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72화 (72/486)

EP.72 클랜 평가

약속대로 메모리아의 단장은 사흘 만에 신나연의 이적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R’s 로 출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외인 것은 메모리아의 기대주였던 신나연도 R’s 의 이적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재벌 3세 구단주들끼리의 황당한 내기의 대상이 된 탓에 신나연은 그 날 ‘얼음 협곡’에서 있었던 레이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민국의 GGW 는 대한민국 딜러 랭킹 1 위인 강채영이 포함된 파티를 누르고 먼저 아이스 드레이크를 쓰러뜨렸다.

그 결과가 신나연의 심경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민국 공대장.’

탱커와 딜러의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바로바로 리딩을 내릴 수 있는 공대장이 있다면 수준 높은 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결과였다. 많은 영웅들이 랭커 클랜에 입단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유명한 클랜이라면 곧 유명한 공대장이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한민국을 공대장으로 둔 GGW 의 레이드는 신나연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메모리아의 1 군 팀과 2 군 팀의 공대장도 한민국과 같은 리딩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GGW 의 멤버들처럼 뛰어난 공대장의 밑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R’s 로 향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덧붙이자면 김성철을 힐러로 둔 메모리아 파티는 그 날 부활석을 열세 번이나 깨뜨리고 난 후에야 아이스 드레이크의 공략을 포기했다.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씨바알! 씨발! 씨발!”

“지, 진정하세요, 강채영 영웅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던전에서 빠져나온 김성철은 다른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며 그날 바로 짐을 싸 클랜을 떠났다. 김태연 구단주의 명령대로 방출 서류 또한 바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김성철의 실력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5 년차 막내 영웅에 불과하지만 남자 영웅들 중에서는 랭킹이 가장 높다는 게 그 증거였다. 물론, 민국을 제외한 네 명 중에 1 위였다.

하지만 평범한 수준 혹은 평범보다 못하는 축에 속하는 그가 한민국이라는 고인물과의 대결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욱이 민국은 혹시나 하는 결과를 막기 위해 정신 자극처럼 다른 영웅들의 도움이 있지 않으면 힐러 본인의 능력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보스급 몬스터를 내기의 대상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그런 탓에 김성철의 혼자의 능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Gear Score – 185】 로 이루어진 파티를 뒷받침하며 아이스 드레이크를 잡는 게 불가능했다.

고인물인 한민국도 그게 힘들어서 정신 자극의 도움을 받았으니 본인의 잘못은 크게 없어도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패가망신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신나연의 이적 소식이 곧바로 언론을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오피셜] 메모리아 신나연, R’s 클랜으로 이적

○ 지금이 4월이야? 만우절도 아닌데 이게 무슨 소리임?

○ 기자가 븅신이네. 메모리아가 신나연을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데 걔를 R’s 로 보내겠냐? 해외 유명 클랜이면 또 모를까.

○ 조회수 올리려고 한 거면 성공했다. 감히 나를 클릭하게 만들다니…. 어그로 오지네.

○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에 떴다. 진짜로 이적함 5 천만에 세 명 받아오는 조건으로 이적한다고 함.

└ ? 시발, 저거 노빠꾸 에반데? 메모리아 무슨 자선사업하기로 했냐?

└ 아니, 신나연은 왜 또 R’s 로 가는데? 자기 커리어 망치려고 작정했나?

○ 뭔가 수상한데? 혹시 한민국하고 관계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메모리아가 신나연을 R’s 로 보낼 리가 없잖아? 신나연이 강채영 수제자인데, 강채영이 그걸 그냥 두고 보겠어? 그 성격에?

클랜에 소속된 영웅들이 이적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특히 1 월과 7 월의 이적기간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영웅들이 클랜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논란이 일 수 밖에 없었다. 황금과 돌멩이를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이 들끓었고, 메모리아의 팬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했다. 덕분에 클랜 직원들은 화가 난 팬들의 원성을 받아주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과격한 이들은 클랜 하우스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홍염을 터뜨렸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소동까지 벌어졌었다. 메모리아의 구단주를 욕하고 신나연의 이름을 울부짖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나 넘게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신나연의 충격적인 이적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충격적인 소식으로 뒤덮여버렸다.

R’s 클랜의 유망주이자 남성 공대장으로 유명한 한민국이 한국 영웅 협회에서 나온 직원을 모니터링으로 두고 【B – 5】 난이도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언론을 빼곡하게 장악한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의 레이드로 모든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원트(One Try) 클리어였다.

[R’s 의 GGW 공격대(공대장 – 한민국)! 신입 영웅들로 이루어진 공격대 중 세계 최초로 【B – 5】 난이도 공략 성공!]

[【B – 5】 난이도의 공략에 성공한 GGW 공격대!]

[GGW 공격대가 클리어 한 ‘얼음 협곡’은? 상위 영웅들의 말에 따르면 평범한 스펙으로는 클리어가 불가능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난이도의 던전!]

[대한민국에서 드디어 세계 순위에 꼽히는 공격대장이 나오는 것인가?]

[R’s 의 한민국! 클랜의 레전드 공대장이었던 박다영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신입 영웅들의 광폭 행보! 장미 방패단의 팬들은 활짝 웃는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나 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GGW 가 보여준 능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일단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인 한민국은 검은색 머리에 금색으로 브릿지를 넣은 여성과 클랜 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메모리아에서 R’s 로 이적한 초특급 유망주 신나연이었다.

“……제가 R’s 로 이적하게 되면 당연히 한민국 공대장님 밑으로 배속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군인도 아니고 말투에 각이 딱 잡혀 있는 신나연의 말에 민국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저희는 2 성 영웅들로 구성된 신입 공격대입니다. 그에 반해 신나연 선배님….”

“앞으로 공대장님의 휘하에 배속될 예정이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게다가 제가 공대장님보다 나이도 어립니다.”

“아…, 음.”

민국은 머리를 긁적이며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여자가 아니라 소녀였다. 신나연의 나이는 19 세,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 년차 영웅이니 그녀가 얼마나 빨리 마력을 각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편한 활동을 위해서인지 신나연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딱 달라붙는 하늘색과 하얀색이 섞인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그런 탓에 몸매가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조금 안타깝지만 가슴은 A 컵 정도로 작아보였다.

그래도 얼굴이 예쁘면 부족한 몸매는 큰 단점이 되지 못했다. 어차피 대한민국 평균은 A 컵이었다. 그것은 이세계도 다르지 않았다. 여자 영웅이 A 컵인 것은 조금 의외였지만.

“어쨌든 GGW 공격대는 신나연 영웅의 능력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공략 던전 또한 현재는 【B – 5】가 최고인 수준입니다. 그에 반해 신나연 영웅은 메모리아 클랜에서 어느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셨죠?”

“【B – 1】 이었습니다.”

“맞아요. 그러나 GGW 는 그런 난이도의 던전 공략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R’s 의 1 군 혹은 2 군에서 활동하는 데 신나연 영웅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민국은 조곤조곤하게 신나연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다. 하지만 GGW 에 들어오기 위해 R’s 로 이적까지 한 그녀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없었다.

“하지만….”

“대신!”

왠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에 민국이 바로 말을 끊었다. 어차피 초특급 유망주라 불리는 신나연을 그냥 놓칠 생각은 없었다. 10 인 공격대를 구성하게 되면 딜러만 해도 다섯 명이 필요했다.

“올 가을 안에 【B – 1】 난이도의 던전을 도전할 생각입니다. 5 등급 몬스터를 공략할 생각이죠. 그 때가 되면 공격대의 규모도 두 배로 늘릴 생각입니다. 5 등급 몬스터를 쓰러뜨리려면 10 인 공격대가 필요하니까요.”

그보다 적은 수로도 공략은 가능했다. 그러나 최대 열 명의 마력으로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였다. 당연히 적정 스펙이면 영웅 열 명이 온전히 다 필요했다. 그리고 10 인 공격대는 탱커 2, 딜러 5, 힐러 3 의 구성이 일반적이었다.

“그 때가 되면 신나연 영웅님의 자리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1, 2 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고 있으라는 말입니까?”

민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신나연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대에 자신의 자리만 마련해준다면야 잠시 다른 공대에서 활동을 해도 큰 불만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계약서에 공대장님께서 말씀하신 조항을 넣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바로 단장님과 연락을 하도록 하지요.”

이렇게 네 번째 딜러자리까지 채워졌다. 아직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딜러 자리는 한 명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민국은 그 나머지 하나로 메모리아의 간판인 강채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채영을 끌어들이려면 GGW도 그에 맞는 격을 갖춰야만 했다. 대한민국 딜러 랭킹 1 위인 그녀는 【A – 2】 혹은 【A – 3】을 주로 공략하는 영웅이었다.

“슬슬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뭘 빌까나.”

하지만 그때를 대비해 미리 강채영과 친분을 다져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 *

뜨거운 관심과 논란 속에서도 민국은 팀원들과 함께 매일 마다 【B – 5】 난이도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녔다. 오렌지급 결정을 획득해 빨리 3 성으로 올라서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빠짐없이 카르텔에 속한 여인들을 편애하지 않고 품에 안았다.

각자 침대에서 보이는 매력이 다들 달랐기에, 밤마다 안는 맛이 있었다. 소영이 음란한 요부처럼 밤 기술에 능수능란한 모습이었다면, 최유나는 의욕만 앞선 서투른 여대생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예린은….

“씨발, 더! 더! 더 세게 박으라고!”

커다란 남성에 박히면서 연신 찰진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내, 내가 아흐으으응! 매일 대주잖아! 그러니까 빨리…! 오으윽!!”

거센 힘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오는 민국의 남성에 예린이 쾌감에 떨며 신음으로 절규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대물에서 꿀렁하며 정액이 사정되자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침대에서는 굉장히 거친 모습을 보이는 예린이었지만, 입만 거칠 뿐 막상 제대로 박기 시작하면 꼼짝을 못했다. 그래도 다른 일반인 남성들을 겁먹게 만들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이제는 다른 남성을 만날 일이 없을 뿐.

그리고 공격대원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 유일하게 민국의 카르텔에 속해 있는 조수영은 클랜의 일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다.

“약속 잡았어요. 사흘 뒤에 제 집에서 태연이와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어요. 당신에 대해서도 미리 이야기를 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와요. 하지만 전에 제가 말한 거 잊지 마요. 무턱대고….”

클랜 하우스에서 민국을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수영이 말을 꺼냈다.

“걱정 마. 나도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는 녀석은 아니니까. 아니다 싶으면 그냥 얼굴이나 익힐 겸 인사나 하는 것으로 끝낼 거야.”

“일단 분위기는 최대한 잡아보도록 할게요. 나도 남자 경험이 없는 걔가 당신에게 안겨서 어떻게 표정이 바뀌는지 보고 싶거든요. 카메라도 이미 준비해 놨어요.”

“와아…. 정말 나쁜 친구인데? 그거 범죄 아니야?”

“뭘요, 소장용이죠. 가끔씩 놀리는 데 써먹을 거예요. 물론, 그녀가 당신의 카르텔에 들어왔을 때나 말이죠. 나도 걔가 진심으로 화를 내면 무섭거든요.”

그녀는 오랜 라이벌이자 악우에 가까운 친구가 남성에게 안겨서 무너지는 모습을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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