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71화 (71/486)

EP.71 클랜 평가

“어머? 오늘 진 게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었나? 얘가 남자한테 연락을 다 하네?”

김태연이 문자를 보냈다는 말에 수영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민국은 이런 수영의 반응이 오히려 놀라웠다. 남녀역전과도 같은 이 세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게 저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태연이 걔는 남자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애거든요.”

“재벌 3세라서?”

수영의 말에 민국은 고개를 주억였다. 왠지 그런 이유일 것 같았다. 재벌들 사이에서는 혼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세한 사실은 모르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조수영과 같은 재벌 3세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것도 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거든요.”

“…뭐? 낯을 가린다고?”

수영의 말에 민국은 절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늘 보인 하이힐로 디스플레이를 내리찍는 퍼포먼스가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하기야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냐만은.

어쨌든 태연이 보낸 문자는 별 내용이 없었다. 단지,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공대장을 알게 되어 영광이고, 언제 밥이나 함께 하자는 내용의 문자였다.

“그냥 서로 알고 지내자는 이야기인가? 미래를 위한 투자?”

“아마도?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으니, 메모리아 클랜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넘어가실 건가요?”

옅은 금발머리의 미녀가 살포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민국을 바라보는 수영의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럴 리가. 정규 공격대에 넣으려는 멤버들이 전부 R’s 에 있는데, 굳이 메모리아로 넘어가서 새로운 공격대를 만드는 고생을 또 할 필요는 없잖아? 뭐, 내 능력을 제대로만 대우해준다면 말이야.”

“걱정 마요. 당신의 능력에 맞춰서 새로운 계약을 준비 중에 있으니까요.”

대한민국을 뛰어 넘어 월드 클래스 급 공대장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 되는 영웅이었다. 실적도 충분했다. 신입 영웅들로 이루어진 R’s 4 팀 GGW 를 통솔해 무려 【B – 5】 난이도의 던전인 ‘얼음 협곡’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아무리 1 년차라지만 4000 달러의 주급은 민국의 가치에 턱없이 모자라는 계약이었다.

“클랜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확실한 호재가 있는데 투자를 머뭇거린다면 바보처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거잖아요? 내가 똑똑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대단한 규모의 투자는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자금으로 이루어지는 투자니까요.”

모 기업은 현재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룹 계열사들의 보유자금은 물론이고, 숨겨놓은 비자금까지 끌어올 정도이었기에 장미 방패단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소식 정도는 듣고 있을지 몰랐다. 수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태연이는 까는 거?”

“아니, 만나는 보려고. 재벌 3세와 언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겠어?”

“흥. 그렇게 따지면 나도 재벌 3 세인데? 물고 빨고 박고 다 하잖아요?”

민국의 대답에 수영이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민국을 만나면서 그녀는 생애 최고의 쾌락이 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남자와의 섹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함께 말이었다.

그런 뉘앙스를 눈치 챈 민국도 장난스럽게 수영의 말을 받았다.

“너는 내꺼니까?”

“오호라. 나는 이미 당신의 카르텔에 잡힌 물고기다 이거죠? 그에 반해 태연이는 남자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고? 그래서 카르텔에 또 한 명 들이시겠다?”

“흠. 가능할까?”

민국은 오늘 만났던 태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진정한 재벌 3 세의 아우라를 풍기던 그녀가 자신에게 안겨서 헐떡인다? 느낌이 색다를 것 같았다. 게다가 수영의 말을 듣자하니 태연은 남자 경험이 전혀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절로 정복 욕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마도요? 쉽지는 않을 거예요. 으응…!”

자연스레 다가와 자신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민국의 손이 그 사이를 쑥 파고들자 수영의 입에서 절로 뜨거운 신음이 흘러 나왔다.

“남성 영웅이라도?”

“전 세계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를 밝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걔도 성욕이라는 게 있기야 하겠지만은….”

거기에 단단한 이 남성을 맛보기라도 하면 김태연 역시 자신처럼 민국의 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영이 아는 태연은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를 지칭하는 강철 공주라는 별명이 그것을 대변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

말과 함께 민국은 수영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몸이 요염하게 꿈틀거렸다. 연신 뜨거운 신음을 흘리던 수영이 결국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리는 만들어 볼게요. 으응! 뭐, 내 집으로 초대를 하면 되겠네요. 아니면 그녀의 펜트하우스를 찾아 가거나. 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해야 돼요. 김태연은 나처럼 당신에게 한 번 박혔다고 풀어질 여자가…아흐응!”

어느새 쑤욱 들어오는 민국의 남성에 수영이 침실이 떠나가라 신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뜨거운 열풍이 침대 위로 휘몰아쳤다.

* * *

“요즘 저희들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대장님.”

“아? 하하.”

다음 날, 호텔에서 바로 클랜 사무실로 출근을 한 민국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은발 여성의 말에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민국의 앞에서 소정이 손에 펜과 수첩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내용은….

“공대장님의 성 생활은 어디까지나 성비서인 제가 관리를 해야 합니다. 물론, 공대장님의 성생활을 제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정이 수첩을 위로 넘기면서 무언가를 체크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최근 저와 최유나 그리고 정예린 과의 성교는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그에 반해….”

소정의 눈길이 한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현아에게 향했다.

“현아와는 최근 일주일 동안 네 번을 함께 하셨고, 그저께도 뜨거운 시간을 보내셨더군요. 일주일에 다섯 번을 하셨네요?”

살기가 섞인 것은 단순한 착각일까? 현아가 나서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건, 어쩔 수 없이 같이 동거를 하다 보니 언니도 아시다시피….”

“현아야? Shut up. 스케줄 표에 적힌 대로면 너는 앞으로 두 달 뒤에나 공대장님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거다.”

“어, 어으으으으……. 그것만은 제발…. 제가 다 잘못했어요.”

눈을 부릅뜨고 현아를 노려보는 소정의 단호한 모습에 민국은 일단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렘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더니, 이런 이유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오늘은 소정에 네 집에서 묵도록 할게. 내일은 예린이 자취방에서.”

“아? 그렇게 하시겠다면 이 건은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공대장님께서도 생각이 다 있으시겠지만 저희들도 조금은 신경 써 주시길 바랍니다.”

“으, 으응.”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는 소정의 모습에 민국은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게 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어쨌든 어제 있었던 【B – 5】 난이도의 던전 ‘얼음 협곡’의 성공적인 공략 덕분인지 조용한 회의실의 분위기와는 달리 클랜 직원들은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열흘 안에 메모리아 클랜의 신나연이 R’s 로 올 예정이었다. 몸값만 해도 6억 달러가 넘는 초특급 유망주였다. 그런 신나연을 받는 대가로 R’s 클랜은 5 천만 달러와 함께 2 군 영웅 셋을 메모리아 클랜으로 보내기로 했다.

어느 정도 거래의 구석을 갖춰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눈치가 빠른 이라면 이 거래를 통해 내기의 승자가 어디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R’s 의 2 군 영웅 셋이라고 해봤자 메모리아 클랜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는 전력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메모리아 클랜은 신나연이라면 초특급 유망주를 5 천만 달러라는 헐값에 R’s 로 보내버린 셈이었다. 메모리아 팬들이 안다면 들고 일어나다 못해 클랜 하우스에 화염병을 집어던질지도 모르는 호구 잡힌 거래였다.

게다가 오현정이 내보내기로 결정한 2 군 영웅 셋은 최근 눈에 띄게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클랜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던 영웅들이었다.

“아주 메모리아의 골수까지 뽑아먹으려고 하네.”

그녀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클랜의 분위기를 흐리는 이들까지 싹 처리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나연 선배님이 오면 어디에 배속이 될까요? 3 년차에 5 성 영웅이면…. 알아보니까 평균 【Gear Score】 도 436 이나 되던데요.”

유나가 모두를 향해 물었다.

승리의 지분이 R’s 의 신입 4 팀인 GGW 에 있던 데다가 초특급 공대장 유망주인 한민국이 있는 만큼 신나연은 분위기상 R’s 클랜의 신입 4 팀에 배정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성급과 장비 스코어가 너무나도 크게 차이가 났다. R’s 의 기준으로는 3 군도 아니고 2 군에나 어울릴 법한 스펙이었다. 게다가 민국의 공격대는 탱커 1, 딜러 3, 힐러 1 로 자리가 전부 찬 상황이었다.

만약 신나연이 GGW 에 배속이 되면 딜러 중 한 명은 대기를 타거나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바로 딜링 능력이 제일 떨어지는 유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까닭에 말을 꺼냈던 유나의 얼굴은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얼음 협곡’ 공략 보고서를 작성하던 민국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2 군으로 가지 않을까?”

“저희 팀이 아니라요?”

“우리 팀에 오기에는…. 밸런스가 안 맞잖아. 와봤자 서로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테고. 그렇다고 우리가 성장할 때까지 초특급 유망주가 대기를 탄다?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2 군에서 레이드 경험을 쌓는 동안 우리가 10 인 팀을 만들게 되면 그 때 합류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이 1 월이니까 시기상으로 따지면 여름 이후, 가을 무렵이나 될 것 같았다. 그것도 운 좋게 날름날름 마력의 결정을 계속해서 흡수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참고로 어제 회득했던 정신력의 결정은 민국이 흡수했다. 마력 회복력을 비롯해 보스 몬스터의 특수한 능력에 저항하는 능력으로 밝혀진 정신력은 힐러의 코어 능력이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팀원들의 변동은 전혀 없을 거야.”

민국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 팀원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실력 있는 공대장의 밑에서 지금처럼 난이도가 높은 던전에서 활약하는 자신들의 모습은 그녀들이 영웅 학교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나, 전술 능력은 뛰어난 데 딜링 능력은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넵!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레이드로 갈수록 제가 요구하는 수준도 똑같이 높아질 겁니다. 그것을 따라올 수 있다면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민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 정도는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정이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나는 할 일도 없는데 연습실이나 가야겠다.”

“저도 같이 가요!”

재빨리 유나가 소정에게 달라붙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현아가 민국을 향해 물었다.

“우리 다음에도 ‘얼음 협곡’ 갈 거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일단은 그곳에서 장비 아이템과 오렌지급 결정을 파밍 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그 이상의 던전은 【Gear Score】 230을 초과하는 장비를 착용할 수 있는 3 등급 영웅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 민국의 대답을 들은 예린도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저도 홀로그램 훈련을 하러 갈게요. 뒤틀린 저주를 효과적으로 받아내면서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딜을 넣을 수 있을지 연구를 해야 겠어요.”

그 말과 함께 예린도 밖으로 나가면서 순식간에 회의실에는 현아와 민국 둘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민국이 현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펠라 콜?”

“소정이 언니한테 걸리면 진짜 곤란한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새 현아는 민국이 앉아 있는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쪽쪽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신음이 GGW 의 회의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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