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34화 (334/401)

나는 스스로를 믿는다 (9)

운동선수가 되고서 어디 가서 거들먹거리거나 잰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강하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솔직히 너무 좋았다.

이 큰 키. 육중한 몸통.

운동을 마치고 샤워 뒤 혼자 알몸으로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복근, 허벅지가 저게 진짜 내 몸이 맞는가 싶어지고. 왜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가 자신을 보면서 딸딸이를 쳤는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육체와 강인한 힘은 부와 권력 못지않게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니까.

난 이제 누구한테도 지지 않아. 내가 최고다. 세상에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은 없어.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환골탈태란 과정이 있었지만, 쉽게 얻은 일도 아니고 체내에 힘을 쌓는 훈련은 고스란히 노력이 동반되어야 했기에 이건 내가 이룬 게 맞으니까.

정말 힘을 믿었고. 강함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는데...

"떨어져, 떨어져. 스탠딩 다운."

"헉. 후욱... 아, 씨..."

"후우, 후우~"

"민구야, 스탠딩 다운이라고. 잠깐 비키라니까."

"예. 관장님."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던 내가 민구 형한테 배빵 한 대 맞았다고 숨이 막히고 전신에 기력이 빠지다니...

두 발로 서 있기 너무 힘들어 그물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관장님이 시합을 중지시키고 카운트를 세신다.

1, 2, 3. 당연히 10이 되면 지는 거겠지?

숫자가 올라가는 소리가 자존심을 도려내는 것 같다.

좆같은 기분에 어거지로 힘을 짜 벌떡 일어나 관장님을 향해 말했다.

"아니, 뭐라고 카운트를 세세요?"

"뭐긴 뭐야. 스파링이잖아. 시합 룰을 따라야지. 5, 6."

"저 괜찮아요!"

"하하! 그럼 다시 파이트 하시고."

후욱. 후우욱. 오케이. 다시 가자.

천천히 숨을 쉬니까 아픈 것도 좀 가라앉는 기분이 드네.

호흡을 고르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민구 형은 벌써 주먹을 움켜쥐고서 링 중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젠장. 오케이, 인정. 형 운동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나한테도 형 못지않은 과거의 시간이 있다고요.

"훅. 후욱!"

"방금 건 꽤 아팠어요."

"훅. 후우, 후우."

쓸데없는 대화는 할 필요도 없다는 건가. 집중력 최고구나.

하긴, 이 형은 운동도 운동이지만 성적으로 대학 왔지.

이런 상황이 아니어도, 원래도 민구 형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긴 했었지.

"아무튼, 다시 갑니다."

"훅! 어서 와라!"

어찌 보면, 아니, 어찌 볼 것도 없이 민구 형은 정말 좋은 선배님인 건 맞다.

어떻게 보면 복이기도 해. 이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도.

그런 만큼 진지하게 임해야지.

나도 긴장감을 높여야겠다.

이제 봐주고 자시고 할 건 없어.

선배님이긴 해도,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

사람이 맞았는데,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냐고.

주먹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민구 형을 바닥에 쓰러뜨릴 기세로. 지금까지 맞은 그 이상의 힘으로, 단순 계산으로 저 형이 100대를 때렸다면 나는 한방으로 그 모든 걸 갚겠다는 마음으로 덤볐다.

퍽!

그러나, 이번에도 맞는 건 나였다.

시원하게도 때린다.

젠장, 왜 이런 일이...

"헉! 헉!"

아니. 왜 안 피해지는 거지?

무엇보다 팔에 힘이 실리질 않아.

딜도보다 가벼우리라 여겨왔던 1kg 핑크 덤벨.

그 핑크 덤벨보다도 가벼운 200 몇 그램짜리 솜뭉치 글러브가 왜 이렇게 무겁냐고.

주먹을 뻗을 때마다 뭔가가 삼두근을 찌르는 것 같다.

다리도 몸도 그냥 다 무겁게만 느껴진다.

큰 키와 다부진 몸이 버거운 건 처음인데.

내가 힘이 빠진 건 아닐 건데.

퍽!!

근데, 왜 이렇게 맞냐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육상 세계 챔피언이자 스키 금메달리스트가.

그 운동, 그 노력은 다 어디 가고.

퍽 퍽퍽!

이렇게 쳐맞냐고...

"아! 젠장!!"

성질을 부리며 덤벼도 맞고, 눈치를 보며 주먹을 질러도 맞는다.

뭔가 이쯤 되니 내공을 아예 못 쓰는 사람이 된 거 같아.

그래, 그거다! 기에 구멍이 난 거 아닌가?

아무리 최근 운동을 안 했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몸이 무너지지...?

"헉. 허억, 헉!!"

"1분!!"

"둘 다 파이팅!!"

"구마하 힘내!!"

주변에서 뭐라 응원을 해 주든, 나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내 근육은 완벽한 게 아니었나? 나는 힘이 넘치는 사람 아니었냐고.

먼저 클럽에서 만났던 호주 유학생 여자애. 그래, 걔. 흑백 혼혈이었던 그 친구.

엄청난 글래머였어. 자기도 대학 오기 전까지 운동했다면서 근육도 여기저기 붙어있고, 키도 크고 허리도 통짜고.

몸무게가 70킬론가 그랬는데, 그런 상대도 가볍게 번쩍 들어 이리 박고 저리 박고 침대에 기대고 다 했던 나 아니었냐고?

그 힘은 뭔데? 그 체력 에너지는 뭐냐고?

아니, 민구 형 주먹이 뭐라고 날 이렇게 쓰러뜨려...?

"다시, 다운. 1, 2."

젠장. 또 카운트가...

일단 일어서야 해.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야.

땡!!

"오케이. 2라운드 종료."

"헉. 헉."

"헉. 후우. 마하야 일어설 수 있겠냐?"

"그럼요. 내가 누군데. 헉. 헉..."

"잡아라."

"됐다고요.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

"그래."

매정하기는. 사람이 됐다고 해도 한 번 더 물어보면서 어깨를 빌려주는 스포츠맨십이 있어야지.

에이 씨, 됐어. 스스로 일어서. 적에게 동정을 바라지 말라고.

아까는 스탠딩 다운인가 뭔가였지만, 지금은 제대로 몸이 쓰러진다운이라는 것도 자존심 상해.

정말 뭔가 엄청난 2라운드였다.

"어어...?"

젠장, 씨발. 이건 또 뭔...

코너로 돌아오는데 다리가 휘청거린다.

지랄을 하는구만. 아우, 쪽팔려...

"하하하! 그만할까?"

"아니요! 끝까지 해야죠."

"계속할 수 있겠어?"

"그럼요!! 저 아무렇지 않아요!"

"으하하! 근성 좋고. 오케이. 마지막 3라운드니까 끝까지 가봐."

"그런데요. 관장님. 저 왜 이렇게 맞죠?"

"이 친구야. 몸은 크고, 다리가 굳어 있는데 안 맞을 수 있나."

최두필 관장님과 짧게 시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관장님 표정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난 솔직히 자네가 이것보단 민첩할 거 같았는데..."

"그러게요. 요즘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저도 점점 몸이 무겁게 느껴지네요."

"후후후. 그래서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들 하는 거야."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이야기였다.

그런가, 내가 핑계를 대고 있구나...

어떤 힘겨운 순간이 와도. 숨이 끊어지고 근육이 터질 것 같아도 참으며 이겨 내 왔던 내가...

그저 경험해 보지 못한 운동이라는 걸 변명 삼아, 고작 2라운드 6분 뛰었다고 몸이 무거운 것에 핑계를 대다니...

그 순간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건, 술과 클럽 등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을 한 탓이고, 내공이 막힌 건 정순하지 못한 무분별한 섹스라이프로 음기와 양기가 뒤섞인 까닭이다.

"..."

"자. 들어 봐. 지금 말한다고 되진 않겠지만, 시합 중에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말고 발끝을 봐. 그럼 적어도 언제 공격이 들어올지 상대가 어디로 갈지 감은 잡을 수 있어."

"......"

"어이. 내 말 듣고 있어?"

"네? 아. 죄송합니다. 잠깐."

"하하! 뭐야? 맞는 데는 자신 있다면서? 설마 벌써 얼이 빠진 거야?"

맞는 건 그런데요...

관장님. 스스로 놔버린 방탕한 삶을 마주하는 건 자신이 없네요...

몸이 무거워진 것에 대해선 진짜 한마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땡!

"오케이. 마지막 3라운드."

"...네."

"왜 이래? 기운 빠져 보이는데 진짜 할 수 있겠어?"

"아. 그럼요. 끝까진 가야죠."

"그럼 눈빛에 힘 빼지 말라고. 아무리 스파링이래도 기세가 꺾이면 지는 거니까."

기세가 꺾이면 안 되지.

이 상황에 경기까지 포기하면 그거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거니까.

맞다 이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는 가야지 않겠나.

"후우. 후우."

"좀 쉬었냐?"

"네."

"힘들면 얘기하고 그만해도 돼."

"그럴 리가요."

이 형도 알면 알수록 신기해.

냅다 설명도 없이 주먹부터 찌를 땐 언제고 저렇게 걱정하는 표정을 하고 있냐...

"진짜 괜찮아요. 끝까지 가요."

"그래. 해 보자."

그렇구나! 알았다.

원래 민구 형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거야.

성남을 갔다 왔다고 했잖아.

그래. 이건 민구 형의 생각이 아니야.

이건 다 어느 위대하신 고깃집 사장님의 작전이지.

그러니까 민구 형도 가타부타 설명하기보단 일단 몸으로 밀어붙인 거지. 운동하는 사람들 다 그러니까.

"후욱 후우."

민구 형의 등 뒤로 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지긋지긋한 구마윤의 환각이 내게 말을 건넨다.

'까불지 마라. 세상엔 너보다 강한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무림에선.'

워워, 진정해.

아무리 그래도 무림 이야기까지 내가 생각할 필요 없잖아.

"훅."

"!!"

무엇보다 잡생각에 빠지면 또 처맞는다.

민구 형은 여전히 안정된 스텝으로 잰발을 딛으며 얼굴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원 투 원 투, 왼손 오른손 이어지는 공격 패턴도 자꾸 당하다 보니까 조금은 알겠다.

집중해. 집중해라.

아까 관장님이 뭐라 그랬지? 발끝을 보라고 했었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민구 형은 나보다 아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적어도 이 사각 링에선 저 형이 나보다 하이 클래스에 있다.

이쪽은 유단자니까. 초보는 나야.

그러니까 맞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당연한 과정이라 여기며 다음을 준비해.

"훅! 훅!"

또다시 원투 펀치.

맞아가며 하나씩 몸이 깨우친다.

주먹이 오는 패턴도 그렇고 타이밍도 그렇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드를 올리고 있으면 타격이 심하진 않다.

퍽. 퍽!

"그렇지! 팔 더 바짝 붙이고!"

제대로 방어했는지. 처음으로 뒤에서 최 관장님의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케이. 이 정도면 괜찮아. 맞을 만해.

말 그대로 이건 솜뭉치니까. 솜 덩어리로 팔뚝 때려 봐야 여자들 엉덩이나 가슴 찰싹거리는 느낌 정도라고.

"좋은데?"

"훅. 훅."

"뭔가 자세가 단단해졌어."

"고맙습니다."

정감 있는 대화에 흔들리지 말고 시합에 집중하자.

무엇보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해.

이렇게 가드를 올리고 있으면 형은 또다시 아까같이 배를 노릴 거다.

그럼. 그때는.

"훅!!"

역시 생각이 맞았어!

발을 뒤로 빼면 펀치가 닿질 않는다.

이번엔 제대로 가드하고 펀치를 피했다.

그것 봐. 할 수 있잖아.

뭐가 됐든 포기할 수 없어.

받아들인 이상 그것은 내 경기니까.

다시는 포기하지 않겠다던 각오를 잊지 말라고.

"훅!!"

"오오~!"

"좋았어. 그렇게 하는 거야!"

민구 형의 공격이 실패한 틈을 노려 주먹을 찔러 봤는데, 생각만큼 제대로 때리지는 못한 거 같다.

그래도 위협적인 펀치긴 했는가, 처음으로 형이 내 앞에서 거리를 두며 간격을 재고 있다.

"이야~ 마하야. 방금 진짜 좋았다."

"헉. 헉. 그럼 그냥 맞아 주시지..."

"뭐?"

"아니요. 고맙습니다."

이 와중에 칭찬 들었다고 그새 기분이 좋다니.

저 형 나 줘팬다고 여기 끌고 온 사람인데, 뭐가 좋다고 실실거리는 거지?

하하하. 난 진짜 어쩔 수 없는 놈인가 보다.

칭찬을 해주는 민구 형도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방금 공격은 위협적이었다는 뜻이겠지.

저쪽 코너에 붙은 정 사장님이란 분도 형한테 맞으면 크게 다친다고 깊게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다.

그래. 이런 거야. 스포츠는 이런 매력이 있었어.

포기할 거 같은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게 해 주는 마력이 있다고.

그 향기에 취해 근성을 갖고 여기까지 왔잖아.

끝까지 가자. 이제 2분도 안 남았을 거야.

나태한 습관 때문에 더는 강인한 육체를 부끄럽게 만들지는 말자고.

나는 원래 강한 사람이니까.

* * *

남은 시간 동안도 구마하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시합을 진행했다.

배워가며 깨닫는 것을 하나씩 몸으로 습득하며 바로바로 응용해 실천한다.

자세가 커지면 낭비되는 힘이 있으니, 몸을 바짝 조이고 주먹을 붙여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게 아닌, 기회를 노리고. 없다면 올 때까지 버틴다.

다리가 멈추면 움직이기 더 어려우니 가볍게 제자리 스텝이라도 뛰는 게 낫지 않겠는가?

되든 안 되든 일단 고개를 이리저리 피하는 시늉이라도 해 보는 게 맞더라도 덜 아프다.

그런 구마하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최두필 관장과 회원들.

취미와 업으로. 오랜 세월 복싱을 사랑해 오고 즐겨 온 사내들의 눈빛에 감탄이 어리기 시작한다.

"대단하긴 하네요."

"그러게."

"진짜 국가 대표가 다르긴 다르구나..."

"괜히 동·하계 금메달리스트겠어."

최 관장이 보기에도 그것은 믿기지 않는 재능이었다.

한 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는 선수라니.

1라운드에서 어정쩡하던 두 다리가 2라운드에선 스텝을 밟고 3라운드에 와서는 리듬을 탄다.

주먹은 어떤가, 자세는 또 어떤가. 펀치의 위력은 어떤가.

아마 한 라운드를 더 진행한다면 양민구를 상대로 KO를 뺏을 수도 있을 것이다.

"끝나네요."

"음..."

빨간 숫자가 00:10을 알리며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들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다.

시합을 더 보고 싶어도 종소리가 울리며 비공식적인 구마하의복싱 나들이가 끝났다.

땡!!

"오케이, 거기까지!!"

마지막 3라운드가 끝나자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쳐 준다.

머리카락 끝까지 땀으로 젖은 양민구와 구마하 두 사람이 헤드기어를 벗으며 서로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후우."

"허억. 괜찮냐?"

"네. 형은요?"

"난 뭐. 괜찮아."

구마하도 후련한 마음이었다.

비공식적이지만, 정말이지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패배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

이 분함. 이 답답함.

그래서 더 강해지고 싶다는 갈망이 느껴지는 이 감정을.

"마지막은 무섭던데?"

"계속 맞고 있을 순 없잖아요."

"아까는 잠깐 의기소침해 보였는데."

"더는 맞기 싫어서 각성을 한 거 같아요."

"하하하하!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자신을 대하는 양민구의 태도만 보더라도 구마하는 그가 내가 싫어서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뭔가 해 주고 싶었지만 답을 모르던 상황에서 친형이 답을 알려 줬다.

타인의 관계에선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었기에, 오히려 이제 와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형, 고마워요."

"뭘. 됐어."

"근데 아까는 좀 아프긴 했어요."

"하하하! 뭐가?"

"아까 그거 2라운드 시작하고 배 한 대 팍 맞았을 때."

"아까도 그러더니. 진짜 아팠나 보구나."

"들었어요? 대꾸 안 하시길래 못 들은 줄 알았는데."

땀을 흘려 그런가, 아니면 소중한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걸 느껴 그런가, 구마하는 다시 착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안쓰러워지는 양민구였다.

방황하는 후배를 잡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포악한 방법을 썼다는 것에 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 사장님네 가서 맥주 한잔 하고 갈래?"

"술 마신다고 혼냈으면서?"

"형이 사 주는 건 괜찮아."

"차는요?"

"대리 쓰지 뭐. 회사 카드 있잖아."

두 사람이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는데, 최 관장과 기타 회원들이 머뭇거리며 주변을 맴돈다.

구마하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하하! 같이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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