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 21.미망인은 찐득하게!
야기츠네 신사의 계단을 오르며 참배객들을 바라봤다.
나의 후원이 있기에 참배객을 회복할 수 있었던 야기츠네 신사.
여전히 대성황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신사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추가로 돈이 나갈 일을 하지 않는다면 후원을 끊어도 굶어 죽진 않겠지.
"야기츠네 신사에 어서 오세요~."
계단을 다 오르니 무녀 알바생이 미소를 지으며 참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다른 무녀 알바가 운세 뽑기 맡아 참배객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다른 청소 직원이 스윽스윽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신사를 청소하고 있다.
참배객들처럼 세전함에 가지 않고 야기츠네 모녀가 사는 신사 내 가옥으로 향했다.
띵동하고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네~ 누구세… 어머! 루벨트 님!"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피부에 맨들맨들하게 윤기가 나고 생머리에서 머리카락이 흩날리지 않게 머리 중간을 하얀 천끈으로 묶은 스타일로 변한 야기츠네 아야메가 나를 반겼다.
무녀복으로 단단히 싸매고 있지만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풍만한 몸매도 여전하다.
정말 누가 이 사람을 처음 보면 성인이 된 딸이 있다고 생각할까.
이런 미모를 유지하는 것도 한 때 야기츠네 아야메가 한때 헌터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기츠네 카구라처럼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야기츠네 아야메.
하지만 왕년에 그녀는 평범한 실력.
아니, 살짝 아래의 실력을 갖춘 헌터였다.
일반인보다는 확실하게 강하지만 그렇다고 던전에서 몬스터를 계속 쓰러뜨리며 안전하게 돈벌이를 하는 건 불안한 실력.
그렇기에 신사가 경영이 어려운 상태라도 무릅쓰고 당장 돈을 벌기 위해 던전으로 향할 수 없었다.
애초에 던전은 아카데미 학생이라도 아닌 이상 보통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도 깨지고 큰 수확을 얻을지도 불확실하며 혹여 자신이 잘못되면 카구라를 혼자 놔두게 된다.
그런 걱정이 크기에 야기츠네 신사는 그런 경영위기에 빠져도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야메 씨."
"어서 오세요!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카구라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그… 죄송해요. 카구라는 지금 수행을 하러 나가서…."
"수행이요?"
"네. 카구라도 3월부터 아카데미에 들어가니까요. 좀 더 자신을 갈고닦는다면서 다른 신사로 수행을 떠났어요."
"야기츠네 신사에서 안 하고요?"
모시는 신이 있는 곳에서 해야 더 잘될 거 같은데.
"아, 그게… 카구라는 걱정이 많으니까요. 이곳에서 하면 신사를 돕고 싶어 하니 집중이 안 될 거 같아서 제가 다른 신사로 가라고 권했어요."
"그렇군요."
"돌아오는 건 한 달 뒤가 될 거예요. 죄송해요, 모처럼 카구라를 찾아와주셨는데."
한 달이나 수행이라.
그렇다면 신사에 남아있는 건 아야메 씨뿐.
함께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집중적으로 공략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었다.
"아니요, 오늘은 카구라에게 볼일은 없었어요. 아야메 씨에게 볼일이 있거든요."
"저에게요?"
"네. 아,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들어오세요."
야기츠네 모녀의 자택으로 들어가고 나는 손님을 맞이하는 대접실에 앉았다.
잠시 후 차와 과자를 가지러 간 아야메 씨가 전병과 녹차를 가져와 책상 위에 놓았다.
"루벨트 님이 평소에 드시는 것에 비하면 별 볼 일 없겠지만 괜찮으시다면 드셔주세요."
"아니요, 이런 것도 전 좋아해요."
깨작하고 전병을 씹고 후룩 녹차를 마셨다.
이것도 나름 먹다 보면 괜찮단 말이지.
"…저에게 볼일이란 게 뭔가요, 루벨트 님?"
"아, 네. 올라오면서 야기츠네 신사를 둘러봤습니다. 정말 잘 운영이 되고 있더군요. 알바도 이번에 더 늘어난 거 같고. 참배객의 유입도 좋은 거 같고요."
"후훗, 이렇게나 회복한 것도 다 루벨트 님이 후원해주신 덕분이에요."
"네. 저도 이 신사를 후원해서 정말 뿌듯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약간 뜸을 들이고 미소를 지으며 아야메 씨에게 말했다.
"이제 제 후원이 없어도 될 거 같아 저도 안심이네요."
"…네?"
아야메 씨의 미소가 굳었다.
"후, 후원이 없어도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말 그대로예요. 처음에 제가 이 신사에 왔을 때는 정말 후원이 간절히 필요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운영되고 있으니 더 이상 제 후원이 필요 없겠죠."
"어, 그…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루벨트 님. 가,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물론 지금 당장 끊겠다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두 달 정도는 후원을 계속할 테니까요."
"두, 두 달밖에…."
아야메 씨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다.
"그 뒤에는… 달리 제 도움을 원하는 신사나 시설을 찾아봐야겠네요. 정말 이 야기츠네 신사가 회복돼서 정말 다행이…."
"루, 루벨트 님!"
아야메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매우 조급해하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부디! 부디 후원을 끊지 말아주세요!"
어째서 아야메 씨가 이렇게 조급해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황한 척을 했다.
"아, 아야메 씨? 왜 그러세요?"
"그게…! 그게 정말로! 정말로 루벨트 님이 후원을 끊으면 위태해요! 전처럼 돌아가 버려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시, 실은… 최근 요루기츠네 님의 신상을 세우기 위해 대, 대출을 했어요. 대출금도 갚으려면 아직 2년이나 남았어요. 그런데 루벨트 님의 후, 후원이 끝나면 저, 정말로 위험해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을 더듬으며 급박한 표정을 짓는 아야메 씨.
긴장과 위기감 때문인지 더욱 내 팔을 끌어안아 풍만한 아야메 씨의 가슴이 내 팔을 감쌌다.
아, 포근해.
"그렇게나 대출을 하셨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물론 아야메 씨가 대출을 한 건 이미 알고 있다.
"그야 루벨트 님이 계속 후원해주시는 걸 전제로 했어요. 만약 후원이 없어지면 아, 알바생들도 모두 잘라야 하고 청소 직원분도 해고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제발…!"
"괜찮아요, 아야메 씨. 그렇다고 해도 이제 예전같이 손님들이 뚝 끊기진 않잖아요. 알바하는 무녀분은 한 분 정도는 해고하더라도 분명 경영 자체는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삶의 질은 떨어지겠지만.
"그, 그건… 하, 하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루벨트 님! 처음 저희 신사가 위기에 빠졌던 것처럼! 또 그런 일이…!"
꾸욱하고 아야메 씨가 내 팔을 끌어안는 힘이 강해졌다.
아, 몰캉몰캉한 압박이… 좋다!
성적 흥분과 행복함이 내 얼굴을 약간 빨갛게 만들었다.
지금이 딱 좋겠군.
"아야메 씨! 떨어져 주세요!"
약간 힘을 담아서 아야메 씨를 떨어뜨렸다.
"아, 아아…!"
지금 아야메 씨 입장에서는 내가 정이 떨어져 억지로 떼어냈다고 느껴 적잖아 충격에 빠졌을 거다.
그런 아야메 씨에게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아야메 씨가 하시는 말씀은 이해했어요. 후원을 끊는 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저, 정말인가요!"
아야메 씨가 기뻐하며 다시 내 팔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걸 살며시 피했다.
"어? 루, 루벨트 님?"
"그… 아야메 씨. 생각은 다시 해볼 테니까 너무 달라붙지 말아주세요."
"아…!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너무 실례되게 굴었죠? 정이 떨어지신 거죠?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부디 후원금은…!"
"아니에요. 아야메 씨에게 정이 떨어질 리 없잖아요. 그저…."
"그저?"
의문을 가지며 내 얼굴을 아야메 씨가 보았을 때.
살짝 시선을 돌리고 붉어진 볼을 잘 볼 수 있게 했다.
"그… 저도 이제 학생이 아니라 성인입니다. 방금까지 아야메 씨가 하신 건 좀… 자극이 강해요."
"네?"
순간 내 말이 뭘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아야메 씨.
하지만 잠시 후 아야메 씨의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어?! 네? 어? 설마? 이런 아줌마한테 그런…."
"그… 아야메 씨. 스스로 잘 모르시나 본데. 아야메 씨는 충분히 젊고 아름다우세요. 주변에서 보면 카구라의 언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요."
"네!?"
"그러니까 아무리 급하셨다고 방금처럼 팔을 껴안는 건 자제해주세요. 저도 남자니까 그런 건… 곤란합니다."
"아… 그… 죄, 죄송해요, 루벨트 님."
아야메 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그렇네요. 루벨트 님도 이제 카구라처럼 성인이고 그… 남자니까요. 방금 같은 행동은 제가 좀 새, 생각이 없었네요. 그런데 아줌마인 저를 아, 아름답다고 하다니. 고, 고마워요."
"아뇨. 크흠,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요."
"사, 사실…."
좋아, 아야메 씨도 쑥스러워하고 있어.
이걸로 자신의 미모가 나한테 유효하다는 건 충분히 알았겠지.
멋쩍은 분위기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더 이상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네요. 우선 아야메 씨의 사정은 알겠습니다. 앞으로의 후원에 관해서는 내일 아침에 다시 상담해요. 괜찮죠, 아야메 씨?"
"아, 네, 네! 내일… 내일 기다리고 있을게요, 루벨트 님."
"그럼 전 이만…."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야기츠네 신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셨습니까, 도련님."
"응, 리제."
리제는 저택 안에서 나를 맞이해줬다.
"그래서 야기츠네 모녀와 하고 온 겁니까?"
"포석 깔러 간다고 했잖아. 안 했어. 그리고 카구라는 수행하러 한 달간 없대."
"그렇군요. 그래서… 포석은 잘 까셨습니까?"
리제의 물음에 자신 있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내일 아야메 씨가 어떻게 나올지 참 기대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