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9 시베리아의 불곰 전차
《역시 진정한 남자! <마력이 오염당한 영웅을 그대의 것으로 만들어라!> 퀘스트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만약 저 여자의 힘이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쾌락을 선사해 그녀가 당신의 발만 핥을 수 있도록 관리하세요! 어차피 당신이 원한다면 알아서 벌려 줄 거예요! 이미 민국님의 그것에 중독되었으니까요!
[목표] - 마력이 오염당한 영웅을 그대의 것으로 만들어라! - 달성!
[보상] - Sex 코인 5 개, 카오스 상점 개방.》
그렇게 마이를 보내버린 민국은 퀘스트의 성공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엉덩이를 앞으로 밀었다. 퀘스트 보상인 카오스 상점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게 있었다.
털석
절정의 여운으로 인해 다리가 풀린 시라누이 마이가 민국의 힘에 못 이겨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자연스레 방금 전까지 시라누이의 안을 꿰뚫던 단단한 남성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이의 안에 걸쭉하게 정액을 싸냈음에도 불구하고 민국의 남성은 흉흉한 기세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인들이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비릿한 밤꽃 내가 그녀들의 몸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다음.”
민국이 자신의 남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소정을 향해 손을 까닥였다. 영웅의 마력 때문인가? 시라누이 마이 한 명으로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더 많은 여자가 필요했다.
* * *
“죄송,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시라누이 마이가 GGW 의 영웅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런 마이를 보며 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민국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안타까운 사정이었다.
하지만 시라누이 마이의 공격 행위는 의도야 어찌되었든 굉장히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었다. 모두가 무사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소정이 굳은 표정을 한 민국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마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입구의 군인들은 어떻게 했죠?”
“그게…. 제압을 하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 죽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마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염된 마력에 몸이 절로 움직였던 터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마이를 보던 소정이 석연찮은 표정으로 민국에게 말했다.
“군인들이 관련되었다면 일이 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 묻고 넘어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
소정의 말에 민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손을 내저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국은 결코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시라누이 마이와의 섹스는 섹스고, 공격받은 건 받은 거였다.
둘은 별개의 일이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일본의 초특급 유망주인 만큼 마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할 게 틀림없었다. 그런 그녀가 워킹 걸이 되고, 오염된 마력의 유혹에 못 이겨 동료나 다름없는 한국 영웅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일본 영웅 협회와 정부가 얼마나 난감한 상황에 빠질 지는 쉬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라누이 마이의 소속 클랜인 히토미 클랜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괜히 일본을 세계적으로 망신시키기에는 부담감이 좀 있겠지만, 이 사실을 잘만 포장하면 그들에게 많은 것을 뜯어낼 수 있을지 몰랐다.
“단장님과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이 참에 올해 우리가 사용할 부활석 정도는 얻어내보죠.”
민국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시라누이 마이를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클랜 하우스로 돌아온 민국은 바로 현정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GGW 팀에게 자초지정을 들은 현정은 화가 난 얼굴로 한국 영웅 협회 지부장인 이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에 통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일본어로 하는 통화도 끼어 있었다. 대화를 하던 도중 현정이 단장실에 모인 민국과 팀원들을 향해 물었다.
“시라누이 마이, 그녀에게 공격을 당했던 영상은 확실히 가지고 있죠?”
“물론입니다.”
“네.”
민국을 포함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디아의 공략 영상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시라누이 마이의 행동도 촬영이 되었다. 그녀 특유의 붉은 색 복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상이었다.
일본어로 이어지는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현정은 클랜 수뇌부를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이번 일에 대한 배상을 단단히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 사이 단장실에서 GGW 의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민국은 퀘스트로 얻은 보상인 카오스 상점을 확인하고 있었다.
《카오스 상점 1 단계가 개방되었습니다. 현재 보유한 Sex 코인은 다섯 개입니다.》
메시지와 함께 가상현실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처럼 민국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카오스 상점에서 사용되는 화폐의 이름은 좀 그랬지만, 상점 내에서 파는 물품들은 의외로 평범했다. 대부분 이 세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부활석 – Sex 코인 1개】
【골드 티켓 – Sex 코인 3개】
“응?”
천천히 카오스 상점에서 파는 물품을 확인하던 민국은 곧 고개를 갸웃했다. 카오스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의 가치가 이 세계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현재 부활석의 가격은 개당 10 만 달러를 넘어서 12 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드 티켓은 예전과 다름없는 20 만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오스 상점에서는 골드 티켓을 구입할 코인으로 부활석 세 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러면 굳이 코인을 써서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겠는데?”
Sex 코인은 한정된 재화였다. 그런만큼 코인으로 구매를 하는 아이템은 카오스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어야 했다. 보물찾기를 하듯 민국이 눈을 빛내며 연신 상점의 판매 목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1 단계 상점이라 그런가? 전부 코인을 쓰는 게 아깝다고 느껴지는 아이템들뿐이었다.
그나마 제일 쓸 만한 게 티켓이었는데, 기껏해야 4 등급 보스 몬스터를 잡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골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코인 세 개를 쓰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러운 VIP 시스템.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메시지를 접해야 하다니….”
한참이나 카오스 상점의 목록을 살펴보던 민국이 2 단계 상점 목록을 확인하려고 하니 경고음과 함께 등급이 낮다는 메시지가 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R’s 클랜과 한국 영웅 협회의 항의를 받은 일본 영웅 협회는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제대로 조사가 들어가기도 전에 황급히 담당자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히토미 클랜의 모습에 일본 영웅 협회는 작금의 사안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보내온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그들 역시 히토미 클랜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사람을 한국으로 보내야 했다.
“저희들의 불찰입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만 보상이 이뤄진다면 저희도 굳이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꼭 좀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시 매니저를 교체하려고 했던 일이 이런 사고로 이어질 줄이야….”
일본 협회와 히토미 클랜에서 나온 직원이 한국 영웅 협회장인 시연의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허리를 숙였다.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지금 영웅이 영웅을 공격하는 보기 드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아니, 사고라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말이겠지만 어쨌든 있을 수도 그리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우리 일본은 국제적인 망신을 살 게 분명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영웅 관리 능력에도 큰 의심을 사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자국의 유망주들은 물론이고, 실력 있는 영웅들까지도 강제적으로 타국에 넘겨야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일본의 레이드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초특급 유망주였던 시라누이 마이의 모습이 확실하게 찍힌 영상은 어떻게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일본의 사정을 봐줄 리도 없었다. 지금은 허리를 바짝 굽힐 때였다.
한국도 괜히 이 사건을 퍼트려서 일본과의 사이를 크게 악화시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빚으로만 남겨둘 생각도 없었다.
“저희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면 원하시는 것은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자세히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요?”
R’s 클랜의 단장인 오현정은 자신의 뛰어난 협상력을 한껏 발휘해 이번 일의 대가로 히토미 클랜과 일본 영웅 협회에서 클랜이 1 년 치 사용하는 부활석과 GGW 팀원들의 수준에 맞는 장비 아이템의 소유권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GGW 와의 협상이 무사히 끝낸 히토미 클랜은 시라누이 마이에게 공격을 당했던 군인들을 찾아가 일일이 사죄하며 배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만약 이번 일이 밖으로 흘러나가면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클랜의 능력에도 의심을 받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굉장히 필사적이었다.
* * *
“오! 왔다, 왔어.”
화려한 무늬가 음각된 백금 지팡이가 민국의 눈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일본 영웅 협회에서 보내온 아이템으로 【Gear Score – 375】 짜리의 아이템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똑같은 스코어의 갑옷, 장갑, 신발 등. 히토미 클랜과 일본 영웅 협회에서는 시라누이 마이의 행동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팀 GGW 가 필요로 하는 아이템들을 모조리 보내왔다.
이렇게 되면 세계 영웅 협회에서 대여한 아이템은 이제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대여 자체가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으니, 빨리 반납을 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의 파밍도 이제는 필요가 없다 해도 무방했다.
일본이 보내온 아이템 중 대부분은 일반 장비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개 중에는 각인이 필요한 장비도 있었다. 각인을 하게 되면 귀속이 되는 아이템들이었다.
“이거 제가 각인을 해도 되는 걸까요?”
번쩍번쩍 빛나는 아이템을 보며 유나가 괜히 불안한 듯 눈을 굴렸다. 시라누이 마이의 공격 행동에 대한 배상으로 보내온 아이템 이었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 자신은 별로 한 것도 없었다.
마이가 공격하려고 했던 대상은 공대장인 민국이었고, 그녀를 밀쳐낸 것은 김소정 영웅이었다. 자신은 그냥 뒤에서 활시위에 화살을 메겼을 뿐인데, 눈에 보이는 아이템들의 가치만 따지면 수 천만 달러가 훌쩍 넘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것인 마냥 방패와 검을 보며 감탄을 터뜨리던 현아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언니가 협상을 잘해서 얻어온 거라니까 그냥 쓰면 될 거야. 일본 애들이 이번 일에 대해 엄청나게 저자세로 나왔다고 하더라고.”
“하기야, 일본의 초특급 유망주가 워킹 걸이 된 것도 모자라, 병원에서 입원에 있던 영웅이 탈출해서 던전에 난입을 한 사고니까. 걔들도 할 말이 없었겠지.”
말을 들은 소정이 고개를 주억였고, 현아가 다시 유나를 향해 말했다.
“정 신경이 쓰이면 나중에 재계약할 때 클랜 사정 좀 봐달라고 하더라. 뭐, 부활석을 많이 뜯어 와서 여유 자금은 좀 생긴 모양이다만….”
“조건은 크게 상관없어요. 전 우리 공대장님과 함께라면 무조건 재계약 할 겁니다.”
민국을 힐끔 본 유나가 조용한 목소리로 현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새롭게 얻은 장비도 시험할 겸, 팀 GGW 는 다시 ‘밤의 성채’ 공략에 나섰다. 이 정도의 스펙이라면 충분히 【B – 1】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국을 포함한 영웅들은 아직 3 성에 불과했다.
게다가 【B – 1】 은 진정한 괴물이라 불리는 5 등급 몬스터들이 나오는 던전이었다. 비록 5 등급은 던전의 최종 보스 몬스터 한 개체뿐이었지만, 그 녀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더욱이 GGW 는 아직 정식 공격대가 아닌 5 인 팀에 불과했다. 아무리 민국이 날고 기어도 적정 인원의 반 밖에 되지 않는 수로 5 등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밤의 성채에 획득하는 오렌지 급 결정을 흡수하면서 다들 하나, 둘씩 4 성 영웅에 가까워질 때 쯤 클랜의 단장인 현정이 민국을 호출했다. 이유는 공격대의 확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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