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81화 (381/401)

이기는 것보다 위대한 게 있다. (5)

생각해 보면 복싱과 섹스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보통 두 사람이 참여하는데 시작은 차분하지만, 뒤로 갈수록 격해진다든가.

움직일수록 호흡이 가빠지거나 얼굴이 빨개지면서 머리가 산발이 되기도 하고 아프지만 할 땐 통증보단 쾌감을 느끼는 점 같은게.

무엇보다 메인이벤트보다 오프닝 게임에서 명장면이 나올 때가 많잖아.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애무할 때 절정의 절정까지 내몰아 그만 좀 괴롭히라고 투정 부리는 모습을 좋아한다.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잡는 것 같기도 하고 애달파하는 표정도 사랑스러워 보이니까.

“읏!”

근데, 이런 빌어먹을.

애달파 하는 건 저쪽이 아닌 나였네.

그녀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배배 꼬이고 있었다.

아니 저기에 이렇게 다양한 감각 기관이 있었어?

원래 오럴을 좋아했지만 이건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이잖아.

써니 씨는 내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쾌락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입속 따뜻하고 끈적한 혀 놀림에 발끝부터 머리까지 온 몸에 쾌감이 밀려든다.

“허억! 헉!”

흥분이 가속 되자 심박도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호흡이 너무 가뻐 그냥 참지않고 숨을 몰아 쉬었다.

보통 이런 반응은 내가 아닌 여자들이 보여 주는 건데.

이 덩치에 이 키에 이 몸에… 제기랄.

근육들도 야 오늘 주인 새끼 왜 이러냐? 할 정도로 이질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쪽팔리고 수치스럽지만 어떻게 참고 자시고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너무 좋아서. 너무 경이로운 쾌감이어서.

아니 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추웁― 후웁―!”

아직은 낯선 어떤 차분하게 생긴 여자가 단정한 옷차림에 가슴만 내놓고 터질 것 같은 기둥을 열정적으로 빨아 주고 있다.

느끼는 것만도 미칠 거 같은 상황에서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니 가뜩이나 단단한 음경에 더더욱 시퍼런 핏줄이 꿈틀거렸다.

시선이 느껴지는지 그녀도 눈을 떠 나를 보았다.

입안 가득 거대한 걸 물고서 수줍게 지어 보이는 미소에 나는 오르가즘에 다다르는 여자들처럼 머리를 쥐어잡으며 말했다.

“흐으윽. 써니 씨.”

“?. 후웁―!!”

“학! 허억 헉! 미칠 거 같애요.”

“후훗~ ?. 추웁! 춥!!”

미칠 거 같다는데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자극되는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순간. 뜨거운 감각이 밀려 들며 참을 새도 없이 사정이 터지고 말았다.

“웁― 우웁~!”

“써니 씨. 으― 읏. 하아. 헉!”

그녀가 귀두 끝을 강하게 문다. 마치 생명이 꿈틀대는 흰 애액들을 세상 밖으로 나가도록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전부 입속으로 받아들인 써니 씨를 보면서 싸고 또 싸고 몇 번이나 꿀렁거리며 아까 주영이와 다 끝내지 못한 욕망들을 털어냈다.

“허억, 허억….”

심장이 두근거린다.

마치 인터벌을 뛴 것 같은데, 지금껏 오럴 섹스 한 가지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 뭔가 놀랍다 못해 낯선 기분이 들었다.

가쁜 호흡을 뱉으며 써니 씨를 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상태로 모든 것을 입안에 담아 낸 채 울대를 꿀꺽 거리고 있다.

뭐지? 마시는 건가?

왜?

“써니 씨…?”

“후후. 후후후.”

“아니. 힘들게 그러지 말고 그냥 뱉어요.”

“우우음. 우음. 우으으음.”

10명을 만나면 가끔 한두 명 정도는 상대방의 이런 취향을 받아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사람은 대체 왜?

정액이 무슨 야동도 아니고. 비리고 냄새나고 그럴 건데.

뱉으라고 해도 싫다고 머리를 도리도리 저어내던 써니 씨가 마침내 모든 것이 정리됐는지 숨을 몰아쉬며 꽉 물고 있던 녀석을 자유롭게 해 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진 내 몸을 보고 있자니, 그녀도 또 한번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훔쳐 낸다.

“후우, 후우. 엄청나시네요.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그걸 왜? 뱉으면 되잖아요.”

“안 돼요. 시트 더러워져서.”

“뭐 어때서요. 집도 아니고 호텔인데, 여차하면 닦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그럼 오늘 밤 마하 씨 잠자리가 불편해지는걸요?”

“…….”

“괜찮아요. 저는.”

그녀를 보는데 묘한 착각에 빠지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 만난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관계가 맞나?

나는 왜 이 사람한테 고맙고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거지?

내가 너무 섹스섹스 부르짖어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무엇보다 저건 왜 저렇게 빳빳하게 서 있어? 엄청 싸지 않았나??

써니 씨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야하고 또 분위기가 있어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출렁이는 가슴. 살짝 접힌 아랫배. 그런 배가 너무 과하지 않다 느낄 정도로 두툼한 허벅지와 골반.

역시 살집이 있는 몸이었구나.

하지만 그 살점이 있어 그동안 느끼지 못한 육감적인 매력을 느낀다.

검은 머리 동양인의 이목구비를 한 덴마크 여성들 같은.

입이 끝난 다음엔 손이었다.

그녀는 손을 쓰는데 있어서도 남다른 테크닉을 보여 주었다.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를 상하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쓰다듬는데, 무슨 외교관이 이렇게 섹스를 잘하는지. 역시 배운 애들이 놀 때도 화끈하다더니.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하아― 하아― 써니 씨….”

“좋으세요?”

“좋냐고요? 돌아 버릴 거 같아요.”

“정말요? 기뻐라.”

“하아 하악… 조금만. 조금만 더 빠르게. 으읍! 허억!”

주문이 접수되자 그녀가 손을 더 세차게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말이 돼? 이게? 어떻게 내가 할 때보다 더 컨트롤이 좋지?

이 세상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컨트롤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는 거야?

젠장 구마하 자위 인생 23년에 면목이 없구나.

부드러운 손의 감촉과 애액이 주는 질척함. 주먹의 조임과 강약이 이보다 완벽할 수가 없다.

역시 세상에 고수는 많구나.

진짜 모든 게 환상적이다.

거대한 파도가 또 다시 밀려오는 것 같다.

고환이 움찔거리며 귀두 끝에 촉촉한 방울들이 맺히다 못해 요실금이 터지듯 투명한 쿠퍼액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아. 써니 씨. 왜 이렇게….”

“좋아하시니까.”

“아니 그래도 이렇게 자꾸 나만 해 주면… 나도 써니 씨 만지고 싶은데.”

“그럼 저도 만져 주면 되죠.”

“헉. 허억. 이쪽으로 와 봐요.”

반칙이라고. 진짜 이건 공정하지 않어.

나는 아까 가슴 조금 만지고, 지금 가랑이 살짝 문지른 게 단데.

그녀는 막 육봉을 신나게 흔들며 가슴 유두 목덜미를 핥고 있잖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건데.

그렇다고 받는 게 싫다는 건 아니야.

좋아. 너무 좋은데.

“으읍!!”

간질간질 배 속 저 안쪽 어디선가 누르지 못할 감각들이 솟구친다.

나한테 애무받는 여자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좋은데, 괴롭고. 만족스러운데 또 어딘가 허전하고.

마치 사람 마음을 읽는 것 같다.

써니 씨는 자기가 어디를 해주면 내가 좋아하는지. 내가 어디를 거부할 수 없는지, 진정한 의미로 남자의 몸을 아는 마스터이자 지존 여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내 위로 올라탔다.

“으으음.”

손과 입에서의 자극이 너무 강했던지라,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 가도 별 느낌을 못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아니구나. 내가 건방졌구나.

괜히 우리가 여자의 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손과 입이 독수리와 호랑이라면 그곳은 용이었다.

“하아, 흐으음~”

마침내 터져 나오는 그녀의 신음 소리와 부드럽게 출렁이는 가슴.

허벅지와 엉덩이의 부드러운 무게감이 내 몸을 지그시 누르는데.

그동안 내 안에 쌓아 올린 섹스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 같다.

“어…?”

처음이었다.

진짜 처음.

10초? 아니 5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몸속에 두 번째 사정을 하고 말았다.

“…….”

“어….”

“호. 혹시?”

“미… 미안해요, 써니 씨. 아니 근데….”

“훗, 괜찮아요.”

그녀가 괜찮다면서 몸을 낮춰 여기저기 키스를 해 주는데.

아까의 낑낑거리던 모습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부끄럽고 민망해 죽을 거 같았다.

“아. 내가 원래 절대 안 이러는데….”

“괜찮아요. 피곤하면 그럴 수 있어요.”

“그게. 피곤한 게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삽입 바로 직전까지 해줬던 애무와 사랑이 나를 너무 흥분시켜서…

그녀가 실망하지 말라며 다시 입으로 해 주는데, 이번에도 두 손을 가만히 놓지않고 젖꼭지를 쉬지 않고 비벼 주었다.

진짜 이제는 모르겠다.

그냥 좋아.

섹스에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애무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냥 좋은 거 같애.

오럴을 해 주던 써니 씨는 점점 고개를 낮추더니 고환을 쪽쪽 거리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더 목을 꺾어 마침내 고환 아래로 향한다.

애널 서킹까지. 와우…

진짜 오만 건 다 해 줘도 이것만은 절대 해 주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거늘. 그래서 사정사정해 부탁하거나 남자 항문 페티쉬가 있는 사람 아니면 받기 어려운데.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하하! 와 미치겠네.”

“왜요?”

“아니. 자세가… 으하하하!”

“여자들은 많이들 그러고 있잖아요.”

“아. 그건 여자들 얘기죠. 난 남잔데… 흐하하!”

자세가 너무 불편해 보여서 살짝 배려를 해 줬을 뿐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상위 자세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있었다.

이제는 쪽팔림이 뭔가 흥분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런 모습을 다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정말 여러모로 미칠듯한 쾌감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거 같았다.

“많이 신경 쓰여요?”

“아. 모르겠어요. 근데 다리가 하하… 진짜….”

“그럼 돌아 눕는 건 어때요?”

돌아누우라니 말대로 누워 본다.

이것도 만만치 않게 쪽팔려 뒷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근데 정말이지 난 오늘 여자들의 마음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애무도 이런 부끄러운 자세도. 받아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용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거 같애.

“이제 괜찮죠?”

“모르겠어요. 아 그냥. 으하하하!”

굵직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수치스러운 자세였다.

그런데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가랑이 사이로 넘어와 혼자 외로 이 서 있는 녀석을 감싸 쥐자 그런 수치심도 못 느끼겠다.

항문에 뜨거운 느낌이 전해지며 그녀의 손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활짝 열려 있다 보니 누울 때보다 더 관능적인 느낌이 척추를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손은 뭐 말할 것도 없지.

“흐음― 으으음.”

가뜩이나 포즈도 민망한데, 여기서 또 앙앙거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 이불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참아 보았다.

그럼에도 올라오는 흥분을 누를 순 없어 결국 신음인지 아픈 건지 모를 소리가 슬며시 나고 말았다.

아마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면 이렇게 혀를 쓰고 손을 바쁘게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나저나 정말 미친 쾌감이 아닐 수 없구나.

혀로 항문을 찍어 누르며 핸드잡을 받으니 굳이 여자의 질이 필요한가 싶은 고차원적 의문이 떠올랐다.

이것도 앞에 두 번이나 쌌기 때문에 버티는 거지 아니면 이미 끝나고 말았을 거야.

“허억. 헉. 써니 씨. 힘들면 그만해요.”

보이진 않지만 대충 그녀가 웃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번 하면 세 번은 하던 게 나름의 자랑이었는데. 그런 자부심과 긍지도 제대로 임자를 만나니 기를 못 펴는 것 같다.

“으음. 으으음.”

내가 몸을 들썩거리자 써니 씨가 배 밑으로 몸을 밀고 들어와 부드러운 가슴 사이에 나를 끼웠다.

자세가 자세라 이번엔 그냥 침대에 싸겠다 싶었는데. 그녀는 이번에도 시트 더러워지는 꼴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허억, 허억.”

깊은 계속 사이로 하얀 강이 흐르기 시작했다.

맑고 투명한 그녀의 턱 끝에 닿았다.

“하아, 하아. 써니 씨.”

“음.”

“밖으로 흐를까 봐 지금 그렇게 바짝 웅크리고 있는 거예요?”

“후후. 네.”

“아이고….”

“마하 씨. 휴지 좀.”

“잠깐만 있어 봐요.”

침대 옆 티슈를 가져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닦아 주면서 물었다.

“왜 이렇게 잘해 주세요.”

“좋으니까 그러죠.”

“저 좋아하셨어요…?”

“원래 팬이었어요. 저 작년까지 한국에 있었거든요.”

“진짜요? 한국 어디?”

“수원이요.”

“어! 거기 우리 집 바로 옆인데.”

그녀가 내게 꼭 안겨 온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랑 있는 게 꿈만 같아요.”

사람들은 왜 종교를 안 믿는 걸까?

신은 분명히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천사가 눈앞에 나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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