져. 육상 훈련한다며. 나도 잠깐 쉬고 곧 뉴질랜드 나가야 돼."

아무튼,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그냥 내가 최고여야 되는데, 너 같은 놈이 나타나니까 짜증 났던 거지."

"어어. 내가 보는 나는 최고의 엘리트 선순데, 나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게 싫다?"

"그렇지. 근데 또 그걸 그렇게 말을 하면 내 인성이 뭐가 되냐."

엘리트 선수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었구나.

강압적으로 키워지는 게 아니었어.

선수 스스로가 나 자신이 엘리트란 의식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거였어.

"자부심이겠지?"

"자부심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또 그동안 해 왔던 내 기록이나 과거에 대한 믿음도 있고."

"으음. 와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난 그냥 스키 한번 신어 봤는데, 형 너무 나 미워했던 거 아니냐?"

"야 꺼져. 싸가지 없는 새끼. 간만에 전화해서 또 지랄이네."

"형 사랑해."

"닥쳐. 넌 전지훈련 언제 올 거야? 정준이 형이랑 전화해 봤어?"

아쉽게도 올해는 11월이 아시안 게임인 관계로 스키는 없다.

"새끼 바쁘네. 잘해라."

"응. 고마워."

투쟁심을 키울 게 아니라 엘리트 의식을 심어 주면 되는 거구나.

아니 근데,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거냐?

이래서 지도자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감독님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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