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5 타락한 영웅
레이드 중 공격대가 전멸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죽는 클래스는 탱커였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한 몸에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나중에 죽는 클래스 또한 탱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탱커 영웅이 지닌 단단한 방어력과 높은 생명력 때문이었다. 특히 장비를 갖춘 탱커의 생명력은 딜러나 힐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흐으….”
히토미 클랜 2 군의 메인 탱커, 무츠기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왔다. 점점 머리가 어질해지고 있었다.
무츠기는 이빨에 힘을 꽉 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서 물이 흐른 모양인지 한두 방울씩 액체가 뚝뚝 떨어진 자국이 남겨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인큐버스 – 라함’을 상대하면서 히토미 클랜의 2 군은 아홉 번이나 전멸을 경험했다. 그 중에는 탱커인 무츠기가 먼저 죽는 상황도 있었고, 그녀를 뺀 나머지 팀원들이 먼저 죽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무츠기가 혼자 살아남은 상황에서 순식간에 일이 터졌던 것이다.
[캬하하하하! 너만 남았구나!!!]
커다란 그것을 세운 인큐버스가 그대로 무츠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만약 그때 거리낌없이 목숨을 끊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일반 남성들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물에 당황한 게 실수였다.
‘귀두, 귀두만 들어온 것 같았는데….’
인큐버스의 성기가 그녀의 안을 파고든 것이다. 그 때서야 정신을 차린 무츠기가 혀를 깨물어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부활석으로 부활을 했지만 그녀의 마력은 이미 오염이 된 후였다.
“왜 그래, 무츠기? 아까부터 걸음이 느려지고 있어.”
무츠기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그녀와 동기인 공격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생긴 거야?”
“그, 그게….”
무츠기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이건 마력이 오염된 게 틀림없었다.
그런 확신이 들자 그녀가 그렁거리는 눈동자로 공대장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몸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마력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레이드를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앞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둘의 귀로 들려왔다.
“고작 【B – 2】인데 너무 꾸물거리는 아닌가요?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쉬죠?”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라누이 마이였다. 클랜의 간판이자 전 일본 랭킹 1위의 초특급 유망주답게 워낙 오냐오냐해주는 사람이 많은 터라 낮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시라누이 마이는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미 클랜 내에서도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배를 무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폭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이의 시선이 무츠기에게 향했다.
“무츠기. 5 성 영웅이 돼서 【B – 2】 던전을 힘들어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그 연차가 쌓일 때까지 2 군에 있는 거 아니에요? 빨리 1 군으로 올라가야죠.”
“시라누이! 그게 무슨 소리지?! 너는 선배에 대한 예의라는 게 없는 거야?”
도를 넘은 마이의 말에 무츠기와 동기인 공격 대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가던 영웅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시라누이 마이와 여덟 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무츠기가 마이의 폭언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츠기가 마이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우리 클랜의 초특급 유망주씨. 내가 좀 더 힘을 내서 최종 보스는 빨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원래 무츠기의 생각은 공격 대장에게 자신의 상태를 밝히고, 공략을 포기하려는 것이었다.
오염된 마력의 폭주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레이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레이드를 했다가는 몬스터의 노예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시라누이 마이의 폭언과 냉소가 무츠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제는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커다란 전당에 놓여 있는 옥좌. ‘서큐버스 퀸 – 루디아’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지만, 평소 때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었다. 다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아까부터 무츠기는 입은 다물고 있었고, 히토미 클랜의 2 군 공격 대장도 시라누이의 건방진 행동에 크게 실망을 한 터라 분위기를 추스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브리핑이 끝나고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큐버스 퀸 – 루디아’가 예상에 없던 말을 꺼냈다.
“오호라? 노예가 제 발로 찾아왔구나!”
무츠기를 가리키는 루디아의 묘한 말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노예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츠기는 태연하게 루디아를 향해 방패를 내밀며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 무츠기의 모습에 다른 팀원들도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무츠기를 보며 루디아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도한 행동인지 아니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모르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루디아의 눈에 비친 무츠기의 행동은 자연스레 먹잇감을 바치는 제물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오, 이런. 운도 없지. 나를 공격하다니, 정말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야.”
전투 내내 지속적인 광역 데미지를 가하는 루디아의 능력에 공격대장이자 힐러 영웅은 쉴 새 없이 회복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딜러들도 자신의 마력을 뿜어내며 루디아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때가 왔다는 듯 루디아의 강렬한 시선이 무츠기를 꿰뚫었다.
“카학?!”
루디아의 붉은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무츠기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이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은 깨닫지 못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음부는 훤히 벌어진 채 뜨거운 애액이 수돗물처럼 새어나오고 있었다.
“도, 도망!”
마력이 오염되었어도 공격대의 방패라는 탱커의 본능이라는 것일까?
무츠기의 입에서 팀원들을 향한 외침이 반사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무츠기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루디아의 기다란 꼬리가 파리지옥마냥 활짝 벌어져 가장 가까이서 공격을 하고 있던 시라누이 마이를 그대로 뒤덮었다.
그리고는 옥좌의 뒤로 그녀를 던져 버린 후, 어둠의 마나로 마이를 속박시켰다.
“하필이면?! 꼬, 꼬리를 먼저 처리해!!! 마이를 먼저 구하는 거야!”
공격 대장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방금 전의 공격은 루디아의 주요 패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저건 시라누이의 마력을 오염시키려는 ‘서큐버스 퀸’ 이라는 보스 몬스터의 의도된 행동이기도 했다.
“내 날개를 피해서 어디를 도망 가려고?”
하지만 히토미 클랜의 딜러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루디아의 손톱이 그녀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무츠기는 이미 쾌락에 절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나, 나를 구해! 빨리 구해달라고!!!”
순식간에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시라누이 마이가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써봤지만, 거미줄처럼 자신의 몸을 칭칭 감은 루디아의 마력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게다가 높은 성급의 영웅도 아니고 기껏해야 2 군에 속한 영웅들이 홀로 루디아를 감당할 리도 없었다. 잠시 시라누이를 바라보던 공격 대장이 굳게 열심을 한 듯, 무츠기에게 달려가 지팡이로 그녀의 목을 찔렀다. 그리고는 바로 자살을 택했다.
하지만 루디아는 그런 공격 대장의 행동을 저지하려 들지 않았다.
“먹이는 하나로 충분해.”
그렇게 네 명의 영웅을 죽인 루디아가 히죽 웃으며 시라누이 마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요염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마력에 꽁꽁 묶여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아,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루디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마이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동자에 루디아의 회음부위에 달려있는 꼬리가 조금씩 벌어지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안에서 살아있는 녹색의 촉수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남자의 성기와도 비슷한 형태를 한 촉수였다.
“제발! 제발! 안 돼! 죽을 거야! 죽고 싶다고!!!”
온 몸을 뒤틀며 거칠게 버둥거리는 시라누이의 행동에 루디아가 픽 웃더니 눈을 감았다 떴다. 자신에게 타락한 모든 영웅들이 처음에는 저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보다 나한테 오염당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렴, 인간 영웅. 여자의 쾌락이 뭔지 톡톡히 알려줄 테니까.”
“자, 잠깐?! 커흑!”
루디아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이의 몸이 세차게 퍼덕였다.
루디아의 꼬리에 달린 성기가 그대로 그녀의 음부를 그대로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마이의 고개가 한껏 뒤로 치켜졌다. 이제까지 그녀의 몸을 지켜주던 영웅 장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아, 아아, 아아아…!”
처녀를 잃는 파과의 고통에 마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서큐버스 퀸 – 루디아’가 지닌 어둠의 마력이 그녀를 잠식하기 시작하자 뇌를 녹여버리는 쾌락에 마이의 몸이 쉴 새 없이 경련했다.
“아아! 아아읏!! 아아앙!!!”
눈이 뒤집어질 것 같은 압도적인 쾌락에 시라누이 마이가 계속해서 몸을 버둥거렸다. 이제까지 그녀가 알던 모든 세상이 부서지는 것은 감각이었다. 절로 몸이 경련과 전율을 반복하며 쉴 새 없이 여자의 애액을 흩뿌려대었다.
“캬아아아아악!”
요동을 치면서 분수를 터뜨리는 먹잇감의 모습에 루디아는 자신의 얼굴에 튄 마이의 애액을 손가락으로 긁어 입으로 쪽쪽 빨았다. 그리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남자였다면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 세계에는 남자들이 거의 없단 말이지. 재미없게.”
어쨌든 동료들이 이 여자를 구출하러 올 때까지는 이 여자의 몸을 충분히 즐길 생각이었다. 서큐버스 퀸인 그녀의 능력이라면 10 초에 한 번씩 마이에게 절정을 선사할 수 있었다.
“하악! 아! 아아아!!!”
루디아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동안에도 그녀의 촉수는 시라누이의 안쪽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어흐흐흐흑! 더, 더더!!! 루디아님! 제 몸을 더 달래주세요!”
자신의 음부를 넓히는 촉수의 움직임에 마이의 몸이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었다. 결국 쾌감에 이성을 잃은 시라누이 마이는 어느 순간부터 루디아에게 쾌락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런 시라누이 마이가 구출된 것은 히토미 클랜의 2군이 전멸하고 아홉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소식을 접한 메모리아 클랜의 1 군이 소집되어 밤의 성채를 쓸어버렸고, 루디아의 옥좌에서 비릿한 정액으로 뒤덮인 시라누이를 발견한 것이다.
“이건….”
“일본의 초특급 유망주라고 하지 않았어? 불쌍하게도 완전히 가버렸는데?”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리고, 괴성과 함께 앞뒤로 흔들어 대는 시라누이 마이의 모습에 메모리아 클랜의 영웅들은 다들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본의 초특급 유망주가 워킹 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주기마다 발작을 일으키는 워킹 걸은 웬만한 클랜에서는 쉬쉬하며 기피를 하는 영웅이었다. 정해진 일정대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레이드 도중 발정이라도 나면 다른 영웅들까지 마력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워킹 걸들끼리 공격대를 꾸린다면 모를까, 워킹 걸과 일반 영웅을 섞어 공격대를 구성하려는 클랜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초특급 유망주의 성장세도 여기까지인 모양이었다.
* * *
히토미 클랜의 2 군이 전멸하고 시라누이 마이와 함께 무츠기라는 이름의 탱커가 워킹 걸이 되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감춰졌다. 히토미 클랜의 명예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에서도 직접 메모리아 클랜으로 연락을 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런 소식은 메모리아 클랜의 구단주, 김태연의 귀에도 들어갔다.
어쨌든 덕분에 R’s 클랜의 신입 4 팀 GGW 는 사고가 터진 다음 날 바로 ‘밤의 성채’ 공략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일본의 랭커 클랜 2 군이 확실히 실력이 있긴 한가 봐요. ‘밤의 성채’는 초행일 텐데 이틀 만에 공략을 끝냈네요.”
“그게 뭐가 어때서? 다들 최소 4, 5 성 이상인 영웅들이잖아? 이틀이 걸렸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니야?”
유나의 말에 현아가 괜히 큰 목소리로 대꾸했다.
현아는 민국과 자신들이 그 정도의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면 하루는커녕 반나절이면 끝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히토미 클랜 보다는 빨리 던전을 클리어 했을 게 틀림없었다.
어쨌든 일본에서 찾아온 히토미 클랜이 ‘밤의 성채’에서 철수함으로써 다시 GGW 의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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