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9화 (279/648)

EP.279 279화. 이호연 하렘 계획! (2)

"구상? 함정이라도 팔려고? 누가 애기 아빠 괴롭혀?"

레베카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나는 그녀의 탱탱한 허벅지가 비벼지는 걸 보며 침을 삼켰다.

임솔과 백아영 그리고 레베카까지 나이가 똑같을 텐데, 셋 다 분위기가 다르다.

백아영이 나잇값을 못하는 귀여운 느낌이라면 임솔은 믿음직한 작은 누나 느낌.

마지막으로 레베카는 어른스러운 큰 누나다. 뭘 해도 성숙해 보인다.

당연하게도 저 성숙하면서 섹시함이 흐르는 분위기 때문이겠지.

"음, 이게 스케일이 아주 큰데... 괜찮아요?"

"얼마나 크길래 그래?"

"일단 가짜 던전이 필요하고요."

"...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가짜 던전?"

"잘 들으셨네요."

인류는 아직도 던전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

대부분 패턴을 정형화했지만, 그래도 가끔씩 일부 특이 턴전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함정을 뚫고 들어갔는데 보물 하나 없는 빈 던전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없는 허접한 던전에 희귀한 아티팩트가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들어간 사람 중 절반이 희생해야 살 수 있는 함정도 있었다. 물론 정예팀이라면 그 함정에 들어가기전에 파훼해버리겠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가짜 던전을 만들 계획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 학자들도 구분하지 못 할만큼 정교한 가짜 던전이여야한다.

내 말을 들은 레베카는 눈을 찌푸린 채 고민에 들어갔다.

"으음. 결계와 관련된 마법이라면… 거의 해결할 수 있긴 한데.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어?"

"... 네. 아직까지는 계획인데요."

나는 레베카에게 계획을 설명했고, 내 말을 들은 레베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움츠리며 나와 거리를 뒀다.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저건 좀 상처네.

"와… 애기 아빠. 그건 좀 … 음침한데."

"… 이게 제가 살려면 어쩔 수 없거든요. 가능해요?"

"가능… 하아, 자신만만하게 말해놓고 미안하지만 시도해봐야 알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스케일이 꽤 크긴 하니까요. 저도 언제든지 도울게요."

저런 말 만으로도 고마웠다. 시도는 해본다는 거니까.

"응. 애기 아빠 실력이라면 도움이 되겠네. 일단 마석 자체가 많이 필요한데, 자금은 있어?"

"여유자금이 100억 정도 있긴 해요."

"그 정도면… 내가 모아놓은 돈도 있으니 충분할 것 같네."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메모하기 시작했다.

아마 계획 같은 거겠지.

당연한 듯이 자기가 모은 돈도 포함해주는 걸 보니 고마울 따름이다.

"제가 사서 모아놨던 마석도 조금 있긴 해요."

"응응.... 꽤 머리 아프네. 나중에 정리해야겠어. 입원했다길래 생식 능력은 괜찮나 확인하러 왔는데 애기 아빠 덕분에 큰 짐을 안고 돌아가는구나."

"... 죄송합니다. 근데 부탁할 게 레베카 씨밖에 없어요."

"그렇겠지. 다른 여자들한테 이런 얘기 했으면 얼마나 욕을 먹었겠어."

"...."

그렇긴 하다.

레베카와는... 이렇게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비지니스적인 느낌이 있다.

아직 서로 애정을 쌓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레베카에게 말하는 것이다.

마법의 경지로 따지면 임솔이 레베카보다 낫다.

물론 결계라는 제한이 있다면 레베카가 높겠지만, 그 외에 모든 부분에서는 임솔이 더 앞서겠지.

하지만 임솔과는 쌓아온 관계가 있다 보니 이런 부탁은 할 수가 없다.

내 계획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나눴던 교감과 호감이 전부 눈 녹듯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으음. 괜찮아. 어차피 룬의 일족을 부흥시키는 거 빼곤 목표도 없었거든. 시간 때울 일이 생겨서 좋네."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건 어떻게든 보상할게요."

"말로 하지만 말고 빨리 보상해 주면 좋겠는데?"

"음... 제가 환자라서요. 처리하고 있는 일만 끝내면 바로... 해볼게요."

사실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퇴원하고 나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하루 등교 후에 화요일부터는 프랑스로 향한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현장 체험 실습]을 빌미로 한 켄타우로스 수사를 해야 하니까.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바로 기말고사다.

정확한 일정은 몰라도 아마 일주일 정도 되겠지.

그 후에 방학이니까... 적어도 2주는 걸린다는 말이다.

"흐으음. 뭐, 그래. 다른 여자랑은 하면서 나랑 관계를 피하는 건 눈감아줄게."

크흠.

나는 미안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걸 본 레베카는 환자용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근데 있잖아. 애기 아빠는 여자가 너무 많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더라?"

"... 그게 다 사정이 있어요. 정말로요."

나는 레베카의 눈을 피했다.

양심의 삼각형이 다시 내 양심을 찌르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여자를 늘리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하고싶지만, 미친놈 취급 당할까봐 도저히 못 하겠다.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입증할까도 의문이다.

원래 세계가 게임이라는 걸 알면 멘탈이 괜찮을까도 걱정이고. 문제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렇겠지. 그 사정은 캐묻지 않을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렇게 씨를 뿌리고 다니면 불임 되는 거 아닐까?"

"설마요."

나는 즉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야겜 주인공인데, 그런 면에서 보정이 있겠지.

평소에도 내 정력에 대해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마 그럴 걱정은 절대 없을거다.

레베카는 장난이었다는 듯 몸을 곧게 세우더니 기지개를 켰다.

"그러면 다행이고! 그럼 나도 가볼게. 이제 쉬는 거야?"

"어... 아마 저를 도와준 친구 병문안에 갈 거 같아요."

"그 사람도 여자?"

"... 네."

레베카는 신경쓰지않는다는 듯 웃고 있었지만, 말하는 내가 오히려 양심에 찔리는 이상한 광경이다.

"그, 릴리아나였나? 애기 아빠 집에 있던 여자들도 곧 여기에 올 텐데."

"그래요?"

하긴, 걔네들이 안 올리가 없지.

이래서 빨리 엘리스를 보러 갔어야 했는데.

"응. 아무튼 몸 관리 잘하면서 쉬어. 마음 같아선 24시간 내내 붙어서 씨를 지켜주고 싶은데... 일단 판데믹에서 처리할 일이 남았거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의외로 목숨은 질기니까. 아, 그리고 그 마력 차단 결계도 조사해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해야지. 그런 게 제대로 상용화되면 진짜 마인들의 세상이 올지도 몰라. 슬슬 애기 아빠 여자친구들이 오니까 가볼게."

레베카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손가락을 튕기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휴우...."

뭔가 진이 빠지네.

그래도 레베카에겐 고마웠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강제로 덮치려 했을 정도로 아이에 집착하던 레베카였는데, 이제 도망가지 않는 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조금 여유로운 모습이다.

사실 임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안할 정도로 섹스를 미루고 있는데... 슬슬 해줘야겠지.

양심고백을 하자면 내 자식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 있었다. 단순히 낳고 나 몰라라 할 순 없으니까.

똑똑똑-

"나 왔엉-."

레베카가 말한 대로, 병문안을 온 모양이다.

익숙한 서큐버스의 목소리였다.

입원할 때마다 이러는 것도 이제 피곤하네.

"들어와. 릴리아나."

*

"여기는 먹을 게 많당. 다은이 병실은 별로였는데."

옴뇸뇸.

릴리아나는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 있던 간식을 빼먹기 시작했다.

저거 다 우리 여보가 사다 준 건데.

아니지. 방금 그것보다 중요한 말을 들었다.

"다은이도 입원 중이구나. 다은이 상태는 어때? 많이 안 좋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루시와 루미, 문수린의 상태만 보고 무의식적으로 다들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엘리스야 수린 누나의 말이 있었으니 다친 걸 알았지만, 남다은은 수린 누나가 그다지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당연히 같이 있는 줄 알았다.

"오기 전에 들렀는데... 그렇지는 않아. 그냥 조금 다친 정도? 아, 다희는 거기 두고 왔어. 같이 자고 싶대서."

릴리아나는 건강에 좋다는 견과류를 까먹으며 말을 이었다. 그 중에서도 달달한 초코아몬드랑 크랜베리만 골라먹는 게 참 릴리아나 다웠다.

"잘했네. 나도 이따 가봐야겠다."

"좋은 판단이시네요. 호연 님. 다은 양이 좋아할 겁니다."

스칼렛은 언제나처럼 릴리아나의 뒤에 서 있었다.

편하게 앉아있으라고 해도 항상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저게 편한 모양이다.

길드에 있을 때의 버릇 같은 거겠지.

"그러고 보니 스칼렛.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아이리스 길드에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있어?"

당장 며칠 뒤면 프랑스로 떠나야 한다.

원작의 정보가 있어서 큰 걱정은 없지만,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원래는 엘리스에게 물어보려 했는데 생각난 김에 스칼렛에게도 물어봐야지.

어쩌면 다른 시야에서 본 좋은 정보가 나올지도 모른다.

"어, 길드... 글쎄요. 길드장님은 만나보셨고, 아가씨도 봤으면... 아. 아이린 님이 있네요. 아이린 님은 아시죠?"

"엘리스의 언니 말이지?"

"네. 하지만 딱히 정보랄 건 없네요. 실제로 봤을때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설명하기 어려워서...."

"흐음."

하긴.

스칼렛의 말이 이해는 간다.

원작에서 엘리스 루트를 진행해보면 아이린과도 마주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와 가까워진다.

엘리스의 언니인 아이린은 심각한... 나르시시스트다.

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공주병 환자'라는 뜻이다.

보통의 나르시시스트들은, 오히려 평균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기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가짜 자신을 사랑하는 현실도피의 일종이 공주병이다.

하지만 아이린은 다르다.

타고난 완벽한 외모.

어릴 때부터 빛났던 재능.

그 모든 걸 받쳐줄 수 있는 집안까지.

모든 걸 가지고 있던 아이린은 그녀의 재능을 제대로 꽃피웠고, 정말로 자신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신기한 여자긴 했어.'

그것 때문에 엘리스와 갈등도 일어나는데, 그게 또 어이가 없다. 그래도 배경을 다 알고 있으니 대처하기는 생각보다 쉽겠네.

"아마 켄타우로스 추적조에 아이린 님도 포함되어있을 거에요. 엘리스 양과 교류하려면 아이린 님에게도 잘 보여야 하니 조심하세요."

"고맙다."

아무리 잘보여봤자다.

내가 알던 그녀라면 절대 허락 안 해줄테니까.

냠- 냠- 냠-

"이거 맛있넹. 아, 나 여기서 자고 가도 돼? 집이 너무 조용해."

견과류에서 달콤한 것들을 다 빼먹은 릴리아나는 내 침대에 상체를 눕혔다.

"음... 상관은 없는데 나도 이제 나갈 거야."

"왜? 나랑 같이 누워서 놀자."

애완동물 같이 내게 달라붙는 릴리아나의 볼을 만지다보니 나도 이대로 누워서 자고싶지만, 할 일이 남아있다.

"그러고 싶은데, 엘리스랑 다은이한테 가보려고.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아하... 알겠엉. 그럼 스카웃하고 놀고 있어야징."

다행히 릴리아나는 다시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달라붙을까 했는데, 백아영이 가져온 먹을거리가 고급품이라 입에 맞나보다.

"스칼렛, 너는?"

가만히 서 있던 스칼렛은 내 말에 가슴을 가리며 비련한 여주인공 얼굴을 했다.

"원하신다면, 저도 릴리아나님과 같이 수청을 들겠습니다만... 그렇게 억지로 제 처음을 가져가고 싶으신 건가요."

"어디서 이상한 걸 듣고 온거야 대체."

"릴리아나 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역시 스칼렛이 이상해 진 건 릴리아나의 탓인걸까.

저 미친 서큐버스가 스칼렛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쩝. 집은 퇴원하자마자 들어갈 수 있지?"

"네. 제가 새로운 가구들로 채워놨습니다."

"오... 좋네. 그래서 축제 때 안 보였구나."

"예. 할 일이 많더군요. 서류작업도 다 제가 했으니까요."

역시 스칼렛만 한 일꾼이 없다.

원래 세계에서도 못 가졌던 집을 여기서 가지는구나.

'기분이 참 이상하네.'

아마 200억짜리 집이라 그럴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것보다 늦으면 병문안을 가기에 너무 실례다.

"릴리아나랑 놀고 있어. 난 엘리스하고 다은이 얼굴 좀 보고 올게."

"너무 늦게 오시면 안됩니다. 릴리아나 님이 기다리실테니까요."

"알겠어. 알겠어. 다녀올게. 릴리아나."

"으읍! 응!"

무언가 먹고 있는 릴리아나를 보며 난 병실을 빠져나왔다.

'스칼렛도 좀 챙겨줘야겠네.'

물론 계약을 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열심히 해주고 있다.

휴가라도 주면 될까? 아니면 진짜 릴리아나랑 섹스할 때 같이 불러버릴까.

뭘 좋아할 지 모르겠네.

잡생각을 하며 복도를 걸어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엘리스. 오른쪽으로 가면 남다은의 병실이다.

'어디 먼저 가지?'

엘리스와 남다은.

엘리스는 꽤 크게 다친 모양이고, 남다은은 나랑 비슷한 모양이다.

"역시 엘리스 먼저 가야겠지."

수린 누나의 말로는 엘리스가 날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한다.

시간은 밤 8시.

지금도 충분히 늦지만, 더 늦게 갔다간 오늘 안에 못 볼 수도 있다. 빨리 가서 얼굴을 봐야지.

남다은은 어차피 조금 늦게 가도 괜찮을거다. 그런걸로 화내는 애는 아니니까.

나는 시계를 보며 엘리스의 병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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