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0 - 100.발정견! 유혹 대작전!
내 등장으로 부장과 몇몇 부원들이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회의가 시작됨으로써 딱히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다들 서서히 긴장을 풀며 회의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이게 저번까지의 봉사활동 기록이야. 그럼 다음엔 어디로 봉사활동을 갈지 의견 있는 사람?"
야마모토 부장의 물음에 가장 먼저 손을 든 쪽은 마리아였다.
"그래, 마리아. 말해봐."
"고아원은 어떨까요? 전철을 타고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답니다."
"고아원이라… 그거도 나쁘지 않네. 저번 주에는 불우이웃분들을 도와주는 데 전념했으니까.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저요."
"그래, 말해봐.
의외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자원봉사 활동이니 일정한 곳의 자원봉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제의 반대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 장소보다 먼저 이곳을 먼저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도의 의견.
결과적으로는 말이 꺼내진 곳 모두 봉사활동 갈 거지만 순서에 관한 문제로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다였다.
그리고 다음 주에 갈 봉사활동 장소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설득한 마리아가 꺼낸 고아원으로 결정됐다.
"좋아! 장소는 결정됐으니까! 마리아 나중에 단체방에 자세한 장소를 보내줘!"
"네, 부장님."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수고했어."
""수고했습니다.""
자원봉사 동아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해산했다.
"벌써 끝이야?"
"아, 오늘 같이 회의하는 날은 빨리 끝나거든. 어차피 다른 날은 모두 자원봉사로 밖에 나갈 일이 많으니까."
"어떨 때는 주말에도 모여서 하니까. 오늘 같이 회의만 하고 끝나는 날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거든."
"그렇구나."
하긴 자원봉사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이런 날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공략할 히로인인 마리아의 모습도 봤으니 나도 이만 돌아가자고 생각했을 때였다.
"저기… 루벨트 님?"
"응?"
뒤를 돌아보니 마리아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응, 마리아. 무슨 일이야?"
"아니요. 딱히 무슨 일은 아니고… 감사를 하고 싶어서요."
"감사?"
"루벨트, 마리아랑 만난 적이라도 있어?"
"아니, 없는데."
실제로도 없다.
"후훗, 물론 루벨트 님과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만 루벨트 님에게 신세를 져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마리아는 풍만한 자기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여전히 실눈처럼 보이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신세를 지던 교회는 그렇게 유복하다고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엘드라의 지원을 받고 저도. 형제자매들도 모두 예전보다도 훨씬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먼저 고아원을 떠난 언니 오빠분들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현재도 다른 남동생 여동생들도 식사에 곤란하지 않고 교육에 뒤처지지 않은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됐답니다."
마리아하고 대면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물론 마리아가 지내는 교회에 지원금을 보내도록 지시한 건 나다.
이 포석은 다음에 만날 때 쓰려고 했는데, 설마 마리아 쪽에서 먼저 말을 걸 줄은 몰랐다.
"그랬구나."
"네. 실은 제가 이렇게 자원봉사 동아리에 들어온 것도… 루벨트 님이 저에게 해주신 것처럼 저도 예전의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어서였답니다."
"응? 잠깐만."
시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리아에게 물었다.
"저기… 마리아."
"네, 시훈 님."
마리아는 수녀에다 교회에서 자라왔고 평소 성향 때문에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는 캐릭터다.
"지원을 한 건 엘드라 가문에서 그런 거 아니야? 루벨트도 마리아를 모른 거 같은데 왜 루벨트가 마리아한테 은혜를 입힌 것처럼 말하는 거야? 아니, 엘드라 가문이 지원한 게 곧 루벨트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러는데…."
"아, 죄송해요. 말하는 순서를 잘못했네요. 후훗, 확실히 이러면 제 말이 헷갈릴 수도 있겠어요."
"아니, 사과할 정도는 아니고…."
마리아는 기도를 하듯 양손을 모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초등학교 시절 때까진 저희 고아원은 가난했어요. 물론 정부에서 일정 이상 지원금은 있지만 그걸로 고아원을 원활하게 운영하기에는 부족했죠. 그리고 중학생이 됐을 때 엘드라가에서 지원이 왔답니다.
그때는 고아원 모두가 기뻐했어요. 옷에 걱정도 없고 음식 걱정도 없고 다른 형제자매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어요. 소중한 형제자매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은 저도 무척이나… 가슴이 따스해졌어요. 동시에 저희를 도와준 분이 누구신지 무척이나 궁금했답니다."
마리아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저는 당시 원장도 맡고 계셨던 수녀님에게 여쭸어요. 저희를 도와주신 고마우신 분이 대체 누구신지를."
"그게 루벨트라는 거야?"
"네!"
부드러움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마리아는 덥석 하고 내 손을 잡았다.
"수녀님이 말씀하셨어요. 최근 엘드라가의 후계자인 도련님이 여러 불우한 환경의 시설에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요. 분명 저희 고아원도 루벨트 님의 결정이 있었기에 지원금을 받은 거라고 알게 됐답니다!"
손이 참 곱고 부드럽다.
역시 수녀 속성 캐릭터들은 다 이럴까?
게다가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잡힌 손이 가슴에도 닿을 기세다.
"루벨트, 진짜야?"
"어… 확실히 중학교 때쯤부터 여기저기에 지원금을 보내긴 했었지."
야기츠네 모녀 공략을 할 겸 겸사겸사 다른 히로인들에게 연관 있는 시설에 지원금 보내기 포석을 깔았었다.
딱히 철저히 숨기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설마 마리아가 직접 후원자가 누군지 찾아본다는 것까지는 생각 못 했다.
그래도 뭐… 공략하기는 더 쉬워졌네.
"역시! 정말 감사드립니다, 루벨트 님! 루벨트 님 덕분에 저희 형제자매들이 얼마나 많은 은혜를 지금까지도 받았는지…!"
"그랬구나."
내 손을 마주 잡은 마리아의 손을 마찬가지로 포개며 자상한 재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내 행동으로 도움받았다고 하니 나도 기뻐."
"아아…! 정말로… 루벨트 님은 제가 상상했던 분이시네요! 자상하신데다 스트렌저도 쓰러뜨리실 수 있는 강하신 분…! 직접 제가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습니다만 혹여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어요."
"폐가 된다니. 그럴 리 없잖아?"
마리아가 스스로 찾아와준다면 나야 좋지.
"그렇네요! 루벨트 님을 직접 만나는 것에 긴장하여 멋대로 떠올린 걱정이었어요. 루벨트 님!"
"왜, 마리아?"
"혹여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루벨트 님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요! 루벨트 님이 원하신다면 진심을 담아 루벨트 님에게 봉사할게요!"
"고마워.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마리아는 나에게 보답하고 싶은 거지?"
"네!"
"그럼."
손을 뗀 다음 헤파이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연락처부터 교환할까? 필요하게 되면 연락할게."
"아! 네!"
마리아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마리아는 내 연락처가 등록된 핸드폰을 쥐고 매우 기뻐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만나, 마리아."
"네! 루벨트 님!"
마리아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시훈이하고 예슬이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복도를 걷는 도중 예슬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마리아가 저렇게나 기뻐하는 거 처음 봤어."
"나도. 항상 미소 짓지만 저렇게나 기뻐하는 건 처음이야."
"그래?"
"응. 그런데 지원금 얘기 들으니까… 루벨트가 엘드라의 후계자라는 게 더 잘 느껴지더라."
"나도 가끔 루벨트가 하는 말이 스케일이 다르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카구라 때도 그렇고 이렇게 직접 도움받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니까 신기하네."
평소 같은 반에 있는 나의 지위와 재력에 놀라는 두 사람의 반응은 나름 기분 좋았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구태여 드러내지 않는 매력이 재차 주목받는 이 느낌.
아주 좋아.
마리아하곤 원래 다음 달부터 공략 시작할까 했지만… 반응을 보아 생각보다 일찍 시작해도 좋을 거 같네.
◈
"으으으으으음~."
덴라이 치사키에겐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사제이자 같은 반 생도.
그리고 자신의 첫 경험 상대인 루벨트에 대한 것이었다.
덴라이 치사키에게 있어서 자신의 첫 경험은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기분은 좋았다.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사저로서의 자존심을 기준으로 따지자면 매우 처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냄새에 발정해 루벨트가 시키는 대로 그야말로 개와 같은 포즈를 취하며 겪은 첫 경험.
그것도 멍멍 짖으면서 계속해달라고 조르는 그 상황은 그야말로 사저로서 매우 굴욕적인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치사키는 그것에 대해 그다지 화가 나거나 엄청난 치욕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개 흉내를 시킨 것이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기분 좋으니까 대부분은 눈감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 치사키에게 있어서 고민인 건.
'어떡하면 또 사제랑 자연스럽게 떡칠 수 있으려나~.'
바로 루벨트하고의 다음 섹스에 관한 거였다.
본능에 따라 먼저 몸부터 나가는 치사키.
그렇기에 발정 상태에서도 참지 못하고 완전히 발정하여 거의 반 폭주상태로 쭉쭉 나아가 루벨트와 관계를 가졌다.
물론 루벨트의 의도대로 흘러가 험악하거나 멋쩍은 분위기도 아니고 서로가 원하면 다시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끝맺었지만.
'이번에도 내가 먼저 하자고 하면… 사저로서 자존심이 상한단 말이지!'
이미 상할 대로 상한 사저로서의 위엄이지만 치사키는 텐라이류의 검사로서 살아온 생활도 길기에 사저라는 위치를 나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치사키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루벨트와 자연스럽게 떡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생각한 끝에 치사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사제가 참지 못하고 날 덮치게 하면 되는 거야! 이른바 유혹 대작전! 먼저 사제가 하고 싶다고 덮치면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 거야!'
유혹하는 시점에서 이미 치사키가 하고 싶다는 의사 표명이나 다름없지만 치사키는 자잘한 건 신경 쓰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