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27화 (27/486)

EP.27 신입 4팀

“우리가 바로 【B – 8】을 공략할 수 있을까?”

“뭐, 뭐어?”

민국의 중얼거림에 현아가 놀란 눈을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난이도 9 에 속하는 던전보다 한 단계 높은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고작 단계 하나라지만 그 차이가 제법 있었다. 대표적으로 보스 몬스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장비 아이템이 그랬다.

【B – 8】 난이도에서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에게서는 【Gear Score】 100 에서 120 사이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문 확률로 부활석을 아주 낮은 확률로 골드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B – 8】 난이도의 던전부터는 4 등급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다. 고작 숫자 하나의 차이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우습게보고 덤벼들은 많은 영웅들이 던전에서 목숨을 잃거나 마력이 오염되었다.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4 등급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스코어 110 수준 이상의 영웅 장비를 구하고 2, 3 성까지 자신의 마력을 높인 후 시도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것도 많은 부활석을 소모하는 여러 번의 도전을 필요로 했다.

“아직 서로의 호흡도 좀 더 맞춰봐야 하고, 장비도 조금 더 좋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역시 그렇겠지?”

“응. 【B – 8】 던전에서 등장하는 3 등급 몬스터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 하겠지만, 4 등급은 힘들 거야.”

현아의 대답에 민국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4 등급 몬스터의 도전은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퀘스트의 기간도 1 개월 내에만 클리어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다.

그 만큼의 기간을 주는 것은 준비를 좀 더 한 후에 【B – 8】 난이도의 던전에 도전하라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영웅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마력의 결정을 획득해 성급을 올리는 것이었다.

‘다음에 공략할 던전이 바로 정해지겠네.’

바로 마력의 결정이 나오는 던전이었다.

힘, 민첩성, 체력, 지력, 정신력. 던전의 보상으로 나오는 각종 결정을 흡수하면 그에 따른 영웅의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훈련으로도 그것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결정을 흡수하는 것과는 효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현재 민국의 팀에서 2 성 영웅은 정예린 혼자였다. 자신을 포함해 나머지 넷은 1 성에 불과했다. 다만, 현아와 김소정은 곧 2 성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었다. 의아하게도 2 성인 예린이 1 성인 김소정보다 랭킹이 낮았다.

톡톡. 톡.

민국의 손가락이 영웅 패드를 두들겼다. 곧바로 화면에 오현아와 정예린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

영웅 패드에 자신의 얼굴이 나타나자 현아가 힐끔 민국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갑자기 영웅 패드로 자신의 프로필을 띄우는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왠지 그것에 대해 물어보기에는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국은 현아와 김소정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프로필에 적힌 둘의 능력은 거의 2 성에 도달한 수치였다. 현아는 체력과 정신력이 조금 부족했고, 소정은 힘과 민첩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둘? 아니, 하나로도 만족시킬 수 있으려나.”

“2 성 영웅의 기준?”

“응. 빨리 다음 단계의 던전을 공략하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공격대의 강화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마력의 결정을 얻으려고 하는 거지?”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따르면 3 등급 몬스터부터 마력의 결정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다만, 결정을 떨어뜨리는 몬스터는 특별한 개체가 정해져 있었다.

현아가 말없이 민국을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의문을 느낀 민국이 물었다.

“왜? 내가 뭐 잘못 생각하는 거라고 있어?”

“3 등급 몬스터 중에서 특수 개체만 마력의 결정을 떨어뜨리는 것은 알고 있지?”

알고 있었다. 영웅 학교에서 배웠으니까. 비록 전 주인의 기억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이 몸에 적응한 지금은 자신의 기억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많은 공격대가 마력의 결정을 노리고 레이드를 하지는 않는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마력의 결정을 떨어뜨리는 녀석이 꽤나 강력한 개체이기 때문이지.’

게다가 잡았다고 해서 100 % 마력의 결정을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확률도 낮은 편이었다. 게다가 마력의 결정은 공략에 참여한 영웅의 마력에만 반응했다. 다시 말하면 공략에 참여하지 않은 영웅은 섭취해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훈련과 연습보다 마력의 결정이 훨씬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보통 마력의 결정을 떨어뜨리는 녀석은 3+ 등급이라고 해서….”

“우리 실력이라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어.”

자신감 넘치는 민국의 말에 현아는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확실히…. 민국의 리딩 능력이라면 3 등급보다 좀 더 강력하다는 몬스터들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력의 결정에 관해서는 좀 더 나중에 생각을 하자. 일단은 집에 가서 쉬고 싶어.”

“으? 응?! 그래! 빨리 가자!”

말과 함께 민국이 현아의 품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갑작스러운 민국의 애교어린 행동에 현아의 눈이 하트로 변했다.

* * *

R’s 클랜, 신입 4 팀의 회의실.

“…마력의 결정이요?”

정예린이 물었다.

“네. 힘의 결정과 체력의 결정을 얻을 수 있는 ‘화염 다리’를 공략할 예정입니다.”

“쿨럭?!”

민국의 말에 예린이 기침을 터뜨렸다. 소정과 유나도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이야기를 들은 현아만이 그나마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화, 화염 다리? 그곳을 공략한다고요?”

잠시 후, 정신이 들었는지 소정이 민국을 향해 다시 물었다. 몸까지 들썩거리면서 말이다.

《화염 다리 - 이프리트

▷ 화염 다리에서는 한 개체의 몬스터만 등장합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이프리트의 권능으로 인해 전투에 참여하는 영웅들 모두가 화염 다리로 이동됩니다.

▷ 이프리트는 화염 다리의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투 도중 일정 시간 마다 세 번의 불꽃 바퀴를 집어 던집니다. 불꽃 바퀴는 다리 전체를 통과했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불꽃 바퀴의 크기는 다리 폭의 3 분의 1 정도이며 전체 폭을 기준으로 오른쪽, 중앙, 왼쪽 중 한 곳으로 던져집니다. 동시에 같은 곳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바퀴 하나가 다리의 삼분의 이 정도에 도달했을 때 또 다른 바퀴를 집어 던집니다.

▷ 이프리트는 전투 도중 화염의 숨결을 내뱉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염의 숨결은 영웅들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며 계속된 피해를 입힙니다. 또한 이프리트는 화염의 숨결과 불꽃 바퀴를 겹쳐서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화염 다리에서 떨어지면 용암의 강에 빠져 사망합니다. 부활석이 없다면 시체조차도 찾을 수 없으니 필히 부활석을 준비하서야 합니다. 특히 힐러가 떨어지면 전멸이나 다름없습니다.

▷ ‘화염 다리 – 이프리트’는 생명력이 낮아 3+ 등급으로 판정되었지만, 공격 패턴은 4, 5 등급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괴물입니다. 특히 영웅들의 위치 선정 능력과 힐러의 판단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클리어 한 전적이 있는 공격대가 정리한 공략을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이는 상대였다. 하지만 영상은 달랐다.

- 뒤! 뒤! 뒤에서 바퀴 굴러온다고!

- 아, 안 돼! 숨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어!

- 힐! 힐! 나 좀 살려줘!!!

기껏해야 폭이 5m 는 될까? 그 좁은 다리에서 이프리트를 상대로 전투를 펼치는 영웅들의 모습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당연히 그것을 보는 팀원들의 정신도 멍해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민국만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저런 패턴의 몬스터는 이미 GGW에서 여러 번 상대를 해 봤었다. 기껏해야 무빙 연습용 정도에 불과했다.

“5m 라니 생각보다 넓네. 어렵지 않겠는데?”

굳이 일렬로 설 필요도 없었다. 폭은 5m 지만 길이는 제법 되어 보였다.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잡아야 하는 탱커는 앞에 서야 하겠지만 딜러와 힐러는 그 뒤로 여유 있게 위치를 잡으면 될 것같았다.

그렇게 영상을 보며 중얼거리는 민국의 대화를 들은 소정이 ‘저 자식 뭐야?’라는 표정으로 민국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화염 다리 – 이프리트’는 신입 영웅 그리고 마력의 결정을 얻으려는 영웅들이 가장 기피하는 괴물 중 한 놈이었다.

“일단 공략에 앞서 훈련부터 하죠.”

그리고 전투 영상이 모두 끝나자 민국이 박수를 짝 치며 모두에게 말했다.

R’s 클랜의 건물은 14 층 크기의 빌딩이었다. 모든 층 전부를 클랜원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영웅들의 훈련에 쓰이는 층도 있었다. 한 층을 통째로 비워서 만든 운동장 크기의 넓이를 자랑하는 연습실이었다.

“왼! 오른! 중앙!!!”

“이잌!!!”

민국의 외침에 따라 연습실에서 무기를 휘두르던 네 명의 영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여인들의 앞에 서 있던 민국이 고무공을 세차게 집어 던졌다.

퍼억!

“꺄아아악!”

그리고 민국의 손에서 던져진 공은 잠깐의 머뭇거림으로 거리를 벌리지 못한 유나를 강타했다.

“최유나! 좀 더 빨리 반응해!!! 운이 좋으면 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불꽃 바퀴에 당해서 다리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사망이야! 뜨거운 불길에 타죽고 싶어?!”

“왼! 오른! 중앙 순서잖아! 바퀴가 돌아올 때도 그 순서로 돌아온다고! 중앙에서 있다가 왼쪽과 중앙만 오가면 전부 피할 수 있잖아! 오른쪽으로는 왜 가는 건데? 그 시간에 몬스터를 공격하라고! 그러면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어!”

훈련이라기에 아무 생각 없이 연습실을 찾은 네 명의 팀원들은 모두들 입술을 꽉 깨물었다. ‘화염 다리 – 이프리트’를 대비한 민국의 훈련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불꽃에 몸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화염바퀴는 다리를 오가고 있다고! 좀 더 빨리 움직여! 5m 나 되잖아?! 최유나! 굼벵이도 너보다는 더 빨리 움직이겠다!”

특히 유나는 계속해서 민국의 지적을 받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민국이 판단하기에 이 중에서 가장 반응 신경이 떨어지는 영웅은 바로 최유나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위치에 맞춰서 화염 바퀴가 굴러오게끔 가정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실전은 지금보다 조금 더 쉬워질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응이 늦으면 그것도 곤란했다.

‘한 번의 실수로 레이드가 끝날 수 있어.’

영상에는 화염 바퀴에 얻어맞고 밀려난 영웅들 중 많은 경우가 다리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용암의 강에 빠지게 되면 민국이 아무리 뛰어난 힐러라도 살려낼 수 없었다.

물론, 죽은 영웅은 부활석을 사용해 되살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프리트에게 타격을 줄 영웅의 숫자가 부족해졌다. 결국 레이드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게 무슨 훈련이야?”

“화염 다리를 공략한다는데?”

“어머? 남자 공대장이네? 신입인가?”

연습실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훈련에 클랜 건물을 찾은 영웅들이 모르는 척 연습실을 찾았다. 하지만 훈련보다는 남자 공대장인 민국에게 관심이 있는 영웅들이 대부분이었다. 남자 영웅이 있다는 것도 굉장히 드문데 심지어 공대장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지한 민국의 얼굴에 성급이 높은 영웅들도 그리고 클랜에서 오래 몸을 담은 고참들도 민국에게 제대로 된 말 한 번 걸어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어둠의 괴물들과 싸워온 영웅들은 그들이 하는 훈련이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틀 정도 훈련을 하자 조금씩 움직임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지적을 맞았던 유나도 빠르게 적응했다. 그리고 ‘화염 다리 – 이프리트’ 의 공략 날짜가 정해졌다.

“4800 달러입니다.”

공략에 앞서 민국은 경매장에서 Gear Score – 110 짜리 힐러 지팡이를 하나 구입했다. 자신이 지닌 스펙으로는 이프리트의 화염 숨결에 당하는 아군 영웅들을 회복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실버 티켓을 사면 반의 반값인데….”

함께 경매장을 찾은 현아가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실버 티켓에서는 최대 스코어 110 짜리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물론, 원하는 물품을 얻기 위해서는 세 번의 굴림판을 돌려야 했다. 특정 아이템을 뽑기에는 확률이 너무 낮았다.

“우리의 운으로는 백 장을 사도 110 짜리 힐러 지팡이는 안 나올 것 같은데…?”

“천호동 럭키 걸인 내가 뽑아줄 수 있는데?”

“…….”

근거 없이 자신감이 넘치는 현아의 모습에 민국은 ‘화염 다리 – 이프리트’ 공략에 성공하면 보상상자는 꼭 다른 이에게 열게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공략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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