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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3화 (3/226)

Chapter 3 - 3.포석은 확실하게!

뚝딱뚝딱.

리제가 보낸 정비업자들이 일사천리로 신사 안 시설들을 수리하고 있다.

녹이 슬은 수도꼭지부터 좀 썩어가기 시작하는 기둥까지.

야기츠네 모녀가 애써 멀쩡하게 보이려고 관리를 해도 겨우 둘이서는 결코 커버하지 못한 이곳저곳을 바로 업자들이 수리하고 있다.

"어, 어어? 어?"

그리고 그 모습을 망연히 눈을 깜빡이며 야기츠네 아야메가 보고 있다.

"도련님, 녹차입니다."

"고마워, 리제."

여기가 신사기에 분위기에 맞춰 녹차를 타온 리제.

돌아가면 잔뜩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줘야겠어.

남이 있을 때는 게임에서 보던 것처럼 똑 부러지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메이드지만 둘만 있을 때는 은근 어리광을 부리는 귀여운 나만의 메이드다.

"신주님, 여기 녹차 드세요."

"네!? 아, 네. 고, 고맙습니다. 후릅. …맛있어!"

"감사합니다."

리제가 녹차든 홍차든 아주 잘 타지.

"그럼 이걸로 제가 진짜 루벨트 엘드라라는 걸 믿어주시겠나요?"

"무, 물론이죠. 하지만 이, 이렇게 도와주시다니…."

갑작스럽게 수리에 들어가니 당황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때야말로 더욱 파고들기 좋은 법이지.

"저는 엘드라의 후계자로서 여러 영재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좋은 터전. 좋은 기운이 깃든 장소를 파악하는 것도 들어있지요."

"엘드라의 영재교육 코스에 그런 것도…!"

"그리고 제가 판단하기에 이 신사는 이대로 두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신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아아…! 루, 루벨트 씨…!"

내 말에 야기츠네 아야메는 눈가에 눈망울을 맺히며 감동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야기츠네 아야메가 그동안 신사를 유지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보고로 듣고 있었다.

그중에는 이 신사에 대한 역사라든지 얼마나 효험이 있는지.

그리고 이 신사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주변에 알리는 활동도 있었다.

물론 그런 활동도 주변 사람들을 매수 및 압력을 넣어서 가는 길을 뜸하게 했지.

덕분에 봐라.

거의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상태에서 이렇게 손수 수리까지 해주고 후원해준다고 구원의 손길을 뻗는 내가.

아무리 주변에 홍보하고 알리려고 해도 외면받은 이 신사를 좋게 보고 칭찬하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여태껏 외면받은 분함과 슬픔에 비례하여 감동해 저렇게 눈물을 흘리고 감격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거의 넘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아, 그러고 보니 신주님의 이름이 뭐였죠?"

"아아! 그, 그러고 보니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네요. 죄, 죄송합니다."

야기츠네 아야메는 겉으로 봐도 진짜 얼굴을 묻고 싶을 정도로 풍만한 가슴 중앙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는 이 야기츠네 신사의 신주를 맡고 있는 야기츠네 아야메라고 합니다. 루벨트 씨, 이 야기츠네 신사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 흐윽! 감사드립니다."

"아니요. 이렇게 좋은 신사를 썩히는 건 저도 마음이 안 좋았을 뿐입니다."

"아아, 이 어찌 마음씨도 고우시나요…!"

상당히 고생했는지 조금 그럴싸하게 좋게 말하기만 해도 더 감동하고 있다.

아주 살짝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뭐, 앞으로 잘 후원해주는 걸로 퉁 치자.

"야기츠네 씨… 음, 신사랑 같은 이름이니 부르기가 그렇네요. 아야메 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에요!"

"아야메 씨, 혹시 수리하는데 요구사항이 있으면 업자분들에게 모두 말해주세요. 신사 기둥에 필요한 나무라든지 꼭 칠해야 할 색이라든지. 알려주시면 바로 대응할 겁니다."

"네, 알겠어요."

그 후 야기츠네 아야메는 업자를 향해 신사 수리에 필요한 사항을 말하고 다시 나에게 돌아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

그리고 그대로 떠나지 않고 앞으로 야기츠네 신사를 어떻게 후원할지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야기츠네 아야메의 호감도를 쑥쑥 올리는 동안.

"엄마! 바,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 뭐예요?!"

야기츠네 카구라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어미하고 같은 검보라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붉은 밧줄형 머리 끈으로 묶은 포니테일과 탐스러운 가슴과 골반.

아카데미 복장만 아니지 그야말로 전생에서 본 캐릭터 일러스트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아! 카구라! 어서 와서, 인사하렴!"

"인사하라니! 아니, 밖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신사를 수리해주러 와주신 업자분들이야. 걱정하지 말렴."

"아니, 업자라니! 대체 우리 신사에 그럴 돈이… 서, 설마 대출! 대출인 거야, 엄마!? 우리 신사에 그럴 신용이… 서, 설마 사채! 안 돼! 그건 안 돼, 엄마! …읏!"

야기츠네 카구라는 우리와 야기츠네 아야메를 번갈아 보더니 야기츠네 아야메의 앞을 가로서며 우리를 노려봤다.

"다, 당신들이 우리 엄마를 꼬드긴 거지! 말로 살살 구슬려서 마음이 약해진 엄마한테 억지로 사채를…!"

"사, 사채라니! 그런 거 아니란다!"

"엄마,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아무래도 상당히 착각하고 있나 보군.

"야! 다, 당장 저 사람들 물러! 우리 신사가 지금은 빈곤해도! 사채 따윈 필요 없어! 당장 안 나가면…!"

야기츠네 카구라는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더니 하얀 바탕에 붉은 글자가 적힌 부적을 꺼냈다.

"내가 혼쭐을 내줄 테야!"

"…!"

그 광경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동시에 감동했다.

찌찌부적!

그것은 블블에서 야기츠네 카구라의 개성이나 마찬가지인 모션!

전생의 커뮤니티에서도.

'찌찌발도가 뭐냐? 우리에겐 찌찌부적이 있다고 ㅋㅋㅋㅋ'

'쓰읍! 쇠덩이보다는 액기스가 묻어난 찌찌부적이 체.고.다.'

라는 글이 써질 정도로 가슴골에서 꺼내는 찌찌 부적은 많은 화제가 됐다.

아아, 이걸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가슴이 웅장해진다.

"감히 도련님에게…."

아, 리제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어릴 때부터 호감도를 팍팍 올린 터라 나만 관련되면 리제는 매우 끓는점이 낮다.

"리제, 가만히 있어."

"하지만 도련님…."

"가만히. 알았지?"

"…알겠습니다."

메이드 치마 속에 있는 허벅지 초커.

거기에 달린 단검을 뽑으려고 하는 리제를 말렸다.

어차피 리제가 나서지 않아도.

"카구라!"

야기츠네 아야메가 자기 딸을 혼낼 거니까.

"이게 무슨 짓이니! 당장 부적 안 집어넣어!"

"엄마!"

"루벨트 씨는 사채업자가 아니야! 우리 신사를 보고 감명을 받아 후원해주시기로 한 분이야! 빨리 부적 안 치우니!"

"후, 후원?"

야기츠네 아야메의 호통과 함께 후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야기츠네 카구라는 당황하며 다시 우리를 쳐다봤다.

이럴 때는 상큼한 재벌 스마일을 보이는 게 제격이지.

"안녕하신가요. 야기츠네 카구라 양. 저는 루벨트 엘드라. 이번에 야기츠네 신사의 후원을 하기로 마음먹은 스폰서입니다."

"에, 엘드라? 세계 최고 재벌인 그 엘드… 라?"

모녀가 당황하는 반응도 똑 닮았네.

그 후 야기츠네 아야메의 설명으로 인해 사정을 이해한 야기츠네 카구라는 바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실 바로 사과하는 것에 조금 놀라긴 했다.

야기츠네 카구라는 아카데미에서 선도부에 소속된 은근히 성깔이 있는 캐릭터다.

잘못을 인정할 때도 차분히 단정하게 하면서도 은근 안 지려는 느낌을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경제적 상황이 야기츠네 아야메뿐만이 아니라 야기츠네 카구라에게도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아니요. 오히려 부모를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나서는 그 모습. 감동적이더군요."

정말 감동적인 찌찌부적이었어.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아참, 계좌를 알려주시겠나요? 첫 후원금을 보내야 하니까요."

"네, 네! 조, 종이가 어딨더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야기츠네 아야메가 종이를 찾으러 황급히 다른 방으로 갔을 때.

야기츠네 카구라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기 잘못을 향한 반성인가?

아니면 바로 사과를 받아준 나를 향한 호감?

조금 귀 기울이어서 들어보니.

"돈이 들어온다… 돈… 돈이 들어와. 전기세도 간당간당해서 끊길 걱정할 필요도 없어… 몇 달 동안 계속 숙주나물 생활하지 않아도 돼… 가, 간식도 원할 때 먹을 수 있어…. 시장에서 요루기츠네 님에게 바칠 유부도 마음껏 살 수…."

오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읊고 있는 거였다.

야기츠네 카구라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리제에게 물었다.

"몇 달 동안 숙주나물 생활은 못 들었는데."

"저도 빈곤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만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군요."

리제가 동정의 시선을 야기츠네 카구라에게 보냈다.

리제가 나를 향해 약간의 적대 행위를 드러낸 상대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낼 정도면 엄청나게 동정하고 있다는 거다.

"여, 여기 계좌번호예요!"

야기츠네 아야메가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가져왔다.

"네, 받았습니다."

바로 받은 계좌번호를 향해 '아주 약간'의 후원금을 보냈다.

"지금 보냈습니다. 확인해보시죠."

띠링!

마침 야기츠네 아야메의 휴대폰으로 알림음이 나왔다.

"네, 넵!"

야기츠네 아야메는 침을 꿀꺽 삼키며 핸드폰을 확인했고.

옆에 있는 야기츠네 카구라도 뚫어지라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둘은 내가 보낸 '아주 약간'의 후원금.

적어도 두 모녀가 석 달은 신사를 경영하면서 푸짐하게 먹고 살 정도의 금액을 보고 입과 눈을 쩍 벌렸다.

"어, 어어, 어어…!"

"고, 공이 하나, 둘, 셋, 넷…!"

"우선 처음 후원금은 그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공사의 수리비는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부족하셨나요?"

"아, 아, 아니요!"

"다, 다. 당치도 않아!"

"다행이군요."

끼기긱하고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던 두 모녀는.

"어, 엄마! 엄마아아아앗!"

"카구라아아아아아아아앗!"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 않았다.

"이, 이제 우리 괜찮은 거지! 숙주나물만 먹지 않아도 되지! 나, 고기… 고기가 먹고 싶어…!"

"응! 그래! 먹으렴…! 마음껏 먹으렴! 흐윽! 지금까지 엄마가 고생시켜서 미안해, 우리 딸…!"

아주 감동적인 장면이다.

이럴 때는 자리를 비켜주는 게 상식이지.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자, 리제."

"네, 도련님."

"아, 아앗! 루, 루벨트 씨! 이, 이를 어찌 감사해야 할지…!"

"괜찮습니다. 훌륭한 신사를 후원하는 건 그저 제가 원하는 거니까요. 지금은 모녀간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주세요."

어차피 내가 20살 되면 그때 아주 감사를 듬뿍 받을 거니까.

그리고 나와 리제는 신사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도 아주 잘해줬어, 리제. 역시 넌 최고의 메이드야."

"감사합니다."

쿨하게 무표정을 지으려고 하지만 약간 홍조가 드러난 모습이 매우 귀엽다.

이렇게 나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과거 내가 배경설정을 아는 히로인들을 향한 포석을 깔아두었다.

이것이 내가 까는 포석의 2번째다.

깔아둔 포석을 다 말하려면 끝이 없으니 대표적인 예만 보여주는 걸로 끝내고.

이번엔 내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3번째 포석 설명에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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