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63화 (63/486)

EP.63 이상한 내기

● 에엥? 1 년차 신입이 3성 클래스 스톤은 왜 작업하고 난리야? 어차피 쓰지도 못할 텐데?

└ 그건 평범한 1 년차 기준이고, GGW 는 다르다.

└ 쟤네는 1 년 차에 【B – 6】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애들임. 심지어 쌩 신입 영웅들로만 이루어진 공대임. 떡잎부터 다름.

● 【클래스 스톤(A) - 수호 기사】? 설마 켈림 잡은 거임?

└ 수호 기사면 켈림이 빼빡임. 우리나라에서는 쟤 밖에 주는 녀석이 없음.

└ 신입 영웅이면서 켈림을 잡는 공대장이 우리나라에 있다?

└ 미쳤다…. 돌았다….

● 서울 영웅학교 68 기로 입단예정인 홍지영입니다. GGW 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일단 R’s 클랜에 들어가면 됨.

└ 메모리아 가세요. 한민국 공대장 곧 메모리아로 이적할 테니까.

└ 미친 새끼. 넌 내가 진짜 찾아서 죽여 버린다.

● 레, 레이드 기록과 영상 공개 가능할까요?! 편집본도 좋습니다! 한민국 공대장님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어요!

└ 11111111111111

└ 22222222222222

글이 올라오자마자 【B – 6】 난이도의 던전, 그것도 ‘늪의 수호자 – 켈림’이라는 즉사 패턴을 가지고 있어 상위 등급에서 활동하는 영웅들도 꺼려하는 보스 몬스터를 때려잡고 클래스 스톤을 얻은 GGW 에 대해 많은 팬들은 관심과 칭찬을 보였다.

특히 한민국의 리딩 능력을 보고 싶어 하는 수많은 팬들의 요청 글이 쇄도했다.

“엄청나게 많네. 혹시 공략 영상 같은 거 유료 구매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팔수도 있나?”

“물론이지. 그런데…. 공개하게?”

댓글에 관심을 보이는 민국의 반응에 현아의 눈이 옅게 흔들렸다. 만약 민국의 리딩 영상이 올라가면 사람들의 관심은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날게 분명했다.

그만큼 민국의 리딩 능력은 대단했고, 힐러로서의 재능 또한 탱커가 공격당하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났다.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벌고 좋잖아?”

어차피 사람들의 주목은 받을 대로 받고 있는데, 괜히 자신을 감출 필요는 없어 보였다. 차라리 이러한 것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레이드 영상을 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영웅이 자신의 공격대에 들어오기를 원할지도. 어쨌든 그렇게 결정을 내린 민국은 곧바로 R’s 클랜의 단장인 현정을 찾아갔다.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에 대한 조언을 구할 셈이었다.

당연히 현정은 민국이 공략 영상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그녀로써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냥 반대를 하기에는 민국을 찾는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차라리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 우리 클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렇게 마음을 먹은 현정이 민국을 향해 말했다.

“‘공허 던전’ 레이드 영상은 가지고 계신 거죠?”

“네. 이제까지 공략한 게 자동적으로 녹화되어 있더라고요. 열 개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새로 영상을 찍어야 한다면 다시 던전을 공략해도 크게 상관은 없고요.”

“아니요. 영상은 그 정도만 있어도 충분해요. 그렇다면 편집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업로드만 GGW 의 일기장에 업데이트 해주세요.”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알아서 전부 처리를 해주겠다는 현정의 말에 민국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영상으로 얻는 수익은 100 % 팀 GGW에서 가져가시면 될 겁니다. 계약 외적의 수익이니까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민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아에게 물어보니 보통 유료로 판매하는 레이드 영상 같은 경우 10 분을 기준으로 5 달러 정도라고 했다. 플랫폼에 수수료를 떼고 나면 3, 4 달러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약 10 만 뷰를 달성하게 되면 40 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현정은 고작 그 정도의 수익을 얻기 보다는 민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클랜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공대장님께서 큰 결심을 내렸어요!

‘공허 던전’의 레이드 영상과 레이드 기록이 조만간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아, 안타깝지만 유료예요.

팀 GGW! 많이 응원해 주세요!]

● 여, 영상이 업데이트 된다고?!

● 당연히 유료여야지! 그런 건 상관이 없어! 우리는 남자 영웅이 리딩하는 공격대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 남자 영웅에 힐러! 소문이 자자한 될성부른 떡잎의 능력은 과연?!

● 두근두근.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지갑 장전해 놓고 있습니다.

GGW 의 일기장에 올라온 내용은 곧바로 포털 사이트는 물론이고, 영웅들이 활동하는 대형 커뮤니티에도 퍼져 나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크지는 않지만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틀 뒤, 민국이 제공한 레이드 영상이 편집되어 GGW 의 일기장에 업로드가 되었다. 그리고 영웅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 * *

R’s 클랜의 화려한 로고와 함께 영상이 시작되었다. 예고했던 대로 ‘늪의 수호자 – 켈림’의 공략 영상이었다. 【B – 6】 난이도에서 등장하는 4 등급 몬스터 중에서도 난이도가 상당한 녀석이었다.

- 좌좌우자! 이야아압!!!

● 탱커 누구냐? 정신 사납기는 한데, 실력이 제법이다?

└ R’s 클랜의 오현아임. 신입 탱커 랭킹 9 위, 특이사항으로는 R’s 클랜 단장 동생.

● 클랜 단장 동생이면 근본부터가 성골이네. 장미 방패단의 메인 탱커 낙점일세.

└ 그렇지 않아도 기대가 큽니다. 제발 언니 이상으로 크게 성장해줘라.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탱커 현아였다. ‘늪의 수호자 – 켈림’의 공략은 탱커의 지분이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에 공략 영상에 탱커가 먼저 등장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장미 방패단의 오랜 팬들은 이러한 현아의 활약을 보며 칭찬을 했다. 클랜의 탱커 유망주가 잘 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탱커가 아니었다. 공격대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공격 대장. 공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GGW 의 공대장인 한민국의 모습이었다. 그의 소문난 리딩 실력을 보기 위해 5 달러라는 돈을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조그맣게 시작되었던 민국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면서 영상을 보는 이들의 귀를 울리기 시작했다.

- 대검 올려치기, 공허 버프 둘 중 하나 올 겁니다, 김소정 미리 뒤로 이동 준비. 지금. 10, 9, 8.

- 최유나, 오른쪽으로 돌아서 공격합니다. 잠깐, 앞으로 세 보 전진! 공허 버프 오잖아?! 아군의 위치 정확하게 파악해!

- 정예린 왼쪽으로 돕니다! 폭발 한 번! 두 번! 탱커 올려치기 조심! 방패 오른쪽! 폭발 세 번! 정예린 원위치 복귀합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은 미래를 읽는 것 마냥 완벽하게 켈림의 패턴을 읽어내는 민국의 능력이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한민국의 리딩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남자 영웅이라고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하물며 민국은 팀의 유일한 힐러로서 아군의 생명력을 완벽하게 유지시키고 있었다. 탱커에 부담이 상당하는 ‘늪의 수호자 – 켈림’이 4 등급 몬스터가 아닌 그 아래 등급의 몬스터로 여겨질 정도였다.

켈림을 상대로 완벽하게 팀원들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송을 보는 이들은 어째서 R’s 클랜에서 한민국을 애지중지 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표할 공대장이라고 불리는 지 그 이유를 완벽히 확인할 수 있었다.

● 내,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 정상적인 영상인가요? 조작은 아니죠?

● 목소리만 듣고 오르가즘에 오를 줄은 몰랐다! 어떻게 이런 리딩이 가능한 거지?! 심지어 팀원들의 위치까지 하나하나씩 지정해 주고 있다니! 이게 가능합니까? 공대장님들?

└ 현직 공대장입니다. 팀원들의 위치 파악은 공대장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만…, 저렇게 세세한 리딩은 아무래도 인간인 이상 힘들지 않을까요?

└ 그 와중에 손은 힐 수인을 맺고 있음. 멀티 플레이가 완벽하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임.

● 공대장의 역량도 대단하지만, 나는 팀원들의 생명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더욱 놀랍다.

└ 팀원들이 피해를 받을 것 같을 때, 이미 보호막이 들어가 있음. 혹은 시간차로 바로 회복시키거나. 평범한 힐러의 실력이 아님.

└ 저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공격대의 메인 힐러급인가요?

└ 우리나라 메인 공격대에서 활동하는 힐러와는 비교가 안 될 것 같은데…. 적어도 중국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랭커들과 비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얘가 ‘늪의 수호자 – 켈림’이라고? ‘늪의 똘마니 – 개구리’ 뭐 이딴 게 아니라? 저런 게 가능해?!

방송을 본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니,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 영웅, 그것도 대한민국의 국적의 남자 영웅이 공대장으로 레이드를 진행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그 실력이 비범하다 못해 세기에 나올까말까 한 천재와도 같은 능력을 뽐내고 있었다.

아직 【B – 6】 난이도에 불과하다며 섣부른 관심을 오히려 민국의 성장에 방해가 될 거라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영상 속에 나온 민국의 모습을 본 수많은 이들은 그의 완벽한 리딩과 빼어난 실력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민국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씨발! 저딴 새끼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기껏 해야 【B – 6】 에 불과한 놈이잖아?!”

영상을 보던 한 남자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딜 가나 한민국, 한민국, 한민국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카르텔에 속한 여자들 사이에서도 한민국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메모리아 클랜에서 활동하는 힐러이자 대한민국의 남자 영웅 중 가장 랭킹 순위가 높은 김성철은 한민국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관심은 한민국이 아니라 랭킹이 가장 높은 자신에게 향해야 했다.

“저런 건 나도 잡을 수 있겠다!”

열불이 난 김성철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는 댓글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저번에도 자신이 진심어린 충고를 해줬는데, 건방진 댓글을 달았던 녀석이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Shining_Kim [리딩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괜찮은 레이드네. 그런데 고작해야 【B – 6】에 불과한 녀석을 잡고 영상까지 편집해서 올리는 것은 낯 뜨겁지 않나? 선배들은 그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들도 잡는 마당에? 뭐, 사람들의 관심이 좋긴 하지. 선배로써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웅의 임무는 어둠의 괴물을 물리치는 거 잊지 말렴.]

민국을 비꼬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는 댓글이었다. 또한 고작 저런 몬스터를 잡고 관심을 주는 사람들도 깎아내리고 있었다. 당연히 김성철의 팬들은 그런 김성철의 댓글에 동의하는 글들을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성철의 댓글은 단순히 글에 달린 댓글로 끝이 나지 않았다. 마침 민국이 댓글을 확인하던 참이었고, 마침 눈에 익었던 김성철의 아이디가 눈에 딱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 놈은?”

“신경 쓰지 마. 원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현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민국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시비라니? 김성철의 댓글은 선을 좀 과하게 넘었다. 게다가 저번의 일도 있고 한 까닭에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가 난 민국의 손가락이 책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그래. 시비를 건다면 받아주는 게 인지상정. 늅늅 거리며 울어도 시원치 않은 놈이 어디서 감히….”

잠시 후, 민국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요란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정말로 이렇게 쓰려고?”

그리고 옆에서 글을 읽어보던 현아가 눈을 크게 뜨고는 민국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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