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이야기 (6)
늘 할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섹스와 자위의 메커니즘은 다를 게 없다.
사정하는 순간 흥분과 쾌락을 느끼고 뇌세포에 도파민이 분비되며 만족감을 느낀다.
솔직히 개인적인 만족만 따지면 섹스보다 자위가 나을 때도 있다.
그래도 왜 섹스인가?
왜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가?
왜 그녀여야만 하는가?
"손가락은 싫어."
"안 아프게 할 게."
"싫은데..."
적나라하게 엉덩이를 벌리고 엎드린 그녀의 몸 속으로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었다.
처음엔 싫다던 혜정이도 손이 들어오자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받아들인다.
완강히 거절하면 그만 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허리를 낮추며 각도를 맞추는 몸짓에는 용기가 생겨난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자 손끝에 그녀의 속살이 전해져 왔다.
핑크빛 부드러운 느낌에 긴장감이 올랐다.
조심해야 돼. 다칠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배려하는 마음과 동시에 도전 정신이 피어오르는데. 나와 혜정이의 원 패턴 섹스에서 처음부터 손가락을 삽입하게 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이번 기회에 잊을 수 없는 쾌락이란 자극을 주어 다시는 싫다고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으~ 음."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반응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왼손으로 귀두 끝을 문지르며 자극을 더했다.
왼손에서 전해지는 느낌을 오른손으로 전달하듯. 한 마디에서 두 마디. 너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빼는 것도 아닌 적당한 삽입과 무브를 더하자 혜정이의 반응도 리드미컬하게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 아아 하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와 손 끝에선 애액의 질척한 소리가 정비례하며 오르기 시작했다.
긴장하던 몸도 나른하게 변하고 베개 깊숙이 감췄던 얼굴도 돌려져 듣는 것만으로 사정을 불러일으킬 야릇한 교성을 들려주었다.
"하아. 음 으음 응."
그래. 이거야. 섹스의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거다.
섹스는 나로 인해 상대방이 기분 좋아지는 모습을 알 수 있어.
사랑하는 연인을 기분 좋게 해 주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혼자 딸딸이 칠 때 느낄 수 없는 더한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게 이타심이 아니면 뭐겠냐고.
누군가는 기껏 여자 질 속이나 문지르는 주제에 뭔 개똥철학이냐 하겠지만, 그래도 사랑이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녀가.
어디 가면 얌전하고 청순해 보인다는 여인이 내 앞에서 교태 섞인 음성을 내며 동그란 두 엉덩이를 움찔거리고 있다고.
손가락이 들락거릴 때마다 잘록한 허리가 슬슬 움직이며 발끝을 오므리고 있다니까?
"혜정아. 좋아?"
"아 하아~ 좋은데. 근데 마하야 그만하면 안 돼."
"왜? 아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응! 흐응!!"
어렵사리 입을 연 그녀가 말하길 느낌이 너무 강해서 싫단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등골과 목덜미를 핥아 가며 키스를 해 줬다.
"너 팔 진짜 길다. 어떻게 이런 자세로 하는데 손이 빠지질 않어?"
"빠지면 안 돼지. 지금 막 느끼고 있는데."
"피~ ..."
괜히 샐쭉거리는 볼에 부드럽게 입을 맞춰 주고 자세를 바꿔 뒤에서 안아 주었다.
"아아 아~"
"괜찮아. 편하게 기대. 하나도 안 무거워."
"응."
손가락을 넣은 상태로 뒤에서 안자 자연스레 온몸을 감싸 안는 자세가 되었다.
그녀의 온몸이 성감대가 된 듯 신체 여기저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손끝에는 G스팟이 닿고 있었다.
손바닥에는 클리토리스가 앙증맞게 발기되어 자극을 더했다.
그런데 혜정이가 갑자기 이불을 끌어당겨 입을 가리고 소리를 참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읍! 흐으음. 윽!"
"뭐야? 왜그래?"
"아아~ 앗 하아~! 그. 그래도 바, 밤인데. 너 너무 소리가..."
"야. 괜찮아. 이 집이 방음이 얼마나 잘되는데. 소리 원 없이 내도 돼."
혜정이가 고개를 돌려 촉촉한 눈동자로 안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얼굴 본 김에 다시 키스를 건네주었다.
우리는 마치 두 마리의 뱀이 꼬인 듯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운동 하나 안 하는 몸에서 이런 유연성을 보여 주다니, 그녀도 지금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놓치기 싫은 것 같다.
혜정이의 입과 아래에서 달콤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는 알아서 골반을 움직여 손가락을 받아들이고 그럴수록 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더 강하게 끌어 안았다.
우리는 변해야 한다느니 때와 장소가 있다느니 하던 건 어디 가고, 혜정이도 손을 뒤로 뻗어 내 목을 끌어안고 온몸을 밀착하며 키스를 구해 온다.
"음~ 으음."
"하아 아앙. 흡 응~~"
한 손은 그녀의 질 속을 삽입해 주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둥그렇게 만지며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 끝을 간지럽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눴다.
두 손과 입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나는 품 안에 담긴 그녀의 존재감에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 사람이 완전한 내 사람이 됐구나라는 걸 알았다.
품 안에 담긴 보드라운 살결에서 땀이 솟아올라 더더욱 두 사람을 뜨겁게 밀착시켰다.
떨어지기 싫다.
이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
혜정이가 더 나에게 안겨 오게 만들고 싶다.
"하아 아아~ 근데 마하야. 나 이제 진짜 그만. 응?"
"왜? 설마 아직도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조금만 더 만지고 싶은데."
"그! 그게 아니라. 소, 손으론 그만하고..."
"응? 뭐라고? 크게 말해 봐."
"그... 지... 진짜로 해 주면 안 돼?"
그녀가 손을 내려 아까부터 터질 듯이 꿈틀거리던 리틀 구마하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애원하는 시선과 목소리에 나는 완전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혜정이를 눕히곤 바로 귀두 끝을 문질러 삽입을 시작했다.
"흡! 으으으."
"오~ 이혜정 엄청 흥분하고 있었네. 어떻게 바로 들어가?"
"하아. 아~아 으응~ 안아 줘. 응?"
작은 몸은 아니어도, 나와 그녀는 체형이 있어, 아무리 흥분을 하고 애액이 흘러도 바로 삽입되는 날들은 잘 없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직전까지 손가락을 쓰고 있어 그랬는가, 두껍고 큰 우리 똘똘이 녀석이 아무런 저항 없이 미끈하게 그녀의 속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조금씩 삽입이 익숙해진 혜정이가 귓속말을 건넸다.
"응?"
"누워 보라고."
"왜? 위에서 하고 싶어?"
"응... 넌 아까부터 계속 너 하고 싶은 거 다 했었잖아."
"하하. 알았어. 잠깐만. 안겨 봐."
올라가고 싶단다. 자기가 하고 싶단다. 사랑하는 연인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가느다란 허리를 바짝 끌어안고 힘차게 당겨 자세를 바꿔 주었다.
여성 상위로 올라가자 혜정이가 내 배에 손을 딛고 온몸을 밀착하며 골반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격정적이고 강하게 하복부를 압박하는지, 내가 다 놀랄 정도로 큰 힘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으응!"
오르가즘 바로 직전에 삽입을 했는가, 혜정인 얼마 움직이지도 않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빠르게 움직이던 골반을 멈추고 전신을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흐윽. 으으윽! 으음."
"하하. 혜정아 왜 울어?"
"아 몰라..."
"괜찮아. 이리 와."
오르가즘을 느끼면 꼭 눈물을 흘리는 그녀였다.
토닥토닥 감싸 주며 천천히 마음이 진정되도록 달래 주었다.
이렇게 절정을 느끼고 나면 혜정이는 모든 빗장이 풀려 버린다.
그렇게 위생 샤워 강조하던 아이가 콘돔을 벗기고 정액이 묻은 녀석을 혀와 입으로 애무해 주기 시작했다.
"아~ 좋아. 너무 좋다 혜정아."
"흡. 추릅. 춥"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혀와 입으로 귀두 끝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그녀의 오랄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땀방울로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있던 혜정이가 다시 아이 컨택을 해 온다.
촉촉한 눈동자에 담긴 애정이 전해지는 거 같아 지금도 사랑해 미치겠는데, 더 정신없을 정도로 이 사람을 안고 사랑을 건네주고 싶어졌다.
대체 왜 참았을까?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을까?
이렇게 서로 좋은데 왜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는 걸까.
괜한 속상함이 느껴져 혜정이한테 돌아누우라고 말해 식스틴 나인 자세를 만들었다.
나를 위해 애써 주는 만큼 나도 그녀의 2회전을 위해 혀로 뜨거워진 질구와 항문을 애무해 주었다.
"으음. 으으음~"
"흠. 으음!"
우리는 오직 입으로만 2회전을 마쳤다.
단단한 식스 팩 위로 그녀의 보드라운 가슴이 눌려지고 귀두 끝과 단단한 기둥에 침이 흥건하게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적시기 시작했다.
"혜정아. 나 안 될 거 같은데?"
입에다 해도 좋다는 듯, 고개를 빠르게 흔드는 그녀를 보면서, 질 속 깊숙이 혀를 세워 입구를 간지럽혀 주자 그녀의 움직임도 빠르게 전해진다.
"하아. 아아. 으으음"
"웁. 우움"
아마 굉장히 괴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혜정이는 귀두 끝 한 방울이 다 빠져나올 때까지 고개를 빼거나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아 모든 걸 받아들였다.
"후우. 후우..."
"음. 으으음. 으음."
"어? 휴지 달라고?"
"으으응! 응! 읍!!"
"아. 화장실 문 열어 달라고? 잠깐만."
에퉤에퉤 세면대에다 기침과 함께 흰 애액을 뱉어 내는 혜정이를 보면서 오늘 밤 잠은 다 잤구나 싶어진다.
"아. 목에 조금 걸린 거 같애...."
"그냥 마셔도 된다니까?"
"싫어. 뭔가 계속 미끈거리는 느낌이 있단 말이야."
"하하. 이리 와 봐."
"음."
"왜? 힘들어?"
"설마. 또 해?"
"또 해야지. 이제 겨우 두 번인데. 아까도 그렇게 길게 하지도 못 했어."
"음..."
"아프면 그만하고."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새벽 아침이 되도록 우리는 사랑을 나눴다.
지난 한 달이란 공백을 되돌리고 싶다는 듯 끝내면 둘이 끌어안고 잠들고. 눈을 뜨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키스를 하며 가슴을 물고 엉덩이를 간지럽히며 삽입을 하고 그렇게 밤을 보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우리는 안방과 거실에서. 혜정이의 작은 침실 침대에서. 눈만 마주쳤다 하면 두 시간을 멈추지 않고 뒹굴며 서로를 탐닉했다.
"학 하아! 마하야 더 쎄게 박아 줘."
"너 안 아퍼?"
"괜찮아. 깊게 해 줘."
"이러면서 무슨..."
"뭐어?!"
사랑을 나누면서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잠자리를 최대한 피하려고 한 건, 내가 자기를 가볍게 볼까 봐서가 아닌, 본인이 나와의 관계에 있어 감정보다 섹스가 더 우선시될 게 걱정됐다는 걸.
그래서 고맙다.
나야 좋지. 더없이 내가 원하던 게 그런 거니까.
그러던 어느 날.
달이 바뀌고 크리스마스를 별 이벤트 없이 보낸 우리에게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다.
"음?"
"아니.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허허. 먹고 싶은 거라. 글쎄다? 뭐가 있을까?"
"초콜릿이 기본이긴 한데. 그래도 케잌이라든가. 다른 거 있으면 얘기 해 봐. 아이스크림도 괜찮고."
"이 겨울에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어. 배탈 나게."
"겨울에 아이스크림 많이들 먹어."
"뭐든, 니가 만들어 주는 거지?"
"어...?"
"아하하하. 왜 갑자기 난감한 얼굴을 하고 그래."
"내... 내가 만들어 주면 좋겠어?"
"만들어 주면 더 좋지. 분위기가 다르잖아."
"흠..."
마침 혜정이 생리 기간이 겹치기도 했고, 얘도 섹스 외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건넨 말 같았다.
개인적으로 단 걸 막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여자 친구가 정성껏 만들어 준다면 바닷물로 만든 초콜렛이라 하더라도 맛있게 먹어줄 수 있다.
"베이킹을 해 주고 싶어도. 집에 재료가 하나도 없어."
"그럼 나가서 사자."
"기어이 날 부려 먹으시겠다...?"
"하하. 옷 입어. 나갔다 오자."
"이 시간에? 밤 10시 넘었는데?"
"24시 마트 있어. 마침 집에 먹을 것도 떨어지는데, 어서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