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45화 (345/401)

형제는 용감했다 (3)

"구마하, 저놈이 난 놈은 난 놈이네그려. 저 많은 기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나. 난 보고만 있어도 눈이 번쩍거리는데."

"하하! 관장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외국 나가면 더 달라붙어요!!"

"얼씨구, 그 스타에 그 매니저 아니랄까 봐... 야, 근데 진짜로 내 기사도 나오는 거냐?"

"그럼요! 당장 내일부터 방송국에서 체육관으로 취재 온다고 했다니까요!"

"미치겠구만... 그 거지 굴 같은 곳을 어떻게 보이라고... 아이고, 돌겠네 진짜..."

"아하하하! 관장님."

복싱으로 전향. 국가 대표 선발전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

구마하의 일상이 또다시 커다란 변곡점을 그리고 있었다.

기자들도 예전과 달라진 그의 인터뷰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올림픽에도 출전하는 겁니까?"

"네! 갑니다!"

"이야~! 그럼 구마하 선수는 아테네부터 시작해, 토리노, 베이 징까지. 전부 새로운 종목으로 도전을 이어 가는 거네요?"

"넵!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마하 선수, 대체 복싱은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건가요?"

"아, 그거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한 번도요. 먼저 기자 회견 열었을 때도 ‘이제부터는 복싱을 하려고 합니다’라고만 했지, 동기가 뭔지는 얘기를 안 했는데요."

"하하! 민구 형!! 형? 어딨어요?"

구마하의 부름에 멀리 최두필 관장과 있던 양민구가 다가왔다.

"왜?"

"일단 같이 사진 좀 찍어요."

"야, 날 왜 찍어. 난 그냥 매니전데."

"일단 찍어요."

양민구는 관심이 버거워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구마하는 부끄러워하는 그의 어깨를 당당히 끌어안으며 답한다.

기자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양민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오. 이분은 누구세요?"

"제 선배님이시고요. 그리고 절 복싱의 길로 이끌어 주신 분이십니다."

"방금 매니저라고 하시던데."

"네! 제가 좀 나태한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때 우리 매니저 형이 말도 없이 체육관으로 절 끌고 가서."

"에이! 에이! 야!! 너 지금 뭔 소리를 하려고?!!"

"왜요? 그냥 다들 복싱 왜 시작했냐고 묻길래."

"자. 자! 그만! 그만들 하시고!!"

"하하하! 뭔데요? 말씀해 주세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마하 시합 마친 지 한 시간도 안 됐어요.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양민구의 다급한 중재로 우승 기념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좋은 얘긴데..."

"미쳤냐!! 야, 나 돌 맞어!!"

인터뷰 다음엔 시상 순서가 다가왔다.

모든 선수가 체육관에 모여 체급별로 우승 트로피가 수여된다.

구마하도 헤비급 선수들과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우승자의 자격으로 제일 앞에 자리한 그에게 같이 싸운 선수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를 건넨다.

"축하해요. 잘 하셨어요."

"아. 고맙습니다. 얼굴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원래 그런 건데요 뭐."

"다음 순서입니다. 남자 헤비급 우승. 고양 세계체육관 소속.

구마하."

"다녀오세요."

"네! 고맙습니다."

한국 복싱 연맹 총재에게서 트로피를 수여받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른 선수와 복싱 연맹 관계자들도 구마하의 우승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모두가 만족하는 얼굴로 박수를 쳐주고 있다.

한국 복싱 헤비급 선수층이 얇은 문제도 있지만, 그만큼 구마하는 압도적인 경기 내용으로 모두에게 그의 힘을 입증시켰다.

* * *

시상 후 구마하와 동료들을 복싱 연맹 총재가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태릉이요?"

"그럼, 이제 국가 대표니까. 올림픽 전까지 국내, 해외 많은 아마추어 대회들이 있네. 자네는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하니까 함께 하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 전 그냥 관장님이랑 계속 운동하려고 했는데요."

"왜?"

"그게... 태릉에서 복싱은 처음이기도 하고."

"애초에 자네가 태릉이 처음도 아니잖아."

"그렇지만... 다른 종목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요."

"하하!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봐 두렵나? 하지만 그건 그쪽 이야기고, 우리는 이제 우리 이야기를 해야지. 안 그래?"

"아. 네..."

"최 관장이 잘 이야기해 보고."

"예. 선배님. 걱정 마십쇼. 들어가세요."

"그래. 아이고, 참. 장하다, 장해. 하하하! 이런 인재가!! 한 번만 더 안아 보자!! 으하하하! 최 관장도 수고했어."

양아버지 천병욱 전 전무 이사가 그랬듯, 복싱 연맹 어른들도구마하를 잃어버린 자식 대하듯 안아 주고 등을 두드려 주며 응원을 건넸다.

"뭔가 나만 이긴 것도 아닌데, 다른 선수들 보기 괜히 민망하네요."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 되지."

"그래, 이놈아. 대우받으면 좋지.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저 양반들이 원래 저렇게 살가운 성격들이 아니에요."

"후우. 아무튼 태릉이라..."

"맞다. 너 왜 태릉을 가기 싫다는 거야? 남들은 가지 못해 안달인 곳인데."

"...뭔가 그냥. 아, 태릉 하면 그런 게 있어요."

"왜? 뭐가 있는데?"

"그래. 누가 너한테 눈치라도 주디? 밥 많이 먹는다고 지랄해?"

"그런 건 아닌데요..."

"아니면 아까 말했던 원래 종목 선수들 눈치 보여서?"

"그건 그냥 한 말이었고요."

승리냐 패배냐. 구마하는 승리를 택하며 갈등을 벗어던졌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포츠계를 떠나야만 했던 아픔을 잊지는 않는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 그 모든 것을 총집합해 놓은 곳이 바로 태릉 대한민국 국가 대표 선수촌이었다.

"태릉은 꼭 뭔가 해내야만 한다는 그 압박감이 싫어서..."

"당연한 거지!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거 아냐!!"

"그런 거 아니어도. 어디서든 잘 할 수 있잖아요..."

"군소리 하지 말고 짐 싸. 어른들이 하는 말도 틀린 소린 아니야.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덴 연습보다 시합이다!"

"너, 또 육상 때같이 막 휘둘릴까 봐 그래?"

"육상에선 선수를 휘두르냐?"

"마하가 그런 걸로 스트레스 많이 받았거든요. 이상한 행사들다 얼굴마담하고 돌아다녔다 그러고."

"뭐, 꼭 그런 거 아니어도.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태릉? 굳이? 같은 마음이 있어서."

"뭔 헛소리야? 그럴 거면 이런 대회를 나오지 말았어야지. 국가 대표 선발전이었는데."

"흠. 관장님. 마하 말은 그게 아니라 태릉을 안 가도 운동은 계속할 수 있다는 거 같은데요."

"어디서?"

"관장님이랑요."

"왜 민구 너까지 그러냐? 난 그냥 한물간 동네 체육관 주인일 뿐인데."

아테네 갈 때도 학교에서 운동을 했었고, 스키는 애초에 태릉에서 뭘 할 시스템이 없었다.

아무튼, 말이 길어지다 보니, 보다 더 자세한 논쟁은 추후 하기로 결정하고. 지금은 서울까지 먼 길을 떠나야 했다.

양민구가 운전대를 잡고 구마하와 최두필 관장이 뒷좌석에 앉아 트로피를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트로피가 엄청 현란하네요. 로케트도 아니고. 5단. 리본에 뭐에."

"육상은 이런 거 없어?"

"육상은 메달만 줬죠."

"육상도 트로피 있어. 애들은 줘."

"그래요? 전 어릴 때 운동을 못 해 봐서."

최두필 관장이 트로피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구마하 쪽으로 슥 밀면서 말했다.

"아무튼 이런 플라스틱 쪼가리여도. 우승 트로피니까. 집에다 멋지게 장식해 둬라."

"네? 체육관에 안 두시고요?"

구마하의 질문에 최 관장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진다.

"끽해 봐야 한 달 가르치고 트로피 받으면 남들한테 욕먹어."

"..."

"갖다 놔. 그리고 고집부리지 말고 몸 회복되는 대로 당장 태릉으로 가, 이놈아."

"아, 그 얘기는 왜 또..."

"뭐가 왜 또야. 아까 하던 이야기는 마저 해야지. 태릉은 우리 나라 최고의 코치와 시설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으로 가야 성장을 하는 거다."

"관장님도 최고시잖아요."

"하하! 이놈아. 나는 그냥 옛날 사람일 뿐이고."

"아니, 왜 그렇게 절 보내려고 하시는데요?"

그거야 당연히 더 데리고 있다간 놔주기 싫어질까 봐 그러지...

무뚝뚝한 사내는 그런 속마음을 꾹 숨기며 퉁명스레 이야기를 이어 간다.

"애초에 너랑 나는 체급도 달라. 훈련 내용도 다르고. 좋은 곳을 가야 더 좋은 걸 배우고."

"태릉이라고 뭐 헤비급 코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수층이 그렇게 얇은데 코치라고 제대로 된 사람이 있겠어요?"

"허 참, 나. 이놈이 왜 자꾸 아까부터 말대꾸를..."

가만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는데 뒷좌석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양민구가 끼어들었다.

"왜 다투고 그러세요. 마하, 너도 관장님한테 버릇없게 왜 그래."

"안 간다는데 자꾸 보내려고 하시니까 그러죠."

"니놈 잘 되라고 하는 거잖아!"

"그럼 지금 체육관에 들여놓은 시설은요? 산지 아직 한 달도 안됐는데요? 쇠봉에 철 냄새도 안 빠졌는데?"

"돈도 많은 놈이 쫌생이같은 소리 할 거야!!"

"민구 형, 형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나도 뭐. 태릉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민구 이놈은 역시 상식이 통하는구만."

"그치만, 관장님. 마하니까 또 그런 상식을 벗어나는 생각이 있는 거 아닐까요? 어디서든 잘 하잖아요."

"잘 하는 거 알지. 근데, 당장 내일부터 달려드는 기자들은 어떻게 할 건데? 사람들도 올 것이고. 운동하는 놈들도 위층 기웃기 웃거릴 건데. 니놈들, 그런 데서 어떻게 운동한다는 거야? 집중이 되겠어?"

답답한 속내가 긴 콧김으로 빠져나간다.

여러모로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따르는 건 알지만, 딱히 태릉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처음 아테네에 갈 때도 그랬고, 토리노도 그랬었다. 심지어 작년 도하 아시안 게임은 다른 선수들까지 외부에서 훈련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뒀다.

물론 태릉이 선수에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시해 주는 건 맞지만. 중요한 건 의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우..."

"한숨 좀 그만 쉬고."

잘 맞을 땐 그렇게 끈끈하게 훈련하더니, 다툴 땐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좋은 날 좋은 순간 괜히 분위기가 험악해지지 않게 양민구가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들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까 마하야, 너 메달은 다 어딨어?"

"무슨 메달요?"

"올림픽에서 받은 메달 같은 거. 집에도 안 보이던데."

"아. 그것들 다 형네 집에 있어요."

"그렇구나. 형님 좋아하시겠다."

"가게에 걸어 놓으라고 하는데. 그건 또 싫은지, 그냥 방에 놔둔 걸로 알고 있어요."

"관장님은 메달 받은 거 어떻게 하셨어요?"

"우리 집 들어가면 거실 중앙에 떡 하니 걸려있지."

"멋있겠다."

"멋있긴. 그래 봐야 아시안 게임인데."

"그런 게 어딨어요. 국제 대횐데."

"야 인마, 나는 연금도 못 받어."

"하하! 그렇게 따지면 저는 뭐 있나요."

"형은요?"

"난 학생 때 받은 게 전부라. 고향 집 내 방 책장에 있어."

"액자 같은 건 따로 안 했냐?"

"어렸을 땐 부모님이 해 주셨는데요. 대학 오고 은퇴하니까 그냥 두시더라고요. 지금은 먼지만 쌓여 있어요."

"그래도 버리거나 하진 마라. 다 의미가 있다."

"그럼요. 어디다 자랑은 못 해도 제 자부심은 채워 줘요."

양민구의 노력에 태릉 이야기는 잠시 일단락되었다.

구마하도 다시 트로피를 만져 본다.

"형, 우리 지금 서울 가면 성남 지나죠?"

"지나지. 왜?"

"몇 시쯤 도착해요? 서울?"

"보자. 지금 시간이면. 밤늦게 아닐까?"

"흠. 저녁을 먹어야겠는데."

그러고 보니 형한테 연락이 없었다. 기사가 그렇게 났는데 복싱하는 걸 모르는 걸까?

그동안 대회에 집중하느라 따로 전화도 못 하다 보니 서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구나.

하긴 형도 바쁘겠지. 신혼에, 원래도 바쁜 가게. 연말이다 송년회다 손님들 밀어닥치니까.

"그럼 우리 형네 잠깐 들렀다 가요."

"지금 가도 돼?"

"그럼요. 저 원래 우승하면 형네서 파티하는 게 코스였거든요."

"오~ 그래?"

"형님이 무슨 식당을 한다고 했었나?"

"고깃집이요. 관장님 한 번도 안 가 보셨죠? 형은 먼저 갔었죠?

밥 먹고 왔어요?"

구마하가 신이 나서 친형 자랑을 시작했다.

최근 결혼했는데 형수님도 좋은 사람이다.

양민구도 구마하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답한다.

"관장님, 마하네 형님 진짜 잘 생겼어요."

"그래? 이놈보다?"

"아이... 관장님. 제가 마하 매니저지만 그건 비교가..."

"와, 민구 형... 배신감... 어떻게 나한테..."

"뭐. 아니, 이건 사실이잖아."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긴 하죠..."

"그래? 뭐 연예인 같이 생겼는가?"

"연예인보다 더 잘 생겼어요."

"허허. 그런 외모로 왜 식당을 하고 있는 거야?"

"진짜로요. 저도 보면서 엄청 놀랬어요. 실물로 보면 말도 잘 안 나와요."

"생긴 것만 그렇고, 알고 보면 되게 꽉 막힌 인간이에요."

투덜투덜 속내와 다른 감상을 내비치지만, 구마하의 마음속은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는 형제의 모습으로 행복함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밤 7시 40분, 안 막히면 이상한 경부선 안성 신갈 판교를 지난 일행들은 꾸역꾸역 교통체증을 참아 가며 성남 단대 오거리에 도착했다.

"저 길로 가야 되지?"

"네. 와, 배고파..."

"아니, 넌 아까 휴게소에서 그렇게 먹어 놓고 배가 고프냐?"

"관장님, 저 원래 운동 끝나면 미친 듯이 먹어요."

"허허~ 건강한 게 최고다."

주린 배를 일부러 채우지 않은 건 그만큼 형제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멀지 않은 곳에 늘 인파로 북적거리는 구마윤의 일터가 나온다.

손님이 많은 것도 구마하의 마음에 큰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이야~ 장사 엄청 잘 되는구먼. 정 사장 보면 울겠네."

"이 정도는 보통이죠."

"근데 마하야, 이러면 차는 어디다 세워?"

"형, 저 앞으로 가시면 주차장 있거든요."

하지만 주차장도 이미 만석이다.

양민구는 두 사람을 식당 근처에 내려 주고 따라가겠다 말한다.

"같이 가요."

"그래, 기다리자. 팀이 같이 움직여야지."

"마하랑 먼저 가 계세요, 관장님. 저 대표님한테 연락해야 해서."

"형, 그럼 빨리 와요."

"어."

구마하는 트로피를 멋들어지게 안아 들며 차에서 내렸다.

"번거롭게 그건 왜 들고 가냐?"

"아. 자랑 좀 해야죠!"

"아까는 트로피가 촌스럽다느니 뭐니 까놓고선."

"제가 언제 깠어요. 저 안 그랬어요."

하늘이 내려 준 재능과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을 보며 경이로운 존재라 생각했는데, 이놈도 이렇게 보니 그냥 철부지 20대 같구나.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최두필 관장이었다.

"자랑할 거면 큰 소리로 자랑해라."

"네!"

구마하는 최두필과 함께 인파를 헤치고 다가가 가게 문을 벌컥열며 소리친다.

"하하하! 이리 오너라!!"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타난 구마하를 보며 식사 중이던 많은 이들이 뜨겁게 반겨 준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마하야, 그건 또 뭐냐?"

"하하! 트로피요! 저 오늘 우승했어요!!"

형 구마윤의 지인들. 상인회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소식을 아는 이들이 모르는 이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준다.

"뭐야? 복싱을 시작했어? 언제?"

"그 대회가 오늘이었구나. 잘 한 거야?"

"우승을 했다고!? 하하! 이 녀석. 어디 좀 보자!!"

여기저기 축하 인사를 받으며 구마하가 한쪽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이놈은 어디 갔지? 뭐 사러 갔나?"

"형 말고 누가 또 있어?"

"제 친구가 여기서 일하거든요. 저기요, 잠시만요. 정석이 어디 갔어요?"

"아, 매니저님. 잠깐 슈퍼에 뭐 좀 사러 가셨어요."

"그래요? 형은요?"

"사장님도 같이요. 매니저님 차 타고 가셨어요."

"으음. 그렇구나."

"연락해 볼까요? 언제 오시나?"

"됐어요. 오겠죠. 뭐. 그보다 우리 여기 식사 좀 줘요. 일단 10인분."

"우와... 몇 분이 더 오세요?"

"내가 먹을 거예요. 으하하하!"

반가운 손님이 왔다는 소식에 주방 이모님들도 좁은 배식 구멍으로 얼굴을 비춘다.

"아이고! 마하 왔구나."

"바쁜데 여긴 왜 왔어?"

"이모님!! 하하! 잘 지내셨어요?"

"근데, 넌 뭘 들고 있는 뭐니?"

"이거요? 잠깐만 계세요. 제가 가서 보여 드릴게요."

구마하가 싱글벙글 함박미소를 지으며 트로피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최두필 관장은 저렇게 좋은 티를 어떻게 참았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는다.

그리고 양민구가 찾아왔다.

"어, 민구야. 여기다."

"저... 관장님, 마하는요?"

"몰라. 여기저기 지금 자랑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

"왜? 뭔 일 있냐?"

"그게... 대표님이랑 연락이 됐는데요."

"근데?"

"빨리 나오라고... 저도 뭐가 뭔지 잘..."

"뭔 소리야, 지금 왔는데."

"일단, 지금 마하 어딨다고요?"

그때 다른 알바생들이 양민구과 최두필을 찾아와 반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 여기 있던 마하 오빠 어디 가셨어요?"

"방금 주방 갔다고."

"아, 밖에 사장님이랑 매니저님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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