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64화 (364/401)

Monster (2)

"아. 감독님... 왜 그러셨어요..."

"왜 그러긴. 그분들이 지금 너 책임자신데, 선수 잘 보호해 달라고 말씀드려야지."

한상률 감독님과 통화를 하는데, 아무래도 복싱 대표 팀이 너무 빡빡한 거 같다고 말씀드리니 감독님이 현 복싱 팀에 '직접' 부탁을 하셨는데, 그 내용이 나에게 규범과 절제를 알게 하는 것이었단다.

"마하야. 나는 정말로 니가 복싱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왜요?"

"너, 나이 먹고 이런 단체 생활 배울 기회 흔치 않다."

"운동 그런 이유로 시작한 거 아니잖아요. 저 진짜 빡시게 훈련했는데..."

"열심히 했지. 그러니까 니가 또 거길 갔겠지. 장하다. 훌륭해."

"그럼 좀 풀어 주는 것도 있어야죠..."

"풀어 주긴. 내가 그동안 널 너무 풀어 줬던 거지."

"뭘 풀어요. 감독님 저한테 화내고 성질내고, 할 거 다 하셨거든요."

"이 자식이. 야, 너 지금도 봐 봐. 이게 선생님한테."

"회사 동료지 이제와서 무슨 선생님이라고..."

"니가 이러니까 내가 더 엄하게 다스려 달라 말씀드린 거야."

"상률이 형."

"으하하핫! 야?! 너 진짜 혼나고 싶어!!"

"왜요! 옛날에 감독님이 형이라고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회사랑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고, 정석이랑도 잠깐 통화를 했는데. 애들이 내 시합에 맞춰 휴가를 나온다고 했단다.

그럴 바엔 그냥 하루라도 좋으니까 여기까지 오면 되는데. 내가 비행기랑 숙소랑 다 내준다고 하지만, 남순가 태윤인가가 훈련이 걸린다고 그건 어렵단다.

"나도 내 경기 가게에서 사람들이랑 한번 보고 싶다. 뭐 어떻길래 그러는 거야...?"

형네도 정신없는 것 같았다.

개막식에서 내가 대한민국 기수를 맡게 됐는데, 그런 것부터 시작해 몇 달 전부터 시합 날짜에 맞춰 식당 예약이 꽉 찼다고 난리였다.

상인회는 그냥 상점가 한 곳을 막고 길거리 응원을 하는 게 어떻냐고 했다는데. 가만 보면 형이나 정석이나 응원을 안 온 게 그냥 돈 벌기 위해서인 듯?

오며 가며 선수촌에 익숙해진 것도 며칠이 지났다.

아는 얼굴들 있나 여기저기 두리번거렸지만, 경기 날짜나 장소가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예전 육상 때 알던 사람들은 마주칠 수 없었다.

그렇게 개막식 전까지 조용히. 정말 아무 일도 없이. 무미건조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마하야?"

"네. 창수 형? 왜요?"

"야.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냐? 어디 뭐 행사해?"

"아. 저쪽. 미국 숙소요. 행사가 아니고 그냥 지들끼리 노는 걸걸요."

"오~~오. 창문 열어 봐도 되냐?"

"그럼요."

둠칫 둠칫 멀리서 들려오는 파티 소리에 가슴이 설레어 잠을 잘 수 없는데, 창수 형도 들어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창수야, 어디래?"

"저기. 미국 숙소 건물."

"와. 새끼들 되게 재밌게 노네."

"미국 애들이잖아요. 놀 땐 확실하게 놀죠."

"마하야. 너도 저런 데 가 봤냐?"

"네."

"우와. 진짜? 역시 메달리스트. 저런 데 아무나 못 갈 거야."

"아니에요. 아무나 가요. 아는 사람들 있으면 조금 더 편하긴 하겠지만."

"야. 가면 뭐 하고 놀아?"

"그냥 술 먹고 춤추고. 비어퐁인가 뭔가 하는 게임도 하고. 플스 가지고 온 애들은 플스도 하고. 우리 노는 거랑 별 차이 없어요."

"그래? 영화에서 보면 막 엄청 재밌게 놀던데."

"어어! 나도 봤어. 파티 같은 거 하면 미국 고딩들 맥주 먹고 뭐하고 그러잖아."

"막 거기서 섹스도 하고 그러던데."

형님들... 으흐흑... 맞아요. 그런 파티라고요... 우리 아까 지나쳤던 그 앞에 콘돔 바구니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누구든 한 사람만 용기를 내 주신다면...

"둘 다 왜 여기 있냐? 니네 다 씻었어?"

"문식이 형, 저기 소리 들리세요?"

"어디? , 창문 닫어. 에어컨 켜 놨는데 뭐 하는 거야."

"아니요. 그냥 재밌어 보여서..."

"가서들 자. 내일 개막식인데 피곤하게 움직이면 안 되잖아."

"형님. 우리 딱 한 번만 저 앞에 가 보면 안 될까요? 마하가 아무나 가도 된다고 하던데."

창수 형 파이팅! 힘내세요! 주장님만 설득해 주시면 나머진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용히 기대하는 눈빛으로 문식이 형과 눈을 마주치는데, 형이 짜증난다는 식으로 한숨을 훅 쉬며 말했다.

"창수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내일 개막식인데 어딜 간다는 거야."

"아. 형님. 진짜 잠깐만. 우리도 여기까지 왔는데 분위기라도 느껴 봐야죠."

"맞아요. 그리고 개막식 어차피 밤에 하잖아요..."

"수길아, 너까지."

"마하도 있으니까요. 형, 우리 진짜 잠깐만."

"선생님들한텐 뭐라고 하려고?"

"선생님들은... 그냥 뭐..."

"잠깐 저희끼리 구경 좀 다녀오겠다 말씀드리면."

"야. 안돼. 가서 자."

"아..."

"주장."

"니네 마음은 알겠는데. 여기 놀러 왔어? 아니잖아."

"마하는 가 봤다는데..."

"얘는 그때 어렸으니까 그랬겠지. 우리 아직 시합도 안 시작했는데 뭔 소리들을 하는 거야. 가서 자. 그리고 마하는 내일 기수해야 돼. 자꾸 이놈 핑계 대지 마."

문식이 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믿음직한 주장이고 사람도 건전하며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다만, 이럴 땐 복싱 팀의 든든한 맏형보다 스키 팀의 발랑 까진 맏형이 보고 싶다.

박상택이었으면 냉큼 이랬겠지.

(새끼들아 정준이 형이 나 찾으면 잠깐 배고파서 식당 갔다고 그래.)

그리고 가서 신나게 여자 만나고 술 처먹고...

아 상택이 형 보고 싶다... 살다보니 그 인간이 그리운 순간이다 있네...

역시 사람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는 거야.

다음 날 올림픽 개막식.

어젯밤 문식이 형이 말한 대로 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기수를 맡고 있었다.

"태극기 진짜 크다."

"그러니까요. 어이 씨, 이거 무게가 있어. 운동되는데요."

"마하야. 그러고 있으니까 멋있다, 너."

"정말요? 고맙습니다."

"서 봐. 사진 찍어 줄게. 아니, 그냥 다 같이 찍자! 일로 와. 모여!!"

복싱 팀과 사진을 찍고, 지나가다 만난 다른 사람들도 삼삼오오모여 한동안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나저나 태극기의 무게감이 진짜 상당하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크기와 부피가 어마무시한 기와 깃대였다.

"흠..."

어느새 내가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걸까.

아니 나 같은 놈이 과연 이런 걸 들고 있어도 되는 걸까?

머쓱한 기분에 얌전하게 서 있는데, 선수단장님이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긴장하지 마. 뭘 그렇게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어."

"흠. 아닙니다."

"군인이야? 각이 잡혀있네."

"뭔가 흐트러지면 나라를 욕먹이는 거 같아서요."

"중요한 일이라지만 하계 동계 국민 영웅이 무슨 소린가. 당당히 걸으시게."

"그러고 보니 개막식은 처음이네요."

"그런가? 아테네는 그렇다 쳐도 토리노 때 자네 없었어?"

"그때 시합 날짜가 빨리 잡혀서, 훈련에 집중하느라 토리노 시에 가질 못 했어요."

"그럼 더 힘차게 걷자고. 크게 태극기 휘둘러 주는 거 잊지 말고. 음?"

"네."

두어 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대한민국 선수단이 나섰다.

별거 아닌 행진이라 생각했는데,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굉장히 반갑고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거지. 이런 거야."

경기장이 아테네의 두 배는 되는 거 같다.

수만 명이 군중 소리를 내며 카메라를 눌러 대는데, 마치 우주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여. 하하하!!! 장난 아니다!!"

"뭐?! 야 너 뭐라고 하는 거야!!"

"사진, 사진 찍어야지, 얘들아!"

"다들 손 크게 크게 흔들어! 그래야 방송 잡혀!!"

천천히 느릿느릿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모든 선수가 흥분 상태에 빠져들었다.

화려한 조명과 번쩍이는 플래시 세례.

공기를 울리는 음악과 끝도 없이 밀려드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

볼거리 풍만한 행사. 중국 최고 권력자와 IOC 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마침내 성화에 불이 올랐다.

그렇게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와. 진짜 시작이구나..."

"형님. 파이팅입니다!!!"

"그래. 창수야. 수길이. 마하도. 다들 끝까지 힘내자!!"

"형님. 마하야! 우리 다 메달 따서 돌아가요! 반드시요!!"

"물론이죠."

* * *

숙소에 돌아와 단복을 갈아입는데 형한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래? 나 방송 나왔어?"

"나왔지. 야 너 태극기 들고 나올 때 사람들 박수 치고 난리도 아니었어."

"오 진짜? 사진 같은 거 찍은 거 있음 보여 줘."

"있는데, 나중에. 몸은 좀 어떠냐?"

"괜찮아. 뭐. 나야 늘 괜찮지."

"잘해라. 또 먼저같이 우직하게 굴다 몸 버리지 말고."

나도 그러고 싶은데, 섹스하기가 너무 어렵네.

농담이 아니라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뭔가 방법을 찾긴 찾아야 하는데.

형에게 못 한 이야기를 속으로 삼키고 있는데, 민구 형을 바꿔주겠단다.

"어? 형 거기 갔어요?"

"야. 씨. 야, 새끼야, 너!!"

"왜요? 왜 화를 내요. 뭔 일 있어요?"

"너 진짜... 아 미치겠네. 이 새끼..."

"왜? 뭔데요?"

욕한 건 다른 게 아니라 매니저로서 그냥 내 모습이 막 벅차올라서 그랬단다.

무대에 섰을 때나 패션쇼에 갔을 때도 그런 건 못 느꼈는데.

나라를 대표해 제일 앞에 걸어 나오니 그게 그렇게 눈물이 나고 가슴이 울렁거리더란다.

"하하하. 아 형. 진짜. 주책이야..."

무사 수행 때였다.

여행 중간 어른들 다 잠들고 민구 형과 둘이 캠핑카 앞에서 맥주 한 캔 까놓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민구 형이 나를 보면서 꿈꾸던 모습이 있었다고 들었다.

오늘 기수를 맡은 건 그 꿈을 반쯤 보여 준 것 같아 감동이었단다.

"형도 연애를 해야 돼... 혼자니까 자꾸 그런 거에 의미부여하고."

"몰라. 그냥 막 우리 같이 고생했던 게 생각났어. 마윤이 형도 울컥했다니까."

"다 주책이야, 주책... 그렇게 아저씨들이 되는 거지..."

"마하야. 딱 한 경기만 이겨. 알았지? 8강만 가면. 내가 회사 사람들 다 끌고 응원 갈 테니까!!"

개막식의 들뜬 분위기는 선수촌까지 이어졌다.

우리 대한민국 대표단도 그날은 선수촌 앞에 모여 파티를 열었는데, 팀마다 후원하는 기업들이나 업체들이 먹거리를 보내 주어 마련된 나름 성대한 자리였다.

그러나.

"..."

어쩜 이렇게들 건전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람이 이렇게 많고. 남자 여자가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섞이지를 않지? 왜 여기까지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구분지어서 놀지? 이게 파틴가? 이게?? 우리나라 문화가 원래 이런가?

"오빠?"

"후우..."

"마하 오빠!!"

"어? 지수야."

"몇 번을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고..."

"왜? 뭐 있어?"

"오빠 마실 거 뭐 갖다 드려요?"

"아니. 괜찮아. 근데 너네 이 시간에 먹어도 돼?"

"오늘은 맘껏 먹으래요. 지금 은재랑 주영 언니랑 정신줄 놨어요."

"그래. 야, 그럼 너도 빨리 가서 먹어. 이런 기회 흔치 않잖아."

"그러고 싶은데, 밤에 먹으면 전 자주 체해서."

"음. 몸 생각하는 것도 좋지."

"오빠 왜 그러세요? 저쪽에 뭐 있어요?"

"그냥... 아는 사람들."

아까 개막식 준비를 하면서 브라운 제임스를 잠깐 만났다.

NBA 신인 선수들을 데리고 와서 인사를 하더라. 키도 크고 시커먼 놈들이 대표 팀 앞에서 그러는데 어찌나 어깨가 으쓱하던지.

오늘 밤 우리 선수단도 큰 행사가 있듯이, 걔네들도 캐나다랑 미국 숙소 쪽에서 큰 파티가 있으니 꼭 오라고 했었는데.

저쪽인데...

거기 가면 다 있는데...

여자들이... 콘돔이... 새로운 사랑과 만남이...

"후우. 아니다. 지수야 우리도 뭐라도 먹으러 가자."

"오빠 근데 그 얘기 들으셨어요?"

"뭐?"

"우리 시합 다음 주 잖아요. 그래서 내일 단체 관광 간데요."

"...관광?"

"네!! 자금성 보러 갈 거라는데. 오빠도 가는 거 맞죠?"

흑흑. 지수야 흐윽... 겨우 자금성 관광에 그렇게 신나 하면 어떡해...

여기는 올림픽 선수촌이야...

물론 너희는 미성년자라 완전 100% 즐기긴 어렵겠지만.

아닌가? 나도 그때 고3이었나? 몰라, 지난 일. 이제 와서 따지진 말자고.

"재밌겠다. 내일. 그쵸?"

"그러게. 단체 관광이라... 엄청 재밌겠네..."

에휴, 그래도 나간다는데 좋아해야지.

상황 봐서 애들한테 약속한 핸드폰이나 사 주러 가 봐야겠다.

* * *

"모이니까 꽤 많네요."

"많지. 선수단 절반인데. 저쪽은 누구지? 스텝인가?"

"양궁이잖아. 이 새끼, 너 감히 양궁 선수들을 못 알아봐!"

"아니. 너무 운동하는 사람들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일반인 같잖아."

"하하하! 수길이 형. 문식이 형이 저쪽으로 오래요."

빠르게 일정이 잡힌 육상 수영은 빠지고, 다음 주 시합인 복싱이나 체조. 그리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양궁 대표단 선수들이 함께 움직였다.

나는 문식이 형과 함께 있었다.

애들도 아니고 둘둘 짝지어 다니라니...

근데 또 그 말을 아무 반항 없이 잘 따른다.

다들 너무 착해서 문제야...

"유도는 안 왔나 봐요."

"유도는 훈련 간다고 시간 있어도 못 온다고 하더라."

"진짜 열심히 한다. 최민우였죠?"

"민우 대단하지."

"형 아세요?"

"너도 아냐?"

"어떻게 몰라요. 70도 안 나가는 몸무게로 300덤벨 흔드는 사람을."

"민우가 힘이 쎄지. 괴물이야, 그 새끼도."

"많이 친하신 거 같네요."

"친구야. 학교도 같이 나왔고. 언제 다 같이 밥 한번 먹자. 민우도 너 얘기 가끔 물어보긴 하더라."

"그분이 절 왜요?"

"유도 할 생각 없냐고."

"하하하! 형님, 제가 왜 유도를 해요."

남녀 혼성이면 몰라도. 별로 남자끼리 그러고 싶지는... 레슬링도 마찬가지고.

"민우 4년 전에도 있었는데. 정말 내가 그때 아테네를 갔음 우리도 서로들 알았겠지?"

그랬을까? 그때 빅토리아랑 만나고 다니느라 있는 시간도 쪼개고 감독님 속이고 다녔는데, 굳이 땀 냄새 나는 한국 형들을??

"아니려나. 마하는 그때 금메달 따고 이래서 다가갈 수 없었으려나?"

"시간 있어도 어려웠을걸요. 저 그때 단거리 중거리같이 준비하느라 제 운동이 너무 바빴거든요."

"단거리랑 중거리가 다른 거야?"

"다르죠. 같은 육상이지만 완전 다른 종목이라도 보시면 돼요."

"수영 영법 다른 거랑 비슷한가?"

"네. 단거리랑 중거리. 그리고 장거리. 호흡이나 운동법이 완전히 별개로 움직여서. 마라톤은 또 다른 세상이고요."

"이야... 참..."

"왜요?"

"아니. 진짜 대단한 놈이라고. 너."

빅토리아는 왔을까? 왔다면 연락이 있었겠지? 먼저 그러고 이 메일을 보내도 통 연락도 없는데 인연 끊자는 건가? 언제 시간 되면 벨라루스 사람들이라도 만나 물어봐야겠다.

그나저나 다들 되게 재밌어 보이네.

그저 크고 넓은 곳. 걷고 또 걸어 비슷비슷한 풍경만 나오는 게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내가 너무 역사 문화 이런 데 관심이 없나?

"마하야, 여기서 혼자 뭐해?"

"어. 주영이 누나. 다리 아파서 그냥 잠깐 앉아 있어."

"너도 그런 걸 느껴?"

"뭔 소리야. 나도 사람인데, 많이 걸으면 고관절 아프고 발 아프고 그러지."

"마하는 볼 때마다 신기해. 특별한 거 같기도 하고 평범한 거 같기도 하고."

"하하! 그러는 누나는 왜 사람들 안 따라가고 여기 있어?"

"나도 다리 아파서."

"그것 봐! 자기는 그러면서 나는 왜!"

"진짜 너도 그런 거 느끼지 않냐?"

"뭐?"

"우리 많이 친해졌구나. 나 처음 너 볼 땐 되게 어려워했었잖아. 너도 예절 깍듯하게 차리고."

"그러게. 고생들을 함께해서 그러나."

새로운 만남과 사랑이라...

임자 있는 여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지만...

아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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