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52)

하루가 멀다 하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또 늦게 들어온다며 전화를 했었기에, 그런 남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낮에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계속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 아버님이 실수로 내 팬티를 가져다 놓으신 건 아닌데...... 그럼 왜 내 팬티를 가져다 놓으신 걸까....?

도대체 내 팬티로 뭘 하시려고......??’

하지만 아버님이 내 팬티를 가져다 놓은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난 침대에 누워 뒤척이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들어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한 2월 둘째 주 어느 금요일 밤.

새벽에나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먼저 자라는 남편의 전화에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 빠져들던 난 왠지 모를 인기척에 눈을 뜨다 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심장이 다 멎을 것만 같은 놀라운 광경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커다란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이 다름 아닌 아버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눈을 껌뻑이던 난, 순간 아버님께 내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다 흘려야만 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두리번거리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내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아버님이 미처 모르고 있음을 직감한 채, 그런 아버님이 대체 뭘 하시려고

내 방에 들어왔을까를 생각하며, 실눈으로 아버님을 계속해 관찰하기 시작했다.

물론 입 밖으로 토해져 나올 듯 벌렁거리고 있는 심장을 애써 삼켜대면서.

방안이 어두웠기에, 내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시는 듯 보이던 아버님이 그렇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난 뜻하지 않았던, 태어나 처음 보는 장면들을 보면서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도 무서워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내 눈동자는 그런 아버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불로 그런 내 자신을 교묘히 위장까지 해대면서.

물론 그 순간, 내가 왜 그러는지 조차 깨닫지도 못한 채.

그렇게 난 아버님이 주섬주섬 아랫도리를 벗어내는 걸 보았고, 다음 순간 드러난,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큼지막한 뭔가가 아버님의 물건이란 사실에, 머릿속으로는 당장이라도 두 눈을 감아야 

한다고 되 뇌이면서도, 희미하게만 보이는 아버님의 기둥을 더 잘 보려고 애를 써대고 말았는데,

아버님은 그렇게 드러난 기둥을 한순간 움켜쥐시더니 내가 누워있던 침대 옆에서 나를 향해 훑어대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그 순간, 난 뭔가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에 그런 아버님의 기둥을 더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았는데, 그런 아버님의 기둥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뭔가가 들려져 있었고, 난 그게 작은 헝겊

쪼가리란 사실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그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뭔가에 난 소스라치듯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당신의 기둥을 감싸 쥐고 있던 아버님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게 내가 떠올렸던,

낮에 봤었던 내 팬티라는 사실에 난 다시 한번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난 그렇게 아버님의

서랍에 있었던 내 팬티의 용도를 뜻하지 않게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당신의 물건을 내 팬티로 감싸 쥐고 훑어대던 아버님이 어느 순간, 당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옅은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손동작을 더 빠르고, 더 격렬하게 움직여대시기

시작했는데, 난 그렇게 아버님이 내 팬티에 사정하는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보고 말았다.

남자의 자위를, 그것도 아버님이 내 방에 몰래 들어와 나를 훔쳐보면서, 나를 향해 당신의 물건을

훑어대는 걸 태어나 처음, 그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고 만 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기에

새벽까지 뒤척이고 말았다.

더욱이 그때까지도 남자의 자위에 대해 거의 무지했던 난 아버님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또 그런 아버님을 당장 아침부터 어떻게 봐야할지 몰라 더 곤혹스럽기만 했었다.

그리고 새벽에 들어 온 남편의 출근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복잡한 맘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한 아침상에 아버님과 함께 앉아 내키지 않는 밥이었지만, 행여나도 아버님이 

이상한 눈치를 챌까 싶어 억지로 몇 술 뜨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해대느라 진땀마저 흘려야 했다.

그리고 남편이 출근한 후, 집안 여기저기를 치우고 나서 여느 때처럼 아버님에게 감잎차를 끓여다

드린 후, 태민이와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난, 점심때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외출 준비를 하고

나오시는 아버님을 보게 되었다.

“...아버님........ 어디 가시게요.............?? 아직은 외출을 하시면 안 될 것 같은데............”

태민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어젯밤 일을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난, 아버님을 보자 다시 어젯밤

일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만, 애써 여느 때처럼 상냥하고 다정스런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괜찮다 아가야....... 이제 다 낳은 것 같구나....... 그리고 며칠 집안에만 있었더니 좀 갑갑해서........”

아버님은 태민이를 안은 채 현관까지 배웅을 나간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곧 아파트를 나서셨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버님..........”

엘리베이터에 오른 아버님이 곧 사라지는 걸 보면서 순간 온 몸의 기운이 쭉 빠져버림과 동시에 

식은땀으로 옷이 축축해진 난, 문득 아버님에 대한 호기심으로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태민이를 

거실에 놓아둔 채 아버님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버님의 방문 앞에서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너무도 모범적으로만 살아왔었던 내게 아버님의 방을 몰래 들여다보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본연의 속성인 호기심에 나도 어쩔 수가 없었던지, 결국 아버님의 방에 들어서고

말았는데, 그렇게 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그리곤 내 팬티가 들어 있었던 서랍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몇 번이고 망설이던 끝에 열어 내가 

입었었던 팬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어젯밤 일을 나도 모르게 다시 떠올리고 말았는데, 

그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그렇잖아도 터질 듯이 뛰고 있었던 심장도 그 순간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을 해대서 헐떡거려야만 했다.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서랍을 닫은 후,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번엔 아버님 옷가지랑 이불이 들어있던 장롱을 열어 서랍장을 다시 하나하나 열어보기 시작했는데,

이상한 행동을 하셨던 아버님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해하고 싶은 맘이 간절했었던 난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떤 실마리를 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며 서랍 안을 살펴나갔다.

그리고 서랍 안을 살피던 중, 몇 권의 두툼한 노트를 발견한 난, 직감적으로 아버님의 일기장임을

깨달으며 그 노트들 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봐서는 안 된다고 하는 내 안의 울림으로 인해 결국 노트를 제자리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편으로는 그 무엇보다도 아버님을 이해할 수 있는 게 그 일기장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

한동안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비디오테이프가 왜 아버님 일기장이 있는 서랍에 들어있는 걸까 하는

궁금함에 비디오테이프를 집어 들었는데, 테이프엔 라벨이 붙어있지 않았기에 호기심은 더 증폭되었다.

하지만 왠지 그 비디오테이프도 일기장처럼 보면 안 될 것만 같은 막연한 생각에 망설이다 결국엔

제자리에 다시 내려놓은 난,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아버님의 방을 그렇게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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