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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226화 (226/226)

Chapter 226 - 226.기말고사

기말고사 날이 찾아왔다.

첫 번째 날은 역시나 필기.

실전을 중요시하고 필기는 필요 최저만 보는 시험이기에 중간고사 때와 마찬가지로 나에겐 손쉬웠다.

내 연인들도 단체로 스터디 모임도 해서 성적에는 문제없겠지.

솔직히 스터디 모임이 필요할 정도의 난이도도 아니니 사실상 친목회 구실 같은 거다.

시훈이 같은 경우에는 예슬이랑 둘이서 알콩달콩 공부 준비를 착실히 했다고는 하는데….

'공부하는 도중 분위기 무르익어서 사랑 나누느라 과연 공부 잘했을지 모르겠네.'

뭐, 그건 반장이기도 하고 공부론 똑 부러진 예슬이가 시훈이를 잘 타일렀을 거라고 믿어보자.

필기시험을 수월하게 끝내고 다음 날.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의 진정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실기시험만이 남았다.

각자 시험을 보고 위해 인공 던전으로 들어가는 생도들.

나 또한 던전으로 들어갔다.

기본 E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그 끝에는 디아스 선생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흥겹게 나아갔지만.

"어?"

던전 끝에 기다리는 건 디아스 선생님이 아니었다.

"안녕~ 엘드라 생도."

대신 날 담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건 어찌 보면 타당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

이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에서 디아스 선생님보다 강한 인물.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 이사장.

시라 케밀지아였다.

"이사장님? 어째서 여기에…."

"후훗, 그야 내가 엘드라 생도의 시험평가원이니까. 중간고사 때는 디아스 선생님과 했었죠? 그때 영상은 나도 잘 봤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한 번 저도 엘드라 생도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이에요."

"그러시군요."

"마침 디아스 선생님도 내가 대신 시험평가원을 맡아줄 수 없냐고 부탁해서 덥석 물었답니다~."

아무래도 디아스 선생님의 입김도 들어간 모양이다.

그래도 그런 입김이 바로 통할 정도로 이사장님의 눈에 내가 띄었다는 거겠지.

뭐, 지금까지 하는 행동을 봐서 안 띄면 그게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기말고사가 끝나면 바로 디아스 선생님에게 가서 다른 방식으로 공략을 진행해야 할 거 같다.

지금은.

"1번."

눈앞의 이사장님에게 집중하자.

블블에서도 최강자 반열에 드는 캐릭터.

엑스트라 캐릭터로 잠시 플레이할 수 있을 때도 그 성능은 강렬했다.

나나 엘리처럼 모든 속성을 쓰는 건 기본이며 대부분의 공격이 강력한 광역기.

20살이 되어서 중후반의 스텟.

그리고 끊임없는 단련으로 더 높은 스텟을 가진 나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와오. 기운 넘쳐나네요, 엘드라 생도?"

"그야 존경하는 이사장님이 상대해주시니까요. 전력을 다해 임할 뿐입니다."

"응응, 아주 좋은 자세예요. 그럼 나도… 셋."

이사장님이 헤파이를 작동시킴과 동시에 복장이 바뀌었다.

커다란 챙을 가진 마법사 모자.

바니걸의 복장의 몸통 부분보다 고혹적인 레오타드.

그리고 어깨에 두른 넓은 망토.

17세겜이라고도 불리는 블블에는 아주 잘 어울리는 꼴리는 마법사 복장을 이사장님은 선보였다.

한 손에는 뾰족한 마법 지팡이를 들고 싱긋 이사장님이 미소를 짓는다.

"바로 엘드라 생도의 실력을 봐볼까요?"

휙 하고 지팡이 끝을 나를 향해 겨눈 후 상큼한 미소와 함께 이사장님이 주문을 읊었다.

"파이어볼."

퍼어어어엉!

'전혀 파이어의 위력이 아닌데.'

파이어볼은 작은 화염구를 날려 적을 견제하거나 여러 발 날려 낮은 등급의 몬스터를 해치울 때 쓰는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 이사장님이 쓰신 파이어볼은 C급 몬스터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피하는 건 쉽지만 이건 시험.

최대한 이사장님에게 내 실력을 선보이고 뽐내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

서걱!

마력을 칼에 두르며 파이어볼을 세로로 베어내고 바로 이사장님을 향해 땅을 박찼다.

마법사에게 거리를 벌리는 건 가장 불리한 행위니까.

물론 이사장님도 그걸 모를 리 없다.

"어머, 적극적이네? 그럼 이건 어때? 스톤 엣지."

휘릭! 하고 지팡이를 휘두름과 동시에 땅에서 거대한 바위 송곳이 솟아나며 길을 막으며 동시에 날 공격했다.

하지만 바위 정도로 날 막을 순 없다.

"파워 슬래쉬."

힘을 담아 휘두르는 기초적인 스킬.

하지만 내가 휘두르면 그건 바위조차 가볍게 베어내는 위력을 낸다.

"이것도 베내. 그럼 이건 어떠려나?"

우우우우우웅!

이사장님의 몸에서 대량의 마력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모이고 있는 마력은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

"썬더."

이사장님은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스톰."

블블에서도 많이 봤던 전기 계통 광역 마법을 사용했다.

콰르르르르르르릉!

하늘에서 수많은 번개가 땅에 내리꽂아졌다.

아무리 나라도 이걸 모두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꼭 피하라는 법만 있는 건 아니지.

"썬더 프로텍트."

영재교육을 받으며 습득한 수많은 마법 중 하나.

특정 속성에 특화한 방어 마법을 사용한다.

날 중심으로 구형의 전기 속성을 막는 데 특화한 결계를 펼친다.

하지만 역시 이사장님의 마법이다.

'한 번 막는 것만으로도 유지하는데 소모하는 마력량이 크다. 최대한 안 맞게 하는 게 좋겠어.'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막아내면서 돌진하다니 굉장해, 엘드라 생도. 이거 나도 점점… 불타오르는데요! 파이어 에로우!"

화르르르륵!

수백개에 달하는 화염의 화살이 날 향해 쇄도했다.

원래라면 내리치고 있는 번개와 부딪칠법도 하지만 수백개의 화살 중 단 하나도 번개와 부딪치지 않고 정확하게 날 노려왔다.

'최강자 반열에 오를 만 한 실력이야.'

그렇다고 해서 얌전히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5번."

상대가 마법을 쓴다면 이쪽도 마법으로 요격하면 되는 법.

"워터 애로우."

수백개를 한꺼번에 만들 필요는 없다.

화살 하나하나가 나에게 다가올 때 타이밍에 맞춰 근접 거리에서 불의 화살을 요격한다.

퍼퍼퍼퍼퍼펑!

내리치는 천둥 번개 사이에서 부딪치는 불과 물의 화살이 증기와 함께 터져나갔다.

"엘드라 생도의 시험평가원을 말인가요, 디아스 선생님?"

"네.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사장님."

시라 케밀지아는 갑작스러운 쥬라 디아스의 부탁에 의아했다.

원래대로라면 평소대로 쥬라 디아스가 직접 루벨트의 기말고사 담당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경 요청.

우선 시라 케밀지아는 쥬라 디아스에게 묻기로 했다.

"어째서 갑자기 변경을 원하는 거죠?"

"…저보다는 이사장님이 엘드라의 평가를 정확하게 내려주실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흐음."

시라 케밀지아는 그 이유만이 아니라 여러 이유가 쥬라 디아스에게 있다는 것을 감으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걸 일일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마침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새로 뜨는 신성.

규격 외의 인물.

새 시대의 영웅.

이 모든 칭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루벨트 엘드라.

스트렌저를 2명이나 격파하고 쥬라 디아스가 같이 있었다고는 하나 스트렌저 톨레이가 만든 함정에 며칠간 멀쩡하게 생환한 인재.

시라 케밀지아로서도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한켠에 있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맡게 된 루벨트의 시험평가원.

시라 케밀지아는 직접 루벨트를 상대하니 더욱 쥬라 디아스의 부탁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마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시라 케밀지아는 이사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최강의 헌터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어떤 헌터도 대적할 수 없으며 스트렌저라도 몸을 사려야 하는 실력의 보유자.

하지만 명성도 오르고 지위도 오르며 이사장 자리에 이르러서 시라 케밀지아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기회가 너무나도 적었다.

이사장직을 맡게 된 건 명예롭고 자신이 원한 거지만 서류를 처리하느라 자기훈련을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나날.

이사장을 맡았지만 시라 케밀지아는 자신이 아직 현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만은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는 향상심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시라 케밀지아는 자신의 실력에 맞는 훈련장을 찾기도 힘들었다.

평범한 훈련은 괜찮다.

하지만 자신이 전력을 내면서 실력을 갈고닦을 훈련장은 너무나도 적었다.

가장 걸맞은 훈련장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아카데미 내의 훈련실이지만 새로운 새싹을 키우기 위해 마련되어 절찬 생도들이 쓰는 훈련실을 뺏어서 쓰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 밖의 시설을 쓰기에는 거리가 멀기에 업무에 지장을 주고 만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시라 케밀지아는 현 상황에 타협하며 지루한 서류 업무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시라 케밀지아는 루벨트의 기말고사 시험평가원을 맡으면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만든 인조던전이기에 조금 전력을 내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것에 더해.

지금 시험을 보고 있는 루벨트는 자신이 마법을 한 두 번 쓰는 것 정도로 쓰러지는 실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법까지 쓰면서 내 마법을 요격하다니!'

예상보다 훌륭한 루벨트의 실력.

오랜만에 마음껏 마법을 쓸 수 있는 환경.

시라 케밀지아는 오랜만에 호전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어디 이건 어떻게 뛰어넘을 거야, 엘드라 생도!'

입꼬리를 올리며 마력을 끌어모으며 시라 케밀지아는 원했다.

부디 루벨트가 쉽게 쓰러지지 않기를.

더 많은 실력을, 잠재력을, 저력을 보여 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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