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1화 (21/486)

EP.21 레이드 자격시험

영웅 협회 한국 지사장실.

어둠의 괴물들에게서 인류를 지킨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협회의 권력자답게 영웅 협회 - 한국 지부의 사장실은 60 평에 가까운 넓은 공간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물론, 지사장을 보좌하는 비서들이 사용하는 공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올해도 많은 수의 소녀들이 자격시험에 응시했군.”

한 여인이 책상에 놓인 보고서를 확인하며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이시연. 8 등급 영웅이자 영웅 협회의 한국 지사장인 인물이었다.

일찍부터 마력을 각성해 최전선에서 어둠의 괴물들과 싸움을 벌였던 그녀는 협회에 그 공을 인정받아 은퇴한 오년 전부터 한국 지부의 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영웅들을 관리하는 협회의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작년보다는 4 % 가량이 줄어든 숫자입니다.”

보고서를 올린 비서가 말했다. 협회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으음….”

비서의 말대로 이십여 년 전부터 마력을 각성하는 소녀 영웅들의 숫자는 조금씩이지만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이시연이 활동했을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 각성하는 영웅들의 숫자는 그 시절의 60 % 가 채 안 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괴물들과 싸워야 할 영웅들이 숫자가 부족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생겨났다. 이것도 그나마 부활석의 발견과 몇 년 전부터 어둠의 괴물들이 활동을 멈추고 잠잠해진 까닭이었으니, 괴물들의 본격적인 침공이 이루어진다면 여기저기서 영웅부족에 신음할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이번에 졸업하는 영웅들의 기수가 몇 기지?”

“66기 입니다. 65 기에 비에 243 명이 줄어든 숫자입니다.”

“후우….”

이시연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홰홰 저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뛰어난 재능의 영웅이 어디서 툭 튀어나와 자신들을 구원해줄 수도 있을지.

근거도 충분히 있었다. 지금 시대의 영웅들은 그녀가 활동하던 세대와 비교하면 어둠의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 훌륭한 교관들이 존재했고, 무기체계의 기술 또한 발전했다. 재능 또한 차고 넘쳤다. 시연은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레이드 자격증을 발급 받은 인원 중 19% 가량이 외국으로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한국인은 약 72 % 정도로 추정됩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빠져나가는군.”

“올해는 미국과 중국에서 제법 돈을 쓴 모양입니다.”

자국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그 두 나라는 각 나라의 영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한국의 영웅 협회도 레이드 자격증을 획득하는 신규 영웅들에게 여러 특권들을 안겨주고 있었지만, 경제 규모와 돈에서는 그 두 나라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다. 그나마 신규 영웅 중 80 % 가량이 한국에 남아있는 것도 다행인 수준이었다.

“예비 랭킹 100 권의 영웅들은?”

“반절 가량이 해외로 나갈 것 같습니다. 행선지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입니다.”

“우리나라에 남을 가능성은 없겠지?”

“아무래도 그쪽 나라들이 괴물들의 공격에 더욱 안전하다는 생각에….”

비서의 보고에 이시연은 자신의 손을 콱 움켜쥐었다. 손꼽히는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외국으로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분명 언론들이 자신을 죽일 거처럼 혹평할 게 눈에 훤하게 그러졌다. 벌써부터 짜증이 몰려왔다.

상황이 이러하니 올해는 클랜들도 초비상일 것 같았다. 특히 각 도시의 방비를 책임지는 일선 클랜장들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그 외 특이사항은?”

“……올해 합격자에 남성 영웅이 있습니다.”

“음? 남성 영웅이 레이드 자격시험에 응시했다고?”

시연의 눈에 휘둥그레졌다. 확실히 특이사항은 특이사항이었다. 그리고 올해 레이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남성 영웅은 서울 영웅 64 기, 한민국 밖에 없었다.

“남성 영웅이 거의 없다보니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대충이나마 짐작이 가는 군. 한민국이라는 원거리 딜러였던가? 실력은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기는 한데, 영웅 도감 기록에 따르면 힐러로 클래스를 전직한 모양입니다.”

“힐러로?”

시연이 고개를 들어 비서를 바라보았다.

영웅들이 자신의 재능과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클래스를 결정한다지만 딜러에서 힐러로 전직하는 경우는 제법 드문 편이었다. 전투 스타일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레이드 성적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일주일 동안 열 마리의 3 등급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렸고, 모든 전투에서 힐러로 참여해 A + 이상의 기여도를 획득했습니다. 게다가 공대장으로도 활약을 한 모양입니다.”

“으음? A+? 그것도 초짜가 공대장을 보면서? 그게 가능한 일인가?”

비서의 계속되는 보고에 시연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솔직히 말해 한민국은 남자인 것을 제외하면 별 볼일 없는 수준의 영웅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남자 영웅이었기에 워낙에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터라 협회장인 시연 또한 그의 영웅 학교 성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에 따르면 한민국의 영웅 학교 성적은 원거리 딜러로 C – 수준에 불과했었다. 유망주 랭킹으로 따지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순위권 밖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힐러로 전향해 실전에서 A+ 이상의 기여도를 획득하다니?

하지만 그녀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한민국이 공대장으로 활동했다는 보고였다.

“거짓일 가능성은…?”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서류를 거짓으로 제출하는 이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영웅 패드(Hero Pad)에 공략 영상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조작된 흔적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있을 미연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영웅들의 전투는 자동적으로 영웅 패드가 녹화를 하게 되어 있었다. 전투 기록이나 업적 또한 전부 패드에 남겨졌다.

“그래? 어찌된 영문이지는 모르겠는데, 방금 말한 게 사실이란 말이지….”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끼손가락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민에 빠지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실력 있는 남자 영웅. 그것도 공대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투에 재능이 있다라…’

이 사실을 어떻게 잘 포장만 한다면 한국 영웅 협회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지원도, 신규 영웅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한민국의 행보를 주시해 봐. 한민국이 레이드 자격증을 획득하고 나서도 공대장으로 레이드를 진행하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리고 만약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나에게 바로 연락해.”

하지만 기록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협회의 망신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지켜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였다.

* * *

팀 GGW 의 목적은 레이드 자격증의 획득이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한 지금 GGW 는 자연스럽게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단기간의 임시 팀이었던 만큼 마지막 만남도 없었다. 자격증을 획득한 린샤는 바로 중국으로 돌아갔고, 애슐린 또한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겠다며 앞으로의 일에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만을 보냈을 뿐이었다.

그나마 최유나는 서울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클랜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민국은….

“하앙…! 아아아!”

색기 넘치는 현아의 신음을 배경으로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를 잡고 연신 허리를 놀리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몸을 겹쳤던 까닭에 서로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하나로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서로가 느끼는 쾌감 또한 더욱 강해졌다.

“아흐흥! 아앗! 좋아! 나한테!!! 아아아악!”

점점 더 행위가 격렬해지면서 현아는 쾌락을 견디다 못해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정과 함께 민국이 현아의 위로 쓰러지며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민국은 숨이 턱 끝까지 몰려왔다. 분위기를 잡고 기세 좋게 시작했는데,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섹스를 시작한 게 오후 7 시쯤이었는데 슬슬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영웅이라 체력이 엄청나게 좋네. 이러다가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현아의 유혹은 남자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하아…. 하아…. 너무 좋았어. 진짜….”

몸 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각에 현아는 기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 민국과의 섹스는 환상적이었다. 그녀는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쾌감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현아는 손을 뻗어 민국의 가슴을 쓸었다. 민국이 또한 자신과의 행위에 흥분했는지, 젖꼭지가 살짝 단단해져 있었다. 그 사실이 현아는 그렇게나 기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계속해서 가질 수 있으려면….

“너 가고 싶은 클랜은 정했어?”

민국의 남성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현아가 물었다.

“아직. 이왕이면 서울에 있는 클랜으로 가고 싶은데, 클랜들이 워낙에 많아서….”

메일함을 열어보면 여러 클랜들의 정중한 초대 메시지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초대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처럼 평생클랜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민국은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싶었다.

직접 클랜을 만들겠다는 방법은 계획에서 지워버렸다.

그에 대해 알아본 결과 클랜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웅 협회에 100 억 이라는 기부금을 내야 했고, 단장을 맡을 영웅은 5 성 이상의 영웅이어야 했다. 공대원으로 활동할 이들과도 계약이 되어 있어야 했다.

일단 다른 조건들도 만족시킬 수가 없었지만, 민국은 이제 갓 레이드 자격증을 발급받은 1 성 영웅에 불과했다.

‘성급이야 레이드를 하다보면 저절로 올라갈 테지만….’

실버 티켓처럼 보상 상자에서 드문 확률로 나오는 마력의 결정. 그것을 섭취하면 마력의 순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성급도 올라간다고 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서울에 있는 클랜? 오…. 그러면 다른 조건들은?”

“조건?”

“그런 거 있잖아. 계약금이라던가 장비 지원이라던가…. 요즘 괜찮은 클랜들은 계약금도 주고 주거도 지원한다고 하더라고.”

이미 장미방패단의 입단이 결정되어 있는 현아는 입단 계약금으로 35 만 달러와 25 평가량의 오피스텔을 지원받기로 했다.

장비 또한 클랜에서 【Gear Score – 120】을 맞춰주기로 했다. 많은 수의 신규 영웅이 클랜에 가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투자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아는 대한민국의 탱커 유망주 순위 20 권내에 드는 재능 넘치는 영웅이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투자를 해야지 붙잡을 수 있는 자원이었다.

‘민국은 나보다도 더욱 실력이 좋고 공대장으로도 활동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 무려 남성 영웅이다. 민국이 활약할 때 마다 메스컴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클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테고, 수익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런 것들을 감안한다면 민국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100 만 달러 이상의 조건을 내세워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민국이 보여준 게 없다 하더라도 영웅 패드의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를 할 가치가 있다는게 현아의 생각이었다. 잠시 고심을 하던 민국에 현아에게 물었다.

“으음……. 너는? 방패 장미단에 들어간다고 했었지? 조건은 어땠어?”

“R’s. 방패 장미단이 아니라 장미 방패단이야. 일단 나는 계약금 35 만 달러와 주급 1000 달러를 받기로 했어. 오피스텔 지원도 있고, 장비도 맞춰주기로 하고. 아, 이거 비밀인거 알지? 입단이 확정될 때 까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면 안 돼.”

“어? 확정 된 거 아니야?”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현아의 모습에 민국의 놀라서 물었다.

“90 % 정도는? 그래도 장미 방패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의 허가가 떨어져야 된대. 뭐, 물론 내가 거절당할 리는 없겠지만.”

“아하….”

모기업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클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생각하면 기업들이 엮여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주급 1000 달러라….”

계상해보면 대충 한 달에 500 만 원 가량의 돈을 받는 셈이었다. 한 달에 250 만 원 가량을 받기 위해 GGW를 포기하려고 했던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면 현아가 받을 500 만 원의 월급은 어떤 느낌일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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