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69화 (369/401)

Monster (7)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소리지. 무슨 야동 하나 본다고 스트레스가 풀려."

"새끼, 진짜 수준 안 맞아서 대화를 못하겠네..."

"크큭, 으하하하! 수준이 왜 나와, 형!! 크하하하!"

태주의 웃음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지성이도 차분한 성격과 다르게 멈출 줄 모르고 나는 원체 리액션이 좋으면 브레이크가 밟히질 않으니까.

"형 나이가 몇인데 야동을 봐, 야동을."

"너 자꾸, 그래. 어차피 넌 그런 거 안 본다면서, 왜 이렇게 따지고 난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러지."

"야 인마, 야동이 왜 야동이냐. 근본 자체가 인간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태어난 존재를. 새끼가 자꾸..."

"우와, 하하하! 이제는 근본까지 따져?"

"근본이지. 니네는 야동 볼 때 대충 하이라이트 부분만 딱 클릭해서 보지? 그러니까 컨텐츠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거야."

"그럼 형은 그걸 다 봐?"

"나도 옛날엔 그랬는데. 지금은 다 보지."

"구라 아니라 진짜로?"

"어!!"

"미치겠다, 정말로... 아니, 바쁜 양반이 무슨..."

"형, 농담 아니라 그걸 정말로 다 본다고? 시간 안 아까워?"

"뭐가 아깝냐. 드라마 한 시간. 영화 두 시간. 무슨 차이가 있는데??"

"장르가 다르지. 장르가."

"아. 답답해. 이래서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한 새끼들은... 아휴..."

"그거야말로 무슨 상관이냐고?!"

그 순간 배꼽이 찢어져라 웃던 놈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하하. 아하하... 아... 하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돌아보니 태주가 갑자기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야?"

"하하하... 난 정말 형 이런 사람인 줄 진짜 몰랐어..."

"너 지금 울어?"

"어? 어. 아 그러네. 나 왜 울지? 하하!"

"이 새끼 미쳤냐? 왜 울어 울긴."

"형이 운동만 한 애들이라고 해서 그러는 거잖아."

"아니야, 지성아."

"진짜냐? 너 지금 그래 가지고 너무 실망스러워서 우는 거냐?"

"하하하! 아니라고. 아 근데, 이 말도 웃겨. 하하!"

"근데 왜 처 울고 지랄이야. 사람 난감하게..."

"모르겠어.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갑자기 나도 모르게."

너무 웃다 보면 눈물 날 때 있지.

근데 그건 물방울 찔끔 아닌가? 이 자식은 거의 통곡을 하면서 우는데...??

가만히 쳐다보니 태주가 옷으로 슥슥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하하... 아하하. 아, 배 아퍼. 그렇게 야동을 처음부터 끝까지보면 뭔가 달라?"

"다르지. 많이 다르고말고."

"어떤 점이? 얘기해 줘 형."

"일단 몰입감이 다른데..."

"몰입감이 다르면 뭐가 좋아?"

"너, 지금 따지는 거냐?"

"아니야. 형 말대로 나도 진짜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한 사람이라."

"지성아, 이 새끼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 맞지."

"형이 먼저 그런 소리를 했잖아."

"아니라고. 야, 나 진짜 아니야. 형한테 따지는 거 아니고 그냥 너무 웃겨서 야동 이야기 더 듣고 싶을 뿐이야. 진심으로."

"..."

"그게 왜?"

"지성이 넌 지금 이 상황이 재밌지 않어?"

하긴, 태릉에서 다 같이 산책 다닐 때도 물개같이 별 되도 않는 걸로 혼자 빵 터져 껄껄거리던 놈이긴 했었지.

지성인 모르겠지만, 나는 보이니까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눈물과 함께 태주의 두려움이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웃고 울다 보니 뭔가가 마음 속에서 내려갔나?

아이고, 새끼야. 대체 뭘 잡자고 이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냐...

"내가 주로 보는 건 데이트 물 같은 거야."

"나도 그런 거 좋아해. 그거 호텔 가고 이러는 거 맞지?"

"잘 아네. 난 이 세상 모든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형은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뭐? 야동 얘기 하잖아."

"야동 얘기에 왜 이렇게 서론이 거창하게 붙어."

"내 맘이지. 아. 너 왜 자꾸 끊지? 어?"

"하하하! 아하하!! 형 진짜 야동에 진심이 장난 아니구나?"

"진심이라고 했잖아. 야. 니네 영화는 왜 재밌냐? 왜 보냐?"

"그건 그냥 재밌으니까 재밌는 거고."

"일단 보라고 만든 스토리니까."

"야동도 보라고 만든 거라니까. 참 나, 진짜 답답하네..."

"그니까. 야동을 왜 처음부터 보냐 이거잖아. 그걸 말해 줘야지."

"영화도 엔딩까지 가는 갈등과 대립, 나쁜 놈에 대한 감정 이입. 이런 게 있으니까 보지? 야동도 그런 게 다 있다니까."

"야동에 무슨 갈등과 대립이 있었어?"

"서사가 있다고, 이것들아. 괜히 데이트 컨셉이 아니야. 신주쿠거리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 예쁘게 꾸미고 나왔어. 속눈썹 이만 하고 웃는데 눈 막 반달 되고 그러면서 데이트를 해. 밥 먹으면서 가벼운 농담도 하고 호텔로 가. 그런 과정을 지켜봐야 막상 여자를 벗길 때 가슴이 뭉글뭉글해지는 거라고."

"형, 일어도 할 줄 알어?"

"분위기를 느끼는 거지 분위기를! 섹스는 분위기니까!!"

안 되겠다. 자꾸 말로 하니까 나도 답답해서 설명이 어려워.

태주한테 노트북 가지고 오라고. 보면서 설명해 준다고 했다.

"밖에 선생님 계시는데...?"

"기집애 같은 소리 할래? 뒤진다."

"켜 줘. 내가 볼 땐 이 형 지금 야동 안 보면 아까 너보다 더 심각하게 돌아버릴 거 같애."

"하하하! 그렇다면야."

분위기에 취한 것도 있고 울고 난 뒤의 개운함도 있어 그랬겠지. 태주가 순순히 노트북을 들고 와 쭈뼛거리며 폴더를 열었다.

"아. 나 조금 쪽팔리는데."

"큭큭큭. 새끼 존나 이상한 것만 보는 거 아니야?"

"그렇게 야동이 좋아?"

"좋지, 인마. 지금 이 순간 살아가며 입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조용히 야동을 열어 본다.

"많지도 않네. 열 몇 개가 전부구만."

"아니. 이것도 친구가 줘서..."

"태주야, 이거 켜 봐."

"권지성 미친놈아, 넌 이런 거 안 본다며?"

"뭐 어때. 따지지 말고."

"나한테는 지랄하더만. 나중에 하진이한테 다 이를 거야."

그런데.

"뭐야? 너...?"

"어이... 이건 좀..."

"왜? 뭐? 이상한 거 아니잖아. 아 물론 다운은 불법이긴 하겠지만."

"불법이 아니라. 배경이 수영장. 이 새끼."

"넌 수영 선수란 놈이 하필 야동도 이런 걸 보냐..."

"아니! 이 수영장은 그냥 촬영하는 데고!!"

"훈련 때도 그런 생각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어? 그래서 지금 힘들어하는 거고?"

웃고 떠들며 분위기가 한 템포 쿨타임을 돌았다.

"와, 오늘 진짜 너무 웃었네."

"이제 기분은 좀 풀렸냐?"

"응... 솔직히 이런 시간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아까 운 것도 갑자기 그래서 그랬던 건가?"

"지성아, 넌 안 그래? 뭔가 훅하고 복받칠 때 있지 않어?"

"있지. 훈련하다 정신 차리면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넌 우리가 많이 챙겨 주잖아."

"우리가 누군데?"

"나, 동민이, 진수, 진운이."

"챙겨 준단다... 이번 대표 팀엔 아무도 없었으면서."

"도하 때는? 그때도 아니라고 해라."

"그땐 형들 노는 데 끌려만 다닌 거고."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고. 잘해 줘도 냥냥이지."

"형이 날 언제 거뒀는데? 그리고 내가 무슨 고양이냐??"

지성이랑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으니, 태주가 번갈아 가며 우리를 보았다.

"진짜 부럽다. 육상은 선후배가 있어서."

"딱히 얘랑 나랑 선배도 아니고 후배도 아닌데."

"맞어. 따지고 보면 내가 젤 선배지. 형들 다 나보다 운동 경력 짧어."

"아니. 한 마디 정도는 좀 그냥 흘려들어 주면 안 돼?"

두 녀석 다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야동을 즐겨 봤냐고 물었다.

"운동하면서부터?"

"아니지. 중학교 가고 형이 컴퓨터 사 주고. 내 친구 김태윤이라고, 키 큰 새끼가 집에 CD 들고 오면서부터니까."

"그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중학생이?"

"뭔 소리야, 이건 또? 중학생이 야동도 안 봐?"

"우린 운동하느라 정신없어서."

"운동하는 청소년이 딸딸이를 안 친다고?"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단어 선택... 어휴..."

"니네는 손장난 안 했어? 자위 행위 안 했어? 살면서 단 한 번도 니 손으로 고추 안 만져 봤어? 됐냐!!"

나만 외롭고 쓸쓸한 청소년기를 보낸 줄 알았는데. 상황은 달라도 저마다 그 시절의 고독함은 있었는가 보다.

"형, 나 알잖아. 체중 체고 코치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그런 걸 쉽게 보게 놔두질 않어. 기숙사 생활 하기도 했었고."

"왜? 그게 어때서??"

"컨디션에 영향 준다고."

"씨발, 그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지."

"지성이 말이 맞어. 엄해, 정말로."

"허이고. 딱한지고..."

"마하 형, 형네 가족들은 운동하는 걸로 뭐라고 안 했어?"

"난 가족이래 봐야 형 하나라. 그리고 별로. 왜? 니네 가족들은 너 수영한다고 뭐라고 했었냐?"

"뭐라고 한다기보다는. 반대 아닌 반대가 무척 심했거든."

"잘 하는데 왜?"

"운동이니까. 고정적인 직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고정적인 직업을 만들면 되지. 야. 수영 강사 인기 좋아. 여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니, 왜 형은 기승전 모든 게 다 여자로 끝나??"

두 녀석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인다.

"마하 형, 나 그럼 진지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

"해라. 이제 와서 뭔."

"그러게. 너도 왜 지금 와서 그런 걸 따지냐?"

"하하! 아니. 그래도 난 너 같이 형이랑 많이 친한 건 아니니까."

"친해지면 되지. 야, 같이 사우나 한번 가자.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거 뭐 있냐."

"사우나가면 친해져?"

"친해지지. 온탕에서 축 늘어진 불알 다시 냉탕으로 넘어가 오그라뜨리면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서로 진지한 이야기. 힘들었던 얘기도 나누게 되고."

"제발!! 얘가 물어볼 게 있다잖아!!"

운동을 하면서 메달을 못 따도 아무 상관이 없냐고 태주가 물었다.

"응."

"아. 형. 진지하게."

"100% 진지한 대답인데?"

"왜 나는 아까 야동보다 80% 정도는 덜 진지한 거 같지?"

"니가 이상한 거 아니야. 나도 방금 너랑 똑같이 느꼈어."

"진짜야, 이것들아. 메달 뭐, 있으면 좋지만. 난 크게 없어도 상관 안 했어."

"왜...?"

"메달이 내가 따고 싶다고 따지나."

"그럼. 뭔데?"

"운이야, 그냥."

"형이 지금까지 해 온 게 다 그냥 운이라고?"

"그건 좀..."

"아니. 들어 봐, 이놈들아. 물론 나는 열심히 했지. 하지만 승부는 모르는 거니까."

나도 이기고 싶다. 세상 지는 걸 좋아하는 운동 선수가 어딨겠는가.

이기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첫 번째가 연습이라면. 두 번째는 그 연습된 실력이 나올 수 있게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다.

"지성이, 넌 먼저 전주에서 내가 그 얘기 해 줬었지?"

"명경지수, 그거 말하는 건가?"

"그게 뭐야, 지성아?"

"마하 형이 알려 준 마음 수련 같은 건데, 그냥 머리를 비우는 거야."

"머리를 비우고 어떻게 운동을 해."

"음, 그건..."

"그건 몸이 알아서 해야지."

"몸?"

"그래, 태주야.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을 하고 있어."

반복되는 연습에 연습. 지루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그 짓을 왜 계속 계속해야 하는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고 갑자기 몸이 아픈 것 같고. 그래서 내가 가진 전부를 쏟아내지 못한 채 후회만 남길 바에야.

"그냥 니가 했던 걸 믿어."

"...믿으라고?"

"연습, 고통. 니들 말대로 어려서 딸딸이도 못 치게 하면서 지나왔던 시간들. 그건 안 사라져. 몸이 기억하고 있어."

"..."

"흐음."

"몸을 믿는 거야. 그리고 그냥 출발선에 서. 아무 생각 하지 마.

메달? 있으면 좋아. 확실히 있어서 나쁠 건 없어. 근데, 그 메달조차 지금 내 시합에 방해가 된다면 버리는 거야. 결과는 그 다음이고. 그래서 운이라고 하는 거야."

사람들은 운동을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재능이란 뭘까? 센스? 피지컬? 빠른 학습능력?

내가 보는 운동에서 최고 재능은 바로 포기하지 않고 고통스런 과정을 묵묵히 이어 가는 끈기와 근성이다.

이놈들은 그 과정을 이겨 냈기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과감하게 가. 니가 했던 걸 믿으면 돼."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지성이와 태주가 서로를 보며 씩 웃는다.

"새끼들, 뭐냐? 둘이 사겨? 눈빛 교환 뭔데 이 씨발?"

"화내지 말고. 얘가 먼저 얘기해 준 게 있어서."

"뭐?"

"별 건 아니야."

"어이, 권지성. 말해라."

"진짜 별거 아니라고. 왜 이렇게 민감하게 그래."

"야. 형 복싱 선수야. 너 나한테 맞으면 진짜 뒤지는 수가 있어."

"왜 협박을 해."

지성이가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닌단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아닌 내가 우리나라 육상 최초의 금메달리 스트가 되어서 다행이다.

"왜?"

"이런 거지. 난 후배들한테 방금같이 그런 얘기 못 해 줘."

"..왜?? 니가 어때서?"

"형보다 위상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형같이 이렇게 운동이나 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

"진짜 우린 어려서부터 내 운동만 했으니까. 몰라. 근데 다들 물어보니까."

"허허... 그럼 넌 그럴 때 뭐라고 하는데?"

"그냥 형이 이랬었다. 하고 전달만 해 주지. 애들도 많이 납득하고."

"새끼. 욕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았더만."

"지성이 형 좋은 얘기 많이 해. 멋진 형이라고."

"씨발. 적당히 해, 이것들아. 오글거려..."

"형 알고 보면 되게 좋은 사람이야. 멋있고. 또 뭣보다 잘 하잖아."

"새끼, 알았어. 일로 와. 오늘 밤 형이랑 안고 자자. 형이 잠들 때까지 배 토닥토닥해 줄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만 안 하면 진짜 존경받아 마땅한 선수라고..."

태주가 또 힘없이 웃으며 말한다.

"아. 나도 나중에 수영하는 동생들한테 이렇게 말해 주는 형 되고 싶다."

"야동 얘기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지."

"그런 거 말고! 하하하!!"

4년 전 갑자기 나라는 존재가 튀어나오자 마라톤 이후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육상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김태주는 수영의 구마하가 되어야만 했다.

이 녀석이나 대한 수영 연맹이 느끼는 부담감을 내가 아니면 누가 이해해 준단 말인가.

초청 선수로 나와서 중계도 없이 깜짝 메달을 받은 나와 다르게, 지금 태주는 시합에 맞춰 한국 취재진은 물론이고 후원하는 기업에서 메달 색깔에 맞춰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마침내 내 눈앞의 녀석이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내 안에 있다라..."

자신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 만지며 양팔과 두 다리를 가만히 지켜보는 김태주.

"정말 그런 게 있을까?"

"있지. 당연히."

"나는?"

"너도 있고."

게으르지 않았다. 꾀부리지 않았다고.

나는 그런 걸 볼 수 있다.

지성이나 태주도 마찬가지야.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 나는 알어. 보여.

이렇게 이글거리는 내공을 가진 놈들은 뭔가 사고를 쳐도 치게 되어 있으니까.

"선생님, 마하 형 간대요."

"그래. 아이고, 마하야. 와 줘서 정말 고맙다."

"죄송해요. 태릉에 있었는데 따로 인사도 못 드리고."

"뭘 그걸 가지고."

"아. 참. 선생님. 얘가 지성이에요."

"알지. 권지성. 구마하를 이어 대한민국 육상계를 이어 갈 차세대 에이스."

"고맙습니다. 근데 전 형보다 느려요."

"하하하, 녀석."

쉽게 단정할 순 없어도 선생님께 마음 편하게 드셔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그럴까?"

"그럼요. 색의 문제지. 메달이야 뭐."

"아이고, 마하야.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부정탄다..."

"진짜로? 내가???"

"그래. 너 되게 강한 사람이야. 나나 지성이 못지않은."

"..."

"난 빼. 거기 나를 왜 껴."

"너도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니까."

수영 팀 숙소를 빠져나와 다시 우리 건물로 돌아간다.

"아이고. 저쪽은 밤이고 낮이고 여전하네."

"그냥 미친 척 가서 놀다가 가고 싶다. 나도."

"...누구세요? 너 씨발 누구냐? 우리 지성이 어쨌어, 외계인 새끼야!!"

"나라고 놀고 싶지 않겠냐고. 나도 저런 거 좋아해."

"진짜? 야, 그럼 나중에 한국 가서 형이랑 클럽 갈까?"

"여자 친구 있다고..."

"하진이도 같이 가면 되지."

"하하하... 진짜 형은..."

터벅터벅 돌아가는데 지성이가 물었다.

"형은 경쟁이 재밌어?"

"싫진 않지. 경쟁이 있어서 우리가 하는 시합이 아름답고. 승자에게 축복을 건네줄 수 있으니까."

"..."

"그러니까 이런 올림픽 같은 빅 쇼가 열릴 수 있는 거지. 안 그러냐?"

"뭐. 그렇긴 해."

지성이에게도 한마디 해 준다.

"아까 유진이 만났다. 유진 볼트."

"안 그래도 나한테도 연습할 때 와서 형 어딨냐고 묻더라."

"어떻게 보면 태주보다 앞으로 니가 더 어려울 거 같더라."

"괜찮아. 구마하도 있는데."

"오오~ 너 진짜 나 엄청 좋아하는구나?"

"내가 형 싫다고 한 적은 없어.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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