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32화 (232/401)

< 꽃이 피니 나비가 모이는구나. (5) >

축젯날을 맞이해 캠퍼스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연예인 공연, 기업 홍보 부스. 그리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벤트 공간과 식당 등.

그런 가운데, 연예인 라인업 못지않게 구마하가 어떤 흑인 친구와 함께 학교를 찾아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번졌다.

"진짜 왔다고!?"

"어. 아까 운동장에서 외국인이랑 지나가는 거 다들 봤다고 그러던데."

"나와 봐. 나 가서 보고 올 거야."

"가만히 좀 있어. 니가 가서 뭐 할 건데?"

"그래. 다들 구마하 그냥 평범하게 대해주고 있는데."

"뭐 어때. 그리고 나 아는 동생 사체과에 있어서 소개해 달라고 하면 돼."

"나도 있어. 있어도 아무도 그렇게 알려고 하지 않어."

경영학도 04학번 박지연이란 학생이 있었다.

빠른 년생으로 나이는 구마하와 동갑.

그녀는 작년 한 해 휴학을 갖고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학교에 슈퍼스타가 입학해 있었다.

박지연은 몸이 달아 올랐다.

"야. 걔가 무슨 연예인이냐? 그럴수록 더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그러는 거지."

"구마하 학교 잘 안 나오거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연이 너 진짜 너무 속 보이지 않냐?"

1년간 이어진 해외여행에서 박지연은 새로운 관계에 눈을 뜨게 됐다.

그것은 달콤하고 책임감 없는 프리섹스라는 것이다.

"속 보이면 니네가 어쩔 건데. 나 구마하 좋아해. 이번 올림픽에서도 얼마나 응원했는데."

"지연이 쟤가 구마하 여자친구가 누군질 몰라서 저래."

"구마하가 여자친구가 있어?"

"있어. 포르쉐 타고 다니는 어떤 사람."

"이대생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한수빈? 둘이 헤어졌어."

"그걸 니가 어떻게 알어?"

"들었으니까 알지."

"진짜? 어떻게?"

"이렇게들 정보가 느려서야... 나 이대 다니는 친구가 얘기해 줬는데. 작년 가을에 둘이 완전 깨졌다고. 한수빈 울고불고 학교도 안 나오고 난리 났었다잖아. 그래서 올해 휴학 내고 사라졌고."

"진짜로?"

"정말? 누가 깬 거래?"

"모르지. 가서 물어보고 알려줄까?"

박지연으로부터 시작된 구마하의 새로운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구마하가 싱글이 됐다.

이에 몇 몇 여학우들이 작년 한해 소극적으로 대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새로운 각오를 품고 있었다.

박지연도 한껏 기대감을 품고 사체과가 주관하는 행사장을 찾아갔다.

"선영아!"

"어. 언니. 왔어."

"바빠 보이네. 너넨 뭐해?"

"그냥 뭐 선배들 시키는 거 하는거지."

"흠. 음. 그렇구나. 으음."

"언니 누구 찾어?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

"아니. 그냥."

"설마... 마하 선배 찾어?"

"뭐. 그냥. 왔다길래 어떻게 생겼나 구경 좀 하려고."

정선영은 06학번 사체과 신입생이었다.

무엇보다 육상 특기생으로 들어온 학생이라 구마하와는 같은 육상계열로 직계 후배가 된다.

얼마 전 안동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정선영은 구마하와 멀리서 인사를 나눴다.

"마하 선배 아까 잠깐 있다가 친구랑 어디 가던데."

"에이 씨... 한발 늦었어... 아 그러니까 애들이 막 붙잡아가지고."

"뭐야 이 언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

"야. 걔 오면 나 꼭 좀 소개시켜주라."

"뭐래. 나도 인사 한번 해본게 다라니까."

"그러니까. 내가 또 분위기 메이커잖아. 친해지게 해줄게."

"아 됐어. 우리 과 그런 거 없어."

"아무튼. 넌 이 언니만 믿고 있으면 되니까. 걔 오면 바로 전화나 해."

"가. 좀.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구마하는 체육 특기생과 현역 프로 선수들에게 남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정선영도 조금 더 그 사람을 알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욕심일 뿐.

"진짜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정선영은 활짝 웃는 모습을 뒤로한 채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박지연을 지켜보다. 동기 선후배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 * *

"멋진 운동장이다."

"시설이 나쁘지 않지?"

"나쁘지 않냐고? 마하. 우리는 그냥 맨땅에서 훈련하는 날들도 많어."

유진이와 학교 시설들을 구경하고 다녔다.

우리 학교는 아이스링크장을 비롯하여 태릉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체력단련실과 실내 강당. 야구장과 축구장 밑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전부 다 근 천만원 가까운 학우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래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게 딱히 뭐 흉도 아니고.

유진은 연세대 풍경을 꽤나 인상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시설과 환경은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나 봤지, 한국이 이럴 거라곤 생각을 못 했었다고 말했다.

"한국이 잘 사는 나라였구나..."

"뭐. 아주 가난한 나라는 아니지."

"...우리도 이런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면"

육상에 있어 자메이카는 축구의 브라질 같은 나라다.

그런 나라가 생각외로 훈련 시설이 그렇게 썩 좋지 않다는 걸 처음 들었다.

우리학교 시설 정도면 저 나라의 국가대표 설비에도 뒤지지 않는단다.

"근데 왜 이렇게 빨러...?"

"그래야 이길 수 있으니까."

역시, 모든 운동은 시설이나 환경이 실력을 키우는 게 아니야.

헝그리 정신이다.

갈망하는 마음이 선수들을 강하네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진이가 한국을 알아가듯이 나도 자메이카란 나라에 대해서 여러가질 들었다.

생각보다 경제력이나 치안이 그렇게 좋지 않단다.

레게를 사랑하는 평화로운 나란 줄 알았는데, 그런 사정들이 있었구나.

"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많어. 단지 어딜 가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뿐이야."

"그렇지. 여기도 그래."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있어."

"...국가대표에 자부심이 생길만 하구나."

국민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자메이카의 국가대표들.

이기고자 하는 열망을 채워주는 한국의 국가대표들.

저마다 가슴에 국기를 내걸고 있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 앉아 한참을 트랙을 보며 이야길르 나눴다.

"마하. 넌 여기서 훈련하는 거야?"

"여기서도 했지. 아테네 전에는 주로 여기 있었고. 작년엔 태릉이라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에 갔었어. 지금은 다른 도시에서 친구랑 같이 훈련하는 중이야."

"역시. 챔프는 기회가 많구나."

"나도 지금은 힘들게 운동하고 있어."

"니가 왜?"

"내 친구가 힘든 상황에 있어서. 가만 두고 볼 수 없더라고."

유진은 씩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서로 주먹으로 인사를 하며 대화를 마쳤다.

"슬슬 움직이자."

"오케이 맨. 근데 당연하겠지만. 온통 동양인들만 있구나."

"너 그거 인종차별이다. 말조심해라."

"아니. 그냥 여기선 뭔가 내가 엄청 특별해지는 기분이야."

"저쪽에 가면 어학당 있는데. 흑인 애들도 있어. 가볼래?"

"됐어. 그냥 여기저기 구경하는 게 좋아."

둘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둘러보고 있는데, 재민이와 익범이를 만났다.

"야! 어이! 구마하!"

"어? 재민아!"

"이 새끼 진짜... 야 너 왔다는 이야길 우리가 애들 통해서 들어야 되냐?"

"하하. 미안."

"어우. 근데 손님이 같이 있었네..."

친구들에게 유진이를 소개시켜주었다.

재민이는 조금 낯설어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익범이는 원래 애가 외국에서 자라 그런가, 금새 편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농구선수가 아니었어?"

"어. 육상이야."

"키 보고 난 당연히 농구선순줄 알았는데."

"이래보여도 자메이카 국가대표야. 올림픽도 나왔었어."

"아 정말로?"

이번엔 반대로 농구만 아는 익범이와 다르게 재민이가 유진 볼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반응을 보여준다.

"야. 그 자메이카? 쿨러닝?"

"크하하! 유진. 두 유 노 쿨러닝?"

"Yes~ yes! I love it!"

내 친구는 다 크레이지 보이만 있는 줄 알았던 유진에게 운동선수 출신인 서재민과 고익범은 색다른 만남과 친분이 되어주었다.

"익범이 영어 잘한다..."

"미국에서 살다 왔잖아."

"너도 영어 잘하고. 아. 나도 영어공부나 할까?"

"그나저나. 어떠냐? 학교 재밌어? 후배들 생기니까 좀 뭐가 달라?"

익범이와 유진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학교 이야기를 나눴다.

재민이가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야기를 해줬다.

나의 또 다른 절친이자 동료. 토리노 올림픽 알파인 스키 슈퍼대회전 동메달리스트 박상택 씨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단다.

"상택 선배가 처음부터 다른 선배들 나서지 못하게 잡아버리는데, 선배 후배가 어딨어. 지금은 그냥 다 오빠 형 동생들이야."

"좋네. 잘 됐다."

"좋냐? 야 씨... 우리만 존나 고생하고..."

"뭘 고생을 해. 됐어. 안 좋은 거 끊어내면 좋지 뭘."

"근데, 이건 그냥 우리들 이야기고. 다른 부는 뭐. 야구나 축구 이런 덴 여전해."

"전체가 좋게 흘러가면 나머지도 바뀔 거야."

"야 아무튼, 오늘은 학교 있을 거지?"

"어. 같이 돌자."

다 같이 간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애들이랑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어느덧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MA-HA! Hey MA-HA!!"

"잠깐만! 나 전화 좀 하고."

그러다보니, 저녁에 마포로 간다는 걸 혜정이한테 말하지 않은 게 생각났다.

잠깐 시끄러운 공간을 피해 애한테 전화를 걸어본다.

"그래서...?"

"집으로 간다고."

"가. 내가 무슨 상관인데..."

"아니. 일단 너가 집에 있으니까"

"그 집 니꺼잖아. 왜 나한테 허락을 받어...?"

뭐야? 왜 이래? 목소리 왜 이렇게 싸늘한데...?

"무슨 일 있냐?"

"없어."

"근데 왜 이래."

"너... 혹시 그거 때문에 나한테 전화 한 거야?"

"응."

"하아... 알아서 해. 내가 오늘 친구네 가서 자면 되니까."

"야. 야? 혜정아?"

오랜만에 통화하는데 왜 이렇게 까칠하게 나오는 거야?

조심조심 캐물어보니 조금 신기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도 사정이 있었다니까?"

"그러니까. 니 사정이 있는 건 아는데. 너 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어?"

"뭐가...? 내가 뭐가 웃긴데."

"한국 오자마자 가방 하나 툭 던져주고 연락도 없어. 한 달. 아니지. 거의 두 달이지. 이제서야 전화해서 나 오늘 집에 간다? 나더러 뭐 어쩌라고?"

"혜정아... 너 혹시 나 보고 싶었어?"

"아니!! 내가 미쳤냐!!!"

허이구야. 그냥 끊는 거 보소. 부처님 대학 다니는 애가 뭐 이렇게 예절을 모르고.

"허 참..."

내가 놀고 있었냐고. 나야말로 맨땅에 기반 잡느라 얼마나 쌩고생하고 있었는데.

보고 싶으면 지가 연락을 하든가. 운동하는 사람이 그런 걸 어떻게 챙기는데.

아니 지도 전화 한 통 없다가 이제와서 무슨...

"편하게 돌아다니라며...? 지 마음 잡히기 전까진 그냥 나 좋을대로 하랄 땐 언제고?"

에이 씨. 기분 잡쳤어.

오늘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거 나도 안 가.

나도 놀 거야!

나야말로 얼마나 생고생하며 운동만 했는데.

안 가 씨. 오늘 밤 새서 놀 거야.

"통화 다 했냐?"

"어..."

"뭐야? 뭐 일 있어?"

"없어. 에이 젠장."

"누군데? 분위기가 심각해져서 돌아와."

"별 거 아냐. 근데 애들 어딨냐?"

다시 애들한테 돌아왔는데, 유진이와 익범이가 보이질 않는다.

"재민아. 근데 얘네 어디갔어?"

"너 안 와서. 먼저 자리 잡는다고 극장으로 갔어."

"자리를 잡아야 돼?"

"뭐라는 거야. 야 지금 가도 우리 저 구석에서나 볼 수 있어!"

"그래? 그럼 우리도 빨리 가보자."

노천극장으로 가는 길.

그런데 나도 오랜만에 학교에 오다보니, 여기저기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육상팀 사람들도 찾아오고. 토리노 금메달 축하인사도 받는데. 한 무리의 사체과 애들이 자기들은 노천극장보다 숲속의 향연 보러간다고 같이 가자는 말이 나왔다.

"숲속의 향연. 나도 작년에 했었는데. 올해는 누구야?"

"진유정."

"쇼트트랙 진유정 선수? 아 진짜? 우리 학교였어?"

"올해 들어왔지. 우리 후배야."

"오오~ 진짜로!! 우와! 재민아 우리도 가보자."

"야. 극장은?"

"자리 맡아놓는다고 했다며. 여기 잠깐 보고 가면 되잖아."

방송부에서 진행하는 토크쇼 숲속의 향연.

작년엔 내가 했다면, 올해는 나 아닌 다른 사체과 선수가 자리하게 됐다.

진유정이라고 이번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여자 3관왕을 차지한 엄청난 선수였다.

"마하여. 너 얘 몰라?"

"모르지. 저쪽은 빙상이고, 난 설상이니까."

"그래도 같은 대표팀이잖아."

"달라. 연맹도 다르고. 우리는 설상연맹. 저쪽은 위대하신 빙상연맹."

나도 유명인이 궁금해 멀리서라도 한번 보자는 마음에 숲속의 향연을 찾아갔다.

마침 진유정 선수의 순서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분. 05학번 구마하 선수에 이어서 올해 06학번 진유정 선수까지. 벌써 우리 연세대에 금메달이 몇 갭니까?]

[구마하 선배는 올해도 하나 더 받으셨잖아요.]

[진유정 선수는 구마하 선수 만나 봤어요?]

[지금 휴학 중이셔서 아직이요.]

[같은 대표팀 아니셨어요?]

[여럿이 보는 자리에선 봤었는데, 구마하 선배는 설상이고 저희는 빙상이라. 경기장도 완전 다른 도시에서 했었고요.]

"야. 너랑 똑같은 얘기 한다."

"와. 뭔가 저런 사람이 후배라고 하니까 괜히 어색하다."

"너도 만만치 않아 새끼야."

잠깐 구경이나 하고 가려고 왔는데, 사람들이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MC들이 쳐다보고 말았다.

[어! 진짜로 있네요!! 구마하 선수! 무대로 올라오세요!!]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고 만류해보지만, 재민이부터 막무가내로 가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아, 내가 저길 왜 가! 초대손님도 아닌데."

"뭐 어때. 너도 금메달 따고왔잖아."

"그럼 애들은?"

"어차피 자리 맡아놓는다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 되지. 지가 말해놓고선."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자꾸 거부해 보지만, 막상 오늘의 주인공이라는 진유정까지 마이크를 들고 나를 불렀다.

[선배님 오세요! 혼자 있기 너무 떨려요!]

"하하. 참 나... 국제대회도 나가는 사람이 이런 걸로 떨기는..."

[구마하 선수. 그러지 말고 잠깐 와서 학우 여러분께 인사라도 하고 가요. 여러분 구마하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이었던 건 다들 아시죠!!]

요란한 박수 소리에 결국 단상으로 나가고 말았다.

"아, 이거... 주인공 있는 자리에 내가 나서는 건 좀 아닌데..."

"저 선배님. 꼭 한번 뵙고 싶었어요. 메달 축하드려요!!"

"유정 선수도요. 경기장 갔었는데 남자들 시합만 봤었네요."

* * *

구마하가 숲속의 향연에 붙들린 시각.

연세대 노천극장은 연예인들이 등장해 분위기를 달구고 있었다.

"꺄아악!! 오빠!!"

"아 언니..."

"뭐? 너도 빼지말고 막 놀아!"

"놀라고 해도..."

경영과 04학번 박지연과 사체과 06학번 정선영도 노천극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활기찬 성격의 박지연은 오늘만 사는 사람인 것처럼 무대를 즐기고 있지만, 운동만 해왔던 정선영은 열정적인 분위기에 쉽게 적응을 못하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의 곁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다.

"저기. 여기 자리 있어요?"

"네? 아. 네. 선배님. 앉으셔도 돼요."

"어. 우리 과 후배야?"

"네! 저 육상부에요."

"어어. 그렇구나."

정선영은 고익범을 알아보고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데.

그가 다른 한 사람을 불러 옆에 앉힌다.

"Eugene. Let's wait here."

"Okay."

정선영은 고익범과 낯선 흑인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박지연의 팔을 붙잡는다.

"언니...! 언니...?!"

"아 왜? 너도 눈치 보지말고 놀라니까?"

"그. 그게 아니라... 여기 옆에... 우리 선배..."

"응?"

박지연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살펴본다.

누가 봐도 농구부 같아 보이는 사람과 그에 못지않게 키가 크고 다부져 보이는 흑인 남자가 있었다.

"...누군데?"

"고익범 선배라고. 나보다 한 학년 윈데, 마하 선배랑 친한 친구.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아까 구마하 선배랑 같이 왔다는 외국인 친구고."

"그럼... 구마하는...?"

"몰라."

"물어 봐."

정선영이 조심히 고익범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여기서 기다리기로 했데!"

"그럼 구마하가 이리로 온다는 거야?"

"응!!"

박지연은 빠르게 머리를 단정히 하고 옷매무새를 확인한 뒤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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