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75화 (75/486)

EP.75 의심

메모리아 클랜과의 내기로 인해 민국이 【B – 5】 난이도의 던전인 얼음 협곡을 공략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민국은 ‘얼음 협곡’을 위주로 던전을 공략하면서 별식으로 포상금이 걸린 【B – 5】 던전을 선택해 공략을 진행했다. 【B – 5】 의 던전만 공략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보다 난이도가 낮은 던전에서는 오렌지급 결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민국을 포함해 팀원들의 스펙이 빡빡한 탓에 제대로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스 드레이크에게 전멸하기 일쑤였다.

“오, 오오?!”

“3 성이다! 축하드려요! 공대장님!”

그러나 계속해서 ‘얼음 협곡’을 공략하며 오렌지급 결정을 흡수하던 민국이 3 성 영웅으로 성급을 높이면서 아이스 드레이크는 아이스크림이 되어버렸다.

3 성 영웅이 되자마자 성급에 따른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은 민국이 곧바로 경매장으로 달려가 【Gear Score】 가 높은 무기를 구입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3 성 영웅은 【Gear Score】 349 장비까지 마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경매장에서 구입한 백금색 큰 지팡이. 무려 530 만 달러나 하는 장비 스코어 340 짜리의 무기였다. 하지만 계속된 던전 공략의 성공 수당으로 그 정도의 장비 대금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기만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민국은 유나의 정신자극 없이 팀원들에게 빵빵하게 힐을 넣어줄 수 있었고,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더욱 빠르게 아이스 드레이크를 물리칠 수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오빠, 저, 저 죽을 것 같아요.”

“다들 정신 차려. 왜 그래? 아직 열 번밖에 안 돌았어. 자, 일어나. 일어나. 딱 두 번만 더 돌자. 빨리 3 성이 되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2 성으로 남아 있을 거야?”

“1 년차는 2 성만 되도 성공했다고….”

그리고 팀 GGW 는 민국의 리딩 아래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던전을 반복하는 뺑뺑이로 인해 다들 2 성을 뛰어넘어 3 성 영웅으로 성급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성급만 높일 수 있었을 뿐. 경매장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지는 못했다.

슬슬 【Gear Score】가 높은 장비의 가격이 개인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클랜의 도움을 통해 싼 값에 두, 세 부위의 장비를 최고 등급으로 구할 수는 있었다.

고작 그 정도의 스펙 상승에 불과했지만 자신들의 마력을 더욱 많이 감당할 수 있는 장비의 존재는 레이드의 클리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었다.

* * *

2 월 중순, 각 나라의 영웅 협회가 발표하는 클랜 랭킹을 시작으로 영웅들에 관한 여러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가장 잡아끄는 것은 바로 영웅들의 개인 랭킹이었다. 자고로 인간은 둘만 있어도 1 위와 2 위를 나눈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관심 대부분이 최근 오 년의 활약을 기준으로 발표되는 세계 영웅 순위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도중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다는 영볼루션에서 몇 개의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영볼루션 - 세계 영웅 유망주 순위 Top 10(3 년차 이하)

세계 영웅협회에서 발표한 어둠 괴물과의 전면전이 끝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들과 어둠 괴물과의 전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마력 각성의 축복을 받아 인류를 수호해야 하는 사명을 영웅들도 매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중략>

그래서 영볼루션에서는 3 년차 이하의 영웅들을 대상으로 소속 클랜에서 기량을 쌓으며, 훌륭한 영웅으로 성장할 기대주 TOP 10을 선정해봤다.

1. 카밀라 벨

미국 최강의 클랜, 인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화이트 하우스’ 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전 세계 최고의 재능. 2 년차임에도 불구하고 5 성까지 오른 영웅이며, 평범한 재능으로는 도전할 수 없다는 【A】 난이도 던전의 공략 성공 기록까지 가지고 있다.

‘화이트 하우스’의 공대장인 라비아 맥퀸은 카밀라 벨의 딜링 능력을 보고 평범한 딜러들과는 다른 영역에 있는 딜링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2. 저우 쉰

중국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텐센트 클랜의 유망주로 난이도 【B – 1】 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3 년차 탱커. 현재 텐센트 클랜 3 군의 메인 탱커로 자리를 확고하게 잡았고, 무난하게 5 등급 몬스터를 쓰러뜨리며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뛰어난 방패 술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방어가 인상적이며 높은 연차의 영웅들과 함께하는 레이드에서도 자신의 진면목을 톡톡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중략>

10. 한민국

최근 센세이셔널 한 등장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들고 있는 1 년차 영웅. 그것도 무려 남자 영웅이다.

원거리 딜러였지만 힐러로 클래스를 체인지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이 영웅은 레이드 자격증을 딴 지 불과 두 달 만에 공격대장으로 1년 차 신입 영웅들로만 이루어진 공격대를 지휘해 【B – 5】 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기록을 세웠다.

참고하자면 전설적인 공대장으로 알려진 아리아 윈저가 1 년차 영웅인 시절 세웠던 기록도 【B – 5】 지만, 그녀는 2 년차 이하의 영웅을 포함해서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한민국은 레이드 자격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햇병아리들로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

1 년차 영웅인 만큼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지만 두 달 만에 세계 영웅사에 이름을 올린 그가 어떻게 성장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민국? 한민국이 누구야?”

“대한민국의 1 년차 영웅이라던데? 그런데 아무리 공격대장이라 해도 【B – 5】 던전을 공략했다는 것은 별로 임팩트가 없지 않나?”

“자세히 봐봐. 1 년차 영웅들로만 이루어진 파티로 공략에 성공했다는데?”

1 위부터 9 위까지는 지나가다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들이었다. 카밀라 벨과 같은 경우는 유명한 광고에서 많이 출연한 터라 사람들에게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극동의 조그마한 나라, 그것도 영웅 전력이 변변치 못한 대한민국의 신입 영웅이 세계에 유망주 순위에 올랐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남자라는 이유로 띄어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였고, 세계 영웅 커뮤니티에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1 년차 영웅들로 【B – 5】 던전 공략을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 년차 영웅이라면 고작 두 달 전에 있었던 레이드 자격시험을 통과한 햇병아리 중의 햇병아리였다.

● 저게 사실이라면 어둠 괴물과의 전쟁은 이미 끝난 거 아니야? 자격증을 딴지 두 달 만에 【B – 5】 면, 오년 쯤 뒤에는 【A – 1】을 공략하고 있겠는데? LOL.

● 솔직히 말이 안 되지. 분명 다른 영웅들의 도움도 있었을 거야. 과장이 심한 것 같아. 남자 영웅이라고 띄워주는 것도 있을 테고.

● 카밀라! 카밀라! 카밀라! 카밀라!

● 쓰레기 같은 기사야. 영볼루션에서 저런 기사를 내보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 멋있으니까 난 인정할래. 영볼루션이 아무 조사도 없이 그냥 기사를 내보냈겠어?

└ 대한민국의 영웅 전력이 몇 위인 줄 알아? 20 위야, 20 위.

└ 남자라면 바로 다리를 벌릴 워킹 걸 같은 년이네.

└ 남자가 원하면 당연히 대줘야 하는거 아니야? XD

그런 이유 때문에 외국의 많은 영웅들은 올해 발표된 영볼루션의 기사에 의구심을 보냈다. 게다가 남자 영웅이 영볼루션의 랭킹 순위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의 반응은 무서울 정도였다.

자국의 초특급 유망주인 시라누이도 세계 랭킹 순위 19 위를 기록했는데, 일본보다 영웅 전력이 훨씬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유망주 그것도 1 년 차가 시라누이보다 더욱 높은 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행동하는 일본인들이 영볼루션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클랜 단장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민국의 귀에도 들어가고 있었다.

“레이드 자격증을 딴지 고작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순위에도 들다니 신기하네요.”

민국이 영볼루션에서 발표한 세계 영웅 유망주 순위와 관련된 기사를 보며 말했다. 대체 사진은 언제 찍었는지, 자신의 옆모습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배경을 보아하니 클랜 하우스 앞인데….

“그만큼 인류의 수호자라는 영웅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다는 거지요.”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이해가 되기는 하네요. 그런데 일본에서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예요. R’s 클랜이 영웅 기록을 조작해서 한민국 영웅을 세계 유망주 순위에 끌어 올렸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가깝지만 먼 나라인 우리나라를 의식하는 모양이에요.”

단장인 오현정의 말에 민국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예전 세계나 여기나 일본은 일본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었다.

기껏해야 에볼루션이라는 곳에서 발표한 기사였다. 공신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냥 타임즈 같은 곳에서 재미로 세계 부호 순위를 발표하는 것과 비슷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자신이 단장실까지 불려온 게 이상했다.

“그냥 웃어넘기면 되는 일 아닌가요?”

민국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현정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조만간 세계 영웅 협회에서 사람이 찾아올 거예요. 이미 연락도 받았습니다.”

“……설마 레이드 기록 조사 뭐 그런 걸로요?”

“네. 그리고 GGW 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서 레이드를 지켜본다고 하더군요. 전에 영웅 협회 관계자와 동석해 레이드를 모니터링 한 것으로는 한민국 공대장님의 성과를 믿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일본의 논란도 있고요.”

“하! 그거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레이드는 거지같이 못하는 놈들이 자신을 평가한다고 하니 갑자기 자존심이 팍 상했다.

현정은 자신의 말이 민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세계 영웅 협회와 일본 그리고 에볼루션과 이야기를 나눈 게 있었다.

“한민국 공대장님. 제가 좀 더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네.”

“세계 영웅 협회의 직원과 함께 일본 협회 직원 그리고 에볼루션과 대한일보 관계자도 동석을 요구했습니다. 만약 공대장님께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시면 세계 영웅 협회와 일본 협회에서 부활석 150 개, 두 언론사에서 부활석 60 개를 제공한다는 의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모든 부활석을 공대장님께 드릴 예정입니다.”

‘어라?’

부활석이 합해서 210 개. 그것도 전부 GGW 가 가질 수 있었다. 그냥 사람 네 명만 데리고 던전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가로 말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개꿀이 따로 없었다. 뺑뺑이로 인해 가뜩이나 부활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현정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세계 영웅 협회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세계 영웅 협회에 사용하지 않는 영웅 장비들이 많이 있을까요?”

“네? 으음…. 없지는 않을 겁니다. 능력 있는 영웅들에게 대여료를 받고 장비를 빌려준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으니까요. 혹시 장비가 필요하신 건가요? 전에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죠?”

“네, 영웅들이 착용할 수 있는 장비는 여덟 부위나 되잖아요? 그리고 더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려면 최소 스펙이라는 것을 갖춰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민국은 장비까지도 지원을 받고 싶었다.

좋은 장비를 구할 수 있으면 굳이 파밍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B – 5】 나 【B – 4】 나 그리고 【B – 2】 나 4 등급 특수 개체가 등장하는 것은 똑같았다.

기껏해야 보스 몬스터의 스펙이 조금 강할 뿐, 패턴의 난이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팀원들과 함께 3 성 영웅 장비를 풀로 맞췄을 경우 민국은 【B – 2】 난이도의 던전까지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영웅 협회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대여로를 지불하면 빌려주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만약 영웅 협회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클랜에서 대여금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았어!'

현정의 말에 민국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논란거리를 만들어준 일본이 고맙게 느껴졌다. 잘해줘야지.

다음화 보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