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1 이상한 내기
“으음.”
재벌 3세의 부드러운 혀가 남성을 핥는 것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참으로 오묘했다.
그렇게 수영의 애무에 만족감을 느낀 민국이 그녀의 몸을 끌어올려 품에 안았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어차피 오늘은 일정도 없었기에 이대로 푹 자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집에 있을 현아에게는 걱정하지 않도록 미리 연락을 해놨었다.
‘최고였어. 이런 섹스가 다 있다니….’
민국의 품에 안긴 수영은 온몸을 가득 메우는 만족감으로 몸을 떨었다. 자신을 격렬하게 원했던 민국의 마음과 지금의 분위기 그리고 오랫동안 자신을 만족시켰던 시간까지. 정말 더할 나위가 없던 강렬한 시간이었다. 감동이었다.
이런 남자에게는 절로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럴 수 있는 재력을 지닌 여인이었다.
“자기,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어? 내가 뭐든지 해주고 싶은데….”
민국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수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남자들은 이러한 질문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최대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주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민국은 이런 질문에 대한 반응 또한 다른 남자들과 달랐다.
“아무거나? 다 말해도 돼?”
“물론이지. 이래봬도 내가 로즈 그룹의 황태손이라고. 우리 그룹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그룹인 것은 잘 알고 있지?”
자부심 넘치는 수영의 모습에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1위는 계열사만 무려 130 여개에 달하는 라온이라는 그룹으로 랭커 클랜인 메모리아의 모 기업이었다. 하지만 로즈 그룹의 덩치도 그에 못지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민국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 우리 클랜의 구단주라며? 클랜에 대한 지원 좀 제대로 해줘.”
“…지원?”
수영이 미간을 찡그렸다. 조금은 의외의 반응이었다. 클랜의 구단주라면 클랜에 투자하는 게 응당 당연한 게 아니었던가? 저렇게 껄끄러운 표정을 짓는 이유가 따로 있나 싶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가 몰라야 되는 거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고.”
“으응. 아니, 아니야. R’s 클랜이 우리 증조할아버지께서 세우신 것은 알고 있지?”
아니, 몰랐다. 하지만 민국의 고개는 자연스레 끄덕여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증조할아버지께서 클랜을 창설하신 거면…. 확실히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괴물이 쳐들어오고, 마나를 각성한 영웅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재벌들이 클랜을 창설했어. 그러한 재벌들이 내세운 기치는 인류의 생존이었지.”
“겸사겸사 자신들의 목숨과 재산도 지키고?”
“딩동댕. 그렇게 장미 방패단은 우리 로즈 그룹을 대표하는 경호 업체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클랜으로 성장했어. 그리고 우리 어머니 때 전성기를 맞이했고.”
그건 민국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은퇴한 전 구단주, 박다영 공대장 그리고 조은영 부회장. 이렇게 삼박자가 갖춰지면서 R’s 클랜은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클랜으로 성장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R’s 클랜을 세계적으로 키운 능력을 인정받아 부회장 자리에 올랐어. 뭐, 회장이나 다름없는 자리야. 할머니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까. 그 뒤를 이어서 내가 구단주 자리를 물려받았고.”
“으음…. 그런 사실이랑 클랜에 대한 투자랑은 무슨 상관인데?”
“잘 들어봐. 클랜을 운영하던 능력 있는 구단주도 떠났고, 박다영 공대장까지 은퇴를 했어. 그렇다고 그녀의 뒤를 이을 공대장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하려고 해도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돼.”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레이드 전력이 부족한 국가에 세계적인 능력을 지닌 공대장을 모셔오려면 최소 몇 십억 달러는 써야 한다고 들었다. 세대교체의 딜레마였다. 그러나 명문 클랜이 되려면 이러한 세대교체를 잘 이겨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목표했던 그룹의 회장 자리도 손에 넣었겠다, 더 이상 R’s 클랜에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사라진 거지.”
“아?!”
탄성과 함께 민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 잠깐. 어둠의 괴물과의 전쟁은?”
다급한 민국의 질문에 수영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걔들은 십여 년 전부터 던전에 틀어박혀서 나오고 있지 않잖아? 그룹 전략실은 어둠의 괴물들이 다시 활동하기까지 적어도 이십여 년은 지나야 할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 어차피 사고가 터지면 미국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거고.”
그게 훨씬 저렴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클랜의 전력이 눈에 띄게 형편없어진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당장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회장님께서는 야심이 많거든.”
“야심이라면?”
“라온을 뛰어넘기 위해 사세를 크게 확장 중이야. 자기 대에 로즈 그룹을 우리나라의 1 위 재벌로 올리겠다나? 그런 이유 때문에 그룹에서는 R’s 클랜에 대해 투자를 줄이고 있어. 내가 R’s 의 구단주인 이유도 그룹의 황태손인 나를 앞세워 사람들의 욕을 덜 먹기 위해서거든.”
그런 뒷사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덤으로 현 클랜 단장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년이라서. 더더욱 투자를 안 하고 있었지.”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클랜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던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민국을 향해 수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자기가 원한다면 내가 개인재산으로 클랜에 투자를 하도록 할게. 그룹의 자금이 아니라 많은 액수는 아니겠지만…. 분기당 부활석 천여 개 정도는 충분히 보내줄 수 있어.”
“…어?”
민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해 보니 그 정도만 해도 땡큐였다. 어차피 팀원들의 레이드 경험 때문이라도 벌써부터 좋은 장비로 당장 무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다들 성급도 낮은 까닭에 비싼 장비를 구해봤자 사용할 수도 없었다.
“아, 그리고 클랜 자금도 삥땅치지 말고.”
“어머? 그런 건 대체 어디서 들었대?”
바로 아니라고 발뺌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이었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뻔뻔해서 절로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내가 우리 클랜의 단장 동생하고 동거를 하는 사이거든? 너 때문에 클랜 단장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래. 그만 좀 괴롭혀.”
“자기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친한 척은 못하겠지만, 일부러 날을 세우면서까지 대하지는 않을게. 그런데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면 자기도 나한테 뭔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뭐어?”
미소를 짓는 수영의 모습에 민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흘겼다. 매끈하게 빠진 그녀의 나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방이 떠나가라 짐승처럼 울부짖던 그녀의 격한 신음성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었다.
“으응?”
민국이 자신의 팔을 베고 누워있던 수영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몸 위로 올라타게 한 후 그녀의 음부에 대고 남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으응…. 아니, 무슨 남자가 이렇게나 밝히는 거야? 정말 남자 맞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영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진정한 사나이라고 해줘.”
그리고 상체를 일으킨 민국이 수영의 허리를 붙잡고 푹 내려앉혔다.
“아흑!”
커다란 남성이 단숨에 꽂히면서 수영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런 수영의 목덜미를 핥으면서 민국이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아니 세 번. 원할 때 마다 박아줄게.”
이런 걸 가리켜 기둥서방이라고 말하는 건가? 뭐, 섹스를 즐기면서 부활석을 지원받을 수 있으면 기둥서방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조, 좋아. 무조건 좋아. 당장 내일까지 클랜에 부활석 보내줄게.”
대답과 함께 수영이 자신의 허리를 위아래로 들썩였다. 곧 침대가 출렁이면서 두 명의 남녀가 거친 신음성을 내며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두 번째 섹스는 민국의 왕성한 성욕을 감당해내지 못한 수영의 기절로 끝이 났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수영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 * *
“…구단주가 마약이라도 한 걸까요?”
비서의 말에 눈앞에 보이는 부활석들을 바라보며 현정이 손을 세차게 흔들고는 긴 숨을 내뱉었다.
“원래부터 하고 있을 걸? 그나저나 갑자기 부활석을 보내온 이유가 뭐래?”
“본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지원되는 부활석이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이 중 20 % 는 팀 GGW 에….”
“GGW? 설마?!”
현정이 숨을 가다듬으며 눈을 깜빡거렸다. 머릿속으로 시나리오가 쫘악 그려지고 있었다.
“구단주 년이 한민국에게 작업을 걸려고 클랜에 투자를 하고 있는 거야? 하…, 하하하. 나참, 어이가 없다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구단이 힘들어 할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년이, 고작 남자 영웅 때문에 1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 돌려보낼까요? 남자 때문에 신성한 구단에 침 묻히지 말라고?”
“미쳤어?”
부활석 천 개면 2, 3 군으로 이루어진 리바이벌 팀이 두 달 내내 일을 해도 얻지 못하는 양이었다. 이 부활석만 있으면 1 군의 던전 공략도 좀 더 수월해질 터였다. 계속된 레이드 실패로 R’s 클랜의 1 군은 아직까지도 【A – 4】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구단주의 말대로 GGW 에 20 % 떼 줘.”
“괜히 뒷말이 나오면 곤란하니까요?”
“아니, 뒷말은 무조건 나와. 1 군도 아니고 신입 그것도 1 년차들로만 이루어진 공대가 이번 분기에 이백 개나 넘는 부활석을 지원받게 되는 거야. 그러면 뒷말은 당연한 거 아니야?”
아무리 비밀로 한다 해도 소문은 퍼지기 마련이었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든지 있었다.
“한민국 공대장이 괜찮을까요?”
“우려는 좀 되긴 하지만….”
현정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민국의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약하지는 않아보였기에, 주변의 소문에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았다. 또한 조수영에게도 쉽게 넘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가 아는 한민국은 어둠의 괴물을 물리치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는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 중의 영웅은 본인의 집에서 그녀의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조수영과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잠까지 자고 이 시간에 와?”
저녁이 다 돼서 집에 도착한 민국을 바라보는 현아의 눈빛에는 호기심을 필두로 하는 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민국에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점심까지 얻어먹고 오느라고. 이야기는 뭐…. 열심히 했지? 적당한 지원도 뜯어냈고.”
왠지 변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민국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현아는 다행히도 민국이 어려워하지 않을 화제로 말을 이어나갔다.
“지원을 뜯어냈다고?”
“분기별로 부활석 천 개 정도를 지원해 준대.”
“어엉? 어, 어떻게?”
소스라치게 놀라던 현아는 곧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로즈 그룹의 재벌 3 세가 민국에게 제대로 넘어간 모양이었다. 이래서 경국지남이라는 말처럼 남자를 조심해야 하는 법이었다.
게다가 침대 위의 민국이 얼마나 여자를 중독 시키는지는 현아도 여러 번 몸으로 경험한 바 있었다. 한 번 맛보게 되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민국의 그것은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게 사업적인(?) 대화를 좀 하다보니까 늦었어.”
“대화는 무슨, 보나마나 침대에서 뒹굴다가 몇 마디 하니까 툭 던져줬겠지. 내 말이 틀려?”
“어, 으음….”
차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민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쿨하다 못해 정조라는 개념이 없다시피 한 세계라 그런 걸까? 현아는 자신이 수영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단지, 자세한 내용을 꼬치꼬치 캐묻기는 했다. 조수영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이지, 어떻게 된 거냐면….”
“하하하!”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든 생각에 민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에 말이야, 현아 네가 내 카르텔에 속해 있잖아. 그런데 다른 남자가 널 유혹하면 어떻게 해? 막 다른 남자의 카르텔로 넘어가고 그래? 아니면 카르텔은 내 것인데, 다른 남자하고 잠자리는 같이 하던가?”
정예린이 자신에게 넘어 왔을 때부터 들었던 궁금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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