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74화 (74/486)

EP.74 의심

‘으으.’

정신이 드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분명 잠들기 전에 마셨던 위스키가 원인이었다. 괜한 악우 아니, 친구 같지도 않은 년의 도발에 넘어가 못 볼꼴을 보였다.

“무, 물 좀….”

태연의 입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라붙은 입이 차가운 물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짜증이 솟구친 그녀가 다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태연은 자신이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캄캄한 어둠에 조금씩 눈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던 조수영의 펜트하우스였다.

아마도 남는 방 중 한 곳에 자신을 재운 모양이었다.

“으으…….”

태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아침이 올 때까지 침대에서 계속 누워있고 싶었지만, 차가운 물이 너무나도 마시고 싶었다. 늦은 밤이라 가정부들은 전부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정수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차가운 물로 취기를 조금 날려버리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내일 아침까지 머무를 필요는 없겠지.’

밤이 늦기는 했지만, 태연은 비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찰나 그녀의 귀에 묘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다 죽어가는 것 같은 끙끙거리는 아니, 교성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 소리는 아래층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설마?”

경악과 함께 태연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한 걸음 내려갈 때 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몇 번이나 두들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길수록 교성 소리 또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

문이 반쯤 열려 있는 방 안에서 두 남녀가 나신으로 엉겨 붙고 있었다. 침대의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시트를 꽉 잡은 채 엉덩이를 남자에게 맡기고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조수영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외형을 지닌 남자가 그런 수영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어흐흐흐! 어흑! 자, 자기야! 가, 갈 것 같아.”

커다란 남성이 수영의 안을 꿰뚫을 때 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자지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탄탄한 근육을 지닌 사내는 계속에서 거칠게 수영을 몰아붙였다. 각진 근육으로 이루어진 남자의 몸이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몸을 보며 태연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의 거친 야성미가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미칠 것 같다고! 아으윽! 어허으으윽!!!”

남자 서넛은 가볍게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는 그 조수영이 한민국이라는 사내에게 완벽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단단해 보이는 남성이 안으로 사라질 때 마다 수영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고 울부짖었다.

“어흐윽! 가, 간다! 간다!”

민국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는 모습에 태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섹스가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수영의 음부에 남성을 박아 넣던 민국이 이전까지의 움직임과는 차이 날 정도로 크게 허리를 뒤로 뺐다. 그리고는 부서져라 수영의 안으로 박아 넣었다.

“오오오옥!!!”

짐승과도 같은 절정이 태연의 귀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여자의 몸부림이 태연의 눈동자에 깊게 박혀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아래는 조금씩 촉촉하게 젖어오고 있었다.

남자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섹스가 어떤 것인지는 교사들에게 배운 바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섹스는 여자가 주도하는 여성 위주의 섹스였다. 비리비리한 남성들은 당연히 강한 여성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성비가 깨진지 오래되어 남자의 수가 적다해도 돈이라면 전부 해결 되는 법. 그렇기에 재벌의 잠자리는 보통 다수의 남성과 한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섹스는 이제껏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조수영이, 재벌 3세 중에서도 이름난 남자 킬러라 불리던 그녀가 한 남자의 물건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도 없이 절정하고 있었다.

‘뭐, 뭐야? 설마…?!’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태연이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떴다.

민국이 기절한 듯 늘어진 수영의 몸을 돌리더니 그녀의 양 다리를 벌려 자신의 어깨위에 걸친 것이다. 그리고는 커다란 남성을 다시 수영의 안에 박아 넣고 있었다.

철벅! 철벅! 철벅!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민국의 사타구니와 부딪치면서 음란한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수영의 음부로 민국의 대물이 쑤셔지는 광경은 김태연의 눈에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떠나야 할 것 같았지만, 태연은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 한민국! 한민국! 자기야! 아으으으으…!”

23 세에 불과한 젊은 남성은 난폭하게 눈앞의 여자를 탐했다. 남자의 팔이 움직일 때 마다 수영은 계속해서 체위를 바꿔가며 몸을 내줘야 했고, 근육질의 허리가 튕겨질 때 마다 교성으로 남자의 귀를 기쁘게 해야 했다.

대체 그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행위가 끝날 때 마다 민국의 정액을 받아들였던 수영은 몸을 꿈틀거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아직 정신이 깨어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후우.”

조수영의 안에 네 번이나 정액을 싸지른 민국은 이제야 성욕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마력을 각성한 영웅의 몸이라 그런가? 체력이 일반 남성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힘껏 운동을 했더니 몸이 수분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침대에서 내려오던 참이었다. 그런 민국의 눈에 누군가가 벽에 기대어 몸을 꿈틀거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 * *

“아….”

자신을 보고 있는 민국의 시선에 태연은 당황과 동시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빨리 자리를 피해야 되는데….’

하지만 방금 전까지 느끼고 있었던 저릿한 쾌감 때문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걸치고 있던 티셔츠를 양손으로 잡아 내린 채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이는 것뿐이었다.

순간 그녀의 몸이 앞으로 화악 당겨졌다.

“다, 당신?!”

태연이 눈을 크게 뜨고는 민국을 바라보았다. 힘껏 손을 뿌리쳐봤지만, 다른 남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민국의 힘에는 벗어날 수 없었다. 오히려 민국의 거친 손길에 그녀의 가슴이 매만져지고 있었다.

“그, 그만 둬요. 하지 마…!”

온 몸에 힘을 주며 벗어나보려고 했다. 그러나 처음 경험하는 남자 영웅의 힘에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태연은 다른 이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이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고 분했다. 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앞의 사내에게 정복당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녀의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조수영의 울부짖던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아아아…!”

민국의 팔을 잡던 태연의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했다. 남자의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음부를 헤집고 있었다.

“우웁!”

순간적으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민국이 입술이 그녀의 입을 뒤덮었다. 곧 혀가 밀려들어오면서 태연은 어쩔 수 없이 민국의 혀를 받아들여야 했다.

‘뭐야? 갑자기 내가 왜? 지금 이거…. 나랑 하려는 거야? 나 지금 왜 이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 거지?’

태연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뜨겁고 물컹한 혀가 자신의 입 안을 농락할 때 마다 그리고 굵은 손가락에 의해 자신의 아래가 휘저어질 때 마다 그녀의 생각은 초기화라도 된 것처럼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

순간적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자신에게 넘어오고 있었다. 남자의 뜨거운 침 덩어리였다. 빨리 내뱉고 싶었다. 그리고 태연이 민국을 밀어내고 바닥에 침을 뱉으려고 할 때였다. 어느새 다가온 커다란 손이 태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뱉으면 안 되지. 전부 삼켜.”

“우, 우웁…!”

협박에 가까운 민국의 목소리에 태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열심히 고개를 흔들어봤지만, 남자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견딜 수 없던 태연이 꿀꺽 민국의 침을 삼켜 넘겼다. 태연의 눈동자에 눈물이 핑 맴돌았다.

‘도, 도망쳐야 해. 이대로라면 나…!’

범해진다. 틀림없었다. 조수영처럼 자신도 울부짖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건 너무나도 가혹했다. 적어도 첫 경험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아흑?!”

굵은 손가락이 또 하나 들어와 태연의 안을 넓히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부드럽게 풀어진 태연의 그곳은 민국의 손가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찌릿한 감각에 태연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시, 싫어. 나 처녀인데…. 처음은 사랑하는….”

“그런 사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

민국의 말에 태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까지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은 없다고 들었는데? 저기 누워있는 친구 분께서 그러던 걸?”

“그건….”

사실이었다. 다른 남자와는 별달리 말을 섞어본 적도 크게 접촉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과 함께 재벌 3세 라는 배경 때문에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성도 없었다.

그에 반해 눈앞의 남자는 달랐다. 고작 한 번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몸을 매만지고 있었다. 분명히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이었다. 성별만 바꿔보면 범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태연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커다란 남성이 그녀의 입구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관없잖아? 아니, 여기서 나를 사랑해 봐. 지금부터 알아가 보자고.”

흔들림 없는 민국의 목소리에 태연은 내심 각오를 다졌다. 눈앞의 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서 자기를 품을 생각으로 보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에 몸이 눕혀져 있었다. 푹 젖은 그곳은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 아아….”

천천히 다리가 벌려지면서 이제껏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곳에 남자의 그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요…!”

자신의 안이 무서울 정도로 벌어지고 있었다. 찢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 것에 딱 맞춰지는 크기로 벌어지는 거야. 내가 너의 첫 남자가 되고 있다는 거지.”

“아….”

이 행위가 끝나면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처녀를 잃게 되고 남자를 알게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늦은 시기였다. 또래의 여자들은 벌써 몇 년에 전부 처녀를 떼곤 했으니까.

여자 나이 23 살에 처녀라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는데, 태연은 스물여섯이었다. 거기에 이성과의 키스조차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태연이 입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

“당신 카르텔…의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나를 신경 써줘요. 내가 하려는 애정 표현만큼이나 나도 당신의 애정을 받을 거예요.”

“노력하도록 하지.”

“말로는 싫어요. 약속해요. 오늘은 나랑 데이트하겠다고.”

“아…, 음.”

너무나도 소박한 요구에 민국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당연히 들어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재벌 3세와의 데이트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민국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태연이 손을 들어 민국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조금…. 더 들어와도 돼요. 너무 세게는 말고. 으으읏!”

태연의 요구에 민국은 허리를 살짝살짝 빼가며 천천히 그녀의 안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럴 때 마다 태연은 눈앞에 별이 반짝거리고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으윽?! 아흑!”

마지막으로 남성이 그녀의 안을 꽉 채우자, 태연이 눈을 크게 치켜뜨며 몸을 비틀었다. 쾌감보다는 아픔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남자에게 안기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어떻게든 참을 생각이었다.

“사, 살살. 아아아…! 으응!”

민국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종종 태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통 섞인 목소리를 내었지만, 그녀의 신음은 조금씩 뜨겁게 변해가고 있었다. 느껴지는 쾌감에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수영이 히죽이며 그런 태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불빛이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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