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9 - 209.던전 서바이벌
동굴 안을 살펴보는 루벨트와 쥬라 디아스.
동굴의 길이는 대략 20M 정도 되어 보였다.
"몬스터는 없는 거 같네요."
서식하는 몬스터는 없고 천장이나 바닥 벽에 군데군데에 이끼가 피어나 있었다.
"그럼 여기서 휴식을 취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결계를 펼칠게요."
루벨트는 지팡이를 꺼내 동굴 입구 몬스터들이 쉽사리 들어오지 않도록 결계를 펼쳤다.
'이럴 때 루벨트가 마법도 쓸 수 있는 게 다행이군.'
탁 트인 곳이 아닌 한 방향으로 입구만 있는 동굴의 특성상 루벨트가 펼친 마력 결계는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었다.
우선 몬스터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결계가 깨지기 전까지 휴식 중에 재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건 전투에 있어서는 매우 귀중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였다.
헌터란 보통 자신의 특기를 살려 그곳에만 집중하는 게 보통이다.
쥬라 디아스 또한 기본적인 마법이나 스킬을 쓸 때 필요한 마법은 익혔다고 해도 기본은 몸을 이용한 격투술이 위주.
루벨트처럼 다양하게 여러 무기를 사용하거나 숙련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결계마법 등을 펼칠 순 없었다.
그만큼 루벨트 엘드라라는 존재는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외모는 물론 재력 능력까지 출중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며 동시에 쥬라 디아스 또한 더 성장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품게 됐다.
결계를 펼친 후 루벨트는 헤파이에서 모포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앉으세요, 선생님."
"고맙다. 그런데 헤파이에 대체 얼마나 다양한 물건을 넣고 다니는 거지?"
"기본적으로 던전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이라면 다 넣고 있습니다.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 하니까요."
"그렇군. 그러면… 식량은 얼마나 있지?"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우선 현재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식량을 쥬라 디아스는 바로 확인했다.
"저희 둘이서 한 달은 버틸 정도는 식량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에너지바랑 물이 고작이지만요."
"정말 준비성이 좋군. 한 달 치나 들어있는 건가?"
"그야 보통 던전에 갈 때는 4인 이상이니까요. 적어도 2주 이상은 버틸 수 있도록 준비는 해두었습니다."
"…대단하군."
'나보다 엘드라가 더 헌터로서 모범을 보이다니 부끄러울 따름이군.'
쥬라 디아스 또한 헤파이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건 자신의 무구나 옷 정도. 헤파이 안에 만일을 대비해 대량의 식량을 준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듯이 헤파이가 보급된 건 올해가 처음.
그전까지는 넉넉히 배낭에 넣은 다음 짐을 들 인원을 구하고 던전 안으로 가거나 간단한 식량만 챙기고 할당량만큼의 몬스터를 사냥하고 빠지는 전법이 유행했었다.
물론 헤파이에는 공간수납 기능도 있으니 점점 다양하게 활용하거나 여러 생활용품을 넣는 자들도 나타났지만, 오늘 개인수업의 일환으로 나온 쥬라 디아스가 철저하게 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물품을 챙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
쥬라 디아스는 눈앞에서 이리도 준비성이 철저한 루벨트를 보니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래선 교사 실격이군. 생도보다 준비성이 낮아서야…, 아니, 반성은 이곳을 나가서 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자책하는 것보다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루벨트와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쥬라 디아스는 정신을 다잡았다.
"엘드라, 언제 이 던전을 탈출할 수 있을진 모른다. 출구를 찾기도 어렵겠지. 그러니 식량은 최대한 아끼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어째서지?"
"우선 오후가 돼도 제가 안 돌아오지 않은 게 알려질 테니 바로 엘드라에서 수색을 하겠죠. 엘드라에는 아주 유능한 과학자도 있고 노블레스라는 헌터 길드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반드시 탈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렇군."
헌터계에서도 강하기로 유명한 엘드라의 산하 길드 노블레스.
그리고 세계최고 재벌이라는 엘드라의 힘.
그걸 새삼 인식하니 쥬라 디아스 또한 안심감이 들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오늘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방심하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쥬라 디아스는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쥬라 디아스는 우선 루벨트가 건넨 물과 에너지바를 받아 섭취했다.
활동량이 많고 일반인보다 격한 전투를 하는 헌터용으로 만들어진 초 고칼로리 에너지바.
하나를 먹었을 뿐임에도 배가 불러오는 아주 실용성 넘치는 식량이었다.
식사 후 쥬라 디아스는 모포에 앉아 동굴 밖을 주시했다.
'나도 엘드라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을 소모했어. 우선 움직임을 최소로 하면서 이 동굴에 다가오는 몬스터가 없는지 감시한다.'
체력회복 겸 감시를 하는 쥬라 디아스.
다행히 1시간이 지나도 몬스터가 동굴 근처에 올 낌새는 없었다.
'체력도 회복되고 있군. 계속 이 동굴 안에 있을 순 없지만… 우선 이 동굴을 거점으로 주변을 수색해보는 것도 좋겠어.'
쥬라 디아스가 일어서며 자신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겠다고 말하려고 할 때.
그보다 먼저 루벨트가 일어나서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디아스 선생님, 잠시 밖 상태를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뭐라고?"
"밖에서 도움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가만히 있으리 순 없으니까요."
"기다려라, 엘드라. 그럴 거면 내가 가겠다."
"하지만 디아스 선생님은 동굴에 도착하기 전까지 몬스터를 상대하셨잖아요. 전 그저 뒤에서 보조가 대부분이었으니 제가 갔다 올게요."
"이미 충분히 쉬어서 체력도 회복됐다. 그러니 넌 여기서 가만히 있어라."
"으음…."
쥬라 디아스의 걱정이 섞여 있는 단호한 말에 엘드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안 되겠네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실은 밖의 수색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나가려고 했던 거예요."
"다른 목적?"
"실은… 자위하려고 했습니다."
"뭐, 뭐라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충격적인 말은 쥬라 디아스조차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위라고? 이런 상황에서? 장난하는 거냐, 엘드라? 아니, 엘드라다. 그 엘드라다. 분명 무슨 이유가… 이유가 있을 거다.'
순간 머릿속을 채우는 당황과 분노. 하지만 상대가 루벨트이기에.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다른 생도와 달리 모범적인 모습밖에 안 보인 루벨트이기에 쥬라 디아스는 분노를 차분히 억누르며 루벨트에게 물었다.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거냐, 엘드라?"
"…네. 이렇게 된 이상 디아스 선생님에게 다 털어놓을 수밖에 없겠네요."
루벨트는 쥬라 디아스에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루크치아와 싸울 때 강력한 미약 공격을 받았다는 것.
그 미약을 이용해 자신이 강설화를 억지로 범하는 걸 보고 즐기려고 했던 것.
그 후 어떻게든 루크치아를 쓰러뜨렸지만 강력한 미약의 후유증이 생겼고 현재까지 그 증상이 남아있다는 것.
현재 거의 다 나아가려고 하지만 정기적으로 성욕해소를 하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미약의 후유증이라니… 그래서 그때부터….'
쥬라 디아스는 루벨트의 설명을 듣고 납득 가는 것이 있었다.
루벨트가 일주일 정도 쉬고 다시 아카데미에 왔을 때 무언가 색기 넘치는 느낌이 들었던 것과 그로 인해 같은 반이었던 여성 생도들이 루벨트에 관한 얘기로 시끄러웠었다.
'그저 부상이 다 안 나아서 내는 신음에 생도들이 호들갑을 떠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어쨌든 루벨트가 왜 밖으로 나가서 자위하려는 이유는 이해했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홀로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
"엘드라."
"네."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 안에서 해라."
"디, 디아스 선생님?"
"지금은 긴급상황이다. 동굴 밖에 나가는 건 아무리 너라도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하지만…."
"이럴 때 괜한 배려는 필요 없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동굴 안쪽에 들어가서 하고 올…."
"여기서 해라."
"디아스 선생님?"
쥬라 디아스는 딱히 루벨트의 자위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루벨트의 안전을 위한 생각이 가장 1순위였다.
"이곳에서 하는 게 몬스터가 들어왔을 때도 가장 대처하기가 쉽다."
"그건 그렇겠네요. 하지만 그… 디아스 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
"지금 중요한 건 목숨이다. 난 신경 쓰지 마라. 다만… 약혼자까지 있는 몸인데 이런 상황을 강제하니 미안하군."
"아뇨, 디아스 선생님이 죄송해할 일은 없어요. 게다가 엘리라면 이런 건 이해해줄 거예요."
"신뢰가 두텁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까요."
'신뢰가 두터운 약혼 사이라… 훈훈하군,'
쥬라 디아스는 반드시 루벨트를 약혼자인 엘리와 재회시키자는 동기까지 자신의 마음속에 추가했다.
"그럼 디아스 선생님, 실례하겠습니다."
"걱정 마라, 여기서 하라곤 해도 네가 하는 것에 정신 팔릴 생각은 없으니. 그저 밖의 경계를 하고 있을 테니."
"네."
'나 때문에 고생이군.'
안전을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자신의 주장 때문에 남성으로서의 수치를 곱씹어야 하는 루벨트를 향해 쥬라 디아스는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다음 순간 머릿속에서 구멍 난 풍선처럼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루벨트가 바지를 벗은 순간, 마치 튕기듯 뛰어난 탄력과 함께 나타나며 이윽고 꿋꿋하게 선 루벨트의 물건을 본 순간 쥬라 디아스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냐, 저 흉악한 건…!'
족히 30CM는 되어 보이는 길이와 굵직하다는 단어가 단번이 튀어나올 정도로 굵기.
울긋불긋 솟아난 굵은 혈관들과 커다랗고 넓적한 귀두.
바로 시선을 돌리려던 쥬라 디아스는 상상을 뛰어넘는 루벨트의 자지가 모습을 드러내니 경악스러움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