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12)
"아이고 새끼들. 커튼이라도 치지 밖은 신경도 안 쓰이나."
"욕하지 마. 보통은 안 보이겠지. 우리가 지금 옥상에 있어서 그런 거고."
"하긴, 각도가."
"아무튼 가자."
"어디지? 동남아 쪽인가?"
구마하와 이주영은 서로 어색한 사이가 아니었다.
친근하고, 분명한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타인의 은밀한 광경을 공유할 정도로 밀접하진 않다.
이주영이 먼저 민망함에 몸을 돌려세운다.
"야- 아? 뭐해? 빨리 내려가자니까."
"아니… 근데 지금 가자고 해도."
"왜?"
"어 그래. 태국이겠다. 그때 저 앞에서 태국 애들이랑 사진 찍었었어."
이 판국에 무슨 상관이라고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지. 이주영이 구마하의 팔을 붙잡아 끌어보지만, 그는 그 나름 돌아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
"하하하. 아니 그게…."
구마하의 하반신이 잔뜩 상기 된 채 바지를 뚫고 나오려 하고 있었다.
"큼. 크음. 말을 하지…."
"어쩔 수 없잖아. 이런 걸로 뭐라고 하지 마라."
"뭘…? 내가 뭐라고 했냐고…."
"나도 스트레스도 많고. 진짜 저런 거 보면 쉽게 지나칠 수도 없거니와."
"알았어. 그만해."
"무엇보다 요즘 원체 누굴 만난 적도 없으니…."
구마하가 생리 현상을 얼버무리지만,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 이주영도 하복부에 뜨거운 기운이 몰리는 걸 느낀다.
둘 다 활발하고 건강한 20대 청년들.
피차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어쩌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건 마찬가지니, 그녀도 상황이 주는 오묘함에 감출 수 없는 흥분으로 두볼과 양쪽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휴우, 됐다. 일단 저쪽으로 갈까?"
"안 내려가고?"
"나랑 있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
"그렇긴 했는데…."
더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싶긴 했지.
근데 이대로 있다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할 거 같은데.
"여기 앉자."
고민하던 이주영은 어느새 구마하의 손에 이끌려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가 손을 들어 얼굴을 부채질한다.
"아. 민망해라. 아직도 볼이 뜨겁네."
"저런 거 보면 얼굴이 뜨거워지나?"
"보통은 뭐…."
"그렇지. 역시. 이게 올림픽이지. 암."
"뭔 소리야? 올림픽에 이상한 의미를 두고 있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사람들 섹스 미친 듯이 하잖아. 아까 그 사람들도 콘돔을 막 이만큼씩."
"아! 그런 거 알고 싶지 않다고."
이주영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얘를 따라왔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아무 의심 없이 이곳에 있는 걸까?
물론, 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얼핏 짐작은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야외고. 무엇보다 한국팀 숙소 옥상이니까.
"저기."
"응?"
"……."
"…왜?"
구마하가 고개를 돌렸다.
그와 시선을 마주하는데 괜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 같다.
후배들이 표현을 많이 해 먼저 말하지 못했을 뿐. 이주영도 또래 친구나 나이 많은 언니들 앞에선 배은재와 다르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구마하 이야기를 즐겨했다.
그런 상대가 지금 눈앞에서 자신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가 단지 다가가고픈 존재에서 분명한 한 사람의 남성으로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왜…? 왜 그러는데?"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조용히 구마하를 지켜보던 이주영이 먼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맞아. 그 얘기도 있었어. 얘 알고 보면 엄청난 플레이보이라고.
내가 주제도 모르고 너무 센 척을 한 건가?
"누나, 지금 화장한 거야?"
"아니. 씻고 나왔는데."
"오~ 진짜로?"
"뭐, 어느 정도. 기본은 하고 있지…."
"가까이서 보니까 속눈썹 진짜 예쁘다."
"……."
"이거 누나 눈썹이지?"
"아까는 누나 아니라고 했으면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가 먼저 얼굴을 바로 앞까지들이밀며 자신을 관찰한다.
"왜, 왜 이래…?"
"그냥 예뻐서."
"예쁘긴 무슨… 너 첫사랑만큼은 아니잖아."
"에이. 걔는 누나한테 쨉도 안 되지."
"아하하하~! 너 되게 웃긴다?"
"누나, 학교 다닐 때 진짜 인기 많았겠다."
음흉한 의도를 감출 수 없는 칭찬. 근데 왜지? 싫진 않아. 무엇보다 상대가 바로 구마하니까.
"알겠네. 굳이 있지도 않은 남자 친구 거짓말을 왜 했는지."
"내가 왜 그랬는데?"
"피곤해질 거 같거든."
얘도 흥분하면 호흡이 거칠어지는구나. 방금 숨이 코끝에 닿았어.
아까부터 저기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것 같고.
나한테 반응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까 그런 모습을 봐서?
뭐든 하고 싶은 거겠지? 분명히?
근데 왜일까? 그게 싫진 않아. 그래서 내 마음이 이해가 잘 안돼.
생각이 진행됨과 동시에 이주영의 심장도 빠르게 두근거린다.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호흡도 구마하의 얼굴에 닿고 있었다.
"……."
"……."
침묵 속 서로를 보기도 잠시. 이주영이 먼저 자연스레 눈을 감았고 구마하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음~"
얼마만의 키스인가. 그것도 평상시 호감이 있던 이주영의 입술.
구마하가 가늘게 눈을 떠 그녀를 보았다.
"흐음~"
감은 두 눈으로 그녀의 긴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입술을 지나 혀를 밀어 넣자 거부하지 않고 혀 놀림을 따라오며 모든 것을 허락해 준다.
이주영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 의미가 되어 전해진다.
사랑스럽다. 안고 싶다. 가까이하고 싶어.
두 팔을 내밀어 안으니 역시나 부드러운 피부 위로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온다. 그래서 더 좋은 감정이 구마하의 안에서 솟아오른다.
반면 이주영은 가볍게 몸을 떨며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얘한테 그것만은 확실히 전달해야 해.
나 그런 애 아니라고. 이러지 말라고.
"우으믐~ 음."
근데 얘 키스 진짜 잘한다.
뭐지? 거칠 줄 알았는데 엄청 부드러워.
강하게 안고 있는데 답답하지 않고, 포근한 기분이 들고.
뭔가 몸이 붕 뜨는 거 같아.
흥분한 이주영의 감정이 뜨거운 콧김으로 흘러나왔다.
구마하는 상대가 달아올랐음을 알고 빠르게 그녀를 들어 올려 무릎 위로 앉힌다.
"음."
힘 봐.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가볍게 들지?
번쩍 들어 올려 그의 무릎에 앉는데. 바람결에 차가워진 허벅지 아래가 따뜻해지면서 몸과 마음 한구석이 아늑해지는 것 같다.
"……."
이주영도 살짝 눈을 떠 구마하를 지켜본 뒤 다짐하듯 손을 내밀어 그의 목과 얼굴을 끌어안았다.
모르겠어. 그냥 지금 이 기분이 좋아. 그만 생각할래.
멀리 파티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바람 소리가 그들을 스쳐 간다.
그럼에도 둘은 떨어지지 않고 더 끈끈하게 하나가 되어 서로를 느꼈다.
"저기. 잠깐만."
"어?"
"잠깐…."
"왜?"
갑자기 이주영이 먼저 그에게서 떨어져 번들거리는 입술을 맨팔로 슥 훔치며 지켜본다.
"왜 그래?"
"아니 그러니까…."
"음?"
"……."
얘 뭐지? 왜 계속 키스만 하고 있지?
허벅다리 아래로 터질 듯한 그의 욕망을 느끼며 이주영이 똘망똘망한 두 눈으로 구마하를 살핀다.
"뭐?"
"……."
"왜? 뭐 안 좋았어?"
"아니. 그건 아닌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뭐라고 화두를 꺼내야 하는 걸까?
안 해? 아니면 나 만져도 돼?
어떻게 말해도 이상하지 않나?
엘리트 운동선수로 성장했지만, 타고난 외모로 늘 이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주영.
그녀는 단 한 번도 상대방에게 매달리거나 애원하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상대 감정을 가지고 놀 거나 업신여긴 적도 없다.
늘 존중해 주고 아니다 싶으면 선을 그었다. 그렇게만 해도 상대들이 알아서 진도를 빼고 그녀에게 맞춰 줬지만. 이 사람은….
"아하하하. 왜? 말을 해."
"……."
일부러 이러는 거구나.
내가 먼저 마음을 열라고.
그래. 그런 거야….
"너 진짜 못됐다."
"으하하~! 내가 뭘?"
"나빴어…."
뾰로통한 이주영의 반응을 보며 구마하가 슬며시 그녀의 셔츠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상대방의 두 눈을 똑바로 보고 거부하지 않는 입술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주영의 가슴을 움켜잡는 구마하.
"솔직히 말해 봐. 방금 저 사람들 본 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아니."
"그럼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나 여기 데려왔어?"
"주영아, 내가 하나 말해 줄까."
"뭐…?"
"난 상대방이 싫은 행동은 절대 안 해."
"그럼 내가 여기서 그만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만하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그의 손이 멈춘다.
이번에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건 이주영이었다.
진짜 선수네…. 사람을 이렇게 달궈 놓고 아무 짓도 안 한다고…?
그것도 내 눈 똑바로 보고. 내 가슴 이렇게 만져 놓고.
"너 진짜…."
"왜 이래. 나도 좋아하니까 이러지."
"니가 나 좋아했었어?"
"내가 애들 왜 잘해 줬는데. 난 처음 너가 나 혼자 밥 먹을 때 내 앞에 왔을 때도 너만 봤었어."
"누나라고 하다가 너라고 하다가…."
이주영도 더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다 살짝 볼을 꼬집을 뿐.
"아야. 하하하~ 아퍼."
"으이그…."
오케이 사인이 내려졌다는 뜻으로 알고 구마하는 당당하게 그녀의 셔츠를 들어 올리며 브라를 끌어내린다.
봉긋하고 아름다운 두 가슴이 향긋한 체취를 풍기며 드러난다.
구마하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가슴으로 다가가자 이주영은 두 눈을 꼭 감으며 그를 끌어안는다.
"하아~"
눈을 감은 이주영은 온몸에 퍼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그의 몸은 따뜻했고 혀는 뜨거웠다.
유두 끝을 간지럽힌다.
손이 부드럽게 몸을 쓰다듬는다.
옷의 촉감과 그의 손길이 여기저기 닿을 때마다 등골에 서늘한 감각이 스쳐 간다.
그럴수록 목소리가 더더욱 야릇하게 변해 갔다.
"으음~ 아~"
구마하는 이주영의 가슴을 애무하며 한 손을 허벅지 아래로 가져갔다.
이주영도 그의 행동에 맞춰 다리를 살짝 벌려 준다.
허벅지를 만지던 손이 짧은 반바지 아래로 파고들어 속옷을 만진다.
그러더니 곧이어 바지 위로.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속으로. 마침내 그의 손이 까슬한 음모를 만지고 있었다.
"혹시 면도했어?"
"응."
"우와~"
"우와는 무슨 우와야. 경기 앞두고는 어쩔 수 없어."
"하긴 그렇겠구나. 시합복이 아무래도 짧으니까."
"아래 벗을까? 너 불편하지 않아?"
멈추지 않고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지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주영이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옥상 입구에서 시선이 멈췄다.
"괜찮아."
"진짜로?"
"어. 내가 아까 올라오면서 문 잠갔어."
"어떻게?"
"옥상은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잠그는 게 있거든."
"와…. 너 진짜… 제대로 선수구나."
"하하하! 아니 왜? 조심할 건 조심해야지."
"이래 놓고 내가 싫어하면 안 한다고 한다고?"
"물론이지."
"오케이. 알았어. 그만해. 손 빼."
"하하하~!"
이제 와서 그건 무리지. 여자의 앙탈을 적당히 흘려 버리는 구마하.
손을 빼라고 하니 바지를 벗긴다.
이주영도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두 다리를 모아 주고 그의 행동에 맞춰 엉덩이를 움직여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와 허리 진짜 가늘다."
괜히 리듬 체조 선수가 아니구나. 가슴은 봉긋하면서 허리와 힙으로 이어지는 S 라인이 아름답다.
구마하도 바지를 벗었다.
두 사람은 좌위 자세로 서로를 마주 보고 앉는다.
이미 젖을 만큼 젖어 있던 그녀의 속이 자연스레 그를 받아들인다.
"하아~! 음."
그는 뜨겁다 못해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크면서 단단하고 또 부드러웠다.
결정적으로 서두르질 않는다.
천천히 몸이 그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음~ 아~ 하아~ 앗!"
그래서 이주영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남자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이렇게 되면 자기들이 더 흥분해서 난린데. 얘는 키스 할 때부터 지금까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여자 마음을….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이던 이주영이 가늘게 눈을 떠 구마하를 보았다.
눈빛이 너무 야릇하고 깊어 구마하에게도 커다란 희열을 불러 일으키는 표정이었다.
"하아 하아~~!"
"좋아?"
"너무 좋아."
얘 진짜 뭐지? 섹스를 왜 이렇게 잘하지? 어느새 내 리듬을 안거 같아. 몰라. 너무 좋아. 그냥 모든 걸 맡기고 싶어.
"더, 더 깊게 해 줘, 마하야."
이주영은 구마하의 목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며 매달린다.
그는 자신의 엉덩이를 밑에서 받쳐 들어 올렸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움직이는 데 부담이란 걸 모르겠다.
그의 손이 내 무게를 지탱해 주고 있으니까 관절의 움직임도 허벅지와 복근의 힘도 지금은 필요 없게 느껴져.
마치 물에 떠 있는 듯, 아니, 하늘에 떠 있는 거 같아.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배려해 주고 있었다.
그의 마음과 나를 바라보던 욕망 하나하나 그 앞에 내가 있어.
"하앗! 아앙~~! 아아! 하아!"
소리를 참아야 해. 누가 들으면 어떡해.
그런 불안함도 느껴지질 않는다.
이주영의 단정한 미모가 흥분으로 일그러진다.
아기자기한 발가락들이 오므라들며 질 속이 강하게 수축해 온다.
이런 섹스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