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79화 (79/486)

EP.79 의심

‘전일 유망주 랭킹 1 위인 시라누이 마이도 2 년차에 들어서야 【B – 6】 의 공략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신입 영웅이 【B – 5】 라니?’

게다가 올해의 신입이면 레이드 자격증을 딴지 두 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초짜 중의 초짜였다.

성과도 어느 정도껏 부풀려야지 믿을 수 있는 것이지 이건 조작이 확실했다. 사카시타 미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의 모습을 보며 일레느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었다. 양국의 치열한 라이벌리는 어둠의 괴물 앞에서도 발동이 되는 모양이었다.

“자, 그러면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러 가보죠.”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R’s 클랜의 단장인 오현정뿐이었다. 민국을 포함한 GGW 팀 단원들은 한창 던전을 공략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깜짝 놀라게 할 생각이었는데 Timing 이 맞지 않았네요.”

단장의 비서가 건네는 차를 천천히 마시며 일레느는 고개를 돌려가며 단장실을 살펴보았다. 과거의 영광을 알려주듯 단장실에는 어둠 괴물과의 싸움에서 획득한 수많은 트로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A – 1】 공략을 성공해 세계 영웅 협회에서 보내온 상패도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일레느의 눈이 반짝 빛났다.

“오우! 이곳이 바로 그 차붐…. 아니, 박다영의 클랜이었습니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세계 영웅 협회에서 보내온 저 상패는 각 나라마다 한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패였다.

“그렇습니다. 클랜의 전설적인 공대장이셨죠.”

“그렇다면 단장님께서도?”

묘한 뉘앙스가 담긴 현정의 말에 일레느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 담긴 뜻을 알아챈 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대의 부 탱커였죠. 저 자리에는 저도 함께했었습니다.”

트로피를 보는 오현정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트로피를 받을 수 있게 된 저 레이드가 자신의 마지막 레이드였기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로 【A – 1】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공대장인 박다영은 얼마 안 있어 나이를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와 함께 다수의 영웅들이 R’s 클랜을 떠났다.

이유는 다양했다. 나이가 들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이유 혹은 부상과 트라우마가 심해서. 오염된 마력 때문에 더 이상의 영웅 생활을 하지 못하겠다는 동료도 있었다.

레전드 공격 대장의 은퇴는 결과적으로 R’s 의 1 군 멤버 중 반이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영웅 협회에서 혹은 정부에서 말려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개 중에는 정부가 너무 귀찮게 한 까닭에 외국으로 떠난 영웅도 있었다.

현정 역시 그 때 함께 은퇴를 했다. 그리고는 여행이나 다니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R’s를 지켜달라는 조은영의 제안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팀원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을 지키기 위해 R’s 클랜의 단장 직을 맡게 된 것이다.

“Wow! 이제 보니 대단한 분이셨군요.”

일레느는 진심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일본 영웅 협회에서 나온 사카시타 미키도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A – 1】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사실은 영웅들의 정점에 도달해 본 것이나 다름없는 대단한 업적이었다. 영웅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팀 GGW 의 공대장인 한민국 영웅은 던전은 공략 중인가 봅니다.”

“아, 그렇습니다.”

바로 본론을 꺼내버리는 사카시타 미키의 행동에 일레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분위기를 푼 다음에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건만. 이래서 국가 감정이란 참 무서운 법이었다. 일레느의 시선이 은퇴한 선배 영웅에게 향했다.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공문을 보내기도 했고요.”

“물론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한민국 공대장의 업적 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죠?”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 영웅 협회와 R’s 의 클랜과의 비리가 있는지도 함께 조사할 예정입니다.”

“비리?”

일레느의 말에 현정이 몸을 흠칫했다. 갑자기 그 말이 일레느의 입에서 왜 나오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R’s 의 단장을 맡으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현정이었다. 곧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민국 영웅에 대한 거짓 보고로 랭킹 평가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군요.”

“Yes. 당연히 불필요한 오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가 한 둘이 아니거든요.”

솔직한 일레느의 말을 들으며 현정은 고개를 주억였다. 하기야 그렇지 않다면 일본 영웅 협회에서도 사람을 보내올 리 없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현정의 눈앞의 여인들을 향해 말했다.

“팀 GGW 는 현재 한 던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공략에 들어간 던전이지요.”

“【B – 5】 던전입니까?”

사카시타 미키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질문에 현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그건 나중의 재미로 하고 싶군요. 어떻게 같이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안내는 제가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고깃덩이! 유나야!”

민국의 외침과 함께 썩은 고깃덩이들이 철벅하고 전장에 떨어졌다. 하나당 백 킬로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덩이였지만, 민국을 포함한 영웅들은 실수로라도 고깃덩이에 맞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그 중 하나는 콜리보르를 옆구리를 때리고 떨어졌다.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확인해!”

“네!!!”

민국의 지시에 준비를 하고 있던 유나가 빠르게 고깃덩이가 있는 것으로 달려가 코를 킁킁 거렸다. 썩은 음식 냄새에 구역질이 몰려왔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곧잘 버리는 데 이 정도 쯤이야.

“이건 아니에요!”

그렇게 외친 유나는 빠르게 다른 고깃덩이를 찾았다. 굶주린 콜리보르가 고깃덩이를 먹기 전에 빨리 독성이 있는 고기를 찾아 콜리보르를 유도해야 했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눈치를 챈 현아도 콜리보르의 공격을 막아서면서 천천히 유나가 달려간 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이거! 이거!!!”

운이 좋게 두 번째로 찾은 고깃덩이는 독성이 있는 고깃덩이였다. 재빨리 현아가 그 쪽으로 콜리보르를 유도했다.

“좀 더 가까이 붙어! 확실하게 독성 고기를 먹여야 해!”

중간 중간 계속해서 민국이 오더를 내렸다. 독성이 있는 고깃덩이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먹이지 못하면 딜러 한 명의 딜링을 포기하면서까지 고깃덩이를 찾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민국은 계속해서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유나가 독성이 있는 고기를 찾는 시간을 생각하면, 일곱 개의 덩이가 날아오는 세 번째 부터는 운이 조금 따라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홉 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이동 스킬을 착용시킬까?’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하면 유나의 딜을 크게 포기해야만 했다. 공격 스킬 두 개와 세 개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콜리보르는 무조건 10 분 내에 잡아야 하는 타임어택 형 보스 몬스터였다.

미안하지만 유나가 좀 더 빠르게 독성이 있는 고깃덩이를 찾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곧 첩첩거리는 소리와 함께 콜리보르가 가까이에 있는 고깃덩이를 먹기 시작했다.

독성이 있는 고기라는 것을 알려주듯 누런 털에 초록빛이 띠기 시작했다. 콜리보르의 상태에도 독성 디버프가 확인되고 있었다. 민국이 화살을 날리고 있는 유나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좋아. 아주 잘했어. 하지만 좀 더 빠르게 독성이 있는 고기를 찾아야 할 것 같아.”

“고기들이 많이 날아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죠?”

“그래. 나도 어떻게든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자신은 없었다. 역한 냄새를 맡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지만, 유나가 말했던 코를 찌르는 무언가는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다. 방금 전에도 가까이 있던 고깃덩이를 상대로 시도를 해 봤지만, 전혀 구별을 하지 못했다.

“네, 좀 더 빠르게 움직일 게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움직이다가 콜리보르의 공격에 얻어맞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

“넵! 주의하겠습니다.”

레이드 공략의 주요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 때문일까? 평소 때보다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브레스 조심!”

고깃덩이를 섭취한 콜리보르가 트림과 함께 정면으로 브레스를 내뿜었다. 독성이 있는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브레스도 독성이 섞인 브레스였다.

평범한 고기를 섭취했을 때와는 다르게 콜리보르의 후방에 있던 팀원들의 독에 의해 생명력이 줄어드는 바람에 민국이 화들짝 놀라며 회복 능력을 사용했다. 독을 먹은 상태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확실했다.

딜러들은 콜리보르가 고기를 먹기 시작할 때부터 쉴 새 없이 자신들의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김소정의 대검이, 냉기가 가득한 정예린의 얼음 창이 연신 콜리보르의 덩치를 명중시켰다.

“다르긴 하네.”

디버프의 영향인지 방금 전의 트라이와는 다르게 보스 몬스터의 생명력이 빠지는 속도가 조금은 빨라진 것 같았다. 아마 중첩이 더 쌓이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데미지를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콜리보르는 생명력은 무지막지하게 많지만, 공격력 자체가 강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스펙이 조금 딸려도 현아의 탱킹 실력과 민국의 회복 능력으로 버티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고깃덩이!”

“여기! 여기예요!!!”

그리고 콜리보르를 쓰러뜨리는 데 많이 모자란 딜러의 딜링 능력은 썩은 고깃덩이의 디버프로 인해 조금씩 커버가 되고 있었다.

고깃덩이가 나올 때 마다 유나는 눈에 불을 켜고 움직였고, 현아가 빠르게 그 뒤를 따르면서 독성이 있는 고기를 찾을 때 마다 바로 콜리보르가 그것을 먹게 유도했다.

걱정과는 달리 유나는 세 번째, 네 번째 고깃덩이가 날아왔을 때도 순식간에 독성이 있는 고깃덩이를 찾아내었다. 끔찍한 썩은 내에 코가 마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넌지시 물어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 정도까지 되니 민국은 유나 어머님의 무시무시한 음식 솜씨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반면 다른 팀원들은 얼굴에 흥분이 서리고 있었다. 첫 번째 보스 몬스터였지만 【B – 2】 던전에 등장하는 콜리보르의 공략 각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번째 썩은 고깃덩이를 먹이고 있는 지금, 커다란 누렁이의 남은 생명력은 6 % 남짓에 불과했다.

“독성 고기만 먹이면 간단하네요. 그러면 마무리 합시다.”

콜리보르의 독 브레스에 피해를 입은 팀원들을 회복시키며 민국이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륵. 크르륵. 크르르르륵.

그렇게 김소정의 대검이 마지막으로 콜리보르를 후려치면서 모두의 영웅 패드에 업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B – 2】 던전의 콜리보르를 쓰러뜨렸다는 업적이었다. 이어서 전리품 상자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핏 보면 금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동 상자였다.

“그러면 이번 상자는….”

민국의 시선이 유나에게 향했다. 이번 콜리보르 레이드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공략이 불가능했을 녀석이었다. 팀원들의 스펙이 전체적으로 낮은 지금 독성이 있는 고깃덩이를 구별할 수 있는 유나의 코는 콜리보르 공략의 핵심 그 자체였다.

“우와아아앗?!”

자신을 바라보는 민국의 대견한 표정에 환호를 지르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아내던 유나가 전리품 상자의 아이템을 확인하고는 참았던 탄성을 크게 터뜨렸다.

오늘이 생일이라도 되는 것일까? 전리품 상자에는 아주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는 황금 송곳니와 함께 대검 무기가 들어 있었다. 유나의 비명에 전리품 상자를 확인한 소정이 커다란 검을 발견하고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무려 【Gear Score】 370 짜리 아이템으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검보다 장비 점수가 50 이나 더 높았다. 또한 그 옆에는 오렌지색 결정과 부활석도 함께하고 있었다.

“와…. 이게 【B – 2】 의 위엄인건가?”

버릴 게 하나 없는 주옥같은 아이템 목록에 현아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민국이 짝짝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처음부터 황금 송곳니가 나왔으니, 오늘은 황금 송곳니 두 개를 목표로 달려봅시다!”

딜러들의 BIS 아이템인 만큼 황금 송곳니는 ‘밤의 성채’를 공략하면서 꼭 획득해야 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그렇게 콜리보르 공략에 성공한 민국과 팀원들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바로 던전의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다음 보스 몬스터는 공략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민국은 곧바로 콜리보르 공략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던전 밖에서 클랜의 단장인 현정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경악한 얼굴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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