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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었던 나는 학창시절 누구나가 인정하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범생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또래 친구들과의 마찰이 나에겐 거의 없었는데,
그만큼 주위 어른들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러모로 인정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명문 사립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인정을 받았는데, 친구들은
모든 면에서 대체로 나무랄 곳이 없는 내가 보수적이란 사실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고, 나는 그렇게
대기업에 취직해 상사들에게 역시 인정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따르던 사촌 오빠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3년을 연애한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남편과 연애를 하는 동안 잠자리는커녕 키스다운 키스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물론, 남편 역시 나와 성장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우리 사이엔 별다른 마찰이 없었는데,
우린 그렇게 결혼한 첫날, 생애 처음 속궁합을 맞추며 진정한 남여로써의 어른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돌을 갓 지난 아들 태민이를 낳은 그때까지 어쩌다가 생각이 나야만 속궁합을 맞추며
살아왔던 것이었는데, 그것도 늘 반듯하게 누워있는 내 위에서 남편이 그런 나의 음부속살에
물건을 넣어 몇 번 박아대다가 사정을 하는 것으로 끝을 내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남자를 통해
여자로써 다다를 수 있는 그 막다른 끝의 전율을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난 뜻하지 않았던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을 배워나가게 되었는데, 지금부터
그때로 돌아가 내가 겪었던 일들을, 그리고 그 일들을 통해 내가 알게 되었던 새로운 세상들에 대해,
어쩌면 너무도 부끄러운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찼던 그
무엇들에 대해 지금부터 얘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아.....아버님........... 괜찮으세요.........??”
아침 준비를 하던 중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런 직감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아버님이 병원 응급실에 계시다는 말에 남편과 급히 병원을 찾았다.
“...허허허........ 괜찮다 괜찮아.......... 이거 아침부터 괜히 너희들을 번거롭게 했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번거롭긴요........??”
남편은 눈에 띄는 큰 외상이 없다는 사실에 오는 내내 졸이고 있었던 맘에 좀 여유가 생긴 듯 보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
“...으응........ 그게........... 약수터에서 내려오다 그만......... 좀 삐끗했는데........ 김가 놈이 궂지
일을 이렇게 벌렸구나........ 그냥 좀 뜨거운 찜질을 하면 될 걸 가지고.......”
그때 아버님 친구 분이 어딜 다녀왔는지 남편의 뒤에 나타났다.
“...이 놈아........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그게 무슨 되지도 않을 말이냐..........?? 으흠........”
“...어...어르신......... 고맙습니다........”
“...아....안녕하셨어요.........?? 이렇게 아버님을 병원까지 모시고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가끔 집에 놀러 오셨던 분이었는데, 내가 끓인 감잎차를 좋아하셨다.
“...으...흠......... 별것도 아닌데 뭘......... 암튼 너무들 걱정 말아라.........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뭐 그런 건 아니라니까........”
“...그....그럼요..........??”
“...으응......... 그게 그러니까......... 인댄가가 좀 늘어났다는구나........ 하지만 며칠 쉬면 괜찮다고 하니
너희들이 조금만 고생하면 될 거 같다..........”
“...네에........ 암튼 고맙습니다 어르신...........”
“...허허........ 이만하길 다행이지 뭐........”
그렇게 우린 아버님을 모시고 돌아왔다.
“...아버님......... 진지 드세요...........??”
다음날 점심, 한동안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말에 나는 점심상을 차려 아버님 방으로 들어갔다.
“...그냥 내가 나가서 먹어도 된다니까 그런다..........”
아버님은 당신을 위해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내게 미안한 듯 멋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에요 아버님......... 빨리 낳으시려면 움직이시질 말아야 된데요...........”
난 상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는데, 그 순간 조금은 당황한 듯한 아버님이 얼른 고개를 돌리는 걸
본 난, 직감적으로 아버님이 내 젖무덤을 봤다는 사실에 얼굴이 다 달아올랐다.
“...그....그래........ 아가야 그럼 내려놓고 나가 보렴............”
“...아니에요 아버님......... 혼자 드시면 밥맛이 없으실 거 같아 제 것도 가져 왔어요.......”
온화한 성품의 아버님을 대할 때마다 결혼 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아버님을 꼭 시아버님으로만
생각질 않고 스스럼없이 지내려 그동안 노력해오고 있었던 난, 애써 지금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아버님과 그렇게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