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7 - 207.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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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디아스 선생님의 주말 약속.
마침 저녁이라 리제랑 하고 있던 참이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디아스 선생님과 통화를 해야 하니 통화를 주변 소리가 안 들리게 환경음 차단 설정을 넣으며 리제와의 후배위를 이어갔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흐읏! 읍! 으응! 아…♡"
디아스 선생님에게 통화가 걸려 온 걸 알아서 방금까지 날 부르며 크게 신음을 질렀던 리제가 일부러 신음을 억누르는 게 귀여웠다.
"주말에 말인가요?"
[그래. 너는 객관적으로 봐도 다른 생도에 비해 특출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아카데미의 정규 커리큘럼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장을 보기 어렵겠지.]
확실히 지금 내 실력과 스텟은 중후반.
아니, 2학년에 들어갈 때는 블블의 후반 기준 스텟에 다다르게 된다.
당연히 아카데미에서 배운다고 해봤자 나 혼자 따로 훈련하는 게 더 스텟 상승에 도움이 되겠지.
그렇지만 그걸 아카데미의 교직원인 디아스 선생님의 입에서 먼저 나올 줄은 몰랐다.
교직원으로서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뭐, 그만큼 내 능력이 다른 생도에 비해서 압도적이라는 거겠지.'
[그렇기에 너의 성장에 걸맞은 장소로 가서 수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니 시간을 내줄 수 있나, 엘드라?]
"말하자면 디아스 선생님과 개인과외라는 거군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해도 되나요?"
[너만 이런 대우를 하니 편애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아카데미의 선생이자 너의 담임이다. 맡은 생도의 성장을 위해서 힘써야 하는 몸이지.
거기다 상대가 앞으로 유망해질 너니 다른 교직원들이나 이사장님도 이해해주실 거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주말에 어디서 뵈면 될까요?"
[수락하는 거냐?]
"물론이죠. 다름 아닌 디아스 선생님이 절 생각해주셔서 특별수업을 해주시는 거니까요."
[알았다. 그럼 장소와 시간은….]
디아스 선생님은 약속 장소와 만날 시간을 말한 다음 전화를 끊으셨다.
'디아스 선생님의 호감도작도 시작하려고 했는데 설마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줄이야.'
생각보다 일이 더 잘 풀리고 있었다.
통화를 끝내고 헤파이에 핸드폰을 넣으며 리제의 엉덩이를 힘껏 쥐었다.
꽈악!
"흐그읏♡ 아앗♡ 으으응…♡"
"미안, 리제. 통화하느라 계속 참았지? 이제 마음껏 소리 질러도 돼."
"하으! 으으으으응! 도련님! 더! 더 사랑해주세요! 도련님에게만 사랑을 전하는 도련님 전용 메이드 연인에게 뜨거운 사랑을 쏟아부어 주세요! 으으으응♡"
"아아! 정말 사랑스러워, 리제!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아, 아, 아, 으으으으으응!"
그리고 마저 리제와 사랑이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
주말이 되고 난 디아스 선생님이 지정한 던전 게이트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디아스 선생님이 지정한 건 C급 던전인 야수의 밀림.
낮은 D급 이하의 던전가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동물형 몬스터가 등장하는 던전이다.
좀 기다리고 있자 디아스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먼저 도착해있었군, 엘드라."
"디아스 선생님, 안녕하세요."
디아스 선생님은 아카데미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보는 슈트 차림이었다.
디아스 선생님은 내 차림을 보고 한마디 하셨다.
"생도복이로군?"
"아카데미가 아니더라도 디아스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니까요. 생도의 본분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땐 복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만… 그 뜻은 좋게 본다. 그럼 바로 들어가지."
"네."
디아스 선생님과 함께 C급 던전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생도는 임시 자격증을 받기 전에는 C급 던전에 들어갈 수 없지만 아카데미의 교직원이 디아스 선생님이 동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요새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내가 들어가는 거기에 게이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만약 디아스 선생님이 정한 게 엘드라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 게이트라면 이런 절차 생각도 안 해도 되지만.
던전 안은 동굴과 바위가 많은 암석지대.
사전 정보에 따르면 1분 정도 걸어가면 바로 몬스터가 덮쳐오는 C급에서도 나름 난이도가 있는 던전이다.
걸어가면서 디아스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엘드라, 넌 이번에 어떤 무기를 쓸 거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검을 쓸 생각입니다."
"흠, 텐라이류인가?"
"아뇨, 평소에 쓰는 직검을 사용할 겁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네가 직검을 사용할 때 쓰는 검술은 뭐랄까… 다양하더군 한 틀에 박히지 않은 검술이야."
"기본 검술을 기본으로 그때그때 쓸 수 있는 검술을 쓰는 방식이니까요."
"적재적소 검술이란 말이군. 틀에 박히지 않는 건 좋지만 적절한 선택지를 쓸 수 있도록 유념하도록 해라."
"네."
어느 정도 걸어가자 디아스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엘드라, 슬슬 헤파이를 작동해라."
"알겠습니다, 셋."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한손에 직검을 들며 언제든 몬스터가 와도 괜찮도록 대비한다.
그리고 잠시 후.
-크르르르!
푸른 갈기를 가지고 있는 호랑이 형태의 몬스터.
블루 타이거 3마리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블루 타이거라… 상대하긴 알맞겠군. 엘드라, 혼자서 할 수 있겠나?"
"저도 이 던전은 처음입니다. 확답은 내릴 순 없군요. 하지만."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가 블루 타이거 3마리와 적절한 거리에 다다랐을 때 발걸음을 멈췄다.
"질 것 같진 않군요."
-크르라아아아!
3마리의 블루 타이거가 합을 맞추며 나를 향해 높게 뛰어들었다.
단숨에 내 목숨을 앗아가려는 몬스터의 협공.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한 마리라도 빨리 수를 줄이는 거다.
우우우웅!
직검에 단번에 고밀도의 마력을 불어넣어 절삭력 높은 마력의 칼날을 형성하며 오른쪽에 있는 블루 타이거를 향해 땅을 박찼다.
나의 스텟으로 형성된 마력의 칼날은 B급 몬스터에게도 중상을 입히는 위력.
즉 C급 몬스터인 블루 타이거의 가죽과 뼈 따윈 두부처럼 잘라버릴 수 있는 절삭력을 자랑한다.
촤아악!
그렇기에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니 오른쪽에 있는 블루 타이거의 머리는 간단히 몸체와 분리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거의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 날카로운 참격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간 뒤 바로 뒤를 돌아 위로 뛰어오른다.
합공하며 높게 뛰어오른 블루 타이거 무리.
블루 타이거를 베어내고 지나갈 때는 아직 나머지 2마리는 공중에 있는 상태다.
발을 바닥에 대지 않으면 피할 수도 방향전환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 틈을 노린다.
뒤를 돌아 중앙에 있는 블루 타이거를 향해 뛰어들며 역수로 검을 들고.
블루 타이거 2마리가 나란 멋잇감을 잃고 착지한 순간.
푸욱!
역수로 든 검으로 블루 타이거의 머리 정중앙을 꿰뚫었다.
-크륵…!
퍼어엉하고 빛이 되어 2마리의 블루 타이거가 사라지고 발톱이나 송곳니 같은 드랍 아이템만이 남았다.
"이젠 너뿐이군."
이미 2마리나 해치웠으면 충분하니 마력의 칼날을 해제하고 칼을 남은 블루 타이거를 향해 겨눴다.
-크르르르!
C급부터는 어느 정도 몬스터가 영리하다고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같은 무리가 죽은 것보다는 먹잇감으로 생각한 내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살의가 더 강했다.
-크르아아앗!
혼자만 남았다고 해도 나를 향해 다시 덤벼드는 블루 타이거.
하지만 그 움직임으로 날 잡을 순 없다.
이번에는 마력의 칼날을 쓰지 않고 검만을 사용하여 블루 타이거의 공격을 피하고 수차례 몸을 베어냈다.
다리를, 몸통을, 얼굴을 베어내고 꼬리를 잘라내도 블루 타이거는 전혀 물러서질 않았다.
겨우 20초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고 해도, 압도적인 실력 차가 있다고 해도 사람을 향해, 인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존재.
그야말로 몬스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블루 타이거가 발톱을 휘둘렀다.
부우웅!
허나 가볍게 그 공격을 회피하고 블루 타이거의 옆으로 이동해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크륵! 크르으으…
심장이 찔려 절명한 블루 타이거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끝났습니다, 디아스 선생님."
"잘 싸웠군. 하지만 어째서 마지막 한 마리는 마력을 써서 안 쓰러뜨렸지?"
"그 칼날을 유지하는 것도 마력이 들어가니까요. 마력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거뒀습니다. 물론 다른 몬스터의 기척이 났다면 바로 써서 쓰러뜨렸을 겁니다."
"그렇군. 알았다. 잘못된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 마력의 칼날은 너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은 마력을 쓰진 않았을 거다."
역시나 디아스 선생님.
마력의 칼날이 마력을 먹는 건 맞지만 나에게 있어선 그리 부담되는 마력량이 아니란 걸 추측하고 있다.
"너의 판단도 틀리지 않지만… 나로서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스킬을 과하게 아끼진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디아스 선생님의 말도 맞다.
부담도 되지 않는데 괜히 아낄 필요는 없지.
"명심하겠습니다."
"다음 몬스터는 내가 잡도록 하지. 가자."
"네."
드랍 아이템을 헤파이에 보관하고 디아스 선생님과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파아아앙!
주먹 한 방, 발길질 한 방에 블루 타이거의 머리를 터트리거나 목이 꺾이다 못해 끊어져 머리를 날아가게 만드는 디아스 선생님의 무용을 보게 됐다.
나도 뭐, 저렇게 할 수는 있지만… 디아스 선생님의 움직임에는 한치의 주저가 없었다.
이게 수많은 경험을 쌓은 A급 헌터의 모습이구나.
"다음엔 같이 한다, 엘드라. 괜찮다면 검이 아니라 다른 무기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좋아, 다음엔 낫을 휘둘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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