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1화 (41/486)

EP.41 라이벌?

“좋아요가 벌써 20만이라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던 민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을 꺼냈던 현아의 얼굴에는 자랑이 담겨 있었다. 20 만. 대충 들어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였다. 그것도 고작 어젯밤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기하네. 그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우리 팀을 알고 좋아요 를 눌렀대?”

아침에 직접 구운 계란 후라이를 반으로 찢으며 민국이 물었다.

“대한일보에서 방송 내보냈었잖아? 그게 외국에서도 꽤 인기를 끈 모양이야.”

“……외국에서도? 걔네들은 어떻게 그 방송을 보고?”

“영웅 튜브(Hero Tube) 가 있잖아.”

그런 거라면 지구의 반대편에서도 GGW 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현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GGW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말만 달리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로 알게 된 내용들도 있기는 했다.

“그렇게나 인기가 많아? 내가? 서양 여자들에게?”

“당연하지. 완전 난리 났다니까?!”

호들갑을 떠는 현아의 말에 민국은 잠시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서양 소녀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니…. 뭔가 농담 같은 느낌이었다.

정리하자면 남자 영웅에 대한 관심은 국내나 외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한 마디로 열광적이라는 말이었다. 게다가 영웅으로 각성한 동양 남자들이 풍기는 몽환적인 매력은 이미 서양의 수많은 소녀 팬들을 양산한 바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한일보와의 인터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민국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남자 영웅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남자 영웅이 적다고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그 숫자가가 사백 명 가까이 되지 않아?”

사백 명 중에 자신을 좋아한다? 그것도 동양인이라서? 민국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중에서 동양인은 쉰 정도밖에 안 돼.”

“한국에만 열 명이 있는데 동양인 전체가 쉰 명이라고? 그렇게나 적어?”

인구 비율을 따지면 굉장히 의외인 사실이었다. 중국도 일본도 하물며 동남아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여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축복받은 나라라고 하잖아? 아, 오늘 계란 후라이 진짜 맛있다. 역시 남자가 하는 건 다르다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런 말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아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웅 전력이 별 볼일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남자 영웅은 많으니까.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편이야. 특히 일본 애들. 걔네는 남자 영웅이 둘 밖에 없거든.”

“실력은 없지만 외모와 정력에서는 이겼다? 뭐, 그런 느낌인가.”

하지만 사람들이 민국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남자 영웅이어서만은 아니었다. 남자 영웅이 아무리 적다해도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사백에 가까운 숫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민국은 이제 갓 영웅 활동을 시작한 신입 영웅이었다.

기존부터 활동을 하고 있던 다른 영웅들과 비교하면 인지도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민국은 극소수의 남자 영웅 중에서도 몇 되지 않는 진정한 영웅 활동을 하고 있었다. 던전에 진입해 어둠의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공대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기까지 했다.

955.2 [한민국 공대장의 레이드 영상을 보고 싶어요! 저에게 은총을 내려 주세요!]

Rosa [어떻게 하면 GGW 에 들어갈 수 있나요?]

Chanan [남자 영웅이 리딩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제발! 제발!]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많은 팬들은 ‘GGW 의 일기장’을 관리하는 현아의 계정으로 민국의 레이드 영상을 올려달라며 빗발치듯 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공대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남자 영웅은 세계에서도 민국이 최초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홍보팀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다들 모여서 모니터링을 한 후에 문제가 없으면 공략 영상도 올릴 예정이야. 곧 홍보팀에서 너한테 허락 요청을 받으러 오긴 할 거야.”

“던전은?”

“거인의 소형 전장이겠지?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잖아.”

민국이 R’s 의 이름을 달고 공략에 성공한 던전은 세 곳. 하지만 그 중 두 곳은 3 등급 특수 개체가 등장하는 던전이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자 민국은 사람들이 뭐라고 댓글을 남겼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좋아요 262,155개

Shining_Kim [남자 영웅 선배로서 위험한 길을 선택한 네가 자랑스럽다. 근데, 공대장이라면서 판단력은 좋지 않아 보이네. R’s 클랜이라니…. 어쨌든 열심히 성장하렴.]

“이 사람은 누구야?”

현아를 통해 SNS를 확인한 민국이 가장 위에 나타나 있는 댓글 내용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닌데, 엿은 제대로 먹이는 댓글이었다.

‘판단력? 클랜 선택이 아깝다고? 아니, 무슨 생각으로 저런 글을 남들이 다 보는 SNS에 대놓고 쓴 거지?’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그 밑으로 댓글의 내용에 공감하는 글들이 주르륵 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후배를 생각하는 선배의 귀감? 한민국 영웅도 같은 클랜에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거라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행동이 도가 지나치다며 타박을 하는 글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글들에는 곧바로 실더들이 나타나 댓글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메모리아의 김성철 영웅이야. 4 년차 힐러 영웅이고, 2 군에서 활동하고 있어. 현재 등급은 5 성으로 알려져 있고, 민국이 네가 레이드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남자 영웅 중에서 가장 막내였던 영웅이야.”

유명한 녀석인가? 현아의 입에서 바로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같은 힐러라는 말에 민국은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5성이라…. 실력은 어때?”

“나쁘지 않은 편이야. 공개된 영웅 기록에 따르면 【B – 1】 던전까지 클리어에 성공한 기록이 있어. 그리고 5 성 영웅이니까 5 등급 특수 개체도 잡는데 성공했겠지?”

“공대장? 힐러장?”

“아니, 일반 힐러야. 그래도 남자 힐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드문 실력이지?”

자신의 영웅 패드로 검색을 하면서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현아의 말에 민국은 코웃음을 쳤다. 【B – 1】?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A 난이도도 아니고 B 난이도에서 활약하는 영웅에 불과했다. 심지어 1 군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자신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격차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좁힐 수 있는 격차였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민국에게 현아가 위로를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런 댓글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마 메모리아 클랜에서 너한테 작업 들어가려는 의도로 쓴 것 같아.”

“작업? 이게?”

“응. 클랜 선택이 아깝다는 말로, R’s 를 깎아내리는 거잖아. R’s 보다 랭킹이 높은 메모리아로 오라는 거지.”

그것보다는 내 판단력이 나쁘다는 말로 공대장으로서의 능력이 형편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최근 크게 주목을 받고 있고, 같은 힐러라 그런지 비교가 돼서 그런가? 댓글의 안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쯧.”

그래봤자 1 년차와 4 년차. 서로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이런 유치한 신경전이라니….

그리고 민국은 지금의 R’s 클랜에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었다. 10 인 공격대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클랜을 옮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특히 팀의 메인 탱커를 맡은 오현아와는 찢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같이 동거를 하는 사이인 것도 이유였지만, 오현아의 재능은 충분히 상위 레이드에서도 통할 정도로 뛰어났다.

굳이 카르텔이 아니더라도 김소정과 정예린 역시 충분히 딜러진에 넣을 수 있을 실력자들이었다. 물론, 최유나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그래도 유나의 임무 수행 능력은 발군이었다. 판단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김성철의 댓글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 * *

다들 2 성 영웅이 되고, 경매장 쇼핑을 끝내면서 팀 GGW 의 전력은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국은 다음 번 레이드 역시 ‘얼음 여왕 – 아니사’로 정했다. 일단 새로 얻은 장비들의 위력을 시험해 보고, 팀원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였다.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이다. 덤으로 마력의 결정은 얻으면 얻을수록 좋았다.

‘그러고 나면 【B – 8】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해야지.’

이제까지 상대했던 3 등급 몬스터보다 더 강력하다는 4 등급 몬스터. 서로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이미 인터넷을 이용해 자세히 살펴 본 바 있었다.

하지만 패턴이 까다롭다고 평가되는 몇몇 녀석들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3 등급 몬스터에 비해 체력과 공격력이 늘어나고, 전투 방식이 아주 조금 복잡해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던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봤자 보스급 몬스터 개개인의 난이도를 따진다면 쉬운 4 등급 개체들은 ‘화염 다리 – 이프리트’의 수준도 되지 못했다. 그만큼 이프리트가 어려웠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기야 이프리트는 실수 한 번이 전멸로 이어지는데다가 힐러의 부담도 큰 레이드였다.

‘결국 장비가 좋으면 4 등급 녀석들도 무리 없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지.’

전보다 전력이 크게 높아진 지금이라면 4 등급 몬스터도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고. 오늘 레이드는 새로 획득한 장비에 익숙해지는 한 편, 전에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파악하는 시간이 될 거야.”

‘얼음 여왕 – 아니사’를 앞에 두고 민국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순간의 방심이 공격대의 전멸을 부른다. 영웅들 사이에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이었다. 다들 민국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시작! 탱커! 고!!!”

오더와 함께 현아가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를 뒤따르는 다른 팀원들도 포메이션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아니사의 공격. 첫 번째는 역시나 빙결 창이었다.

퍼어어어어억!

시퍼런 창이 현아의 방패에 틀어박혔다. 전과 같았으면 비명과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갔어야 할 상황. 하지만 헤비 디펜스를 발동한 현아는 발밑이 조금 밀려났을 뿐이었다. 받은 피해량 역시 전과 비교하자면 반 정도가 줄어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차이에 민국도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역시 아이템 최고!”

현아가 방패를 바로잡으며 외쳤다. 이래서 영웅들이 등급을 올리고 좋은 장비에 목숨을 거는 구나라는 깨달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구슬 8 시! 제가 처리할게요!”

“1 시! 이동기 쿨 타임! 유나야 도와줘!!!”

이미 몇 번이나 공략에 성공한 녀석인 만큼 ‘얼음 여왕 – 아니사’의 공격 패턴에는 다들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민국의 자세한 오더 없이도 팀원들은 자율적으로 패턴에 대비하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민국 역시 그런 팀원들의 움직임을 따로 지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머릿속에 생각을 하면서 전투를 해야지만, 상위 레이드에서도 제 활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패턴이 꼬이는 상황에서는 민국의 속사포 리딩이 이어졌다.

“하아아아압!”

유나가 새로 구입한 활에 자신의 마력을 장전했다. 화살이 노리는 대상은 ‘얼음 여왕 – 아니사’. 그리고 유나의 마력이 응축된 화살은 그대로 아니사의 어깨를 꿰뚫었다. 이어서 소정이 기합과 함께 크게 점프를 하더니 그대로 자신의 대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샤아아아!!!

어둠의 괴물답게 마력이 실린 공격을 정타로 얻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니사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분노에 찬 얼굴로 본능적으로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판단한 현아를 향해 맹렬히 자신의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팀원들 정확히 말하면 딜러들은 그런 아니사의 모습에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 방금 딜 봤어요!”

“역시 템빨이야!”

장비 스코어가 높은 좋은 장비의 착용은 영웅들 특히 딜러진의 체감이 가장 컸다. 전과 비교해서 한 번에 더 많은 마력을 뿜어낼 수 있는 터라 한 방 한 방의 공격이 훨씬 강력해진 것이다.

탱커의 위험한 상황을 겪을 일도 그리고 아니사의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도 전과 비교해서 크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당연히 레이드의 공략 시간도 굉장히 짧아졌다.

전에는 열 번이 넘는 얼음 구슬을 처리해야 아니사를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얼음 구슬이 여덟 번째 나타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니사의 생명력이 1 %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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