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6화 (26/486)

EP.26 신입 4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민국이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말했다. 전형적으로 무빙과 판단력을 시험하는 몬스터라 그런지 오랜만에 재미있는 레이드였다. 특히 자신의 오더대로 팀원들이 따박따박 움직여줄 때의 그 쾌감이란….

‘멤버들이 괜찮단 말이야?’

현아와 유나도 그렇지만 이번에 새롭게 손발을 맞추게 된 김소정과 정예린도 마음에 들었다. 클랜 단장이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영웅들답게 움직임과 판단력이 나쁘지 않았다.

‘진정한 레이드는 보스 몬스터가 아닌 팀 내 구멍과의 싸움이지.’

멍청한 영웅들이었다면 자신이 제대로 된 오더를 내려도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팀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터였다. 결국 그런 녀석들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의 반복된 전투가 레이드였다. 하지만 두 여인은 데론을 상대로 영민하게 움직였다.

물론, 암흑 거인 데론이 난이도가 쉬운 녀석인 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당장의 성과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전장의 중앙에는 철로 만들어진 보상 상자가 놓여 있었다. 【B – 8】 난이도 이상의 던전에서는 동색 상자가 나온다던데, 거인의 소형 전장은 그보다 딱 한 단계 아래인 【B – 9】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그래도 【B – 9】 난이도의 던전에서 부터는 최대 110 스코어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실버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자리의 인원 중 실버 티켓에서 나올 만한 장비가 필요한 이는 민국과 유나뿐이었다.

“과연 보상이 뭐가 나올까요?”

유나의 말에 민국이 영웅 패드(Hero Pad)를 만지작거렸다.

‘거인의 소형 전장’에 나타나는 암흑 거인 데론에게서는 주로 스코어 90 수준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와 별개로 가치가 높은 전리품은 실버 티켓과 B 등급 공격 스킬 스톤 정도였다.

“어라?”

그리고 아주 드물게 부활석이 나온다는 정보도 있었다.

‘부활석이 나오면 초대박이네.’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실버 티켓의 가격이 1800 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영웅들의 생명을 소생시킬 수 있는 부활석 하나의 가격은 무려 10 만 달러였다. 수십 배 이상의 가치나 되는 것이다.

“그럼 오늘도 이 천호동 럭키 걸 오현아님이 나설 때인가? 바로 실버 티켓을 뽑아주겠어!”

현아가 자신의 목을 뚜둑이고는 팔을 걷어 올렸다. 민국의 허락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상자를 열 기세였다. 그 때였다.

《임시 영웅 딱지를 떼신 민국님의 첫 레이드 성공을 카오스님이 창조하신 이 뿌우가 축하드립니다! 퀘스트를 받아주세요!

[목표] - ‘암흑 거인 데론’에게서 나온 보상 상자를 열어라!

[기간] - 지금 바로 당장!

[보상] - 초대박 부활석!

이런 걸 가리켜 그냥 퍼주는 퀘스트라고 하죠? 바로 상자를 여세요! 그러면 영롱한 부활석이 민국님을 기다릴 겁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메시지. 이미 경험이 있었기에 민국은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의 등장에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눈이 휘둥그레졌을 뿐.

“아니, 이런 꿀 같은 일이?!”

상자를 열게 되면 무려 부활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이런 꿀은 빨아줘야 제 맛! 민국이 상자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현아를 향해 외쳤다. 10 만 달러짜리의 아이템이 자신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현아야! 상자 열어!”

“오케이!”

민국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아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상자에서 나타난 것은….

《아, 이런?! 이렇게 쉬운 퀘스트를 실패하시다니요! 민국님이 상자를 여셨어야 했는데….

[목표] - ‘암흑 거인 데론’에게서 나온 보상 상자를 열어라! - 실패!

[보상] - 없음》

90 짜리 딜러용 신발을 포함한 장비 아이템 세 개였다. 전부 경매장에 내놓으면 2000 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정도.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가…. 어디서 같잖은 말장난을……. 후우……. 확 죽여 버릴까.”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에 민국이 긴 숨을 토해내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짙은 눈썹이 분노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 *

“오늘 4 팀이 ‘거인의 소형 전장’ 레이드에 들어갔죠?”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연락이 온 것은 없나요?”

“이제 던전에 진입한 지 세 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단장님.”

현정의 말에 비서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난이도 9 에 속하지만 그래도 B 등급의 던전이다. 게다가 신입 4 팀은 이제 막 레이드 자격증을 획득한 신입 공격대였다.

‘4 팀에 단장님의 동생이 있었지?’

아무래도 친동생 오현아가 속한 팀이라 그런지 더욱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오현아는 올해 신입 랭킹에 이름을 올린 탱커 유망주라 클랜에서도 제법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에 있었다.

현아가 속한 신입 4 팀은 이번에 R’s (장미 방패단)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여섯 개의 신규 레이드 팀 중 가장 먼저 레이드에 들어갔다. 불과 하루 만에 모든 멤버 구성을 마치고 레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다른 팀들이 신규 공대장 혹은 베테랑 공대장 및 단원들을 섞어서 팀 구성에 한창 중인 것을 생각하면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속도나 다름없었다.

물론, 클랜에서도 4팀에 어느 정도 팀원들을 밀어주기는 했다. 오현아를 포함해 올해 입단한 랭킹 유망주 셋이 신입 4 팀에 소속되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이번 일 년에는 어떤 공격대가 살아남을지….’

새로 입단하는 영웅들의 계약기간은 평균 2 년. 공대장을 볼 수 있는 영웅은 3 년 정도로 계약을 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계약 기간 내내 R’s 의 이름을 달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실적이 없으면 영웅도 해고되는 법. 공격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공격대 또한 해체가 되기 마련이었다. 실적이 나쁜 영웅 역시 클랜을 떠나거나 다른 클랜을 찾아야 했다.

실적이 나쁜 공격대를 계속해서 유지할 정도로 클랜에서 공격대에게 지원하는 부활석의 가격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B 등급 중하급 난이도의 던전이나 공략이 가능한 신규 공격대는 부활석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던전에서나 획득할 수 있는 부활석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그래도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정부 지원과 클랜에 소속된 상위 등급 영웅들이 올리는 수입으로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모든 신입 영웅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R’s 는 이번에 새로 창설된 신규 공격대 중 한 팀만을 3 군으로 올려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적이 괜찮은 2 팀은 실적에 따라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겠지만, 나머지 3 팀은 바로 해체였다.

띠리릭.

“……어라?”

갑자기 핸드폰에 도착한 메시지에 비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입 4 팀과 함께 중랑구 던전으로 향했던 관리 팀원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리고 내용을 확인한 비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비서의 표정 변화에 대충 문자의 내용을 짐작한 현정이 슬쩍 입을 열었다.

“4 팀?”

“네. ‘거인의 소형 전장’ 레이드. 원 트(One Try)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부활석 사용은 한 개입니다.”

“좋았어!”

비서의 보고에 현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동생이 활약을 한 게 기뻐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현정이 진정으로 기뻐하는 것은 4 팀을 이끄는 공대장 한민국의 능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역시 한민국과 계약을 한 것은 잘한 선택이야. 유서연을 놓치기는 했지만 아쉬워 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되었어.’

게다가 공대장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리딩 능력을 비교하면 유서연은 한민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만큼 한민국의 리딩 능력은 수많은 베테랑 공대장과 함께 했었던 현정조차도 감탄하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조금 섣부른 예상이기는 했지만 장미 방패단의 레전드 공대장이라 할 수 있는 박다영과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당연히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박다영과 비교하기엔 한민국은 아직 1 등급 영웅에 불과했고,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상위 난이도의 레이드에서의 활약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잘만 성장해 준다면 다시 장미 방패단의 전성기를 열어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충분히 걸어볼 만 했다.

“신입 영웅들의 활약상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시기입니다. 특히 4 팀의 공대장인 한민국은 남자 영웅이기 때문에 그 관심이 더하겠죠.”

“그렇다면 클랜에서는 어떤 방침으로….”

“최대한 언론에 노출이 안 되게 직원들을 입단속하세요. 또한 4 팀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도 원천 차단합니다.”

현정은 언론의 과한 호들갑으로 인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영웅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R’s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의 관심으로 인한 당장의 홍보 수익 정도는 어렵지 않게 포기할 수 있었다.

* * *

‘거인의 소형 전장’ 레이드의 성공으로 민국은 팀원, 정확히 말하면 김소정과 정예린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소정은 레이드가 끝난 후 아침에 보였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기까지 했다.

“역시 실력만 증명해주면 만사 오케이라니까.”

제법 재미있는 레이드에 팀원들의 관계도 크게 진정. 자신을 쿠우인지 뿌우인지라고 일컫는 쓰레기 같은 녀석만 아니었다면 진짜 괜찮은 하루였을 터였다.

“다음부터 퀘스트가 날아오면 그냥 무시하던가 해야지.”

브론즈 티켓과 퀘스트 실패. 이제는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보상이 더 좋아봤자 브론즈에서 좋아지면 실버 티켓 밖에 더 되지 않겠는가? 실버 티켓 세 장이 주어져봤자 부활석 하나 가격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같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날은….

“나 왔어.”

오늘 레이드에서 탱커로 A 등급의 기여도를 받은 현아가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민국에게 다가왔다. 절로 상처받은 마음이 정화되고 있었다. 역시 미녀의 미소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나 다름없었다.

띠링

그 때, 민국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민국님을 응원하시는 카오스님께서 뿌우의 장난으로 상처받은 민국님의 마음을 치유해주시려고 합니다. 카오스님이 내려주시는 퀘스트를 받아주세요!

[목표] - 【B – 8】 난이도의 던전을 클리어 하라!

[기간] - 1 개월 내

[보상] - 마지막 보상 상자에서 골드 티켓 두 장!(누구나 상자를 열어도 상관없습니다.)

무려 골드 티켓 두 장!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아, 이렇게 나오면 또 어쩔 수 없이 뿌우가 전해준 퀘스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B – 8】 난이도와 【B – 5】 난이도 사이에서 등장하는 4 등급 보스 몬스터들에게서 희귀한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골드 티켓은 무려 【Gear Score】 200에서 230 짜리의 아이템이 나오는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상대했던 보스급 몬스터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해야 했다. 그만큼 준비도 철저히 해야 했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공략에 필요한 장비 스펙도 높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의 패턴 또한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상대해야 할 몬스터였다. 단지 그 시간이 조금 더 빨라진 것일 뿐. 그리고 보상 상자의 로또라 불리는 장비 티켓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을 포함해 팀원들의 스펙을 확 높일 수 있었다.

골드 티켓에서 나오는 장비의 스코어는 【B – 5】 난이도의 던전에 등장하는 4 등급 보스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장비와 등급이 동일했다. 괜히 영웅들이 티켓에 환호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세는 10 만 달러가 넘는 부활석 보다도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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