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4 타락한 영웅
“하앗! 아앙! 하아앙…!”
예린의 신음에 맞춰서 그녀가 엎드린 테이블이 계속해서 삐거덕거렸다. 남자 영웅을 받아들이고 있는 친구는 이제껏 듣지 못했던 멋진 소리로 울고 있었다.
“크윽! 안에 싼다.”
“고, 공대장 니이이임! 어흑! 어헉! 우오오오옥!!!”
남자가 예린의 머리채를 낚아채며 그녀의 상체를 확 들어올렸다. 은별의 시선도 덩달아 움직였다.
“?!”
그 순간, 은별은 예린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아니, 눈이 마주친 것은 자신뿐이었다. 쾌락으로 풀려버린 친구의 눈동자는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오! 오오! 아!”
사정과 함께 격렬했던 정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예린의 몸은 계속해서 퍼덕거렸다. 그녀의 몸을 지배했던 쾌감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저게 진정한 섹스…!’
그리고 은별의 달아오른 몸도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예린을 울부짖게 만들었던 민국의 단단한 남성이 그녀의 안에서 빠져 나왔다. 예린의 그곳에서 희뿌연 액체가 주르륵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사정을 한 게 분명한데, 민국의 남성은 아직까지도 하늘을 꿰뚫을 듯 단단하게 솟구쳐 올라 있었다.
- 밤새도록 박히고, 다음 날 일어나서 또 박혔었지. 너, 인터넷에 전설처럼 떠도는 오르가즘이라는 거 들어봤어? 진짜 그 오르가즘을 내가 경험했다니까?
은별은 실눈으로 민국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핏줄이 불끈불끈 솟아오른 남성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냄새에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절로 침이 꿀떡여졌다. 만약 저 물건이 계속해서 자신의 안을 쑤셔댄다면? 상상만 해도….
턱!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붙잡는 두터운 손에 은별이 몸을 흠칫했다. 떨리는 눈동자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민국이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으로 청소해.”
강압적인 명령이었지만, 은별은 민국의 말에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아래가 터질 것 같은 희열감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민국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녀의 귓가를 맴돌았다.
“읏. 으응. 웁.”
그리고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은별이 민국의 남성을 입에 물었다. 그렇게 은별의 입으로 자신의 남성을 청소한 민국은 다시 한 번 누워 있는 예린의 안으로 남성을 박아 넣었다. 기절한 듯 누워있던 예린이 갑작스러운 삽입에 몸을 퍼득였다.
“히익?! 아아! 아, 안 돼! 아앙!”
왕성한 성욕과 마나를 각성한 영웅의 체력은 밤새도록 허리를 흔들어도 지치지가 않았다. 여자 두 명? 세 명? 가뿐했다. 그런 민국의 박력에 은별은 옆에서 침을 꼴깍 꼴깍 삼켜 넘겼다. 그러다가 민국의 팔에 달라붙어 그의 귀와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 * *
[친구랑 남성 영웅하고 쓰리썸 한 썰 푼다.
내 친구는 여기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 게녀야. 10 위권 내의 클랜에서 활동하고 있고, 남성 영웅과의 섹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으니까. 뭐, 아는 게녀들도 있을 거야. 나는 그 친구랑 영웅학교 동기야. 같은 클랜은 아니고, 그냥 좆소.
어쨌든 운 좋게 내 친구랑 남성 영웅이랑 다 함께 술을 마실 일이 생겼어. 물론 내가 엄청나게 푸쉬 했지. 일반 남자도 아니고 남자 영웅이잖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그래서 친구랑 둘이서 술을 먹고 있었는데, 남자 영웅이 온다고 하더라고. 재빨리 룸으로 자리를 옮겼지. 왜 룸으로 옮겼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결론만 말하자면 룸에서 한 번 하고, 호텔로 자리 옮겨서 아침까지 했다.
솔직히 오르가즘? 남자가 주도하는 섹스? 밤새도록 삽입? 처음에는 내 친구가 다 야부리를 턴다고 생각했어. 너희들도 그럴걸? 솔직히 그게 믿겨짐? 일반 남자들이 얼마나 좆같은지 다 알잖아? 세 번 움직이다가 한 번 찍.
고블린들도 걔네보단 힘이 셀 걸? 진짜 토끼보고 토 선생님이라고 하는 애들이잖아?
그래서 남자 영웅도 거기서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응, 개소리. 아님.
비엔나가 아니라 웬 몽둥이가 내 안을 꿰뚫으면서 조금씩 오르가즘을 선사하는데, 나도 모르게 목에서 꺽꺽거리는 소리만이 나오더라. 막 신음이 아니라 짐승처럼 울부짖는다고 하잖아? 맞아. 진짜 복근에서부터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오더라고.
그런 행위가 한 번으로 끝났다면 그냥 만족스러운 섹스로 기억되었을 거야. 그리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겠지. 그런데 내가 그렇게 절정에 오른 상황에서도 그 분은 끊임없이 나한테 박아대더라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오르가즘이라는 게 끝없이 뇌를 후려치면서 내 몸을 지배하게 돼.
나보다 내 친구가 먼저 가버렸는데, 침대 위에서 몸을 퍼덕이면서 울고 있기에 속으로 조금 비웃었거든? 잠시 뒤에 나도 그러고 있더라? 정신이 날아가서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는데….
내가 진짜 하루에 다섯 번 넘게 자위하고, 호빠 다니면서 남자 셋하고 굴러도 아무 만족도 못하던 년이었거든? 저절로 입에서 살려달라고 빌게 됨. 제발 그만 하자고. 진짜 역대급 경험이었어.
만약 그 분이 나한테 다시 만나자고 하면 집문서를 팔아서라도 만날 의향이 있어. 아니, 일 년에 한 번만 안아줘도 소원이 없을 거야. 안타깝지만 카르텔에는 못 들어갔어.
그래도 오늘처럼 친구랑 함께 셋이서 하자고 하더라고. 아마 나중에는 포썸이 될 것 같아. 원래는 친구 셋이서 만난 자리였는데, 한 명이 일이 있다고 해서 먼저 가버렸거든. 만약 이 이야기를 들으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P.s 얼마나 격렬하게 했는지, 다음 날 몸살기가 오더라.
○ 남자랑 못한 지 10 년째. 씨바 것. 내가 익게에서 이런 글을 봐야겠냐?
○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나도 진짜 잘 울 수 있다. 갓 잡은 고등어처럼 제대로 퍼덕일 수 있는데….
└ 거울 봐봐. 그냥 지금 울어도 될 거 같은데?
○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스피디하게 쾌락에 도달했다가 바로 추락을 한다면 여자는 행위가 지속될수록 끊임없이 올라간다고 해. 만약 느낄 수 있는 오르가즘의 한계까지 갈 수 있다면 진짜 미쳐버린다고 하던데…. 쓰니야, 너 진짜 부럽다.
○ 섹스는 거짓말이라며! 섹스는 거짓말이라며! 섹스는 거짓말이라며! 섹스는 거짓말이라며!
○ 나도 오르가즘 느껴본 적 있어.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저렇게 대해줬었음. 아, 물론 상상에서.]
“으음….”
R’s 클랜의 신입 4 팀. GGW 의 회의실에서 은발의 여인이 인터넷의 글을 읽으며 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으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동료를 바라보았다.
“이거 공대장님 이야기죠? 정예린 영웅? 같은 카르텔도 아니고 타인까지 끌어들였으니 3 주 금지.”
“그, 그럴 수가!”
생각보다 높은 징계 수위에 예린의 목소리의 높아졌다. 그러나 성(性) 비서인 소정이 눈을 번뜩이자 그녀는 깨갱거리며 쭈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옆으로 현아의 작은 목소리가 예린의 귀를 스치듯 지나갔다.
“괜찮아요, 언니. 3 주 금방 가요.”
“……이른 년이 너였구나.”
“그러니까 빨리 보내셨어야죠. 유나랑 밤새도록 기다렸잖아요.”
의붓아들인 브루투스를 바라보는 카이사르처럼 현아를 바라보는 예린의 눈동자가 배신감으로 흔들렸다.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봤지만, 이 야생에서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민국의 카르텔에 속한 여인은 총 여섯.
그 중 한 명이 징계를 받게 되면 그만큼 민국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짜가 더욱 빨리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이쯤 되니 섣부르게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은별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면 정예린 영웅에 대한 카르텔 내 징계는 이걸로 마무리하고, 공대장님의 말에 의하면 오늘 일정은 자유 훈련이 될 것 같다고 해요.”
“또 쉬는 건가요?”
유나가 이틀간의 꿀 같은 휴식의 맛을 떠올리며 물었다.
“아니요, 원래 일정은 ‘밤의 성채’ 공략이었는데…. 선객이 있다고 해요.”
“시간의 왜곡 아이템을 쓰면 되잖아요?”
“그게 한두 푼 하는 아이템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던전을 먼저 선점한 공격대가 시간의 왜곡 아이템을 거부했어요.”
“아니, 어째서? 왜 시간의 왜곡 아이템까지 거부를 해요? 자기네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떤 클랜이에요? 메모리아? 영웅 시대?”
소정의 대답에 모두가 궁금한 얼굴을 했다.
대체 누가 시간의 왜곡 아이템까지 거부해가며 던전을 공략하는, 일종의 암묵적인 비매너 짓을 하는지 알고 싶은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민국에게 미리 언급을 받은 바 있는 소정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 뉴스에 기사가 나왔을 거예요. 일본의 히토미….”
“아, 그 우주류 검술을 사용한다는 중이병 영웅이 속한 랭커 클랜이요? 어. 설마 걔네가 밤의 성채를 공략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요. 오늘 아침부터 공략을 시작한 모양이고요.”
“아니, 왜?! 일본에 【B – 2】가 몇 곳이나 되는데, 우리나라까지 와서 설치고 난리야?”
히토미 클랜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유나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현아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세계 영웅 협회에서 사람이 왔을 때, 일본에서도 영웅을 한 명 보냈잖아요?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 말에 모두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한민국을 시라누이 마이보다 높은 세계 유망주 순위 10 위에 올려놓는 에볼루션의 발표로 인해 일본의 자존심은 현재 크게 꺾인 상황이었다.
덕분에 양국의 레이드 수준이 차이가 나는 까닭으로 인해 이제껏 일본에게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의 네티즌들이 에볼루션의 발표와 함께 세계 영웅 협회가 민국을 인정하자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일본을 향해 맹렬하게 도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노출녀가 우리나라에 온 거네요.”
모두들 고개를 주억였다.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행동을 할지가 뻔히 예상이 되고 있었다.
한국보다 레이드 수준이 높은 일본 랭커 클랜. 아무리 2 군이라 해도 【B – 2】 난이도의 던전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밤의 성채를 공략하고 난 이후, 아마 이런 이야기를 꺼낼 터였다.
[똑같은 등급의 던전이지만, 일본의 던전보다는 난이도가 쉬운 던전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멘트. 뻔한 스토리였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서큐버스 퀸 루디아까지 잡는 건데.”
현아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영웅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들 밤의 성채를 공략하고 있는 히토미 클랜에서 문제가 터질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 *
“후우. 후우.”
방패를 든 여성이 상기된 얼굴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앞에는 방금 전까지 죽일 듯이 그녀를 공격하던 인큐버스가 눈을 부릅뜬 채 쓰러져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무츠기. 이제 마지막 보스만 남았네요.”
밤의 성채의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인큐버스 – 라함’이 쓰러지고 나자 파티의 힐러를 맡은 영웅이 라함을 맞상대하던 탱커 무츠기를 향해 말을 건넸다.
초특급 유망주인 시라누이 마이가 포함 히토미 클랜의 2 군은 【B – 2】 난이도에 불과한 던전인 밤의 성채를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공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 영웅들이 밤의 성채를 공략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처음 경험하는 던전이라지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었다. 인큐버스 – 라함에게만 무려 아홉 번이나 전멸을 경험했었다. 만약 메인 탱커인 무츠기가 아니었다면, 공략에 시간을 더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신 차리고 집중해서 움직입시다. 히토미의 문장을 품은 영웅들이라면 이 정도 쯤은 어렵지 않게 처리해야죠?”
말총머리의 여인, 시라누이 마이가 검을 수납하며 말했다. 던전의 공략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까닭에 그녀는 점점 기분이 불쾌해지고 있었다.
예정대로였다면 진즉에 던전의 공략을 끝내고, 한국의 언론들을 향해 별거 아닌 수준이었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일본의 신입 영웅들도 최소 스펙 정도만 갖출 수 있으면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다른 동료들도 시라누이 마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빨리 던전 공략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들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파티의 공격대장도, 초특급 유망주라 불리는 시라누이 마이도. 탱커인 무츠기의 모습이 평소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