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6화 (6/486)

EP.6 랭커 한민국

<‘혈갑 고블린 – 파투’의 공략법.

▷ 파투는 자신이 입힌 피해의 1 % 만큼 생명력을 회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탱커는 파투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거나 회피를 해야 한다.

▷ 파투는 생명력을 회복하기 때문에 전투가 길어질수록 힐러의 부담이 점점 커진다. 그러므로 딜러는 딜링에 집중하되 파투의 갑옷이 붉게 물들면 물리 딜러들은 뒤로 피한 후 춤을 추면된다.

붉어진 파투는 물리 데미지를 반사하지만 마법 데미지에는 1.5 배의 피해를 받는다. 당연하지만 마법 딜러들은 파투가 붉어질 때 자신의 마나를 쏟아 부어야 한다.

▷ 전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힐러는 본인의 마나 관리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파투의 갑옷이 붉게 물들 때가 위기 상황. 파투가 데미지를 반사해도 탱커는 어그로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투를 공격하므로 데미지를 두 배로 받게 된다. 그 시간을 폭힐로 넘겨야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

‘혈갑 고블린 – 파투’ 레이드는 공대장인 민국과 마법 딜러인 애슐린의 활약에 성패가 달려 있었다. 다행히 최유나의 스킬인 번개 속사도 마법 판정을 받았다. 물리 데미지를 반사하는 피의 시간 때 일반 공격은 못해도 번개 속사로 데미지를 넣을 수 있었다.

“내가 또 서울의 클럽은 전부 다녀봤지.”

“…….”

모든 스킬이 물리 판정을 받는 린 샤는 파투와의 전투에서 딱히 활약을 할 일이 없었다. 피의 시간 때 공격을 하는 것은 힐러에게 욕만 먹을 일이었다.

“그러면 브리핑도 끝났으니까 슬슬 시작해 보자.”

민국의 말에 다들 장비를 들기 시작했다. 아직 괴물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는 않았지만, 어느 경계점을 통과하는 순간 파투는 무기를 들고 달려올 게 분명했다. 그 때부터 레이드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민국. 나 진짜 너 믿는다. 무조건 나 살려줘. 재수 없게 나 붙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알았어, 진짜 걱정 하지 말라니까.”

엄살이 심한 현아였다. 저런 성격에 왜 탱커를 선택했는지….

그래도 탱커 오현아의 실력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탱킹 실력만큼은 민국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태생 1 성에 불과한 영웅이지만 포텐셜이 굉장히 높았다.

‘스카우터가 있으면 좋을 텐데.’

스카우터는 소녀들의 잠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GGW의 보조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하지만 결제를 해야 사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럼 오현아! 출동!!!”

“우리야아얍!”

민국의 첫 오더를 시작으로 현아가 방패를 내밀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혈갑 고블린 – 파투를 향해 방패를 크게 휘둘렀다.

“키에에엑!”

현아의 공격에 파투도 눈을 붉히며 달려들었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은 공방 속에 탱커의 어그로가 천천히 잡히는 모습에 민국의 눈에 들어왔다.

“딜러들 공격 시작.”

공대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딜러들도 공격을 시작했다. 근접 딜러인 린 샤는 현아의 반대편에서 강철봉으로 파투를 후려쳤고, 최유나의 화살과 애슐린이 마법이 파투에게 날아들었다.

민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파투는 계속해서 체력을 회복하는 녀석. 힐러도 공격에 참여해야만 전투 시간을 좀 더 단축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민국은 현아의 상태에 맞춰서 위험하다고 느낄 때만 회복 마법을 시전 했고, 현아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면 파투를 공격하는데 좀 더 집중했다.

“으갸갸갸! 뭐 하는 거야?! 나 죽어! 죽는다고!”

“안 죽어, 안 죽는다고!”

힐러까지 딜에 참여하는 민국의 행동에 현아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민국은 현아의 생명력이 반 이하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힐 마법으로 현아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파투의 강력한 공격이 몇 번이나 현아를 후려쳤지만, 그럴 때 마다 민국은 정확한 타이밍으로 현아를 회복시켰다.

피의 시간이 진행될 때는 공격을 멈추고 힐과 광역 힐을 번갈아 사용해 현아를 회복시켰다. 덕분에 탱커인 현아가 빈사 상태에 빠질 정도의 위기 상황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피의 시간, 1 분전. 린 샤는 딱 열 번만 공격하고 빠져!”

“오케이!”

“유나는 화살 세 번 당기고 공격 중지. 번개 속사는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만 사용하고, 애슐린은 지금부터 마나 관리하면서 스킬 쿨 타임 조절해.”

그러면서도 세세한 오더까지 내렸고, 공대원들은 민국의 리딩에 따라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위기 상황이라 볼 수 있는는 피의 시간이 두 번 정도 지나가자 첫 레이드로 긴장했던 공대원들도 슬슬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와아! 민국이 힐이 굉장히 안정적인데?”

“정말로 힐러가 천직이었잖아? 원거리 딜러를 할 때 보다 훨씬 나은데? 루니아 보다 백배는 더 잘하는 것 같아.”

“말했잖아. 나 힐러 잘한다고.”

“아니, 그 잘하는 힐러 실력을 왜 이제까지 숨겼대? 아니, 어떻게 참은 거야? 루니아가 하는 거 보면서 속이 터져 나갔을 텐데.”

“그것도 말한 것 같은데. 주인공은 원래 힘을 숨긴다고.”

경우 없는 민국의 헛소리에 린 샤와 애슐린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파투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둘의 표정은 레이드가 시작되기 전에 비해 굉장히 밝아져 있었다. 파투 레이드를 통해 민국이 실력 있는 힐러인데다가 괜찮은 리딩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괴물과의 싸움에서 오더를 하며 리딩을 할 수 있는 공대장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레이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너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특히 현아의 놀라움은 그 누구보다도 컸다. 민국의 이런 모습은 영웅 학교를 함께 다녔던 그녀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밖에는 제대로 된 리딩을 할 수 있는 공대장을 구하지 못해 괴물들과 싸우지 못하는 영웅들이 수 천, 수 만이 대기하고 있었다. 괜히 세계 정부에서 뛰어난 성적을 지닌 영웅들에게 공대장 수업을 시키는 게 아니었다.

더욱이 실력이 뛰어난 공대장의 중요성은 위기 상황에서 그 빛을 발휘했다. 그리고 민국은 피의 시간이라는 위기 상황을 초행인 공대원들을 데리고 굉장히 부드럽게 넘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실력들이 나쁘지 않은데?’

민국은 전투가 시작될 때부터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는 레이드 기록(일명 – 데미지 미터기. 줄여서 미터기라고 부름)을 확인했다.

미터기에는 몬스터에게 입는 피해, 몬스터에게 가한 데미지 등 레이드의 성공과 관련된 지표들이 순조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올 그린을 나타나고 있었다.

한 팀으로 활동했다지만 자신의 리딩에 따라서는 처음으로 손발을 맞춰보는 동료들이었다. 하지만 우왕좌왕하거나 어수선한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 상대하는 몬스터지만 자신의 리딩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였다. 경솔하게 무턱대고 딜을 넣거나 쓸 데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궁사 최유나의 실력도 괜찮았다. 딜 순위는 세 명의 딜러 중 가장 낮았지만, 처음으로 B 등급 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실수는 보이지 않았다. 저 정도면 충분히 레이드에서 한 몫 했다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야! 한민국! 나 죽어! 죽는다고!!!”

“쟤는 진짜 엄살이 월드 클래스급이네.”

“뭐?! 니가 탱커 해 봐! 이 자식 힘이 장난 아니야! 방패를 막을 때 마다 내 손목이 뒤틀리는 것 같다고!!! 으악! 나 죽는다!!!”

“그래. 힐 준다. 힐 줘.”

생명력이 50 % 가 넘게 남았지만 현아는 파투의 공격을 막을 때 마다 민국에게 힐을 달라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런 현아의 엄살이 점점 커질 때 마다 민국은 힐을 캐스팅해 현아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이번 레이드에서 공헌도가 가장 높은 멤버는 당황스럽게도 탱커인 현아였다. 엄살은 심했지만, 현아는 파투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치명타를 맞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단단하게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탱커 영웅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혈갑 고블린 – 파투의 레이드가 위기 없이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탱커인 현아가 파투의 공격을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아픈 게 싫어서 다 막아내는 건가?’

괴물에게 얻어맞으면 아프다. 당연히 억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팠다. 괜히 영웅들이 탱커를 기피하는 게 아니었다.

어쨌든 이런 실력이라면 레드 고블린 성채는 물론이고, 다른 B 등급 던전들도 어렵지 않게 클리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난이도가 있는 보스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클리어가 그렇게까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멤버들은 괜찮은 팀인데…. 루니아라는 애는 대체 얼마나 오더가 형편없었기에 이런 멤버들을 데리고 한 달 동안 3 등급 몬스터를 세 마리밖에 잡지 못한 거지?’

자신이라면 이들을 데리고 3 등급 몬스터 열 마리는커녕, B 등급 던전 열 개를 공략할 수 있었다.

“파투 갑옷 붉어진다!!! 린! 바로 뒤로 빠져! 유나는 공격 중지!”

“오케이! 내 춤 실력을 보여주지!”

딜러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춤을 추는 행위는 레이드의 국룰.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인 GGW 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였지만, 여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뒤로 몸을 굴러 파투와 거리를 벌린 린 샤가 웃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클럽에서 놀아봤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제법 눈이 가는 춤이었다. 게다가 린 샤가 착용한 장비는 은근히 노출이 있는 장비였다. 덕분에 민국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리로 향하고 있었다.

“으악! 나 죽는다! 한민국!”

정신이 빠진 사이에 파투에게 치명타를 얻어맞은 현아의 생명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이게 진정한 팀 킬인가.”

하마터면 현아를 죽일 뻔했던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린 샤에게 춤을 추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딜레마가 따로 없었다.

* * *

민국이 장담한대로 ‘혈갑 고블린 – 파투’ 레이드는 승리로 끝이 났다. 그것도 첫 도전으로 몬스터를 물리치는 대성공이었다. 전투 시간은 16분 3초. 영웅 패드로 기록을 살펴보니 중간 수준의 기록이었다.

“Hey! 민국!!”

“우왓! 뭐야?!”

파투가 죽은 자리에서 생겨난 전리품 상자를 확인하던 도중 애슐린이 달려와 민국을 덥석 안았다. 숨이 거친 것을 보니 승리로 인한 기쁨으로 흥분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이런 애슐린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어려운 레이드 몬스터를 성공적으로 잡았을 때 승리의 흥분에 못 이겨 미친놈처럼 행동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욕은 기본이고 스킬을 난사하며 난리를 피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파투가 쓰러진 직후부터 현아는 괴성을 지르며 망치로 바닥을 내리찍고 있었고, 린 샤는 상의를 탈의 한 채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나마 유나의 행동은 차분했다. 파투의 공격에 온 힘을 쏟았는지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는 것이 마나 소모가 심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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