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3 타락한 영웅
“룸이네?”
약속 장소에 도착한 민국은 바깥의 소음이 차단된 밀실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저런 장소를 잡았는지, 아니면 통화를 마친 후 자리를 옮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딱 자신이 원하는 공간이었다.
노크와 함께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커다란 소파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룸의 중앙을 차지한 넓은 테이블에는 온갖 과일과 음식 그리고 양주들이 무대 소품마냥 깔려져 있었다. 둘이 먹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정예린이라면 이 정도 쯤은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룸에는 두 명의 여인이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매일 보는 익숙한 얼굴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저런 복장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노출증인가?’
민국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에 봤던 까닭에 이름은 대충 기억이 나고 있었다. 은별이라고 했던가? 단발에 웨이브 컬을 넣은 헤어스타일을 한 그녀는 짙은 청색의 스포츠 브래지어에 짧은 자켓만 걸치고 있었다. 거기에 가죽 재질로 보이는 핫 팬츠까지.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헐벗고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원래 자신이 살던 시대였으면 풍기문란에…. 아, 여자라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민국만큼이나 은별도 민국을 바라보면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놀라는 이유만 조금 다를 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국의 모습에 숨이 턱 막혀 왔기 때문이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정말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규격 외의 외모였다. 저런 남자의 카르텔에 예린이 들어가게 되다니. 다시 한 번 부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안녕하세요. 한민국이라고 합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바, 박은별이에요.”
인사를 건넨 은별이 얼굴을 화악 붉혔다. 남자 영웅이 오면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술을 진탕 먹인 후, 가능하면 원나잇을 할 예정이었다. 카르텔은 무리더라도 술의 힘을 빌린다면 한 번 정도는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멋진 남자가 뭐라고. 순간적으로 자신이 말더듬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런 은별의 모습에 예린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공대장님 왔다고 말더듬는 것 봐. 웃기네? 공대장님! 여기 앉으세요.”
예린이 자신의 옆을 팡팡 두드리자, 민국도 자연스레 그 쪽 자리에 앉았다. 은별을 마주보는 자리였다. 민국이 자리에 앉자 은별이 재빠르게 민국에게 잔을 건넸다. 합을 맞춘 것 마냥 예린이 민국의 잔에 양주를 따르며 물었다.
“집에서 뭐하고 계셨어요?”
“그냥 Tv 보고 레이드 영상보고? 낮에는 낮잠 조금 잤지. 누나는?”
“헉?!”
미청년의 입에서 나온 누나라는 단어에 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자신을 지칭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다리가 파르르 떨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배꼽에 걸린 피어싱이 흔들리면서 빛을 반짝였다.
“와아! 사석이라 그런지 공대장님이 저를 누나라고 부르네요? 그러면 저도…?”
“원하는 대로?”
“좋아! 이럴 때 편하게 이야기를 하지, 또 언제 이렇게 우리 멋진 공대장님을 상대로 말을 놓겠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을 놓는 예린의 행동에 민국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은별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민국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왠지 그녀를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민국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은별 누나라고 했죠? 누나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나이로 따지면 제가 어린데요, 뭐.”
“아, 아아……. 진짜 심장에 안 좋다, 얘. 아우. 정예린 너 진짜 부럽다. 귀가 호강을 하네, 아주.”
“다시 한 번 말해줄까요? 은별 누나?”
“아으…! 너도! 너도 말 놔. 우리 두 살밖에 차이 안나잖아.”
이래서 너무 잘생긴 남자와 함께 있으면 심장에 안 좋다고 했던가?
귀엽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민국의 모습에 은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르가즘이라고 해야 되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진짜 한 입에 꿀꺽 삼켜도 비린내 하나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민국의 행동에 새로운 모습을 본 듯 예린도 눈을 반짝였다.
“리딩이라…. 그냥 본능적으로? 몬스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아군에게 지시를 내리는 거지. 대신 공략에 들어가기 전에, 저 몬스터가 어떤 행동을 할까 머릿속으로 수백 번이 넘게 시뮬레이션을 하곤 해.”
“역시 공대장은 쉽지 않구나.”
낯을 가리지 않는 민국의 행동 덕분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만큼 말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확장 멤버? 으음…. 그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아, 딜러는 이미 한 자리 찼어. 신나연이라고….”
“아! 그래서 메모리아에서 R’s 로 이적을 한 거구나. 어쩐지, 너무 헐값에 팔렸다 했어.”
“남은 자리는 일단 【B – 2】 난이도의 던전을 완전히 공략하고, 나를 포함해서 팀원들의 등급을 4 성까지 높이고 나면 고민해 보려고.”
게다가 셋 다 현역 영웅으로 활동하고 있던 터라 대화가 끊길 일도 없었다. 게다가 한민국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재 공대장. 화젯거리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어떻게 민국을 취하게 만들까 고민하던 예린이 순간 놀란 눈을 했다. 민국의 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린과 눈이 마주친 민국이 살짝 윙크를 하며 말했다.
“살짝 싸늘해서 그런데, 붙어 있어도 괜찮지?”
“무, 물론이지!”
완전 환영이었다. 그렇게 대답을 한 예린이 민국의 옆으로 엉덩이를 바싹 붙였다. 은별 또한 바로 앞에서 둘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예린의 허리를 감싸는 남자의 단단한 팔이 은별의 눈동자를 사로잡았다. 자신도 저 팔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어라?’
순간적으로 민국의 손가락이 예린의 허벅지를 더듬는 모습이 은별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자 민국의 손가락은 어느새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남자가 여자를 더듬을 리가 있나.’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한 은별은 내심 아쉬움을 토했다. 만약 민국이 여자들처럼 성욕이 강한 남성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은별이 누나네 클랜은 분위기가 어때?”
“좆소가 다 그렇지 뭐. 레이드는 맨날 거지같이 돌고, 부활석 하나로 던전 클리어 못하면 분위기 좆창나고. 성과금도 죄다 깎아버리고.”
한창 이야기를 하던 은별이 순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술이 계속해서 들어간 까닭에 긴장이 풀어진 모양이었다.
“아, 말 험하게 하는 여자는 좀 그런가?”
“딱히 상관없어.”
하지만 이어지는 민국의 대답에 은별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멋진 남자는 마음도 너그러웠다. 다른 남자였다면, 이상한 년 취급을 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은별은 얼음이 섞인 양주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남자가 끼어서인지 술맛도 끝내줬다. 쉽게 볼 수 없는 남자 영웅의 멋진 얼굴을 보니 안주가 따로 필요 없었다. 그렇게 분위기에 취해 계속해서 술을 마시던 은별이 잠시 눈을 감았다.
* * *
‘어라…. 순간적으로 잠이 들었었나?’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잠깐 정신을 놓았던 모양이었다. 손님을 불러놓고 이게 무슨 꼴이라는 생각과 함께 은별이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우웁…. 츄웁….”
민국은 어느새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친구인 예린의 얼굴이 그의 밑에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뿐인가? 옆으로 쭉 뻗은 민국의 팔이 예린의 아래를 통과해 그녀의 그곳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치마는 팬티가 훤히 보일 정도로 들춰져 있었다.
‘뭐지? 꿈인가…?’
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많이 마신 건가? 지금의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별은 그런 자신을 향해 민국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남성을 빨아대는 야릇한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친구의 신음이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이번에는 예린의 젖꼭지를 잡고 흔드는 민국의 손이 은별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들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민국이 예린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리며 말했다.
“좀 더 제대로 빨아봐.”
“잠깐만…. 깊게, 깊게 넣을게요.”
혀를 이용해 민국의 남성을 아래서부터 쓸어 올리던 예린이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그대로 민국의 남성을 집어 삼켰다. 그러자 민국이 예린의 머리를 붙잡고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으으응….읍! 으읍!”
컥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성과 목젖이 마찰되는 소리가 은별의 귀를 자극했다. 친구인 예린이 남자의 그것을 입에 물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저게 뭐야…?!’
행위가 격렬해지면서 예린의 입 안을 뚫고 들어갔던 민국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봤었던 비엔나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커다랗고 굵직한 남성은 자신의 입 안에도 제대로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의 친구가 버둥거리는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린은 필사적으로 민국의 남성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은별이 자신들의 행위를 훔쳐보는 것을 알아챈 민국은 자신의 그것이 그녀에게 적나라하게 보이게끔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예린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아래로 쑤셔 박았다.
‘괘, 괜찮은 거야?’
마치 질식할 것 같은 예린의 모습에 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막기 위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실제로도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서로를 탐하고 있는 두 남녀는 다행이도 자신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대로 싼다!”
잠시 후, 민국의 신음이 들려오자 은별은 재빠르게 눈을 감았다. 이어서 예린이 정액을 꿀꺽이며 마시는 소리가 그녀의 귀로 들려왔다. 남자의 진한 밤꽃 냄새가 코를 파고들고 있었다.
“네 친구 정말로 자는 건가?”
잠든 척 눈을 감고 있는 은별을 보며 민국이 예린에게 물었다.
“아,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술이 약한 편은 아닌데 공대장님을 만나서 그런지 아까부터 계속해서 술을 마시더라고요. 아마 공대장님과 만나서 긴장을 했나 봐요. 어떻게 여기서?”
민국의 정액을 마시면서 흥분할 대로 흥분한 예린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민국을 덮치려는 모습이었다. 잔뜩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려면 단단하게 솟아오른 커다란 대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민국의 시선은 예린이 아니라 방금 전까지도 자신들을 지켜보며 침을 삼키고 있던 은별에게 향해 있었다.
“이리 와 봐.”
은별의 옆으로 이동한 민국이 예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탁자를 옆으로 쑤욱 밀어서 예린을 엎드리게 만들었다.
“이, 이대로 하려고요? 드, 들키면 어쩌려고요?”
예린이 자고 있는 은별을 보며 물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은별이 눈을 뜬다면 자신이 박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대답대신 자신의 남성을 박아 넣었다. 어차피 예린의 걱정은 하등 쓸모가 없었다.
그녀의 친구는 아까 전부터 깨어 있었다.
“읍…. 으읍! 아앙! 하앙! 하앗…!”
친구가 옆에 있는 까닭에 어떻게든 신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커다란 남성이 음란한 소리를 내며 예린의 안을 계속해서 파고들자 참지 못한 신음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은별은 민국의 의도대로 바로 눈앞에서 둘의 삽입 장면을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꿀꺽.”
핏줄이 굵게 솟아오른 단단한 살덩이가 예린의 안을 정복하고 있었다. 민국이 오기 전 예린이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예린의 자지러지는 신음이 그 증거였다.
여성 영웅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파워풀한 힘과 왕성한 성욕.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두 남녀의 거친 정사에 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하복부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예린을 품고 있는 민국에게 달라붙고 싶었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과 이성이 그녀의 성욕을 막아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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