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화 (1/486)

EP.1 랭커 한민국

우주 소녀 전쟁(GGW)

중국에서 개발된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으로 간단히 말해 지구를 침략한 괴물들을 물리쳐야 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당연히 제목처럼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은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강력한 힘을 지닌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힘 - 마나를 각성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우연한 사고로 마나를 각성하게 된 극소수의 남성 중 하나로 자신을 돕는 수많은 여성 영웅들과 함께 괴물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평화로웠던 때로 돌려야한다는 내용의 게임이었다.

흔한 설정의 양산형 게임. 하지만 GGW 는 여타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과는 다르게 과금을 하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했고, 오로지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따라서만 게임을 클리어 해낼 수 있었다.

레이드라 불리는 전투 난이도 또한 일반에서 시작해 영웅, 전설까지. 세 단계로 분류를 하면서 라이트 유저들과 하드코어 유저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플레이어를 따르는 여성 영웅들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개성적인 매력도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GGW 는 발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시작하더니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즐기는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이 되었다.

"후우."

민국 역시 GGW 를 즐기는 게이머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아주 과하게 즐기는 유저였다. 현질은 하지 않았지만, GGW 는 현질 없이도 랭커가 될 수 있는 게임. 민국은 정확한 판단과 뛰어난 오더 능력으로 유명한 GGW 의 지휘관이었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민국은 자신을 따르는 소녀들을 지휘해 다른 게이머들보다 먼저 무시무시한 난이도의 괴물들을 공략하는 게이머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지금도 민국의 눈에는 우주 소녀 전쟁에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가 들어오고 있었다.

보스의 이름은 우라디우스. 까다롭다 못해 황당할 정도로 어려운 패턴을 자랑하는 이 몬스터는 공략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끔찍한 난이도로 인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름보다 우라질이라는 욕설로 더욱 많이 불리는 몬스터였다.

덕분에 우라디우스는 GGW 의 확장팩 – 카오스 게이트가 업데이트 된 이후,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공략이 되지 않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녀석을 물리치는 거야.”

정면의 괴물을 응시하며 민국이 소녀들을 향해 말했다. 이렇게 안전지대에서 저 녀석과 얼굴을 마주한 것이 벌써 몇 번째일까? 적어도 천 번은 예전에 넘었으리라. 전투 시간만 집계해도 수백 시간은 되었다.

“맞아요.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대장을 도와 저 괴물을 쓰러뜨리겠어요.”

금발을 양 갈래로 딴 소녀가 전의를 다지며 말했다. GGW 에 등장하는 5성 등급의 탱커인 쥬리아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태생 1 성이지만 민국이 초창기에 획득한 동료로 애정을 들여 성장시킨 결과 현재는 성능이 가장 좋다는 태생 7 성 영웅 만큼이나 강력한 탱킹력을 자랑하는 탱커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저 괴물자식은 내 고향을 짓밟았어. 한 방 먹이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고.”

녹색 단발의 소녀가 단검을 앞뒤로 번갈아 던지며 말했다. 8 성 등급의 근접 딜러인 스즈키 코하루였다. 다른 소녀들도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우라디우스를 향해 전의를 드러내었다. 저 녀석과 마주하기 위해 쓰러진 동료만 해도 수십, 수백이 넘었다.

그 때 민국의 시야에 메시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우라질 자식, 아직까지도 공략 안 됐죠?”

▶ 그저께 장 린 하우가 2 % 까지 봤다는데, 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해요.

▶ 장 린 하우면 중국 랭킹 1 위잖아요? 그런데도 못 잡았다니…. 진짜 우라질 녀석이네.

▶ 하기야 우라질 잡혔으면 월퍼킬(World First Kill) 기사가 수두룩하게 떴을 텐데 못 보긴 했네요.

GGW 의 기능을 통해 민국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유저들이었다. 상단에 여섯 자리의 숫자가 나타나 있었는데, 현재 십만 단위에 가까운 게이머들이 민국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채팅창의 내용은 빠른 속도로 갱신되고 있었다.

지금도 GGW를 즐기는 수많은 유저들이 우라디우스를 공략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공략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게이머는 전 세계에서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GGW를 개발한 중국은 물론이고, 게임 강국으로 유명한 한국 게이머들을 포함한 숫자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민국이 우라디우스의 공략에 가장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랭커들과도 진도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랭커 중에서는 유일하게 우라디우스의 생명력을 한 자리 수까지 떨어뜨린 전적도 있었다.

그리고 잠시 게임을 일시 정지한 민국이 유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자신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모인 게이머들이었다.

“자, 그러면 슬슬 우라디우스 공략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채팅창은 끌 테니까 대답이 없어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활석은 서른 개를 준비했습니다. 아무리 제 세계의 지구를 쥐어 짜내도 서른 개를 구하는 게 최대였네요. 결국 30 트 내에 잡아야하는 상황이긴 한데, 어떻게든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월퍼킬! 꼭 해내고 말겠습니다.”

대한민국 GGW 랭커 1 위.

GGW 에서 민국은 정확한 오더 및 기발한 전술을 사용해 등급이 낮은 소녀들로 이루어진 공격대로도 난이도가 있는 괴물들을 때려잡으며 조금씩 이름을 떨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별이 높은 소녀들로 이루어진 공격대가 갖춰지고 나서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레이드 몬스터들을 공략했다.

그렇게 자신을 따르는 소녀들과 함께 GGW 의 괴물들을 때려잡다보니 어느새 민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GGW의 랭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민국의 별명은 다름 아닌 콩. 그 이유는 GGW에서 신규 던전 혹은 신규 괴물이 업데이트 될 때 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보스를 공략한 횟수가 무려 열 번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민국은 단 한 번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몬스터를 클리어 하는 ‘월퍼킬(World First Kill)’을 달성한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콩라인 탈출하는 겁니다.”

민국이 얼굴을 굳혔다. 솔직히 말해 콩라인을 벗어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나 다름없었다.

GGW를 운영하고 있는 게임 회사는 우라디우스를 마지막으로 일 년 정도 확장팩을 내놓지 않는다고 발표 했다. 스토리를 다듬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이번에도 월퍼킬에 실패하면 민국은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랭커 콩이라고 놀림을 받을 게 분명했다. 벌써부터 콩소리가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민국이 게임을 재개했다.

“좋아. 그러면 가자!”

“네! 대장님!!!”

“무조건 잡는 거야. 벌써 천 트(Try 의 줄임말)가 넘었어! 실수하면 너희들 진짜 영웅도 아니야!”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렇게 1 남 19 녀가 카오스 게이트를 만들어낸 보스 몬스터 우라디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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