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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338화 (338/401)

도전자 (3)

다음 날.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을 수행하며 오늘도 수업 마치면 운동 갈 생각에 들떠 있는데, 오후쯤 최두필 관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쩐 일로 연락을 다 주셨나 했더니, 건물 윗층 수도관이 터지는 바람에 체육관이 물바다가 됐단다.

"아이고. 관장님은 괜찮으세요?"

"난 문제 없는데, 아우. 짜증나 죽겠다. 가뜩이나 여기저기 곰팡이 그득그득한데 저걸 다 어째야 하는지..."

"그럼 운동은 좀 쉬어야겠네요?"

"그러니까. 빌어먹을. 건물주한테 얘기는 했으니까, 공사 끝날때까지만 좀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줄넘기 빡세게 하고 있을게요."

"너무 땀 빼지 말고. 그러다 살 빠진다."

"빼야죠. 관장님. 저 현역 땐 80도 안 나갔다니까요?"

"90에 맞춰, 90에. 너무 뺄 필요도 없어. 어렵게 찌웠는데. 너 살도 안 찌는 놈들은 죽어라 먹어도 안 찐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복싱은 역시 헤비급이죠."

체구가 작은 사람의 큰 몸에 대한 선망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 관장님도 그런 면에서 헤비급 복서에 대한 열망이 있으신 거겠지.

아무튼, 어쩌다 보니 오후 스케줄이 비었구먼.

운동 가고 싶었는데, 뭘 하면서 저녁을 보내려나.

"일단 술은 아니고. 그건 진짜 아니고."

얼마 전부터 익범이가 후배들 데리고 한잔하자고 했지만, 겨우내 자리 잡힌 습관을 부수고 싶지는 않아 그건 미리 단념하고.

역시 운동을 해야지.

내공이 차오르는 이때 몸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

보자. 운동이라. 어디서 하나?

학교에 있으면 여기저기 또 달려들 테니 학교는 아니고.

마포 집이면 한강으로 가면 되지만... 신촌에선 은근 귀찮고.

체단실을 가자니 선수 아니니까 그것도 눈치 보이고.

"그렇구나. 이렇게 보니까 내가 맘 편하게 운동할 데가 없구나."

지방이면 작은 체육관 하나 전세 내도 되지만, 현역도 아닌데 그럴 필요는 없을 거고. 세계체육관은 복싱 전문이라 기구나 이런게 조금 미흡하다.

"흠..."

"HI~! MAHA~"

"어? 뭐야? 누구야?"

운동에 관한 여러 가질 고민하고 있는데 활기찬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눈빛 초롱초롱하고 귀엽게 생긴 통통한 외국인 아가씨가 손을 흔들어준다.

"어~"

"학교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그러게. 반갑네."

누구지? 누군데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거지?

내가 학교에서 아는 외국인이 있었나?

"수업 들으러 가는 거야?"

"아니. 채플."

"아. 채플."

기억해라. 기억해. 목소리가 팬이거나 싸인해 주세요가 아니야. 아는 사람인데, 근데 얘가 그러니까...

저 몸이. 저 가슴과 허벅지가... 거기다 외국인이면...

"엘레나는 채플 재밌어?

"응! 우리 집안은 카톨릭이기도 하고."

휴우 맞네. 엘레나. 간신히 기억해 냈다.

남미에서 왔다는 친구였지.

어학원 거쳐서 완전히 유학생으로 학교에 들어온.

먼저 클럽인가 어디선가 만났었어.

그리고 잤지.

"마하는 여기서 뭐해?"

"아. 오후 스케쥴이 취소돼서 뭘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

"수업은?"

"교양이 있는데, 이미 출석이 오버돼서 지금 들어도 뭐..."

"하하! 그게 뭐야. 수업은 꼭 들어야지."

"나는 다양한 사정이 있으니까."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몸은 얼핏얼핏 인상이 있지만 사람이 다가오니 뭔가 난처하네...

아니. 먹고 버린다 이런 게 아니라, 기억이 너무 뒤죽박죽이 되어 있어.

일부러도 뒤탈 없는 사람들만 만나느라 외국인들을 상대했었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한국말 좀 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거진 우리 학교 어학당 출신이라고 봐야 한다.

"근데 왜 혼자 있어?"

"나? 나 자주 이렇게 있는데."

"정말? 마하는 친구 많을 거 같았는데."

"에이 아니야. 다들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하지. 누가 다가오거나하지는 않더라고."

"신기하다. 한국 친구들은 마하 얘기 많이 하던데."

"진짜? 누가? 누군데?"

"한국 친구들. 남자들."

그럼 관심 가질 거 없고.

아무튼 이렇게 된 거. 마침 시간도 비었고. 저녁에 따른 약속은 없어.

마침. 오늘은 민구 형도 봉사활동 알아본다고 못 온다고 했으니까.

완전 프리네?

"엘리 어디 산다고 그랬지?"

"나? 기숙사."

"으음. 그렇구나."

"왜?"

"아니. 채플 끝나고 시간 되면 집까지 데려다줄까 해서."

역시. 척하면 딱하고 돌아오는 라틴의 여자.

그 짧은 대화에 엘레나의 눈빛이 야릇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마하네 집은 어디야?"

"나 여기 앞에."

"맞다. 그때도 학교 앞에 산다고 그랬었어."

"맞어. 기억하는구나."

젠장. 별 얘기를 다 했구나.

이렇게 되면 내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끌어들일 수밖에.

"오늘 약속 없으면 우리 집에서 맛있는 거 먹을까?"

* * *

엘레나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배달 음식을 먹고 어떻게 저렇게 꽁냥거리다 침대에 누워 섹스를 시작했다.

엘레나도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갖춘 뒤 브라를 벗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보드라운 가슴이 다 벗어 내지 못한 브라 끝에 걸쳐 흔들리는데.

뭔가 기억이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도 두 사람 정도가 헷갈리고 있었다.

구마하 소세지를 핥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엘리."

"음~ 으으음."

"엘레나?"

"응? 왜?"

보기와 다르게 너무나도 익숙한 자세로 오럴 섹스를 해주는 그녀.

그래. 이런 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게 누군지...

"왜? 별로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뭔가 너무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대충 떠보는 식으로 정체를 파악하는데. 아뿔싸. 멕시코에서 온 건 카트리나라는 다른 애고 얘는 콜롬비아에서 왔단다.

아아~ 그럼 그때 걔가 어. 그래. 애널에 한 건 얘가 아니구나.

술에 취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근데 그걸 지금 갑자기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설마... 마하. 카트리나랑도 잔 거야?"

"아니. 아닌데."

"..."

"저기, 밑에도 해 줄 수 있어?"

빠른 화제 전환을 위해 단단한 기둥을 들어 보이는데, 고환을 애무해 주는 게 아니라 물어뜯을 것 같은 사나운 표정으로 올려다 본다.

"미안. 솔직히 말하자면 둘이 닮았잖아."

"하나도 안 닮았어. 나는 헤어가 갈색이고 카트린은 블론드야."

"너네도 한중일 동양인들 비슷하다고 하지 않나?"

"난 정확하게 구분하지. 한국어를 이렇게 하는데."

일단 하던 거 계속 하자는 식으로 침대에 다가가 그녀의 브라를 벗기고 팬티를 내리니 천천히 엉덩이는 들어 주는데.

"정말 실망이야..."

"엘리, 마이 러브."

"유치해! 한국 남자는 그런 말 잘 안 한다고!"

몰라. 아무튼 이제 다 기억이 났으니까 안심하고.

자세를 바꿔 애무를 시작하자 씩씩대던 숨소리가 나른한 신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으음~"

그러다 또 뭔가 분한지 엘리가 벌떡 일어나 배 끝을 꼬집는데 아파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벌에 쏘인 개처럼 조용히 끙끙 리는 수밖에 없었다.

"Play boy인 건 알았지만..."

"스포츠 선수라는 뜻이지? 플레이는 스포츠에서도."

"씁!"

"아! 아퍼."

"건드리지도 않았어!"

이렇게 맨정신에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상대와 섹스를 하고 있자면. 여자 손 한 번만 잡아보고 싶어 전전긍긍하던 그때의 나는 어디 갔을까?

어느새 이렇게 됐구나.

손 한 번. 가슴 한 번. 진짜 죽기 전에 섹스 한 번만... 간절히 바라던 나였는데.

"여자 친구도 아니니까 더는 뭐라고 못 하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야, 마하. 선은 지켜."

"알았어."

"..."

"진짜로 알았다니까."

또 한 번 배를 한번 세게 꼬집한 엘레나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리틀 구마하를 열심히 빨아 주기 시작했다.

"으음. 음~! 춥, 추웁!!"

이 사람 저 사람 만났다는 것에 여자의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까까진 부드럽게 할짝할짝거리던 혀와 입술이 급격히 춥춥거리며 나를 빨기 시작했다.

입에서부터 흘러나온 침 뭉치가 사타구니를 축축하게 적시며 그녀의 목선을 타고 흐른다.

근데. 확실히 술 끊고 운동을 시작하니까 반응이 오래 가는구나.

"춥. 추릅. 음. 으음!"

여자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겠다는 듯 격렬하게 목을 흔들던 엘레나도 슬슬 지친다는 듯 리틀 구마하를 문 채 애절한 눈빛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아쉽네. 입에서 한번 빼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오늘 섹스는 진짜 끝이 안 나겠지?

"엘리, 컴 온."

"응! 응!"

엘레나는 누가 보더라도 통통한 살집과 엉덩이. 그리고 보드라운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무게 좀 치는 힘이 없다면 아마 두 다리를 양손으로 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몸이기에.

"아아~ 하아~~"

섹스에서 오는 감촉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게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을 전해 준다.

"헉, 헉. 하아!"

피스톤 운동에 속도를 가할수록 물풍선을 내려놓은 듯한 보드라운 가슴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한쪽 가슴을 살며시 잡아 보는데, 손가락 끝. 가슴과 배가 닿는 곳에 땀이 송글히 맺혀 있는 데 본인도 그걸 아는지 괜한 쑥쓰러움에 머리를 가져가 표정을 감추는 엘레나.

"왜?"

"으음. 그러니까 내가 샤워하고 하자니까..."

"괜찮아, 예뻐."

보통 본 경기가 시작되면 피스톤 운동에 맞춰 달아오르는 상대 방의 표정을 보는 걸 즐기는 편인데, 엘레나는 얼굴이 아닌 가슴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아~ 마하. 하아~ 하아~"

이제는 내가 가슴 좋아하는 걸 아는지, 엘레나가 두 손으로 양쪽 가슴을 가운데로 모아 주고 있었다.

시각적인 즐거움이 더해지는 기쁨에 허리를 바짝 당겨 깊이감을 더했다.

"헉! 허억!"

그녀의 하복부와 골반을 내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은 상태로 빠르게 속도를 올리자 엘레나의 입에서도 점점 더 깊은 신음이 올라왔다.

"헉, 허억, 컴. 컴!!"

만족스런 섹스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그녀의 머리칼을 넘겨 주며 물었다.

"아까 그런 거 물어본 건 다른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실수한 건 없나 해서."

"음. 먼저는 조금 일방적이긴 했었지."

"그러니까. 그때는 내가 스트레스랑 이것저것 때문에 방황하고 있었거든."

"왜?"

"그냥 여자 친구랑 헤어진 것도 있고."

"그래서 연애는 안 하는 거야?"

"흠. 연애는 조금 무서운 게 있지."

"설마, 그 모델?"

"아니야. 그 사람은 친구고."

"그녀랑도 했지?"

"하하하! 누가 남미 사람 아니랄까 봐."

엘레나도 매혹적인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스페인어로 자신을 라틴 아메리카나라고 소개했다.

"남미 사람들은 좋겠다. 언어가 다 비슷하니까."

"흠. 거기엔 깊게 들여다보면 결코 밝다고만 할 수 없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너는 백인이잖아. 유럽 혈통 아니야?"

"그렇긴 하지."

"남미에선 무슨 운동이 유명해?"

"우리는 당연히 축구지."

"하하. 아, 맞다. 남미는 축구가 있지."

"그리고. 복싱이랑 야구도 생각보다 많이하고."

"복싱?"

남아메리카, 다른 말로 라틴 아메리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엘레나가 즐거운 표정으로 다양한 고향의 풍경에 대해서 알려 주는데. 나한테는 복싱에 관한 주제가 관심이 생긴다.

"오~ 그래?"

"응. 라틴 남자들은 마초 기질이 강해서 꼭 운동선수 아니어도 집마다 마당에 샌드백 설치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어."

"미국도 그러던데. 미국은 짐마다 복싱 시설을 헬스장과 공통으로 갖추고 있는 곳이 많았지."

"미국은 돈이 많잖아."

"그럼 유명한 복싱선수도 많겠다."

"엄청 많지.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고. 멕시코도 있고. 아르헨티나."

"오오~"

"라틴 남자들은 강하다는 것에 열광해. 단순해."

동네 체육관만 하더라도 일반인에선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내공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곳은 대체 얼마나 강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일까...

"우와..."

"왜?"

"그냥. 신기해서."

역시 세계는 넓다.

강한 사람은 정말 많다.

하루라도 빨리 우물 안에서 빠져나오길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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