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87화 (87/486)

EP.87 타락한 영웅

-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네? 네. 무츠기는 그래도 호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만 마이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아? 다른 팀원들과의 레이드는 불가능합니다.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 네. 다른 팀원들은 바로 귀국시키겠습니다. 그러면 시라누이 마이는….

- 새로운 담당자를 보내신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온 몸에 흐르는 나른한 쾌감에 몸이 물에 젖은 스펀지 마냥 축 늘어진 상황에서도 공격대를 관리하는 매니저의 목소리만큼은 톡톡히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끝났어….’

시라누이 마이는 그렇게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마력에 오염당한 자신을 클랜에서 써줄 리 없었다. 아무리 전 일본이 주목했던 유망주라 해도 언제 발정할지 모르는 자신은 레이드의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의 일은 보나마나 뻔했다. 먼저 세부 조건이 엄청나게 깎인 재계약서를 내밀 게 분명했다. 아니, 재계약이라도 맺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십중팔구는 계약을 파기하려 들려 할 것 같았다.

“흐으…으으.”

그런 생각을 하던 마이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음부를 만지고 있는 손에 떼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자위행위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제길…. 제길.”

하필이면 한국에 와서, 하필이면 서큐버스 퀸에게 홀로 붙잡히는 바람에.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이는 참을 수 없는 성욕에 휩싸여 점차 자신의 그곳을 자극하며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마이의 자위행위는 매니저가 병실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것이다. 그나마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최대한 교성을 억누르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새로운 담당자가 올 거야. 그 때까지 꼭 낫기를 바랄게.”

까칠한 성격에 시라누이 마이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매니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마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다른 팀원들도 힘내라는 말만 할 뿐, 그 이상의 위로는 꺼내지 않았다.

홀로 자신을 내버려두고 병실을 떠나가는 팀원들과 매니저의 모습에 시라누이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히토미 클랜에서도 자신을 버린 게 분명했다. 조만간 계약 파기의 내용이 적힌 서류가 날아올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껏 날린 이름이 있으니 중견 클랜은 몰라도 그 아래의 클랜이라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지 몰랐다. 아니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영웅들과 함께 팀을 맺을 수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리딩이라도 배워놓는 건데….”

갑자기 그런 후회가 들었다. 그랬으면 마력이 오염당했어도 자신을 원하는 클랜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공격 대장은 희귀했으니까.

“히이이익?!”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도중 갑자기 다가오는 강한 성욕에 마이가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터질 것 같은 교성을 억누르기 위해 마이는 바로 베개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자신의 음부를 쑤시기 시작했다.

‘누, 누구라도 제발…!’

당장이라도 대줄테니 누구라도 자신을 박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이의 머리를 가득 메웠다. 그렇게 음부에서 애액이 철벅거릴 때까지 자위를 하던 그녀가 몸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기구가 마이의 눈에 들어왔다. 많은 여자들이 밤을 위로할 때 사용하는 딜도였다. 병원 혹은 클랜에서 준비를 한 물품인 모양이었다.

“으…, 으아….”

순간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딜도를 손에 든 마이가 허리까지 들썩이면서 격렬하게 자신의 몸을 쑤시기 시작했다.

“아으! 아아!! 어흑! 아아아!!! 더! 더! 깊게!”

병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한 시간이 넘도록 자위행위를 이어갔지만, 마이의 몸을 채운 성욕은 도저히 고갈이 되지 않고 있었다.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도, 엎드려서도, 옆으로도 딜도를 쑤셔 넣어 흔들어봤지만 그녀의 음부는 이런 딜도 따위가 아닌 남자의 단단한 그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마이의 성욕을 만족시켜줄 남자의 단단한 물건이 있을 리 없었다.

“아, 아으으으…. 그게, 그게 필요해.”

점점 몸이 달아오를수록 시라누이 마이는 자신의 뇌를 녹여버릴 정도로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었던 루디아의 촉수가 계속해서 생각이 나고 있었다. 그것에 박힐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그녀의 노예를 자칭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루디아, 루디아님에게 빨리….”

진동하는 딜도를 자신의 안에 깊숙하게 넣은 채 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밤의 성채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병실에는 그녀의 행동을 방해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빨리 자신의 장비를 챙겨 입은 마이가 흐려진 눈빛으로 병실을 나섰다. 밤의 성채에 계시는 주인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빨리 이 뜨거운 몸을 해결해야 했다.

* * *

“흐아…….”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온 민국이 몸을 크게 떨었다. 마나의 각성 덕분인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더러웠다. 벌써 다섯 번째 전멸이었다.

‘생각보다 까다롭네.’

옥좌에 앉아 있는 루디아를 바라보며 민국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루디아의 공격 패턴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나비처럼 팔을 흔들대며 날리는 유혹의 화살이 문제였다. 공격을 하는 타이밍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 전투 내내 팔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했다.

데미지도 무지막지 할 정도였다. 제대로 직격을 당하면 딜러의 경우 생명력의 5, 60 % 가 단숨에 날아갔다. 어둠의 유혹과 겹쳐지면 생명력이 약한 딜러의 경우 죽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나마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인 GGW 의 경험으로 인해 루디아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던 게 다행이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유혹의 화살에 아군이 얻어맞고 나서야 반응을 했을 터였다.

“유혹의 화살만 피하면 되는데!”

“루디아의 움직임에 좀 더 집중해야 돼요. 전투를 하다보면 갑자기 손을 크게 휘날리는 타이밍이 와요. 그 때가 유혹의 화살을 날리는 타이밍이에요.”

“으. 그건 나도 알 것은 같은데….”

현아와 대화를 하던 소정이 민국을 힐끔 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피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 게다가 너의 움직임에 맞춰서 거리까지 조절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딜링 타이밍도 무너지는 것 같고.”

소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몸을 움직이다보니 이도저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전부 극복해내야 딜러로 상위 레이드를 지원할 수 있었다. ‘서큐버스 퀸 – 루디아’는 고작해야 【B – 2】 난이도의 보스 몬스터에 불과했다. 정예린도 유나도 소정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대장님. 바로 가도 괜찮을까요?”

유나의 말에 민국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장 움직여도 괜찮겠어? 휴식은?”

“네. 그것보다…. 빨리 저 년을 쓰러뜨리고 싶어서요. 이번에는 루디아의 움직임에 집중해서 움직여볼게요.”

“으음….”

민국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루디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이 현아와 소정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유혹의 화살이 날아올 타이밍에 김소정 영웅에게 보호막을 걸도록 해볼게. 쿨 타임이 돌아갈 테니까 그 때는 현아, 네가 좀 더 집중해서 루디아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 거야.”

“알았습니다, 공대장님. 그런데 세 번? 네 번 이상 전투가 계속되면 장비를 수리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수리 팀 불렀으니까, 세 번 더 전멸하면 바로 수리 팀에게 맡기면 될 거야. 그 전에 잡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원거리 딜러 둘.”

자신들을 지칭하는 민국의 목소리에 서로 피드백을 하고 있던 예린과 유나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직격만 아니면 됩니다. 그러면 무조건 살려드립니다.”

힐러가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끔살만 아니면, 민국은 어떻게든 상대를 살릴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팀원들의 발밑으로 어둠의 기운이 깔리고, 유혹적인 서큐버스의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루디아가 매섭게 영웅들을 몰아붙였다.

“하아아압!”

팀의 방패 역할인 현아가 기합과 함께 그런 루디아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렇게 루디아의 시선을 붙잡은 현아를 믿고 딜러들이 자신들의 마력을 폭발시켰다. 민국도 열심히 회복 능력을 발휘하며 팀원들을 치유했다. 그리고 루디아의 특수 패턴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화살!!!”

짤막한 외침과 함께 민국이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수인을 맺었다. 화살의 대상이 누구인지 판단한 겨를도 없이, 민국의 보호막이 김소정을 감쌌다.

퍼어어억!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예린의 몸이 뒤로 날아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루디아가 노린 대상은 소정이 아닌 예린이었다. 보호막이 허무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민국은 다시 회복 능력을 사용했다.

커다란 해머에 얻어맞은 것 마냥 몸 전체를 크게 울리는 엄청난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놓았던 예린이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웅학교에서 배웠던 본능적인 움직이었다.

예린이 머리를 크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 아으으…. 뼛속까지 아프네.”

일반인이었다면 충격만으로도 기절을 하거나 즉사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버틸 수 있는 게 마나를 각성한 영웅이었다. 그래야만 무시무시한 어둠의 괴물을 상대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인간의 생존본능 때문인지 점점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쨌든 임시 조치이기는 했지만, 루디아가 유혹의 화살을 날릴 법한 타이밍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근접 딜러인 김소정에게만 보호막을 거는 민국의 결정은 상당히 괜찮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쩌정!!!

벌써 두 번이나 소정을 노리는 유혹의 화살을 막아냈고, 현아와 소정의 움직임이 꼬이면서 소정에게 향하는 반사 데미지도 한 번 막아내기까지 했다.

덕분에 소정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멸로 이어졌던 루디아 레이드는 여섯 번째 트라이가 되어서야 조금씩 진도가 나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루디아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의 움직임이 조금씩 과감해졌다.

“좀 더 집중! 이렇게만 합시다!!!”

하지만 민국의 엄한 목소리가 팀원들의 정신을 다시 일깨웠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침착해야 했다. 순간의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공격대의 전멸을 의미했다.

“김소정 최대 사정거리에서 칼끝 딜만 하세요! 오현아! 좀 더 붙어서 루디아를 마크해!!! 반사 데미지는 너만 맞는다고 생각해야 돼!”

“꼬리 준비! 스킬 쿨 전부 돌립니다!”

민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보호막을 근접 딜러에게 거는 판단 하나만으로, 김소정의 생존력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루디아의 까다로운 패턴인 마력 속박도 어렵지 않게 처리가 가능해졌다. 슬슬 잡을 수 있다는 각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 트라이에 루디아를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다음 번, 혹은 다다음 번 트라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루디아의 목숨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집중! 이번 트라이에 무조건 잡습니다!”

하지만 루디아의 생명력이 15 %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에 민국이 다시 한 번 팀원들을 향해 외쳤다. 수인을 맺는 움직임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팀원들의 생명력 회복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영혼의 힐링이었다.

“아, 아으….”

그렇게 팀 GGW 가 루디아를 쓰러뜨리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붉은 색 천을 대충 휘감아 걸친 여인이 휘적거리는 걸음걸이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 걸음 움직일 때 마다 전기가 통한 것 마냥 크게 몸을 들썩이는 여인의 정체는 한 때 일본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 영웅, 시라누이 마이였다. 그런 마이의 눈동자에 ‘서큐버스 퀸 – 루디아’가 영웅들의 공격에 쓰러지는 모습에 들어왔다.

“아? 안 돼! 안 돼!!!”

자신의 성욕을 해결시켜 줄 주인님이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모습에 마이가 다급하게 외치며 영웅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거라곤 자신을 쑤셔줄 루디아의 꼬리뿐이었다.

“뭐, 뭐야?!”

갑작스런 불청객의 등장에 민국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지금처럼 레이드가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일은 평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 때였다.

부우웅!!!

언제 움직였는지, 근접 딜러인 김소정이 불청객을 향해 자신의 대검을 수평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침입자를 죽여 버릴 기세로 휘둘러진 대검이 불청객 시라누이 마이의 복부를 옆면으로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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