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13)
하고 싶어 미칠 거 같아도 참다 보니 얼렁뚱땅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다.
나중엔 섹스를 안 해도 사는 데 지장은 없구나. 그냥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구나. 그렇게 납득하게 되었다.
대신 만약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내 진심을 담아 그녀를 아껴 주고 사랑해 주리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드디어!!
그것도 바로 옆에 있음에도 손이 닿지 않던 존재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응~ 아아~ 으음! 음!!"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무엇보다 올림푸스 산맥의 위대한 신들이시여.
고맙습니다. 저 정말 열심히 착한 일 많이 하고 이 험난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멋진 사람이 될게요.
주영이와 하며 또 한 번 느낀 거지만 나는 섹스가 너무 좋다.
아니. 지금까지 대체 어떻게 참은 거지?
이 반응. 이 몸짓과 표정.
귀두 끝을 포근하게 감싸는 그녀의 속살 하나하나 좋아 죽을 거 같다.
진짜 흥분이 가시질 않아 주영이의 목덜미를 핥으며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려고 하는데.
"아! 안돼. 목에다 그런 거 하면."
"왜?"
"왜라니. 나도 낼모레 시합 있어."
"아, 미안. 그렇구나."
목이 안 된다면 가슴은 상관없겠지.
고개를 낮춰 보드라운 윗 가슴 정 가운데 빨갛고 진한 마크를 새긴다.
주영이도 위로 올려진 셔츠를 입술 끝으로 문 채 고통을 받아들였다.
"아~ 아파."
몸에 남은 선명한 흔적에 그녀의 목소리가 투정 부리듯 달라졌다.
하지만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멈추진 않는다.
이주영을 생각하며 혼자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상상은 몇 번 하긴 했었지.
아니 솔직히 안 할 수가 없잖아. 이런 미모는 태릉이 아니라 신촌을 가도 먹히는 얼굴이라고.
역시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뭐?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고? 꺼져. 지금 아니면 그 말 언제 쓰라고.
어떨까? 어떤 반응일까? 얌전한 성격이니까 섹스도 조용하게 하려나?
아니. 절대 아니었다.
"으읏 음! 흐응~ 흡!"
난 정말이지 얘가 이렇게 리액션이 좋을 거라곤 생각 못 했어.
그 얌전한 얼굴 속 이런 은밀한 표정이 있었다니.
그 조용한 목소리가 이렇게 야릇한 숨소리로 바뀔 줄 누가 알겠냐고.
거기다 이제는 내가 하체를 받쳐 주지 않아도 자기가 더 몸을 바짝 밀착해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어.
두 발을 벤치 끝에 지지하더니 모든 신경을 골반과 둔부에 맞춘 이주영.
그냥 보여 주는 반응이 아니다. 얘도 즐기고 있는 거야.
"진짜였구나."
"하악 하악~ 어? 뭐가?"
"식욕은 참아도 성욕은 안 참는다는 말."
"아~ 그런 얘기 지금 하지 마."
사람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는 듯 단호하게 대화를 잘라 내지만.
몸은 반대로 더 격렬한 상하 움직임을 보여 준다.
허리가 마치 흐르는 물결 같다.
흔들리는 가슴이 환상적이다.
가슴에 걸쳐진 채 떨어지지 않는 구겨진 셔츠.
얇으면서 힘줄이 올라선 사슴 같은 목.
그녀의 모든 게 나를 자극한다.
"우와. 너 지금 엄청 야해!"
"흐음 으응~ 아앙~"
"오오~ 이주영!!"
"하악, 하악. 나 가슴 만져 줘."
왜 이러지? 내가 반년 만에 해서 그런가?
한참 클럽 다니고 외국 애들 만날 땐 섹스가 그저 그랬는데.
숨소리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내 손에 닿는 피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녀를 느끼게 해 준다.
무엇보다 주영이가 나만 들을 정도의 작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 속에 분명히 자기 기분을 표현 해주고 있어.
가슴을 만지면 만지는 대로. 엉덩이를 토닥이면 토닥이는 대로.
깊이 넣으면 깊이 들어가는 대로.
"앗~!! 하아~ 좋아."
나의 모든 행동에 반응을 해 준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새끼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며 허리를 쓰는 이주영.
감히. 함부로. 주제넘게. 확신을 갖고 말 할 수 있는데.
진짜 나 아닌 보통 놈들은 지금 2분도 버티지 못해. 진짜 나니까 이런 모습을 버티고 있는 거야.
"주영아."
"아~ 으음~ 왜 이러지? 너무 좋아."
"하하하~~ 아하하하!"
"웃지 마.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
"너, 지금 설마 계산하고 하는 말 아니지?"
"내가 뭘 계산을 해?"
"나 기분 좋으라고."
"후후훗, 그게 왜 좋아."
좋을 뿐이냐. 미칠 거 같다고.
기쁨을 담아 그녀의 목을 당겼다.
키스를 해 주니 주영이도 아까와 다르게 끈적한 혀 놀림으로 내 입속을 간지럽힌다.
"으음~ 근데 나 조금 힘들어."
"힘들긴 뭐가 힘들어. 운동하는 사람이 이거 가지고."
"지금 운동하는 거 아니거든요."
"오. 좋다. 앞으로 계속 나한테 존댓말 쓰기."
"웃겨. 나이도 어린 게."
"아하핫! 동갑이라며."
"어쨌든 내가 생일 빠른 건 맞잖아."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가볍게 한 대 때리며 당기자 샐쭉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 왜 때려."
"훗. 그럼 내가 존댓말 써 줄까?"
"으음."
"어때요? 이렇게 해 주면 기분 좋아요?"
"아. 짜증 나려고 해. 하지 마."
"하하하하!"
"웃지 말라고."
허리를 더 바짝 끌어당기자 그녀의 저 안으로부터 흘러나온 체액들이 더더욱 질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하악~ 근데 너 언제 끝나?"
"왜? 진짜 힘들어?"
"아니. 누가 올지도 모르고…."
"난 원래 한 번 하면 세 번은 하는데."
"…거짓말."
"하하하! 왜 그런 거짓말을 해."
"보통 남자들은 허세가 있으니까."
"허센지 아닌지 보여 줄까?"
"읍~!!"
몸을 꽉 안은 상태로 가볍게 들어 올려 속도감을 높인다.
중력의 저항을 받지 않는 그녀가 인형같이 안겨 흔들거린다.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 있었어?’라는 듯 주영이가 놀란 눈동자로 보는데, 그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 볼에 키스해 주고 가슴을 애무했다.
"흐으음 으응~"
앙증맞은 분홍빛 유두 끝을 혀로 핥으며, 나와 그녀가 합쳐지는 곳을 본다.
길고 단단한 녀석이 이주영의 몸 안을 드나들 때마다 축축한 애액에 번들거리며 묻어났다.
제모가 아닌, 운동 때문에 관리되는 까슬까슬한 정리 된 털들과 갈라진 계곡도 그간 봐 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건강하고 매끈한 허벅지도 좋다.
이 가녀린 허리도 좋아.
가슴을 애무해 주면 부드럽게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몸짓도 좋다.
어떻게 이렇게 육감적으로 부딪혀 오는지. 어떻게 저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 주는지?
그래. 오랜만에 그 구호가 떠오르는구나.
리듬 체조! 리듬 체조다!!!
다 나름의 근거가 있는 얘기였어!
"하악, 하악. 저기… 있잖아…?"
"어?"
"너 왜 이렇게 잘해…?"
"하핫! 지는?"
"내가 뭘?"
"이주영 씨, 당신도 지금 장난 아니거든요."
"……."
"나 아까부터 쌀 거 같은 거 꾸―욱! 참고 있다고."
"왜?"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해 준다.
"니가 너무 좋아서."
이미 빨개진 얼굴에 더 감출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지. 주영이가 더없이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푹 안겨 목을 끌어안았다.
더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또 한참을 상하 운동을 이어갈 뿐.
"흣! 으음! 읏!"
"아프면 얘기해."
"헉, 허억, 괜찮아. 더 깊게 해 줘."
태릉서 잠깐잠깐 마주치는 순간이라든지, 훈련 마치고 다 같이 나른한 상태로 밤공기를 마시며 돌아다니던 때라든지. 얼마나 그녀를 몰래몰래 훔쳐봤던가.
처음부터 이 사람의 남자 친구가 누군지, 나는 그 새끼가 참 부러웠었다.
그런 존재가 지금 내 앞에서.
나를 향해서.
나를 그 속 안에 담고서.
흥분하고 기뻐하는, 정말 아무나 쉽게 볼 수 없는 어려운 표정을 보여 주며 미간을 찡그린다.
"응! 으음. 흐으음~!!"
기둥을 뽑아 먹을 태세로 격하게 움직이던 주영이가 갑자기 목을 뒤로 꺾으며 미약한 경련을 일으킨다.
"아아~ 아~ 하아~!"
왔구나. 절정에 다다르면 또 이런 모습이구나.
절제하지 못해 망가지는 표정도 예쁘네. 경직되는 몸도 예쁘다.
"헉! 허억! 자… 잠깐만."
"응?"
"허억. 헉. 음. 으응… 자, 잠깐. 움직이지 말아 봐."
"하하하~ 그러니까 왜?"
"그냥. 몸이 지금. 읍! 아앙~"
"왜? 몸이 어떤데? 무슨 기분인데?"
"아아~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오르가슴이 왔을 땐 작은 터치도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상태에 다다르면 상대방을 배려해 주고 싶으면서도 뭔가 조금은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 말라면 안 한다면서?"
"하하하.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됐지?"
"…이게 가만있는 거야?"
"몸은 안 움직이고 있으니까."
뭐야? 입까지 멈춰야 하는 거였어? 크하핫!
짓궂게 그녀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으니 주영이도 눈을 깜박거리며 조용히 쳐다본다.
"너 진짜…."
"하하하~ 알았어."
더 까불다간 진짜 싫어할 거 같아 몸을 토닥토닥 안아 주며 목끝까지 말려 올라간 셔츠를 다시 얌전하게 끌어 내렸다.
그런데 흰 티 앞으로 봉긋하게 솟은 유두 끝이 보인다.
손가락을 가져와 콕콕 그 끝을 누르니 이주영이 주먹을 쥐어 가볍게 툭 때린다.
"으이그. 하지 말라니까."
"아니. 조금 진정된 거 같아서."
수줍은 미소로 웃는데, 그 눈빛이 또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어때? 아직도 이상해?"
"모르겠어. 근데 원래 거기 별 감각 없는 곳 아닌가?"
"글쎄? 누가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넌 아직 안 끝난 거지?"
"어."
"흐으음. 어떻게 해야 하나…."
"착하네. 이 상황에 나까지 배려할 마음이 들다니."
"너도 그러고 있잖아."
주영이의 이마를 정리해 줬다. 살짝 땀이 났었나 보다. 한 올 한 올 따로 놀던 머리카락들이 스르륵 모여 붉게 상기된 그녀의 감출수 없는 표정이 드러났다.
"왜? 뭐 묻었어?"
"아니. 머리가 너무 헝클어져서."
"다정하네."
"난 늘 다정하지."
"바람둥이…."
"하하하! 아니 내가 뭘?"
숨길 수 없는 기쁨의 미소. 그리곤 또 푹 안기는 몸짓까지.
역시. 나는 여자가 좋아.
무엇보다 사람은 섹스를 해야 해.
운동은 언젠가 그만두겠지만, 섹스는 절대 멈추는 일 없을 거야.
* * *
"근데… 바닥을 이렇게 해도 되나?"
"뭐 어쩔 수 없지."
"지저분해지잖아."
"그렇다고 안에 할 순 없는 노릇이고."
"흐음."
"괜찮아. 누가 담배 피우다 침 뱉은 줄 알겠지."
"그럴까?"
모든 걸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옷도 입었고. 옥상 바닥에 흘린 정액도 대충 신발로 문질러 닦았는데.
뒤에서 주영이가 가랑이 사이를 만지작거리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불편한 얼굴을 보여 준다.
"아. 으음."
"왜? 어디 아파?"
"아니 골반을 너무 벌리고 있었나… 여기가 뻐근해."
"설마 다친 건 아니지?"
"안 돼. 지금 다치면 큰일 나."
두 눈에 힘을 줘 내공을 빠르게 체크!
휴우~ 다행이다. 어떤 부상이 느껴지진 않아.
그냥 얘도 오랜만이다 보니 몸이 뻐근한 거겠지.
"너무 컸었나…?
"우오오~ 야. 너는 진짜…."
"왜?"
"아니. 그냥. 확실히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있긴 했으니까."
"니가 그랬잖아!"
"내가??"
"……."
"아하하하!"
주영이가 나를 보면서 늘 하는 말이 ‘정말 생각이랑 다르다.’인데. 얘도 마찬가지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 준다.
아무튼, 원래부터 허리가 조금 안 좋긴 했으니까. 그녀를 다시 벤치에 돌려 앉혀 놓고 여기저기 지압을 해 줬다.
"아. 거기."
"오오~ 뭔가 이 말도 야하게 들려."
"너도 참… 징한 구석이 있구나."
"하하! 어때? 여기 시원하지?"
"응. 근데 진짜 마사지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아픈 부위를 딱딱 맞춰?"
"침대에서 하면 더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어."
"흐음."
"좋다."
"뭐가?"
"이제는 내가 너 만져도 뭐라 하지 않잖아."
허리를 지나 어깨를 만지며 목 뒤에 가볍게 키스를 해 줬다. 그러자 주영이가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저기 있잖아, 마하야."
"어."
"우리…."
"어. 우리?"
"사귀는 건 아니지?"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사귀고 싶지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그녀를 가질 수 있을까? 본능적으로 답하면 멀어질 거 같은데.
"왜?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앞으론 진짜로 남자 친구 있다고 해도 돼."
"누구? 너?"
"어."
"후후후…."
"그러는 넌 어떤데?"
"나? 흐음.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주영이가 슥 자세를 돌려 얼굴을 마주 본다.
"일단 니가 좋다는 건 진심이긴 해."
"응."
"근데 지금은 올림픽이기도 하고."
"그럼 끝나고?"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 이런 거겠지.
서로 좋아하는 건 확인했어도 너무 빨리 섹스부터 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할까?
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 여자들은 교감을 쌓기 전 몸을 허락했다는 것에 미묘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주영이도 그런 걸 느끼는 것 같다. 아까와 다르게 거리감을 두는 듯한 표정도 그렇고. 그렇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본다.
"알았어."
"뭘?"
"서두르진 않을게."
"정말…?"
"그럼.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정도 이해 못 할까."
"근데. 너 진짜로…."
"응?"
"아니야."
구마하. 나 이 새끼. 진짜 존나 많이 성장했구나.
이런 여자가 지금 나를 떠보고 의심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고?
반대 아니냐? 내가 막 제발 사귀어 달라고,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매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쨌든 조급해하지 않았다.
나는 사랑에 있어 많은 실수도 했고 아픔도 느꼈으니까. 이제는 행복해져야지.
"올림픽 끝나고. 그때 다시 한번 말해 보자."
"그래."
이 사람과 연애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은 지금에 만족한다.
그저 그녀를 안을 수 있는 게 좋고, 엉덩이를 토닥토닥해 줘도 뭐라고 하지 않는 그 거리감이 좋다.
"대신 나도 부탁 하나 있는데. 말해도 돼?"
"뭐?"
"내일도 여기서 볼까?"
"……."
"어때?"
결국 목적은 그거냐는 듯 다정하게 안겨 있던 그녀가 멀찌감치 떨어져 찡그린 얼굴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지 않다.
왜냐면 이주영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몇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