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67화 (267/401)

손에 손잡고 (2)

"너 어제 외박했냐?"

"어.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무슨 일? 애들은 먼저 들어왔던데."

"갑자기 일이 생겼어. 감독님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까."

"새끼야 아무리 너라도 그렇지. 선수촌 막 빠지고 그러지 마. 코치님들이 뭐라 하시잖아."

"미안. 일정이 갑자기 그렇게 됐어."

"어디 아픈 건 아니고?"

"내가 아프긴 어디가 아파."

"몸 사려라. 대회 며칠 안 남았다."

다음 날. 동민이 놈이 보자마자 잔소리를 퍼붓는다.

당연히 다빈이를 만나고 온 건 숨겼고.

오히려 더 구실을 만들어 빠져나갈 시간을 만들었다.

"야. 나 안 그래도 부탁할 게 있는데."

"뭐? 말해."

"우리 다음 주 출국이잖아. 그때까지 계주 훈련 오전으로 바꾸면 안 될까? 팀 훈련을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건 좀 그래서."

"그러든가. 어쩔 수 없는 건 들어줘야지."

"고맙다. 애들한테는 내가 얘기할게."

다빈이를 그냥 둘 수가 없다.

애는 나 때문에 7종을 선택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자꾸 마음이 쓰이는 게 같이 있어 주고 싶다.

일정을 정리하고 오후에 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쾌할하다. 우울하고 힘들고 그런 건 싹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어. 저녁엔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주변에서 뭐라고 안 해?"

"동민이만 좀 뭐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 그렇게 신경 안 써."

"하긴. 누가 널 뭐라고 하겠냐."

"야. 나도 눈치 볼 거 다 보고 산다 그러지 마라."

"알았어 그럼 집으로 와."

"또??"

"뭐가 또야. 마사지해 준다면서. 그럼 집으로 와야지."

"흠. 음. 그렇기도 하지."

다빈이한테 오늘은 어땠냐고 물으니, 어제 기름진 걸 잔뜩 먹어 그런가 추운 것도 잘 모르겠고 오랜만에 컨디션 좋게 운동을 한 것 같단다.

"몸도 조금 가벼워진 것 같고."

"다행이네."

"무엇보다 기분이 좀 나아졌어."

"하하하~ 해서 그런가?"

"정말 그래서 그러나?"

비밀번호를 알려 준다. 누가 먼저 끝나든 그녀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아. 참고로 너 나 만나는 거 삼촌은 모르는 거다."

"야. 당연하지. 감독님 알아서 곤란한 건 너보다 나야."

"삼촌이랑은 화해할 생각 없어...?"

"화해고 자시고... 애초에 그분이랑 나랑 딱히 나쁠 건 없었어."

* * *

"음..."

"하아 하아. 왜 멈춰?"

"저기. 우리 마사지하고 있지 않았나?"

"니가 벗겼잖아..."

"내가 벗겼다기보다는... 니가 먼저 자세가..."

"아 몰라. 빨리 더 세게 박아 줘."

"흐음."

밤 10시 다빈이 숙소에 도착.

잠깐 앉아 이야기 나누고 어제에 이어 기름진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어쩌구저쩌구하다 보니 또 둘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분명 기공 치료니 마사지니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리 좀 주물주물 해 주고 있었는데.

"아~ 너무 좋아."

"너 미국 있을 때 누구 만났어?"

"아니야! 날 어떻게 보고?"

"그럼. 나 이후로 아무도 안 만났어? 2년 동안?"

"그런 걸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너 누워. 내가 올라갈 거야."

섹스의 여신이 돌아왔구나. 나도 성욕 강한 놈이라고 알고 있지만, 아니야. 이 친구는 뭔가 근본이 달라.

몸이 작고 크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빈이는 작은 몸을 가지고도, 넘쳐 나는 스태미나로 말 그대로 토끼 같은 자세로 방아를 찍었다.

"오~"

"흠. 흐읍! 으으응! 흐응 흐음 흥..."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열정적이었다.

그만큼 음란한 애액이 그녀와 나 사이에 넘쳐흘렀다.

"허억. 헉! 하아~"

"안 힘들어?"

"말 시키지 마. 하아 아아!"

튼튼한 다리 근육으로 다빈이는 스스로 절정에 도달하며 허리를 꺾는다.

그렇게 한참을 파르륵거리고 부들부들 떨던 애가 축 늘어져서 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어이고 땀 봐라. 넌 어떻게 나보다 더 땀을 흘리냐?"

"허억 허억. 정말 모르겠어. 이상해. 왜 이렇게 너랑 하는 게 좋지?"

"섹스는 다 좋지."

"아니야. 느낌이 달라."

"그러니까 비교 대상이 누구냐고? 대체 누굴 만났길래 그러는 거야?"

"흥."

누가 있긴 있었구만. 아무도 없는 건 아니겠지.

뭐 어떠냐. 나도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는데 얘도 그런 거 있겠지. 찌질하게 문제 삼지 말자.

무엇보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저기. 다빈아?"

"응?"

"또?"

방금까지 누워서 헐떡이던 언제 일어나서 그걸 빨고 앉았어?

"여자애가 비위도 좋다. 막 쌌는데..."

"뭐 어때."

"하하! 그래서? 혀로 핥아서 뭐 하려고?"

"싫어?"

"그런 건 아닌데."

"그럼 힘들어? 오늘은 그만할까?"

"야. 날 어떻게 보고. 나 구마하야. 나도 기본 세 번은 해."

"그치? 너도 하고 싶지? 누워 있어 내가 세울게."

다 죽은 듯 축 늘어져 있었는데. 다빈이가 입으로 물고 빨아 주자 또 똘똘이 녀석이 바짝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어이고 지조도 없는 놈. 그거 몇 번 빨아 줬다고 펄떡거리고 살아나냐?

"됐다."

"아하하... 뭐가 됐는데?"

"내가 올라간다."

"최다빈이 운동을 하긴 했네."

그렇게 다시 1회전을 넘어서는 2회전에 돌입.

그녀가 머리를 찰랑이며 다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하아 흐응~!"

"그렇게 좋아?"

"너무 좋아. 뭔가 막 짜릿해."

"머리 많이 길었다. 먼저는 무슨 고등학생 같았는데."

"하아. 아~. 그땐 나름 각오라고 짧게 자른 거고. 응~ 으응!"

"역시 넌 머리 긴 게 잘 어울려."

"그래?"

"묶어 봐. 고무줄 없나?"

"있어. 잠깐만."

칭찬에 화답하고자 다빈이가 여성 상위 자세로 머리를 둘둘 묶는데, 그 자세가 뭔가 엄청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아직도 보면 학생 때나 지금이나 다를 건 없는 거 같은데.

분명 우리는 학창 시절에 멈춰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어른이라고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왜?"

"그냥."

"눈빛이 슬퍼 보여."

"슬픈 건 아니고. 그냥 둘이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거 생각해 봤어."

"..."

"힘들면 자세 바꿀까?"

어리고 미숙해서. 그래서 어떻게 사랑을 하고 어떻게 마음을 전해고 어떻게 상대방을 대할 줄 몰라 끝나 버리고 말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나도 여러 사람을 만났고, 다빈이도 나 말고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우리는 그렇게 멈춰진 시간을 다시 돌리고자 서두르는 듯한 사랑을 나눴다.

"하아~"

몸을 일으켜 그녀를 꼭 끌어안고 가슴을 애무해 주니 다빈이도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아~"

"계속해. 멈추지 말고."

"응."

근육질 몸이 되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여자의 가슴이었다.

부드러운 피부 위에 진한 키스 마크를 남기자 다빈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아파하고 있다.

"아! 이런 거 하지 말라니까."

"뭐 어때."

"보인다고!"

여자 경기복은 상하의가 짧아, 자칫하단 사람들한테 들킬 수 있다는데. 후후. 그럴 거면 애초에 유혹을 하지 말든가.

"하아 으응~"

"야. 따지고 보면 우리 둘이 이러고 있는 거 자체가 위험한 거 아니냐?"

"몰라... 흐으 흡!"

어제만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니다.

다빈이는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만났던 모든 여자들 가운데, 그녀가 성향적으론 나랑 가장 잘 맞는 상대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어. 가만히 있어 봐. 허리 낮추고."

"부끄러운데... 니가 내 엉덩이 보는 거잖아..."

"으하하! 이제 와서 무슨"

한두 가지 체위만 알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 우리는 성인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그 시절의 내가 아니다.

처음으로 뒤로하는 자세를 취하자, 다빈이는 두근두근하면서도 몸을 바짝 낮춰 나를 받아들인다.

"아. 아퍼..."

"처음은 좀 그럴 거야."

"뭔가... 너무 꽉 차는 느낌인데..."

"그렇지."

모든 여성들이 다 뒤로 할 때 골반이 조이는 그런 게 있는데, 다빈이는 가뜩이나 몸이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보니 더 힘든 것 같다.

정말 꽉 차는 거 같다.

그녀의 몸이 날 갈구하는 것 같았다.

"하악 하아!"

"아프면 말해."

"아프진 않어. 근데... 뭔가 너무 강해."

작고 알찬 스포츠 선수의 몸. 운동으로 다져진 하체 때문에라도 다빈이는 작으면서도 선이 깊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탄력 있는 엉덩이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가. 매끈하게 갈라진 척추 기립근과 가녀린 목 그리고 찰랑이는 긴 머리 등.

그녀를 보며 나는 사정감이 차올랐다.

"허억. 헉!"

"너도 좋아?"

"어. 너무 좋아."

"안에다 해도 돼."

다빈이는 운동과 컨디션 조절로 생리가 멈춘 상태였다.

여자로선 힘든 상황이지만, 대신 둘 다 그만큼 임신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음 으음!"

"안에다 해도 됐는데."

"허억. 허억~! 그냥 밖에다 하고 싶어서."

안에다 해도 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그녀의 항문 근처에 정액을 싸고 굵직한 기둥을 가만히 문지르고 있었다.

엉덩골 사이에서 밤꽃 향기 나는 하얀 액채들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다빈이도 몸을 축 낮추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오늘은 뭔가 힘들다."

"..."

"너 먼저 씻고 올래?"

그러고 보니. 항문이라...

쟈스민과 유럽에서 머물 때 한두 번 시도해 봤지만. 딱히 질과 항문의 차이점은 그냥 정복이라는 느낌이 전부지 쾌감적으론 별 느낌 없다고 봤는데.

"어?"

"어때?"

"어...? 어... 어떠냐니...? 뭐가?"

다빈이 엉덩이에 묻은 하얀 채액을 문지르자 얘가 조금 난처하다는 듯 돌아본다.

"응? 어때?"

"그냥 별 느낌 없는데..."

"힘 빼 봐."

"어... 음..."

"고민하지 말고. 허리 살짝 들고."

내키지는 않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니 다빈이도 스리슬쩍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손가락에 살살 힘을 주며 주름진 항문 사이로 밀어 넣는다.

한국 여자 상대로는 처음인데.

하긴, 한수빈 정도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어.

"으음"

"아퍼?"

"아니. 아프진 않은데..."

수빈이가 잘해 주던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항문 애무였다.

아무리 섹스가 좋아도, 남자가 하기엔 부끄러운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쾌감을 알고 나면 자세가 부끄럽고 자시고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 경험적으로 남자들한테 여자들 비슷한 쾌감을 느낄 부위가 어디냐 한다면 그게 항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남녀라는 차이점만 있지, 신체 기관은 다르지 않으니까.

항문은 러브 젤이 필요했다.

질과 다르게 채액이 나오지 않기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 다치고 고통이 유발되니까.

그런 부드러움을 정액으로 대신하여 손가락을 살살 넣어 자극해 주고 있었다.

다빈이도 엉덩이를 점점 높이고 있다.

"으음~"

"아프면 바로 얘기해야 돼."

"아프진 않은데... 뭔가 이상해. 부끄러워. 똥 나오는 데잖아..."

"뭐 어때. 씻었는데."

수치심과 쾌락의 어딘가에서 고뇌하는 그녀의 몸놀림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손으로 엉덩일 자극하며 다시 3회전을 시작했다.

그러자 커다란 반응이 온다.

"헉! 흐읍!"

다빈이는 섹스가 익숙한 아이였다.

그런 애가 처음으로 펄떡이고 반응을 해 주니 덩달아 내 기분도 달라지고 있었다.

"아. 살살."

"어디를? 여기? 아니면 여기?"

"으응! 하지 마 그런 거..."

순종적으로 변한다.

꼭 처음 만났을 때같이 다빈이는 천천히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엉덩이는 강하지 않게, 하지만 질 속은 빠르고 강하게.

손과 몸으로 두 곳을 동시에 자극받는 다빈이.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고 이내 몸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으으응."

역시 최다빈이지. 이 성욕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헉. 헉!"

정자세로 바꾸어 서로를 보며 다시 섹스를 이어 가는데.

먼저는 손가락만 가볍게 받아들이던 엉덩이에 나는 그녀의 작은 에센스 병을 넣어 보았다.

"그게... 들어갈까?"

"그럼. 플라스틱인데. 튜브 같은 거라 아프진 않을 거야."

"별걸 다..."

"싫으면 그만하고."

"꼭 저래... 지가 하고 싶으면서 나 하기 싫다면 안 한대..."

"하하! 진짜 싫으면 안 해. 나 알잖아."

"..."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지만, 그래도 다빈이는 양손으로 엉덩이를 활짝 열어 주었다.

"살살 해. 갑자기 막 그러면 나도 아퍼..."

"알았어. 몸에 힘 빼고."

"으음~"

그녀를 아프게 할 마음이 아니다. 일부러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

섹스와 쾌락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다빈이를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도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빈이도 눈을 질끈 감고 새로운 쾌락을 받아들였다.

"으음..."

"어때? 아프진 않지?"

"응 몰라..."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느낌은 있어. 좋다곤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뭔가 그 느낌이 싫진 않은 거야.

그대로 다시 섹스를 시작했다.

항문과 질. 두 곳을 자극받는 애 얼굴이 평상시와 다르다.

"아아~ 으음."

질과 항문을 동시에 자극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다빈이의 반응이 드러난다.

"좋은가 보네."

"하아 앗! 아아! 응!"

내 리듬에 맞춰 다빈이의 혓바닥이 입술을 핥는다.

다가가 키스를 해 주는데, 가쁜 호흡을 뱉느라 키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 마하야. 너무 좋아."

"후후. 머리 입에 들어갔다."

그녀의 느끼는 표정에서, 긴장과 히스테리.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부담 같은 것들이 말끔히 사라지고 있었다.

"헉. 허억."

"응. 흐응..."

계속된 섹스에 신음 소리도 얌전해진다.

처음은 조금 아팠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거 같단다.

"키스해 줘..."

입과 질 그리고 항문.

모든 부위에서 절정과 쾌락을 느끼는 다빈이는 더없이 아름다운 그녀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둘 다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나도 이제는 더 못해."

"너 정말 너무해..."

"왜?"

"...그냥 너무 해."

"후후후. 이런 데 쓰는 기구도 있어."

"진짜?"

"응. 꼬리 같은 것도 있고. 구슬 같은 것도 있고."

"구슬..."

"다음에 사 올까?"

"됐어. 뭐 얼마나 또... 이런 거 다신 안 할 거야."

라고 하면서도 손으로 엉덩이를 슬금슬금 만져 보고, 애센스 통도 가져다가 킁킁 냄새도 맡아 본다.

"이상한 거 아니지?"

"아니야. 아무렴 뭐."

"그럼... 한 번 정도는..."

그때까지는 그냥 단순 쾌락과 섹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금단의 문을 열고 말았으니...

"야. 너 오늘도 나가냐?"

"어. 미안하다. 아 일이 진짜..."

"아니. 야 씨발 아무리 그래도 지금 출국 며칠 남았다고. 기업은 선수 컨디션은 생각도 안 해?"

"스타도 고달픈 직업이야."

"고달프죠. 인기 있으려면 사람 부지런해야 돼."

"하하하! 이 새끼들."

"야 근데 너 진짜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지?"

"아니야. 나 컨디션 좋아."

"근데 왜 이렇게 기록이 안 나와? 그게 다 이렇게 밤마다 일하러 가고 그래서 그런 거 아냐."

친구들은 기록이 정체 상태인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애들은 단거리 후보 선수로 내가 나가기를 바라는 거 같은데.

100은 동민이 지성이. 200도 진수 지성이. 그건 이미 정해진 거라 내가 끼어들 수 없다.

"야. 400도 힘들어. 경험이 짧은 만큼 난 이쪽에 집중해야지."

"욕심도 많아. 종목별로 메달은 다 따 가려고?"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지금 400에 계주. 두 가지 종목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100, 200 대표를 맡을 순 없다.

다빈이 만나는데 나도 살아야지...

지금도 내공이 쭉쭉 빨리고 있는데. 여기서 100, 200까지 후보 자리 맡으면 나 진짜 죽어.

"왔어!!"

"어. 일찍 끝났나 보네?"

"씻어! 금방 밥 차려져!"

보디빌더같이 마른 근육을 보여 주던 다빈이는 최근 계속된 기름진 식사와 사랑이 가미된 육체 치료(?)로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는 몸에 지방이 붙어 마냥 근육질 소녀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육감적이고 매력적인 몸이 됐다.

다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왜?"

"..."

"왜? 뭐? 뭐 있어?"

형한테 들은 무림 이야기 가운데 가장 섬뜩했던 건 일월신교가 쓰는 흡성대법이었다.

상대방의 내공을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 마공.

일월신교는 지역적으로 곤륜 바로 옆이라 우리와도 자주 맞서고 했다는데...

"어. 아니야. 먹어."

"장어 어때? 여기 맛있게 하는 집이라고 사 봤는데."

"괜찮네."

"나 원래 장어 잘 못 먹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맛있다?"

다빈이가 흡성대법을 쓰는 것 같다.

뭐 좋아. 좋다고. 싫은 건 아니야. 싫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얘한테 내 몸을 허락하지 않지.

다만, 조심해야 된다.

나도 이번 대회는 중요하다고...

은퇴 무대란 말이다.

"저기 다빈아."

"응?"

"...아니야."

"왜?"

"아니. 저기. 우리 도하 가서 만나기로 한 거. 선수들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아 그거. 삼촌한테 얘기했어. 난 혼자 방 쓰게 해 달라고."

"어... 그렇게 해 주신데?"

"응. 7종은 나 혼자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너도 편하게 볼 수 있지."

돌아왔구나. 최다빈이 돌아왔어. 진짜 돌아왔구나...

"그래서? 오늘 구슬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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