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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61화 (61/226)

Chapter 61 - 61.이벤트는 순조롭게!

방과후.

수영 동아리 활동을 끝내고 귀가한 유메는 침대에서 얼굴을 묻으며 한탄하고 있었다.

"하아, 오늘 루벨트랑 말… 많이 못 했어."

유메에겐 한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호감을 품고 있는 남성.

루벨트 엘드라와 최근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입학 날에는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루벨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

자신의 친구인 리제와 약혼자인 엘리가 이미 루벨트와 육체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루벨트는 일부다처… 즉 하렘을 좋아하고 약혼자인 엘리도 하렘에 긍정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루벨트의 곁에 항상 있는 리제가 자신과 카구라 같은 여성이 유혹하면 루벨트도 좋아할 거라는 사실.

그런 충격적인 사실들을 들은 입학식 날 이후.

유메는 내심 안절부절 두근두근하며 루벨트를 바라봤었다.

그리고 그러기를 2주 이상.

유메가 느낀 건 루벨트는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는 거였다.

수업에도 수월하게 따라가고 다른 생도들을 위해 몸소 시범을 보여주며 이끈다.

이미 일부에서는 루벨트를 추종하는 마음이 생긴 생도들의 모임도 있을 정도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자주 보던 꺄아아악~ 루벨트 님이야~라고 외치던 부류다.

그런 부류는 질투 때문에 루벨트 근처에 있는 여성에게.

유메 같은 포지션의 여성에게 괴롭힘이나 경고를 날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그런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메의 호감도작을 위해 루벨트가 알아서 리제에게 명령해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메는 그런 뒷공작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고.

그렇기에 루벨트에 대한 호감은 더욱 올라갔었다.

그렇게 3년 동안 루벨트와 계속 같은 반이 되며 지내던 유메는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루벨트에 대한 이성적 호감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루벨트는 평범한 서민인 자신과 다르게 세계 최고 재벌 엘드라의 후계자.

게다가 곁에는 리제라는 메이드도 있으니 스스로 마음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컸다.

그런 억제하려던 마음이 입학식 날 발언으로 인해 제대로 작용하지 않게 되고.

고등학교와 변함없이.

아니, 왠지 모르게 남성적 매력이 나날이 증가하는 루벨트의 모습에 루벨트를 향한 유메의 마음은 점점 커지기만 했다.

좀 더 루벨트랑 대화하고 싶다.

좀 더 친해지고 싶다.

그러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 게 아닐까?

누가 뭐라고 해도 루벨트와 가장 오래 있던 리제가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약혼자인 엘리가 하렘전개 환영! 이라고 대대적으로 말했으니까!

그렇지만 유메는 그렇게 쉽사리 루벨트에게 대시하지 못했다.

괜히 나섰다가 차이기라도 하면 기사회생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에 조마조마하면서 유메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은 연속으로 터졌다.

첫 번째는 치사키.

입학식 날 루벨트에게 대련 신청을 한 이후로 자주 같이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게 된 같은 반 생도.

거의 전투에 치중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루벨트를 사제라고 하면서 매우 거리가 가깝다.

치사키 쪽이 흥미가 없더라도 리제왈 성욕이 강한 루벨트 쪽에서 마음이 갈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카구라.

입학식에서 처음 알게 된 친구.

선도부에 가입하고 쉬는 시간에도 자주 대화하며 나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거 알아, 유메? 삼겹살을 구운 다음 남은 불판에 묵은지를 구우면 그 맛이 정말 끝내줘!"

"그, 그렇구나."

"그 구운 김치를 두부에다가 같이 싸 먹으면 그게 또…!"

가끔 고기에 대한 열렬한 찬양과 집착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개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메에게 있어선 카구라가 치사키보다도 더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여성이었다.

입학식 날 때도 낌새를 느꼈지만, 자신과 같이 루벨트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가슴도 크고 마음씨도 착하다.

무엇보다도 루벨트가 후원하고 있는 신사의 딸.

오히려 루벨트를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하다.

그런 카구라가 최근 루벨트와의 접점이 많다.

첫 던전에 갔을 때는 루벨트의 등에 업혀서 돌아갔고.

아카데미에서는 신사 경영문제에 대한 상담이라고 하지만 루벨트과 카구라와 둘이서 교실을 나갈 때는 대체 어떤 대화를 할까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도 루벨트랑 더 말하고 싶은데….'

자그맣게 그런 질투가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 조마조마하고 초조한 유메의 마음을 더 크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소꿉친구인 이시훈이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왔던 소꿉친구.

칠칠치 못한 면이 있어서 조금은 자기가 챙겨줘야 했던 소꿉친구.

그런 이시훈이 최근 들어 같은 반 반장인 김예슬과 좋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자신은 이렇게 루벨트에 대한 마음으로 콩닥콩닥 초조해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서 반장인 김예슬과 같은 동아리에 다니면서 더더욱 친해지며 좀만 더 있으면 사귈 거 같은 부러운 상황이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독선적인 괘씸함에 이시훈이 늦잠 자서 지각할 상황이어도 전화로 깨우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한 상황에 있는 유메는 오늘도 제대로 루벨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풀이 죽어 집에서 한탄하고 있던 것이다.

"하아아아…."

바로 그때 유메의 핸드폰에서 통화 알림음이 울렸다.

'누구지? 시훈인가…? 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상대를 확인하니 화면에는 루벨트의 이름이 떴었다.

"루, 루벨트!?"

유메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아, 유메. 지금 통화할 수 있어?]

"으, 응! 괜찮아! 무슨 일이야?"

[실은 이번 주말에 시내에서 물건 좀 사려고 해서.]

"그래?"

[응, 혹시 유메는 주말에 시간 있어?]

"시간이야 많은데…."

[잘됐네. 그럼 주말에 같이 쇼핑하지 않을래?]

"루벨트? 바, 방금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오늘 주말에 같이 쇼핑하자, 유메.]

"어, 으으으응!?"

루벨트의 말에 놀라면서 유메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진정해! 지, 진정하는 거야. 어차피 알고 있잖아! 루벨트가 쇼핑하자는 것도 어차피… 리제나 시훈이도 같이 있는 거야! 그래! 평소처럼 그냥 같이 노는 거라고!'

"쇼핑! 조, 좋네! 응! 나도 쇼핑하고 싶었어!"

[알았어. 그럼 이번 주말… 9시쯤. 우리가 항상 만나던 곳은 어때?]

'우리… 그래, 역시 리제랑 시훈이도 부른 거야.'

"응! 좋아! 그때 보자!"

그 말을 끝으로 유메는 루벨트와의 통화를 끝냈다.

"후우…."

그리고 내심 두근두근거리며 놀랐던 심장을 한숨을 쉬며 진정시켰다.

"주말에 쇼핑… 뭐, 시훈이랑 리제도 가겠지만."

'루벨트랑 주말에 만나는 건 또, 똑같으니까 나름 꾸미고 나가야겠다.'

다 같이 만난다고 해도.

연심을 품고 있는 남성에게는 잘 보이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주말.

유메는 나름 차려입은 다음 이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시훈아, 준비는 다 했어?"

[준비? 무슨 준비?]

"오늘 루벨트하고 리제랑 쇼핑하기로 했잖아."

[무슨 소리야, 그런 약속 한 적 없는데.]

"어, 없어?"

[그래. 그리고 나 지금 주말 봉사활동하고 있거든? 끊을게.]

뚝 하고 전화를 끊는 이시훈.

"어? 으응?"

유메는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시훈이랑 약속을 안 잡았어? 어? 왜?'

머릿속에서 의문이 수차례 떠오르던 유메는 바로 납득할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상황을 떠올렸다.

'그래! 오늘은 리제하고 나랑 같이 쇼핑하는 거구나! 루벨트도 참! 시훈이만 빼놓다니. 너, 너무하네!'

스스로 납득한 유메는 넷이서 함께 놀 때면 항상 모이던 시내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아, 루벨트!"

유메는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 있는 루벨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약속 장소에서 루벨트도 또한 유메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자그맣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유메는 보았다.

약속 장소에는 항상 루벨트 곁에 있는 리제가 없다는 것을.

'어라? 으으으응?'

루벨트에게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유메의 머릿속은 딱딱하게 굳었다.

다가오던 유메가 마치 꽁꽁 언 것처럼 멈춘 것이 보였다.

약속 장소에 나 혼자만 있어서 분명 놀란 거겠지.

그야 평소에는 4명이서 같이 놀러 갔으니까.

갑작스럽게 나하고 둘만 있게 돼서 머리가 순간 굳은 게 아닐까?

그래도 거짓말은 한 적 없다.

유메가 혼자서 평소처럼 넷이서 놀러 가는 거라고 착각한 거다.

발걸음을 옮겨 유메에게 다가갔다.

"유메야, 왜 그래?"

"응?! 어, 그게! 루, 루벨트!"

말을 걸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유메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물었다.

"리, 리제는 어딨어! 아, 혹시 리제한테 심부름 잠깐 시킨 거야? 그런 거지?"

"아니. 오늘 리제는 안 오는데."

"리제가… 안 와?"

"리제는 오늘 엘리랑 약속이 있어서 따로 놀러 갔거든."

"그, 그럼 오늘은… 루벨트랑 둘 뿐이야?"

"응. 아, 시훈이는 오늘 봉사활동 간다더라."

"그건 전화해서 들었어."

"그래?"

유메는 뻣뻣하게 굳으며 가만히 침묵했다.

아마 머릿속으로 지금 이 상황이 데이트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중이겠지.

이럴 때는 유메가 대답하기 쉽게 유도하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유메에게 물었다.

"미안, 혹시 다 같이 쇼핑하는 줄 알았어?"

"아, 그게… 으, 응."

"음, 착각하게 만든 거 같네. 혹시… 나랑 둘이서 쇼핑하는 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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