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2 신입 아닌 신입 공격대
“정체를 감추고 20 년간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장병들을 몰래 지원했던 재벌 복지가의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오늘, 또 한 번의 따뜻한 소식이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한 아나운서가 대본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바로 어제 우리나라의 랭커 클랜인 R’s (장미 방패단)의 공격대가 【B – 6】 난이도의 던전 ‘검은 오크의 요새’를 성공적으로 공략함과 동시에 던전을 무너뜨렸다는 소식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양소현 기자?”
Tv 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화면으로 향했다. 랭커 클랜, 영웅, 던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아주 좋은 단어였다. 그리고 마이크를 든 한 여성이 평평한 공터를 가리키며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취재기자 양소현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성북구의 【B – 6】 던전인 ‘검은 오크의 요새’가 있던 자리에 와 있습니다. 한 때 이주위의 안전을 위협했던 어둠 괴물과의 차원으로 연결된 문은 온 데 간 데 없는 모습입니다.”
기자의 멘트가 진행되면서 차원의 문이 존재했던 예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자료화면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을 지키던 군인들의 말에 따르면 어제 아침 공략에 들어갔던 R’s 의 공격대가 던전의 공략을 성공한 것과 동시에 던전의 마력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던전이 무너진 것인데요.”
“제가 알기에 던전이 무너질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확률이 적기에 희박하다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던전이 무너질 확률은 평균적으로 0.01 % 의 확률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공략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감안하면 그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1, 2 등급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낮은 난이도의 던전이 아닌 【B – 6】 의 던전이 무너진 것이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리 없었다.
“확률이 굉장히 낮군요. 그러면 저희들을 위해 던전을 무너뜨린 영웅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아…. 이게 사실 확인을 하던 도중 저도 깜짝 놀랄 정도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여기에는 굉장한 대반전이 있는데요.”
취재 기자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영상 화면으로 R’s 클랜의 신입 4 팀 GGW 에 속한 멤버들의 자료가 방송에 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R’s 클랜에서 제공해준 자료들이었다.
클랜 단장인 현정은 민국이 성공적으로 던전을 공략했고, 이어서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클랜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대응책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앞서 취재를 나온 방송사가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둘 다 윈 – 윈 이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1, 1 년차 신입 영웅들이 【B – 6】 던전을 무너뜨린 건가요?”
자료 화면을 보던 아나운서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일찌감치 준비된 멘트였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놀라움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는데요. 1 년차 신입 영웅으로만 구성된 공격대가 【B – 6】 난이도의 던전 공략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스무 번이 채 안 되는 대단한 업적인데요.”
“거기에 던전을 무너뜨린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입니다. 또한 놀랍게도 【B – 6】 던전을 무너뜨린 R’s 클랜의 신입 4 팀의 공격대장은 다름 아닌 남성 힐러 영웅인 한민국 영웅으로 밝혀졌습니다.”
민국의 사진이 크게 클로즈업이 되었고, 화면을 지켜보던 여성들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력을 각성한 영웅답게 민국의 잘생긴 외모는 많은 여성들의 시선을 화면으로 잡아끌고 있었다.
거기에 영웅의 장비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판타지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남자 영웅이 공대장이시군요!”
“네. 한민국 영웅은 남자 영웅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격대를 관리하는 공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R’s 클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 능력이 정말로 출중하다고 합니다.”
“신입 영웅이신데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겠는데요? 하지만 수많은 유망주들이 저희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민국 공대장이 레이드 자격증을 따고 직접 공격대를 지휘해 던전을 클리어 한 횟수는 무려 스무 번이 넘어갑니다. 레이드 자격시험이 저번 달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틀에 한 번꼴로 던전을 공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기록에는 마력의 결정을 획득하기 위해 던전의 뺑뺑이를 돌았던 영향이 컸다.
어찌되었든 일반적인 상식으로 따지자면 말이 되지 않는 공략 횟수였다. 보통 일반적인 영웅들은 이 주에 서, 너번 정도 던전을 공략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GGW 의 폐인 공대장이었던 민국은 이들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공대장이었다.
그리고 민국의 이러한 내용들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민국 공대장의 뜨거운 땀으로 보기 좋게 포장이 되었다.
덕분에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으로 시작을 알렸던 뉴스는 곧 R’s 클랜의 신입 4 팀 GGW, 특히 민국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남자 영웅이자 공격대장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주목을 끌 수 있는데, 그 공대장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 후, 훈훈하다. 그래서 저 공대장님이 사시는 곳이 어디라고?
● R’s 클랜 요즘 내리막길인데 민국이가 잘 되서 다시 장미 방패단의 옛 명성을 되찾아줬으면 좋겠다.
● 영웅 협회에서 나서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네? 걔들이 왜요?
└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공대장이라면서요? 다른 나라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특히 미국과 중국이?
└ 미, 민국이는 안 된다! 이놈들아!!!
● 맞다! 협회가 나서서 이런 영웅들에게 지원을 해줘야지. 내 세금으로 구입한 부활석 다 어디에 있냐? R’s 클랜에 지원해라!
● R’s 클랜 1 군이 허접해서 올해 클랜 평가 수직낙하 할 예정이라는데…….
└ 한민국이 세계 신입 랭킹에 이름을 올린다면 평가 점수가 좀 높아지지 않을까요?
└ 그래봤자 1 군이 너무 개 허접이라…. 박다영이 은퇴를 너무 빨리한 것 같음.
● 한민국 공대장은는 영웅시대의 DNA를 가진 아주 뛰어난 영웅입니다.
└ 너네는 진짜 고만 좀 헤쳐 먹어라. 유망주만 나타났다하면 죄다 그 소리냐?
* * *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강산이 변했다. 지금 민국이 느끼는 심정이었다.
전에도 남자 영웅이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는 했었다. 그러나 방송을 탄 지금은 그 때의 관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클랜 하우스로 오지 말라고 했다고?”
어제 공략에 성공했던 【B – 6】 던전 ‘검은 오크의 요새’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제출하고, 보고서를 써야 했다. 하필이면 던전이 무너져 버리는 난리가 일어나는 바람에 팀 GGW 는 클랜 하우스로 돌아가지고 못하고, 군인들에게 붙잡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민국을 향해 현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왜? 설마?”
“맞아. 지금 가면 완전 난리가 날 거야. 클랜 하우스 근처에 기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모이는 바람에 장난이 아니래.”
“그거 혹시 방송 때문에 그런 거지?”
낯부끄러웠던 아침의 방송은 민국도 보긴 했었다. 잠깐 보다가 화면을 돌려버리긴 했지만.
“응. 너 완전히 스타 됐어. 뭐, 원래도 유명하기는 했지만….”
예전의 유명세가 단지 남자 영웅이라는 이유였다면,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세계적으로 성장할 떡잎부터 남다른 공격대장이기 때문이었다. 【B – 6】 던전의 클리어가 그것을 증명했다.
“그러면 이것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보관하고 있어야 돼?”
민국이 집 한구석에 놓인 영웅 장비들을 가리켰다. 집이 넓지 않은 편이라 열댓 개가 넘어가는 영웅장비들은 실내를 오가는 데 꽤나 걸리적거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따가 전리품 과에서 따로 사람이 나올 예정이야. 언니의 비서도 함께 올 거고. 언니는 기자들에게 붙잡혀서 따로 시간을 빼내지 못하나봐. 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아니, 뭐. 난 상관없다만.”
현아의 말에 민국은 고개를 주억였다. 뭐, 굳이 만날 필요도 없었다. 따로 할 이야기가 있지도 않고.
어쨌든 【B – 6】 던전을 공략한 것이 대단한 성과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현아가 그런 민국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야.”
“사람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우리에게?”
“응….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공격대가 몇 없잖아.”
현아의 말에 민국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대한민국의 레이드 수준은 민국이 대단치 않다고 느끼는 이세계의 레이드 강국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편이었다. 국가 랭킹은 20 위권으로 세계 랭킹 100 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공격대도 두 팀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R’s 클랜의 1 군은 아니었다. 72 위의 영웅시대 1 군. 그리고 99 위의 메모리아 1 군이 세계 랭킹에 가까스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슬프게도 장미 기사단 1 군의 랭킹 순위는 약 900 위권 이었는데, 10 년 사이 870 위가 추락한 결과였다.
“세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영웅시대 1 군과 메모리아 1 군을 이끄는 공격대장들도 신입 때부터 제법 이름을 날리는 영웅들 이기는 했어. 하지만 민국이 너처럼 신입부터 【B – 6】 던전을 공략하거나 하지는 못했거든? 그런 데 너는 해냈잖아.”
“뭐, 나는 수증기니까. 그 분들과는 경우가 좀 다르지.”
“어……그, 그래?”
이해를 할 수 없는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현아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민국의 리딩 능력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을 정도로 대단했다. 자신들을 데리고 【B – 6】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것 자체가 그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런 관심은 대부분이 민국이 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대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거야. 그만큼 성장해 달라는 거지.”
“걱정도 팔자네. 하하.”
자신은 이미 완전히 성장한 공대장이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여기 있는 어둠의 괴물들은 죄다 때려눕힐 생각이었다.
현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민국을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영웅 패드를 바라보았다. 방송이 나온 직후부터 인터넷에서는 연신 사이버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부 한민국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민국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R’s를 떠나 상위 클랜으로 보내야 한다느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미국이나 중국으로 보내 세계적인 공대장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쓰잘머리 없는 내용들이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그런 글들을 볼 때 마다 현아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민국의 리딩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해낼 수 있었다. 민국이 만들 공격대의 메인 탱커는 바로 나 오현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민국이 이런 소문들에 흔들리지 않기를 원했다.
“음….”
민국은 아까부터 현아의 시선이 따끔거리고 있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한 직후부터 그녀는 뜨거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바라보는 위치도 뭔가 애매했다. 배도 아니고 다리도 아닌 것이….
‘방송 내용 때문에 나한테 다시 한 번 반한 건가?’
괜스레 어젯밤의 열락이 떠올랐다.
“오현아, 잠깐 이리 와 봐.”
“응, 응?”
결국 본능에 못 이긴 민국이 현아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다가온 현아를 잡아끌어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런 민국의 적극적인 행동에 현아의 눈동자가 당황한 듯 흔들렸지만 그것도 잠시. 현아가 요녀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기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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