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목욕물 받아두었으니까 몸 좀 담그세요.........”
그렇게 3일이 지난 오후, 이틀이 멀다하고 사우나를 즐기던 아버님을 위해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았다.
“...괜.....찮은데 그랬구나 아가야............?”
그렇잖아도 몸이 좀 근질근질 하던 참이었지만, 한편으론 나밖에 없는 집안에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는 게 좀 어색하셨는지 아버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물이 식기 전에 얼른 몸 좀 담그세요 아버님......... 어서요.........”
그런 아버님과는 달리 난 별 생각이 없었기에 이렇게 재촉해댔다.
“...괘......괜찮데도 그러는구나...........”
“...호호호........ 아버님........?? 뭐 어때요..........?? 그러지 마시고 얼른 욕실로 들어가세요......
전 제 방에 들어가 있을 테니 걱정 마시구요........”
얼굴까지 좀 붉히며 조금은 어색한 빛이 역력한 아버님을 보자, 그런 아버님이 왠지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으며 얼른 자리를 비켜드렸는데, 아버님은 그런 나의 맘이 예쁘게만 느껴지셨는지
결국 욕실 욕조에 몸을 담그시고 말았다.
“...똑똑똑......... 아버님.........”
그렇게 한동안 내 방에 있던 난, 등이라도 밀어드리면 아버님이 좋아 하실 것 같아 욕실 앞에 섰다.
“...왜.......왜 그러느냐..........??”
그렇게 욕조에 몸을 담가 뜨거운 물에 온 몸을 맡기고 계시던 아버님은 느닷없는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말까지 더듬으셨다.
“...아버님......... 잠깐 들어가도 괜찮죠......??”
“...무....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 아가야........???”
“...등이라도 좀 밀어드릴 게요...........”
시아버님을 친정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있던 난 별다른 생각 없이 이렇게 말하면서 아버님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욕실 문을 열었다.
“...괘......괜찮다....... 아가야........... 그리고....... 밀 때도 없는데 그러는구나..........”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나에게 등을 보인 채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그래도 아버님 등을 밀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잠깐 그냥 계세요 아버님..... 아셨죠.......??”
좀 경계하는 듯한 아버님을 보자 좀 서운한 맘이 들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버님이 그러실 수도 있겠다 싶은 맘에 이렇게 말하곤 곧 때타올로 아버님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아버님........ 이럴 땐 아버님이 다치신 게 좋네요........”
아버님의 알몸을 결혼 후 처음 보게 되었는데, 꺾어진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다부진
몸매에 넓은 등을 보자 괜히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해져 이렇게 말했다.
“...그.....그게 무슨 말이냐 아가야...........??”
상반신 중에서 등짝만을 보여주고 계셨지만, 낯부끄럽단 생각을 지우실 수 없으셨던지 아버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게요 아버님.......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등을 이렇게 한번 밀어드렸더라면 하는 생각을 태민이
낳고부터 하게 되었었는데요........ 막상 밀어드리고 싶어도 밀어드릴 수가 없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서 아버님 등을 밀어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흐음......... 그...그랬구나...........”
아버님의 목소리엔 뭔지 모를 흐뭇함 같은 것이 묻어나고 있었는데, 당신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처럼
대하는 날 예쁘게 느끼시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님......... 이제 좀 개운하시죠........?? 제가 등 밀어드리길 잘했죠.......??”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등을 민다 생각하며 정성껏 아버님의 등을 다 밀고 나서 말했다.
“...그...그래......... 니 덕분에 내가 호강한 것 같다 아가야........... 고맙구나...........”
“...아....아니에요 아버님...... 별 말씀을 다 하세요......... 이제 전 나가 볼 게요........ 마무리 하시고
나오세요......... 아셨죠.........??”
“...그....그래.......... 알았다...........”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아버님의 방으로 가, 아버님의 속옷을 챙기려 옷장 맨 아래 서랍을 무심코 열었다.
‘...이.....이게 뭐야..........??’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심장이 다 멎는 줄 알았는데, 그런 내 눈에 왠지
모르게 낯익은 여자의 팬티 두 장이 들어왔다.
‘...여....여자 팬티가 왜 여기에..........?? 가....가만........ 그런데........ 이건........’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왠지 모르게 낯익다 생각했던 여자 팬티가 다름 아닌
내 팬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내 팬티가 왜 아버님의 옷장 서랍에 들어 있는지에 대해 끝없는 생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그 끝이 보이지 않았던 난 결국 미봉책인 줄은 알지만, 일단은 내 팬티를
그 자리에 그냥 놔두기로 맘먹은 채 아버님의 속옷만을 챙겨 나왔다.
“...아버님........ 문 앞에 속옷 놔두었어요..........”
그리곤 벌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후, 이렇게 말하곤 곧 내방으로 들어왔는데, 금방 나오실 줄
알았던 아버님이 욕실에서 나오실 생각을 않자, 순간 무슨 일이 있나 하는 걱정에 욕실로 갔다.
“...아버님........ 뭐하세요........??”
하지만 곧, 아버님이 나오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직감할 수 있었던 난, 그런 아버님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굴리던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에 곧,
숨을 한번 깊이 들이 쉬었다가 뱉어내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후,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는 아버님에게 순간 무슨 일이 정말 벌어진 건 아닐까 하는, 다급한 생각이
든 난 큰 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아직 끝나지 않으셨어요..........??”
“...으....응......... 그.....그래............”
그리고 다음 순간, 떨떠름한 아버님의 목소리에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얼른 끝내시고 나오세요......... 제가 따뜻한 생강차 끓여 놓을 게요..........”
“...그......그래......... 아.....알았다...........”
“...참........ 아버님 속옷은......... 건조대에서 마른 걸로 가져다 놓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가슴을 쓸어내리던 중, 순간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뱉어내고 말았는데, 이렇게
말 할 생각을 아주 짧은 순간 떠올릴 수 있었던 내 자신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그....그러냐............?? 자....잘했다 아가야......... 잘했어...........”
아버님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던지, 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난 그런 아버님이 순간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아버님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