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13화 (13/486)

EP.13 초보 영웅들

“다들 알다시피 오늘 공략할 던전은 C – 2 난이도의 ‘어둠 숲’이야. 어제 간단히 이야기를 했으니까 일단은 브리핑 전에 어느 정도 기억을 하고 있는지 확인을 좀 해볼게.”

그렇게 말한 민국은 애슐린을 시작으로 린샤, 최유나에게 어둠 숲에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들의 패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현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다들 겉멋으로 영웅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네 여인은 민국의 질문에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답을 해냈다.

그렇게 팀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한 민국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어둠 숲에는 총 세 마리의 보스급 몬스터가 등장했다. 이 중 2 등급 몬스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레이드 자격 시험조건이 3 등급 이상의 몬스터를 잡으라는 게 아니야.’

이 세계의 영웅들도 그 정도의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2 등급의 몬스터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공격 패턴 하나 정도만을 짚고 넘어가면 끝이었다. 그만큼 어렵지 않게 공략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역시 3 등급 몬스터였다. ‘어둠의 칼루’라는 이름을 지닌 암흑 속성의 몬스터였다.

《‘어둠의 칼루’의 – 공략법

▷ 어둠의 칼루는 공격력이 높지 않은 몬스터입니다. Gear Score 60 정도의 탱커와 평범한 수준의 힐러라면 어렵지 않게 공격을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탱커는 칼루의 어그로를 잡으며 움직임을 주시해야 합니다. 몬스터가 사용하려는 주요 기술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투에 임합시다.

▷ 다크 라인 - 어둠의 칼루는 무작위 파티원 1 명에게 10 초간 암흑 피해를 주는 기술을 시전 합니다. 이 기술은 무작위 차단이 가능하며, 암흑 피해가 6 초간 지속될 경우 대상이 받는 피해량이 두 배로 높아집니다. 체력이 낮은 딜러나 힐러가 다크 라인에 걸릴 경우 차단이 되지 않으면 갑자기 즉사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암흑 포효 - 어둠의 칼루는 전투 도중 딱 한 번, 파티원 모두를 행동 불가 상태로 만듭니다. 그 시점은 랜덤입니다. 그 후, 칼루는 모든 대상의 생명력을 10 % 이하로 떨어뜨립니다. 탱커와 딜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모든 능력을 동원해야 하며 힐러는 칼루가 다시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아군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 다크 볼 – 어둠의 칼루는 주기적으로 암흑 마법을 사용해 파티원들에게 던집니다. 파괴력은 파이어 볼 정도로 장비가 좋지 않을 경우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습니다. 마법이 날아오는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회피가 가능하므로 최대한 정타로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운이 나쁠 경우, 다크 볼을 던지고 곧바로 다크 라인이나 암흑 포효를 사용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공대장은 정확한 판단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춰서 힐러는 파티원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그러니까 탱커와 딜러들은 칼루 다크라인을 사용할 경우 바로 차단 기술을 써야 돼. 린샤와 유나는 스킬 스톤 준비했지?”

차단 기술과 같은 공격은 보통 딜러들이 장비했다. 탱커나 힐러는 그 외에도 전투에서 사용해야 할 스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착용할 수 있는 기술의 갯수가 부족했다.

“물론이지.”

“네, 바로 장착하고 왔어요.”

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민국은 계속해서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모든 사실을 파티원들에게 숙지시키고 ‘어둠 숲’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 * *

‘저게 그 던전 타이머인가 보네.’

서초구에 위치한 던전, ‘어둠 숲’에 도착한 민국은 던전으로 향하는 포탈 위에 있는 동그란 시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희한하게도 숫자를 가리키는 침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8 과 9 사이에 걸려 있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저 숫자가 12 에 도착하는 순간, 던전이 폭발하며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다고 했다. 일명 던전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보통 천재지변과 같은 급으로 취급이 되는 재난이었다. 그리고 보통 영웅들의 임무는 이런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일이었다.

어둠의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땅을 복구하는 것도 영웅들의 주된 임무였지만, 괴물들의 힘이 워낙 무시무시한 까닭에 본격적으로 괴물들의 땅을 공격하는 레이드 팀 혹은 클럽은 찾아보기 힘든 모양이었다.

더욱이 오랜 전쟁이 끝나고, 어둠의 괴물들이 잠잠해진 지금 이 세계의 높으신 분들은 괜히 어둠의 괴물들을 자극해 그들이 다시 활동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저거 그냥 뒀으면 조만간 터졌겠는데?”

“이 정도면 그래도 심각한 것은 아니야. 적어도 1 년은 더 있어야 될 걸? 어쩐지 현상금이 높지 않더라니.”

시계침의 위치를 본 린샤가 말했고, 옆에 있던 애슐린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 둘의 이야기에 민국은 몸을 흠칫했다. 시계침이 저 정도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1 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다면, 이 던전이 생겨난 지는 대체 얼마나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레이드 팀 GGW 입니까?”

던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여성 군인들이 장비를 착용한 민국과 일행들을 확인하고는 다가왔다. GGW 는 민국이 임시로 만든 이름이었다.

“네. 제가 공대장인 한민국이고 이쪽이 팀원들입니다.”

“총 다섯 명 확인했습니다. 부활석은 가지고 계신가요?”

“네. 94 개 준비했습니다.”

“…네? 뭐라고요?”

민국의 대답에 군인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아를 비롯해 다른 팀원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아, 아니. 부활석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어? 민국이 너 재벌이었어?”

“……응?”

호들갑을 떠는 린샤의 모습에 민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계에 있는 한민국의 부모님은 재벌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회사원과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민국은 곧 이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활석 하나에 현재 시세가 1 억 2천이 넘는데 94 개라니…. 민국이 부자였네.”

“허억?!”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현아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는 순간 민국은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활석은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카오스가 준 선물이었다. 가상현실게임에서도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고블린의 성채를 공략하면서 사용했었는데 하나에 무려 1 억이 넘는다니?!

어쩐지 자신이 처음 부활석을 언급했을 때, 현아가 그 비싼 것은 대체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더라니만. 그래도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던전에 진입하기 전, 부활석을 사용해야만 했다.

“……왠지 착잡하네.”

부활석의 가격을 알게 됐기 때문일가? 부활석을 사용하는 손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곧 부활석이 깨지며 흰색의 막이 던전의 입구를 둘러쌌다. 이제부터는 던전에 진입한 영웅들이 모두 사망할 경우 던전에 진입했던 이들은 모두 입구에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대체 그 많은 부활석은 어디서 났어?”

던전의 안으로 진입하면서 린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구십 개가 넘는 부활석은 소규모의 레이드 팀이나 클럽은 보유할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많은 개수였다.

“…누가 선물로 줬어.”

“어엉? 그 비싼 것을 선물로 줬다고?”

“남성 영웅이잖아. 받았을 수도 있지.”

린샤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민국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뒤이어진 말에 린샤는 곧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 남성도 잘생겼다면 고 등급의 여성 영웅들에게 수많은 선물 공세를 받고는 하는데, 민국은 무려 남성 영웅이었다. 잘생김을 넘어서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기야 남성 영웅이라면….”

“부활석 구십 개가 대단한 선물은 아니겠지.”

아니. 충분히, 엄청나게 대단한 선물이었다. 원래의 자신은 십만 원에도 벌벌거리는 소시민에 불과했다. 치킨 하나를 시킬 때도 하루 종일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민국은 린샤와 애슐린의 중얼거림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자신을 힐끔거리는 현아의 시선이 더욱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부활석을 준 대상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라. 누가 줬는지 짐작조차 못할 걸?’

민국에게 부활석을 선물로 준 이는 다름 아닌 카오스. 민국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인물 아니 신이었다.

* * *

“린샤! 정면에는 녀석의 방패가 있잖아! 오른쪽으로 파고들라고!”

“오현아! 정신 안 차릴래?! 저 정도의 공격을 허용하면 어떻게 해! 상대는 2 등급에 불과한 몬스터야!”

민국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활석의 존재에 정신이 팔린 것일까? ‘어둠 숲’ 던전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2 등급 몬스터를 상대로 팀원들의 움직임은 엉망 그 자체였다. 레드 고블린의 성채에서 보였던 괜찮았던 움직임은 하루 만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공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탱커와 딜러의 수준이 낮더라도 힐러만 잘하면 잡을 수 있는 것이 2 등급 몬스터의 수준이었다.

“다들 집중 안 할래?! 공략 포기하고 그냥 나갈까? 벌금 대충 물고?”

“레이드 자격은 시험은 포기할 거야? 허송세월하며 일 년 보낼래?”

화가 잔뜩 난 민국이 네 명의 여성을 쏘아붙였다. 이번 전투는 그만큼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민국의 힐링이 아니었다면 전멸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

“나, 나도요.”

잠시 침묵하던 현아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서 린샤도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 애슐린과 유나도 반성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번 전투에서 그녀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최악이었다.

“후우….”

민국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계속해서 그녀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었다. 이제는 당근을 줄 차례였다.

“다들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부활석이 있다고 해서 우리 실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잖아. 부활석은 단지 위험을 예방해줄 뿐이라고.”

“…….”

“좋아. 어둠 숲 공략에 성공하면 포상금이 백만 원 나오지? 만약 원 트(One Try)에 공략 성공하면 내 몫으로 떨어지는 포상금 이십만 원으로 친목도 다질 겸 회식 한 번 하자. 돈 모자라면 부활석 하나 팔지, 뭐. 밤새도록 한 번 달려보자고.”

“어…?! 정말?”

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모두의 눈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럴만한 게 민국이 이 세계에 대해 알게 된 정보 중에는 여성 영웅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술이라는 것도 있었다. 특히나 도수가 높은 독한 술을 굉장히 좋아했다. 아무래도 몬스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으로 보였다.

“진짜로?! 와우!”

특히나 애슐린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아메리칸이라 그런지 술이라면 환장을 하는 것 같았다.

“한민국. 최고인데?! 역시 공대장 다운 결정이야!!!”

그렇게 말하는 애슐린의 목소리에는 묘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다만, 민국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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