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9 신입 아닌 신입 공격대
‘검은 오크의 요새’ 공략이 결정되었지만, 곧바로 레이드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의 부활석이라도 아끼기 위해 먼저 민국은 검은 오크의 요새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들의 특수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 훈련을 준비했다. 그 이후에야 본격적인 던전 공략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검은 오크의 요새 공략 DVD 예요. 어차피 다른 팀들이 영상을 볼 일은 없을 테니 느긋하게 가져다 주셔도 돼요.”
R’s 클랜의 단장인 현정의 지시를 받은 클랜의 정보팀장이 곧바로 영상을 보내왔다. CD 한장에 불과했지만, 테이프로 따지면 소형 박스 하나를 꽉 채우는 분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스에 가득 찰 정도로 영상이 많았다.
“어휴. 이게 다 몇 개야?”
“어차피 4 등급의 녀석들이야. 특수 개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다 볼 필요는 없어. 조심하지 않으면 팀이 전멸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패턴만 반복적으로 골라 볼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은 【B – 6】 의 던전인 까닭인지 영웅 선배들이 직접 몸으로 얻어낸 정보들이 굉장히 많아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리고 다음은….”
그렇게 영상을 보며 대충 어떻게 오더를 내릴지 감을 잡은 민국은 이번 【B – 6】 의 공략을 대비해 팀원들을 무빙 딜 훈련에 집중시켰다. 간단히 말해 보스 몬스터의 강력한 광역 능력을 피하면서 공격을 박아 넣을 수 있는 딜러의 기본 소양 강화였다.
이에 도움이 되는 훈련 방법은 영웅 학교에서 배운 바가 있었기에, 기억을 떠올려 그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방식을 채택했다. 훈련은 2 군의 6 성 영웅들이 짬짬이 도와주기로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신입 4팀 GGW 가 검은 오크의 요새 공략을 준비한다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2 군의 공대장이 크게 관심을 보이며 훈련을 도와준다고 먼저 제안을 한 것이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나도 무빙 훈련해야 돼?”
“당연하지. 그러면 탱커는 안 피해?”
회의실에서 민국이 이상한 눈초리로 현아를 바라보았다. 탱커라고 적의 공격을 전부 몸으로 맞을 필요는 없었다. 개 중에는 진짜 엄청난 데미지를 주는 공격도 있었으니까. 보스 몬스터의 특수 공격은 최대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았다.
“아니…. 나는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막는 연습을 하려고 했지. 2 군 메인 탱커분이 도와주신다고도 했고….”
“아하.”
민국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특수 패턴이 아닌 일반 공격 패턴을 대비한 연습을 하려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같이 하면 되지.”
“…….”
간단히 정리를 하는 민국의 대답에 순간 현아의 몸이 덜컥 굳었다. 훈련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모든 훈련을 마친다면 적어도 해가 지기 전에는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런 현아의 모습에 민국이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의욕을 고취시켜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떠올랐다.
“대신에 훈련 연습 제대로 끝내면 집에 가서?”
갑작스러운 민국의 말에 현아가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민국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 민국이 왼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고 오른손의 중지를 스윽 들어 올리는 게 들어왔다.
현아가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콜?”
“무조건 콜. 다 죽었어.”
민국에게 고개를 끄덕인 현아가 눈을 부릅뜨고는 팔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훈련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도 의욕이 높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좋아. 그러면 나도 연습을 좀 해볼까.”
【B – 6】 던전인 검은 오크의 요새는 여섯 마리의 4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던전이다. 당연히 각 몬스터들의 공격 스타일이 다른 만큼 영웅들은 그에 맞춰서 스킬을 장착해야 했다.
이제까지 민국은 힐과 광역힐 그리고 보호막과 도트힐과 관련된 B 등급 스킬 스톤만을 사용했었다. 힐러의 기본과도 같은 스킬이었고, 그것만 사용해도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은 오크의 요새 레이드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스킬들을 사용해야 공략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A 등급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B 등급 스킬보다 한 단계 진화된 스킬.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4 등급 몬스터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보유 마력이 부족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처럼 씨드를 깨거나 뉴 타입으로 각성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5 성 영웅은 되어야만 A 등급 스킬 스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올해 안에 5 성까지 올린다.”
그리고 민국은 올해 안에 팀 GGW 의 성급을 전부 5 성까지 올릴 생각이었다.
지금은 2 성에 불과했지만, 4 등급 특수 개체를 잡으면 오렌지급 결정을 얻을 수 있었고, 5 등급 특수 개체가 등장하는 몬스터를 잡아 옐로우급 결정을 획득하면 5 성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5 등급 개체 혹은 특수 개체가 나타나는 【B – 1】 난이도의 던전 부터는 진정한 공격대라 불리는 10 인 공격대를 지휘해 어둠의 괴물을 토벌해야 했다.
- 쟤가 걔야?
- 와…. 역시 마력을 각성한 영웅은 종 자체가 다르네. 일반인 남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잖아?
클랜 하우스의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훈련장을 쓰고 있던 타 팀 영웅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제는 여성 영웅들의 저런 반응도 익숙해진 터라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훈련장 한 구석에서 팀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옆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교정해주는 관록 넘치는 영웅들이 아마 2 군의 영웅들인 모양이었다.
‘열심히 하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국은 훈련장 한쪽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섰다. 대형 클랜의 훈련장에만 존재한다는 가상현실 연습실이었다.
- 홀로그램 훈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 등급 보스 몬스터 카쟉스를 생성합니다. 탱 1, 딜러 3, 힐러 1 의 구성입니다.
체험 연습과 함께 새로운 수인을 익히기에는 이만한 게 따로 없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고, 민국은 힐러로써 아군의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며 전투를 진행해나갔다.
리딩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말에 이놈들이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냥 정해진 패턴대로 피하고 맞고, 공격하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런 탓에 홀로그램 훈련은 영웅들에게 큰 인기가 없었다.
어둠의 괴물과의 싸움은 절대적이라 할 정도로 정해진 패턴대로 진행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수인 연습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민국은 차츰차츰 【B – 6】 던전의 공략을 준비해 나갔다.
* * *
닷새 가량을 훈련으로 보낸 팀 GGW 는 주말 이틀간 푹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월요일에 본격적으로 【B – 6】 던전 공략에 들어갔다. 장비와 스킬 스톤은 물론이고, 간단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도시락등도 여럿 챙겼다.
“테, 텐트는 필요가 없을까요? 저 잠자리에 조금 민감해서 맨바닥에서는 잠을 못 자는데….”
“던전에서 잠을 잘 일은 없을 겁니다.”
민국의 단호한 목소리에 예린이 아쉬운 듯 텐트를 밖으로 빼놓았다. 잠시 후, 그 옆으로 버너와 토치는 물론이고 아이스박스까지 놓여졌다. 전부 민국에게 지적을 당한 예린의 물건이었다. 예린이 울상을 지었다.
“아는 사람이 【B – 6】 던전을 처음으로 공략하는 거면 이런 것들이 필수라고 했는데….”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건 공략이 잘못된 겁니다.”
고작 여섯 마리 잡는데, 던전에서 밤을 새우다니…. 아니, 그것보다 대체 저런 것을 어떻게 들고 가려고?
하지만 잠시 고민을 해 본 결과 짐들의 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영웅들에게 저 정도의 짐은 가벼운 캐리어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전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저런 것들을 들고 갈 생각은 없었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었다.
검은 오크의 요새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섯 마리의 4 등급 몬스터 중 앞의 두 마리는 크게 위험한 패턴이 없었다. 공대장의 정확한 리딩 능력과 팀원들의 기본기만 충분하다면 어렵지 않게 때려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원트(One Try)에 괴물들이 쓰러졌다. 위기 상황도 거의 없었다. 던전에 진입한 지 고작 한 시간 반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그러게요. 생각보다 할 만 한데?”
던전에 진입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자신감이 넘치는 현아와 유나의 모습이 민국은 픽 웃으며 전리품 상자를 살폈다. 솔직히 골드 티켓은 기대도 안했다만 부활석은커녕 팀원들이 사용할 장비 아이템조차도 없었다.
【Gear Score】 170에서 200 사이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들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단검과 장검 그리고 탱커용 방어구와 딜러 방어구였다. 운이 나쁘게도 팀원들이 사용하지 않는 무기나 경매장에서 구입한 부위와 겹치고 있었다.
“이 놈들은 액땜용이고, 그 다음 놈이 대박을 줄 거야.
”
“또 골드 티켓 나오면 좋겠다. 공대장님. 우리 이번에도 내기할래요? 티켓 나오면 소원들어주기?”
“정예린 영웅 차례는 나흘 뒤입니다. 새치기는 제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체엣.”
어렵지 않게 두 마리의 몬스터를 쓰러뜨린 까닭일까? 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훈훈했다. 그러나 다음으로 만날 세 번째 녀석은 앞의 두 놈과는 달리 상당히 위험한 놈이었다.
오크 장군 크락스. 영웅들에게 불리는 별명은 걸몽거로 해석하자면 워킹 걸을 만들어내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이놈에게 당해 마력이 오염된 영웅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였나보다.
퍼억! 퍼억! 퍼어억!
크락스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일행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색 도형 모양으로 온 몸을 문신한 녹색의 괴물이 삼십대로 보이는 여성을 강제로 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 강제라고 봐야 되는 건가?
“허으윽! 어흑!”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커다란 괴물의 성기가 여자의 안에 쑤셔 박혔다. 자신의 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크는 묵묵하게 여자를 탐할 뿐이었다. 얼마나 해댔는지, 성기가 한 번 박힐 때 마다 여성의 음부에서 정액이 꿀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아아! 아아으으윽!!!”
단단한 성기가 주는 극한의 쾌락. 거기에 오염된 마력이 반응하며 여자는 섹스가 주는 희열감에 점점 정신을 놓으며 괴성을 질러대었다.
“워킹 걸인가 보네.”
그 모습을 현아가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구해줄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마치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를 대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거…. 그냥 둬도 되는 거야?”
“네. 오히려 저희들이 참견하는 게, 저 워킹 걸에게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거예요. 진정되지 않은 오염된 마력이 폭주할 테니까요.”
혹시나 하는 민국의 물음에 예린이 곧바로 대답했다. 결국 본의 아니게 생생한 야동을 눈앞에서 감상을 하게 되었다.
워킹 걸 여성은 적극적으로 괴물과의 행위에 임했다. 몇 번 박히다가 괴물의 남성을 입에 물기 시작했고, 다시 후배위로 이어서 좌측위로 포즈를 변경하며 연신 신음을 내뱉었다.
이럴 때 몬스터를 공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꺼내보기는 했지만, 바로 기각되었다. 몬스터의 마력이 폭주하며 버서커처럼 강해진다고 했다. 그렇게 몬스터가 버서커가 되면 아무리 4 등급의 몬스터라도 6, 7 성의 영웅들이 나서야 제압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으으으으윽!!!”
그렇게 한참을 보다보니 조금씩 절정의 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힘껏 허리를 움직이던 오크가 포효와 함께 여성의 목을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정. 끈적끈적한 괴물의 정액이 여성의 안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지쳐서 쓰러져 있던 여성 영웅이 민국과 일행들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미안해요. 못 볼꼴을 보였네요.”
하지만 그런 워킹 걸의 말에 대답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몬스터에 당한 여성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자신과는 달리 투명인간을 보는 것 마냥 여자를 무시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민국도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 워킹 걸은 그런 영웅들의 모습에 익숙했는지 자신의 찢어진 옷을 대충 갈무리하고는 던전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마력이 오염된 안타까운 일일 텐데, 굉장히 냉정하게 대하네.’
민국의 시선이 워킹 걸이 나갔던 방향으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지금의 행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던전을 공략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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