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23화 (223/401)

꿈과 의지 (6)

팀 구마하의 강도 높은 훈련은 계속되었다.

이동민과 이정수가 아무리 지치는 모습을 보여도 구마하는 똑같은 루틴을 포기하지 않았다.

늘 새벽 5시에 나와 6시에 운동을 시작했으며, 주 3일 스쿼트 1,000개와 월목 근력 강화 훈련. 화수금 운동장 전력 질주와 맨몸 체조를 이어 갔다.

이동민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하는데 어떻게 체력이 붙는단 말인가?

당장 우리야 선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정수는 아직 학생이었다.

학교도 빼먹고 내려왔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그때.

훈련 개시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마하 형."

"응?"

"나 언제까지 20킬로로 운동해요?"

"왜? 가벼워?"

"처음부터 가볍다고 했잖아요! 덤벨도 그렇고 아 좀 제대로 운동하고 싶어요."

"하하하! 알았어."

정수가 자신의 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애 몸에 힘이 붙었다.

운동을 계속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면 당연하겠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정수는 고등학교 저학년 선수만큼의 운동 능력을 보여 주었다.

"후욱! 훅!! 으아아-!!"

"야. 정수야 무리하지 마."

"네? 에이 형.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라 고요."

벤치 프레스 80을 못 넘기던 정수가 100㎏에 도전하고 있었다.

거뜬히 든다.

맨들맨들하던 두 팔에 근육이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훅. 후우! 100kg 이러니까 뭔가 의미가 남다르긴 하네요."

"형이 좀 잡아 줄까?"

"네. 혹시 모르니까..."

이동민이 정수의 머리맡에 서서 운동을 도와주는데, 구마하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너보다 잘할걸? 정수는 꿈을 믿는 놈이니까.)

"..."

"후우. 후욱."

"가슴에 힘줘. 더 밀어. 더!! 호흡 들이마시고."

"훅 훅. 우읍!"

정수도 이 길밖에 없어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었다.

실업 팀 선수보다 더 막막한 것이 춤꾼의 길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 불확실한 미래를 꿈 하나 보고 견디고 있었다.

"헉! 헉!"

"됐다. 해냈다!"

"헉 허억! 형. 근데 팔이 안 접히는데요...?"

"하하하! 잡아 줄게. 내려놔. 다친다."

처음으로 벤치 프레스 100킬로를 들어 올린 정수에게 이동민이 축하 인사를 건네주고 있을 때.

구마하는 멀리서 덤벨을 끌어안고 다리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

"후우 후우. 와 100킬로... 이러면 어디 가서 벤치 100 든다고 해도 되겠죠?"

"응? 어 그럼."

"하하! 좀만 쉬다가 다시 해 봐야지."

옆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마하는 자기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집중을 하며 몸에 땀과 열을 내고 있었다.

구마하는 쉬지 않고, 정수는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

한계점을 넘어서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끊임없이 부딪히고 도전한다.

나는...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구마하는 이동민이 한숨을 쉬며 헬스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헉. 헉."

화장실이 아니다. 요즘 헬스장만 오면 저렇게 나가서 삼십여 분씩 한참 있다가 들어온다.

농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내공을 보는 구마하는 이동민의 심적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나갔다 오면 온몸에 내공이 꿈틀거리는 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같다.

"후우. 새끼..."

구마하는 형 구마윤의 충고를 받아들여 붉은 기운의 소유자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

그저 옆에서 묵묵히 자기 훈련만 집중했는데, 그것이 또 이런 결과가 되고 말다니...

"후우우... 아 모르겠다."

"마하 형! 형 방금 봤어요?"

"어. 벤치 드는 거?"

"네! 와 씨 100킬로 존나 무겁네요."

"잘했어. 근데 넌 딱히 파워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굳이 무리하진 말지?"

"에이 무슨 말이에요. 몸을 던지고 받는데 힘이 필요하죠."

"으음. 정수야. 내일은 사우나 갈까?"

"사우나요? 때 밀려고요?"

"아니. 지금 우리 사는 집 욕실 작잖아."

"작죠. 제 몸에도 작은데."

"나 원래 운동 끝나면 피로 회복으로 탕 자주 쓰거든. 이따가 동민이 오면 전해 주라."

구마하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이정수가 헬스장 문을 한참 돌아본다.

"저. 마하 형. 혹시 동민이 형이랑 싸웠어요?"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근데 요즘 두 분이 말씀을 많이 안 하시는 거 같은데..."

말을 건네기가 어렵다. 왜인지 좋은 이야기가 안 나갈 것 같아서.

그런데,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괜한 이야기가 분란이 될 수도 있으니 그저 조심하는 수밖에.

말을 건네면 위험하고, 말을 건네지 않으면 질책하고 있다.

어렵다. 지도자는 너무 어려운 일이야...

이래서 스승이란 사람들이 존경받는구나.

* * *

"으아~ 시원하다."

"난 사우나 들어가서 땀 좀 뺄게."

"어? 동민이 형 저도 같이요."

"그래. 아 딱 좋다."

주말. 팀 구마하는 사우나를 찾아왔다.

구마하는 온탕에 몸을 뉘고 이동민과 이정수는 사우나에 들어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아 덥다."

"형. 원래 사우나 얼마나 있으세요?"

"글쎄다. 오래 있어 본 적은 없는데."

"오늘 기록 돌파 해 볼까요?"

"후후후. 정수야 운동 재밌어?"

"네. 아 이럴 거 그냥 춤이 아니라 운동을 할 걸 그랬어요."

잠시 뒤 구마하도 따라 들어온다.

이동민은 씩 웃으며 방금 정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야. 얘가 운동으로 전향하고 싶다는데?"

"그래? 뭐로?"

"에이 그냥 하는 소리죠. 춤춘 거 아깝게 진짜로 어떻게 그렇게 가요."

세 사람이 함께 한 시간도 제법 지나고 있었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 형들이 동생에게 묻는다.

정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체력은 붙은 거 같고 운동하는 법도 알았으니 그러는 게 좋겠다 답했다.

"몸도 몸인데, 역시 춤을 추고 싶어서요. 지금이라면 전에 못하던 것들도 해낼 것 같고."

"너 왔을 때보다 몸 좋아졌어."

"응. 어깨가 좀 더 각져졌지."

"그래요? 난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 보면 바로 눈치챌 거야."

"부모님한테는 연락했냐?"

"형한테 얘기했으니까. 형이 알아서 했겠죠 뭐."

"이 새끼도 진짜 대책 없다니까."

"하하. 정석이가 고생이 많아."

정수는 숨이 막힌다고 사우나를 벗어나고, 이동민과 구마하만 수건을 덮어쓰고 앉아 있었다.

"마하야 사우나 버티는 것도 심폐 능력 강화가 되냐?"

"안 될걸. 심폐 지구력은 기압에 따르지 온도에 영향은 없는 거 같던데."

"그래? 아프리카 애들 달리기 잘하잖아."

"나도 잘 몰라."

"너도 모르는 게 있냐?"

구마하가 이마의 땀을 슥 닦아 내며 말했다.

"나는 뭐 다 아는 줄 아냐. 나도 모르는 거 많지."

"..."

"넌 좀 어때."

"뭐. 버틸 만해."

"사우나 말고."

"그러니까 운동. 버틸 만하다고."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였었다.

하지만 왜인지 가까이 있으면서 멀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동민도 마찬가지였다.

마하는 보기와 달리 화려하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단하고 피곤한 삶이 이 친구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었다.

참으로 단순하고 진리인 이야기를 따르는 놈이다.

"마하야."

"응?"

"원래 이렇게 운동하냐? 아니면 지금 우리랑 있다고 더 빡시게 하는 거냐?"

"원래도 이만큼은 하는데 지금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강하게 하고는 있어."

"왜...? 나 때문에?"

"뭐 꼭 너 때문은 아니고."

"그럼 왜?"

"그냥. 그래야 될 거 같아서."

"...너도 쉬고 싶냐?"

"씨발 안 쉬고 싶겠냐. 당장 운동보다 섹스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하하하... 여자는 있어?"

"야. 무시하지 마. 나 맘만 먹으면 매일 여자 바꿀 수 있어."

"하하! 지랄 미친놈. 허세가 늘었다?"

"허세는 새끼야. 진짜니까 그러지."

"그럼 여자 좀 데리고 와 봐."

"안 돼. 지금은 운동에 집중해야 돼."

시시콜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모래시계가 끝났다.

구마하가 일어나 한번 뒤집는다.

"계속 있을 거야?"

"응. 난 뜨거운 걸 잘 참거든."

"역시."

"뭐가 역시야."

"넌 인내심이 강하다고."

거짓말이었다. 사우나에 이렇게까지 오래 있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지기 싫어 던진 말을 친구가 받아들였다.

이제부터 이동민은 뜨거운 걸 잘 참는 남자가 되어야 했다.

구마하는 동민의 속내를 알 길 없이 수건으로 몸을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가끔 답답하다고 느끼는 거 없어?"

"...뭐가?"

"그냥 막 소리치고 싶다거나. 화내고 싶거나. 누굴 줘 패고 싶다든지."

"있지. 존나 많지. 다 그렇지 않겠냐?"

"흠. 동민아. 넌 왜 육상을 한 거야?"

"..."

"태권도 같은 걸 하지. 왜 육상을 했어?"

"미친놈. 야 나도 뭐 하나 물어보자."

"뭐?"

"넌 대체 언제 중거리를 연습한 거냐? 그거 안 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감독님들이 중거리 그만하고 단거리 집중하자고 했었잖아."

"아. 운동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집에 가서 운동을 또 했어...?"

"했지. 매일 초등학교 운동장 가고, 아파트 단지 뛰고. 지구력을 키우는 훈련을 계속했었지."

역시 이놈은 천재다.

다들 지쳐 쓰러져 집에 가면 쉬기 바쁜데, 그 시간을 또 운동을 더 했었단다.

학생 때도 마하는 새벽부터 일어나 남한산성을 달렸다.

한주고에 와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저녁까지...

이런 놈이 진짜 노력하는 천재구나...

천재의 운동법은 천재만 하라고 놔두고 슬슬 이동민도 쉬고 싶어진다.

할 수만 있다면 한 이틀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자고 싶었다.

"니 훈련이 내 훈련이 될 거라더니, 진짜 독하게 가는구나..."

"야. 말 돌리지 말고. 육상 왜 했냐고. 그거나 말해 봐."

"...정수 언제 올라가냐? 가기 전에 맛있는 거 사 먹이고 보내자."

"아 이 새끼 말 존나 돌리네."

이동민이 한숨을 길게 쉬며 말한다.

"태권도 갈 돈이 없었어."

"...운동은 하고 싶었고?"

"그래 씨발. 사람 쪽팔린 이야기를 계속 묻고 있어..."

"말을 해 줘야 알지."

이동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유달리 에너지가 남달라 방방 뛰어다닌다고 많이 혼나며 자랐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은 다 돈이 들어갔고, 가정 형평상 재능을 꽃피우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중학교에 갔는데 특활로 육상부가 있었고. 거기서 잘 뛴다고 한주고를 소개받아 고교 선수가 되었다.

"난 뭐 특별한 게 없어. 애초에 운동 시작한 것도 너 같이 큰 사람이 되겠다 이런 꿈을 꾼 것도 아니고."

"나도 없어. 난 뭐 올림픽 금메달 하나 보고 운동했겠냐?"

"했잖아 새끼야. 너 씨발 옛날부터 금메달 따면 여자들 존나 따먹는다고."

"아 씨. 그냥 하는 이야기지. 메달의 가치를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하지 말라고."

"하하하! 그래서 여자는 따먹었어?"

"..."

"와 이 새끼 진짜 여자 이야긴 안 하네?"

"했지. 많이 했어."

"오오~ 진짜? 누구?"

"뭐. 선수촌에서 만난 사람들도 있고. 외국 사람들도 있고."

"야. 구라 아니고 진짜??"

"운동할 때 좀 이렇게 관심을 보여 봐라..."

구마하는 이동민에게 진심을 전해 준다.

"동민아. 꿈을 가져 봐."

"후후후... 꿈은 무슨... 꺼져 새끼야."

"정수 봐. 내가 말했잖아. 쟤는 자기 꿈을."

"알아. 꿈을 믿으니까 나보다 더 잘할 거라고."

"...알면 너도 꿈을 가지면 되잖아."

이동민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야. 넌 니네 형이 니 경기 보러 온 적 있냐?"

"있지. 아테네 때."

"아~ 맞다. 우와 멋있었겠다."

"왜? 너네 부모님은 없어?"

"우리 부모님은 너가 내 친구인 것도 모를걸?"

조금 충격적인 소식에 구마하가 고개를 돌렸다.

"진짜?? 그렇게 기사가 많이 났는데."

"몰라. 관심 없어."

"어. 뭐... 운동에 관심이 없으시다면야..."

"구마하는 알지. 내가 육상을 했다는 것도 알고. 근데, 니가 내 친구라는 건 몰라. 왜냐면 내가 한주고 다니는 데 관심이 없었거든."

"..."

"신기하지? 근데, 모든 부모가 다 자식한테 관심이 많은 게 아니야. 없는 사람들은 진짜로 없어."

"아니 그래도... 출신 학교도 모른다는 건..."

"아빠는 나 공고로 가라고 그랬어. 근데 내가 인문계 가서 운동한다고 하니까. 막 때리더라."

붉은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꾹 눌러 참는 이유. 그건 동민이가 싫어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스스로에게 표출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큰 꿈 없어. 진짜로. 그런 걸 품어 본 적도 없고. 운동해서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는지도 진짜 몰라."

"..."

"난 그냥 지금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 실업 팀 선수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후후. 그러게. 나도 차라리 너같이 메달 따고 섹스하겠다 이런 얘기 듣고 운동을 시작했다면 모르겠다. 근데 난 진짜로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게 이거였고, 그나마 잘하는 게 이거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온 거야."

뜨거운 사우나 안에서 그의 덤덤한 고백이 계속 이어졌다.

"너 같은 놈을 알게 된 게 나한테 기적이지. 난 원래 진짜 특별한 인간이 아니야."

"넌 특별해. 아무한테나 없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

"지랄. 아 좀 꺼지라고 씨발. 같잖은 위로하지 말고."

"동민아. 내가 누구냐?"

"뭐...?"

"말해 봐. 내가 누구야."

"금메달리스트지. 세계 챔피언이고."

"아니. 난 그냥 세계 챔피언이 아니야. 육상 두 종목 메달리스트야. 그것도 양립하기 어렵다는 단거리 중거리에서 세 개를 땄어. 거기다 이번엔 동계 스키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 왔고."

"대단하네. 멋있다."

"우리나라에 나보다 운동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뭐야 그건 또...? 뭔 소리를 하려고 그런 말을 해."

구마하가 고개를 돌려 이동민을 보며 말했다.

"니네 부모님이 널 안 보면 어떤데. 내가 널 보고 있어. 세계 챔피언인 내가. 그런 내가 널 인정하고 니 재능을 봤다고 새끼야. 이게 그냥 친구로서 해 주는 위로일까?"

"..."

"솔직히 너 요즘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빠지는 거 모르는 척해 왔는데. 이건 진짜 스스로가 자각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야."

세계 챔피언이 무명의 선수에게 말했다.

그들은 친구 사이였다.

"믿어 그냥. 넌 할 수 있어."

"..."

"우리 운동 시작한 첫날. 너 가장 지친 상태에서 기록 경신했어. 그건 더 이상 체력이나 근력 컨디션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의지야. 의지를 구체화해서 달려야 돼."

"......"

"꿈이라는 건 해내겠다는 마음이야. 넌 할 수 있고. 난 그렇게 믿고 있다고."

이동민은 구마하를 쳐다보지 못했다.

사우나에 달궈진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며 커다란 덩치와 존재감을 과신하는 녀석. 이놈은 말 그대로 세계 챔피언이었다.

지금도 이런 지방 구석이 아닌 더 큰 도시나 외국으로 나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놈이다.

"아 더워. 너 진짜 안 나갈 거냐?"

"더 있다가 갈래..."

"새끼 진짜 더운 거 잘 참는데...?"

"인내력이 강하다고 했잖아."

절대 아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오래 견디는 사람이 진짜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은 해내야 했다.

나 뜨거운 걸 잘 참고 인내력이 강하다고 본인이 말을 했으니까.

무엇보다 사우나에서 오는 작은 고통 하나 정도는 꾹 참아 넘겨야 원하는 것을 이룰 것만 같다.

"후우~"

깨어 내야 한다.

일어나야 해.

나도 꿈이 있어.

원하는 것들이 많다.

그 모든 것들을 손에 쥐기 위해선.

이제는 진짜로 내가 나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다.

"후욱. 후우. 후우우..."

왜인지 모르게 이동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슬픈 감정에 우는 건 아니었다.

그냥 눈물이 나왔다.

누군가 왜 우냐고 물으면 가슴이 뜨겁고 심장에 불이 붙은 듯 몸이 후끈거렸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후욱. 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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