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58화 (58/486)

EP.58 관계의 복잡함

‘다섯 번까지 삽질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이상으로 현아가 잘 버텨주네. 빨리 공략할 수 있겠는걸?’

‘늪의 수호자 – 켈림’ 레이드에서 탱커는 켈림의 공격을 막아주는 내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전부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공격 패턴이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공략 영상에서도 켈림의 대검 올려치기에 전장을 날아다니는 탱커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현아가 제 활약을 해준다면 켈림을 쓰러뜨리는 일은 다른 영웅들이 해낼 일이었다.

“탱커 아주 좋습니다!! 다른 팀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제대로 집중합시다!”

“넵!”

어그로를 잡을 수 있느냐는 레이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갖췄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리딩과 딜러들의 임수 수행 능력에 따라서 공략의 가능성을 높일 차례였다.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할 것은 역시나 공허 버프였다.

그리고 켈림은 전투가 시작된 지 1 분이 갓 지나는 시점에 첫 번째 공허 버프를 사용했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공허 버프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허 버프냐, 아니면 뒷목 후리기냐.’

레이드를 진행하기 전, 민국은 몇 번이나 켈림의 공략 영상을 돌려봤었다. 그리고 켈림은 공허 버프와 뒷목 후리기 그 둘 중 하나의 스킬을 랜덤으로 사용했다.

일정한 패턴이 있을까 싶어서 생명력의 차이에 따른 공격 패턴도 알아봤지만, 아쉽게도 규칙적인 무언가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켈림이 민국을 번뜩 노려보았다.

“……!”

이번 공략에서 켈림이 보여준 공격 패턴은 뒷목 후리기였다. 적어도 공허 버프를 사용할 때는 일정한 영웅을 노려보는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탱커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이 사각형 모양의 진형을 짜고 있는 터라 누구를 주시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그리고 민국이 곧바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휘리릭!

그와 동시에 현아를 공격하던 켈림이 그림자처럼 사라지더니만 민국이 있던 자리에 나타나 자신의 커다란 검을 엑스자로 휘둘렀다. 공격은 피했지만 풍압에 의해 몸이 흔들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저거 제대로 맞으면….”

공략 영상에서는 뒷목 후리기에 당할 경우 힐러처럼 생명력이 낮은 클래스는 총 생명력의 반 정도가 사라지곤 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력을 느껴보니 생명력 반은커녕 한 방에 몸이 두 동강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착용한 장비의 영향 때문일까?

어쨌든 뒷목후리기를 사용했으니, 그 다음 패턴은 안 봐도 뻔했다.

“김소정!”

근거리 딜러인 그녀가 공허 버프를 받기 위해서는 가장 멀리 나왔다가 돌아와는 긴 이동이 필요했기에 그 딜 로스를 줄이기 위해서 민국은 공허 버프를 받는 첫 멤버로 소정을 선택했다.

어차피 공허 버프는 두 번 이상 받을 수 없는 버프였기에, 한 번 버프를 받은 소정이 공허 버프를 받기 위해 다시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리 일일이 지정을 해줬던 까닭에 소정은 자신이 해야 할 임무대로 팀원들 중 가장 먼 거리에 서 있었다.

다른 두 명의 딜러도 앞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정이 켈림에게서 가장 먼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었다.

- 공허, 죽음, 소멸.

우울한 중얼거림과 함께 켈림의 공허 버프가 소정에게 걸렸다. 하지만 소정은 안으로 바로 튀어 들어가지 않았다. 공허 버프와 함께 동시에 사용하는 켈림의 공격 패턴 때문이었다. 소정의 눈과 귀가 민국에게 향했다.

“지금 이동!”

그리고 켈림의 손 위로 커다란 불덩이가 나타나는 것을 보며 민국이 싸인을 내렸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공허 폭탄이 지면을 박살내었다. 생각 이상으로 위력적인 폭발이었다. 게다가 폭발의 범위도 넓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유나가 폭발에 살짝 휘말려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저런 게 연속으로 떨어지게 되면…. 외곽으로 돌아야겠네.”

대충이지만 머릿속으로 해결책은 그려졌다. 팀원들 또한 지금의 위력을 보고 느낀 게 있을 터였다.

“두 번째는 정예린! 외곽으로 크게 돌아!”

다음 공허 버프의 시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순서를 한 번 더 주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현아와 소정의 쇼 타임이 시작되었다.

“하아아압!”

공허 버프에 영향을 받은 소정은 온 몸에 힘이 넘쳐나고 있었다. 단숨에 눈앞의 괴물을 반으로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어째서 이러한 능력을 영웅에게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이러한 이상 소정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특히 가장 처음으로 버프를 받은 만큼 집중해서 딜링을 한다면 이번 켈림 레이드의 기여도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지지직!

심장의 깊은 곳에서부터 용솟음치는 마력들이 소정의 대검에 모여들어 울부짖기 시작했다. 검신 전체를 감싸 안는 마력의 스파크와 함께 그녀가 켈림을 향해 벼락같이 대검을 휘둘렀다.

켈림의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며 민국은 자연스럽게 영웅 패드를 확인했다. 공허 버프의 영향으로 김소정의 데미지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더불어 켈림의 어그로 또한 조금씩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현아도 쉽게 어그로를 내줄 탱커가 아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탱커의 능력을 사용해 늪의 수호자의 시선을 확 잡아끌고 있었다.

“정예린! 좀 더 뒤로 확 빠져! 유나 너는 앞으로! 팀원들의 거리를 생각하고 위치를 잡아!”

“네, 넵!”

“뒷목 후리기! 유나!”

난이도가 높은 레이드라도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오더를 내릴 수 있는 공대장과 오더의 임무를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 팀원만 있으면 장비의 격차가 크지 않는 이상 충분히 공략이 가능했다.

그리고 팀 GGW 는 이 두 가지의 조건이 전부 갖춰져 있는 파티였다.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앙!

회복 능력 사용하는 민국의 뒤 쪽으로 후끈거리는 폭발이 연달아 터졌다. 공허 폭탄의 대상이 된 세 번째 딜러인 유나가 빠른 속도로 본진의 뒤에서 전장을 돌고 있던 까닭이었다.

“다음 공허 버프는 접니다! 오현아! 켈림이 버프 사용하면 생존기 두 개 연달아서 사용하는 것 잊지 마!”

“오케이! 접수!”

“생명력 34 %. 딜러들은 좀 더 분발해 주세요!”

김소정과 정예린.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버프를 받은 딜러들은 공허 버프라는 뽕 맛에 한껏 취해 미친 듯이 딜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켈림의 스킬 패턴에 괜히 공허 버프가 등장하는 게 아니었다. 공허 버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켈림이 생명력은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확실히 딜러들의 딜링 능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처음 공략하는 것에 비해 켈림의 버프 순서가 꼬인다거나 위치를 잘못 잡는 등의 실수를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민국의 지적이 있기는 했었지만 상황이 꼬인 게 아니라면 실수가 아니었다.

콰아앙! 콰앙!

정예린의 연속 마법에 얻어맞은 켈림이 신음을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김소정 또한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켈림의 생명력을 뭉텅뭉텅 깎아내었다.

“이야아압! 헤비 샷!”

발을 길게 쭉 뻗은 유나가 있는 힘껏 활을 잡아당기며 켈림의 몸통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그대로 켈림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는 모습이 기괴스러웠지만, 켈림은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 계속해서 현아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15 %!”

보스 몬스터의 남은 생명력 체크와 함께 민국은 보호막과 도트 회복 마법을 사용해 현아에게 걸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위치를 체크했다. 원거리 딜러인 최유나와 정예린은 자신보다도 훨씬 가까운 곳에서 켈림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딜링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위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 공허, 죽음, 소멸.

중얼거림과 함께 민국이 켈림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러자 에너지 드링크를 동시에 서너 개라도 마신 것 마냥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기를 휘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고양감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용솟음치고 있었다.

“뉴비들과 함께 공략을 하려면 이 점도 주의해야겠는데? 뽕 맛에 취해 정신을 놓는 녀석들이 있겠어.”

정신을 차린 민국이 슬슬 뛸 준비를 하며 중얼거렸다. 만약 남들이 들었으면 웃었을 이야기였다. 지금 늪의 수호자를 공략하고 있는 GGW 역시 뉴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대장의 빈틈없는 리딩과 함께 팀원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강제 즉사 패턴으로 인해 어렵다고 소문이 난 켈림의 레이드를 성공일보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어서 민국을 향해 쐐액하고 공허 폭탄이 날아 들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국이 전장의 외곽을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폭발 범위가 넓은 편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쉴 틈이 없었다. 체육 대회에서 반대표로 나온 달리기 선수처럼 쉴 틈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했다.

“아니, 이건 씨발…!”

민국의 얼굴이 볼썽사납게 구겨지고 있었다.

폭탄의 범위를 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정도 정예린도 그리고 최유나도 전부 어렵지 않게 공허 폭탄이 범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접 뛰어보니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폭탄이 터지면서 등허리가 화끈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폭발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양인지 생명력이 20 % 가량이 줄어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폭탄이 날아오기 전에 최대한 거리를 벌린 민국이 빠르게 자신에게 보호막을 사용했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피투성이가 된 민국이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회복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온 몸의 상처가 사라지면서 고통이 잦아들자 민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까닥하다가는 죽을 뻔했네.”

그러면서 어렵지 않게 폭탄들을 피한 딜러들에게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의 피지컬이 이렇게나 형편이 없을 줄이야…. 체력 단련을 위해 섹스 아니, 연습실에서 쇠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네 번째 공허 폭탄을 사용한 시점에서 켈림의 남은 생명력은 6 %. 이 정도의 수치면 공략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탱커나 힐러의 큰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아와 민국은 사소한 실수조차도 하지 않는 영웅들이었다.

띵동

▶ “공허 감옥”의 토벌을 완료했습니다.

▶ 영웅 패드에 업적 포인트가 2 주어집니다.

▶ 영웅 도감의 횟수가 갱신되었습니다.

“예스! 예스!!!”

켈림이 쓰러지는 모습에 현아가 자신의 무기를 위로 던지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를 터뜨렸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냈고, 다른 이들도 제 활약을 해주면서 단 번에 원 트(One Try)를 해낸 것이다.

삼십분 남짓의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둔 다른 이들도 흥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공허 버프가 사라짐으로 인해 느껴지는 탈력감 때문에 현아처럼 소리를 지르기 보다는 제 자리에 눕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A 등급 클래스를 얻기 위한 민국님의 도전과 뺑뺑이를 카오스님이 창조하신 뿌우가 응원합니다! 퀘스트를 받아주세요!

[목표] - ‘공허 감옥’을 원 트(One Try)로 열 번 클리어해라!

[기간] - 일주일! 이제 아홉 번 남았네요?

[보상] - 【클래스 스톤(A) - 수호 기사】, 부활석 10 개!

【클래스 스톤(A) - 수호 기사】를 미리 얻는다면 보상을 팔아서 큰돈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부활석 까지 보너스! 게다가 클래스 스톤의 드랍률은 그리 높지 않아요! 어차피 반복적으로 공략을 해야 하는 거 보상이 있으면 더욱 좋겠죠?》

“얘는 진짜 뜬금없는 타이밍에 찾아오네.”

갑작스럽게 나타난 퀘스트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클래스 스톤이 보상을 획득하기 전까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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