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37화 (237/401)

< 꽃이 피니 나비가 모이는구나. (10) >

"자고 가라고...?"

"아니 선배님. 아까 호텔 방도 겨우겨우 잡았었잖아요..."

"뭐 그러긴 했지만..."

"지금은 아까보다 더 늦었고... 그리고 아무리 돈 많아도 막 그러는 건 아닌 거 같고..."

누가 보더라도 나는 여자 좋아하는 놈이지만 나름의 원칙은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상대방이 거절하는 만남은 가지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훈련에 방해되는 만남도 피한다.

두 가지만 아니라면 나머진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그래도 가급적 이 정도 선은 지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웬만하면 학교 사람들은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호... 혼자 살어?"

"당연하죠."

"아니. 보통 자취하면 룸메들 있고 하니까..."

넓은 캠퍼스에 수많은 사람이 모인 대학이란 공간. 이곳은 보기와 달리 꽉 막혀있는 세상이었다.

수빈이 때도 그랬지만 다들 남 얘기를 정말 잘 한다.

특히 나 같은 놈은 뭐만 했다하면 빠르게 소문이 번지는지라, 오랜만에 들어간 교양수업에서 교수님들이 그런 차 보험비는 얼마나 내나? 라는 식으로 돌아오는 편이다.

"시. 싫으시면 가셔도 되고요..."

"아니. 싫은 건 아니지. 나도 이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거 피곤한데."

침착하게 따져보자.

지금 선영이가 날 싫어하나? 당장 내일 급한 훈련이 잡혀있나?

아니잖아. 그런 거 없어. 문제 될 건 없다 이거야.

마포로 가도 되지만, 이 시간에 와이프도 아닌 애 눈치 볼 이유 없잖아?

그리고 이혜정도 이정도 늦으면, 그래서 언제 오는데? 같은 문자 하나는 남겨 놨겠지.

핸드폰을 슬쩍 열어보자 선영이가 호들갑스레 손사레를 쳤다.

"아. 서... 선배.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아니야. 그냥 몇 신지 봤어."

밤 1시였다.

축제 기간이라 신촌 거리는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지만, 원룸촌의 불빛은 하나 둘 꺼져간다.

머쓱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해줬다.

"저기 혹시..."

"네?!"

"칫솔 있나?"

"아. 전에 친구들 왔을 때 사놓은 거 몇 개 있어요."

"그래. 그럼 들어가자."

선영이는 막 그렇게 한눈에 빠져들 정도의 외모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순진한 듯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야 뭐. 육상하는 애들 몸매 나쁜 애들이 어딨어.

거기다 과 후배라는 게 뭔가 자극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스스로 금기를 걸었던 것을 깨트린다는 그 어떤 죄책감.

무엇보다 섹스에 부정적인 사람이 이만큼 용기를 냈는데 여기서 매몰차게 거절하고 돌아가는 것도 오히려 그녀를 더 부끄럽게 만들 것 같아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도 꽤 오랫동안 여자를 못 만났으니까. 겸사겸사 좋은 게 좋은 거지.

몰라. 씨발. 나 혼자 김칫국 처마시는 걸 수도 있어.

진짜로 그냥 야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게 불쌍해서, 길 잃은 개 돌보는 느낌으로 들어올래요? 물었을 수도 있다고.

모르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섹스가 어디 그렇게 쉽게 벌어지나.

얘는 과 후밴데. 언제 어느 때고 스쳐지나갈 인연을 그렇게 대하는 건 아니지.

사람이 조심할 건 조심하는 게 맞으니까.

"머. 먼저 씻으실래요...?"

아니구나. 섹스 각이다.

와우. 사람 속 진짜 아무도 모른다고...

"근데, 왜 날 들어오라고 한 거야?"

"아. 저기 그냥."

괜히 긁어 부스럼인가? 모르는 척 분위기대로 흘러가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방 이렇게 생겼구나. 좋다 아늑하고."

"친구들 와도 나름 공간 있는데. 서... 선배 들어오니까 방이 되게 좁아보이네요..."

"난 몸이 크잖아."

다섯 평 남짓 되는 원룸이었다.

부엌과 세탁기가 같이 있고, 큰 창문 옆 1인용 침대가 화장대 겸 TV 선반을 마주보고 있었다.

책상이자 식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 앞엔 작은 빨랫대가 놓여 더 공간을 좁게 만들고 있었다.

얼마 전 대회 때 입은 경기복이 걸려있다.

브라탑과 팬츠. 양말과 무릎 보호대가 축 늘어져 있는데, 선영이는 빨래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아침엔 안 말랐었는데...!"

"부지런하네. 빨래는 바로바로 해야지. 난 예전에 운동복 모아서 빨려다가 옷에 곰팡이 핀 적 있었어."

"저도요. 그래서 엄마한테 혼났었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상대방의 공간에 들어온 건 그리 많지 않다.

혜정이가 있었고, 수빈이. 그리고 오늘 선영이가 그렇다.

공간을 보면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혜정은 꾸미는 걸 좋아하고 화려한 직업을 선망하는 애답게, 벽에 뭘 그렇게 덕지덕지 붙여놓았었다. 잡지에서 오린 모델 워킹이라든지 잘 꾸며진 인테리어 사진이라든지.

한수빈은 공간이 아닌 큰 집을 가지고 있었지. 휑하니 넓은 집에 비싼 가구로 포인트를 줬었다. 그녀는 특별한 한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사귀는 걸 좋아했었다.

선영이도 그 성격이 방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뭐. 뭘... 그렇게 둘러보세요?"

"으음. 그냥. 운동하는 사람 방이구나 싶어서."

소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답게 그녀는 화장품도 적고, 장식이나 외출복 같은 것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대신, 운동에 꽤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구나.

구두보다 운동화가 더 많고, 여대생이라면 하나 둘 가지고 있을 법한 패션 가방보다 큰 운동용 가방이 두어 개 벽걸이에 걸려있었다.

난 냉장고 위에 놓인 구급약통으로 다가갔다.

"약국도 아니고. 뭔 붕대가 이렇게 많어? 테이핑을 쓰든가."

"아. 자주는 아니고 그냥 가끔 인대가 늘어나서요."

"무릎이랑 발목이 안 좋다고 그랬지. 힘들겠네."

"운동하는 사람이 다 그렇죠 뭐."

어느새 자연스레 식탁에 앉아 있었다.

주변 정리를 마친 선영이도 침대에 걸터앉아 흠 흠. 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안 씻으세요?"

"그래. 씻어야지. 그래야 빨리 자는데."

"치... 침대에서 주무세요.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응."

"서. 설마 싶어서 말씀드리는데. 저. 절대 그런 생각 가지고 선배 들어오라고 한 건 아니고요."

"하하하! 그럼. 알지. 근데 왜 이렇게 떨어? 내가 뭐 잡아 먹어??"

"하하... 그냥 뭔가..."

"혹시, 남자친구 있어?"

선영인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있었는데, 깨졌다고 말했다.

"그냥 둘러대는 거 아냐?"

"아니요. 진짜로. 군대 갔어요."

"어~ 어. 군대갔다고 깬 거야?"

"저는 기다린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고서 갔어요."

"그래. 사람따라 그게 더 낫다고들 하긴 하더라."

"...씻으세요."

"응."

대충 좁은 공간에서 양치질과 비누로 몸을 씻는데, 공간이 작아서 그런가 씻는 게 일이네.

"물 엄청 뜨겁다."

"서! 선배!! 옷을..."

"응? 아. 난 원래 씻고 그냥 돌아다녀서."

덜렁덜렁 거리며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오자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피하고 있었다.

뭔가, 이런 반응이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경계하고 조심하는 모습에 새삼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넌 안 씼어?"

"저! 저도 씻어야죠."

"선영아. 진짜 왜 오라고 한 거야?"

"..."

"아까 호텔에서 두 사람 보면서 뭔가 왔었어?"

"그... 그냥. 선배님도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하시고..."

침대옆에 걸터앉아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아 안았다.

"서. 선배!?"

"후후. 여기까지만."

"...네?"

"여기까지만 한다고. 싫다면 이제 그만할게. 진짜로 잠만 자고 나갈 거야."

"...그. 그게 돼요?"

"전에 사귀던 친구는 참을성이 없었나 보네."

"친구 아닌데... 선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뭔 상관이야. 아는 사람도 아닌데."

허리에 감싸안긴 선영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감았다.

용기내 들어오라고는 했지만, 막상 자기가 먼저 유혹했다는 걸 인정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다.

근데 얘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꾸미면 예뻐지긴 하겠다.

"너 은근 눈 크다. 쌍커풀이 엄청 진한데?"

"아.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그래서 시합 뛸 때도 꼭 고글 쓰고."

"음. 그렇구나."

선영이도 다짐한 듯 천천히 손을 들어 목을 감싸 안았다.

허락해주는 그녀의 몸짓에 바로 침대에 눕혔다.

"선배... 저 아직 안 씻었는데..."

"음. 괜찮아."

두꺼운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몸이 침대에 눕자 뚜렷하게 굴곡을 그려낸다.

선영이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한 손을 셔츠 안으로 넣어 살살 가슴을 만져줬다.

"아~ 서. 선배..."

나를 부르는 이 '선배'라는 단어가 뭔가 자꾸 용기를 부추긴다.

밋밋한 스포츠 브라 위로 봉긋한 가슴을 만지며 계속해 키스를 해주자 유두가 살살 솟아 오른다.

선영이도 처음은 좀 버둥거렸지만, 금새 몸을 편하게 하고선 모든 걸 받아주었다.

"으~음."

"안 씻었는데, 너 되게 좋은 냄새난다."

"아... 바디크림을 많이 바르는 편이에요. 몸이 건조해져서."

"그렇구나. 다리 좀 들어볼래?"

"네..."

이렇게 순종적인 상대는 처음이다. 침대에 누워 존칭을 듣는 것도 신선했다.

주로 동갑 아니면 연상들을 만나다 보니, 어린 친구는 또 이런 게 있구나.

옷을 다 벗겨내자 그녀가 천천히 몸을 가렸다.

"응..."

"보기완 다르네. 허리 가는 거 봐."

"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예쁜 건 예쁘다고 해줘야지."

"...음. 싫은데."

역시, 운동선수다. 육상으로 다져진 가느다란 허리선과 골반이 어우러져 옷 위로는 알 수 없는 여성스런 곡선이 두드러진다.

다리는 말 할 것도 없다. 점프 훈련으로 발달된 허벅지와 가느다란 종아리와 발목은 보기만해도 아랫동네 녀석이 터질 듯 꿈틀 거리고 있었다.

연신 그녀의 매력적인 몸을 보면서 어디를 어떻게 기분좋게 해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선영이가 손을 들어 불을 끄라고 말했다.

"왜?"

"불... 꺼주시면 안돼요?"

"그러니까 왜?"

"...그냥 피부 까만 거 싫어서."

"뭐 어때. 나도 그런데."

육상선수는 햇볓 아래서 운동을 하다보니, 그녀도 경기복 라인으로 가슴과 골반의 피부만 하얗고 다른 부위는 까맣게 그을러져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상의를 벗어 목과 팔 부위를 보여주었다.

"우리야 어쩔 수 없는 건지 뭐."

"후후. 그렇죠."

동질감이 용기를 주는 건가, 가슴이 드러나도 이제 수줍게 가리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영이는 빳빳하게 서 있는 우리 똘똘이 녀석을 경이롭게 보고 있었다.

"와..."

"하하하~ 왜 놀래? 징그러?"

"아니요... 어...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리로 와 봐."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웠다.

선영이는 엎드린 자세로 바로 오럴섹스를 해준다.

"으음."

그녀가 할짝 할짝 거리며 단단하고 뜨거운 녀석을 입으로 애무해주기 시작했다.

골반이 벌어지자, 아직 씻지 않은 탓에 다양한 체취가 풍겨 나왔다.

화장실도 갔을 것이고, 대변도 눴을 것이다.

얌전하고 운동만 아는 사람이기에 그런 것까지 다 나름 그녀의 매력이 되는 것 같다.

"응~!"

손을 반대로 뻗어 난 선영이의 가랑이를 천천히 만져주었다.

손 끝에 자글자글한 음모가 만져지고 곧바로 촉촉해진 굴곡이 다가온다.

한때 덴마크의 쟈스민과 연인같이 붙어 다니느라, 늘 하얀 피부 속 깔끔하게 제모된 음부만 겪어 왔는데. 맨살에 붉게 갈려진 그곳과 달리 선영이의 정리되지 않는 털과 몸은 그 자체로 원초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아. 선배. 손가락...?"

"가만히 있어 봐."

그곳으로 천천히 손을 넣었다.

그녀의 입과 아래. 모든 곳이 나에게 정복당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손 움직임을 더해주자 선영이의 몸에서 은은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헉 허억..."

"선영아. 빼지말고."

"네."

부드럽게 건네는 이야기에 그녀가 다시 나를 입으로 물었다.

몸으로 느껴지는 쾌감만큼이나 아까와는 다르게 격정적인 오럴 섹스를 해준다.

깊이 빨아주는구나. 그녀의 혀와 목구멍의 빡빡한 느낌이 이미 그녀의 몸 속을 탐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선영이 입으로 잘하네."

"웁! 우읍!! 헉. 허억... 이러면 좋아한다고..."

"후후. 그래 맞어. 근데 지금은 더 하다간 오버이트 하겠다."

목구멍 깊이 받아주는만큼 그녀는 구역질이 나는 걸 참고 있었다

선영이가 빨개진 눈으로 애처롭게 올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침이 주르륵 흐르는 입을 보며 다시 키스를 해줬다.

"음."

"누워봐."

"아. 근데 선배..."

"응?"

"제 침대 오래되서 엄청 시끄럽거든요..."

"그래? 그럼 일어나 볼까?"

침대 소리가 거슬린다면 침대를 안 쓰면 되지.

선영이를 번쩍 들어올려 그대로 안고 바로 삽입을 해줬다.

"무... 무겁지 않으세요?!"

"이정도 가지고 뭐. 이대로 끝까지 할 수 있어."

"하아. 아! 서... 선배 대단... 윽!!"

그녀는 양 손으로 입을 꾹 막으며 소리를 참았다.

천천히 움직인다. 오랜만에 긴 밤을 보낼 것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