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1 시베리아의 불곰 전차
[오피셜] 세계 랭킹 11 위의 유망주 - 시베리아의 불곰 전차, 타냐 루스! 메모리아로 전격 이적!!!
○ 아니, 이게 무슨 개 뜬금 소식이야? 러시아의 초특급 유망주가 한국에는 왜?
○ 킹모리아! 킹모리아! 킹모리아! 킹모리아!!!
○ 타냐가 대한민국에 와서 배울 게 있나? 대체 왜 온 거지?
○ 타냐 루스, 바로 R’s 로 임대 간다고 함. 딱 보니 GGW 공격대에 들어갈 각임.
○ 임대 환영! 가서 민국이랑 호흡 잘 맞추고, 많이 성장해서 와라!
레이드 전력 세계 3 위에 빛나는 러시아의 특급 유망주가 대한민국의 클랜으로 전격 이적했다는 소식은 곧바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뜬금없는 타냐 루스의 이적 소식에 한국 팬들은 당연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메모리아가 현 한국 랭킹 1 위에 빛나는 클랜이라 해도 러시아의 클랜들과 비교하면 그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었다. 타냐 루스와 같은 유망주는 한국에 와봤자 득이 될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타냐 루스가 한국의 클랜으로 이적한 이유가 한민국의 팀 GGW 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는 발표가 나자 모두들 타냐 루스의 이적을 간단히 받아들였다. 타냐 루스도 대단했지만, 한민국의 GGW 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관심을 받고 있는 공격대였다.
“이게 무슨 짓이지?”
“오랜만에 찾아 왔네? 일단 앉지 그래?”
아침부터 등장한 조수영의 모습에 태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선보이며 소파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복잡한 심경일 터였다. 클랜의 공대장은 R’s 소속인데, 부 탱커 혹은 메인 탱커 역할을 맡을 영웅이 메모리아 소속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클랜이 자체적으로 타냐 루스의 임대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영입과 임대는 GGW 의 공격 대장이자 이번 일의 중심인 한민국이 직접적으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국 씨가 직접 원했어.”
“그 요사스러운 혀로 꼬드긴 게 아니라?”
“설마. 타냐 루스는 원래 R’s 가 영입을 하려고 했던 영웅이었어. 중간에서 접었지만. 그 사실은 알려나 몰라.”
조수영이 입술을 씰룩였다. 당연히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태연의 말대로 러시아 클랜이 제시한 이적료를 지불할 수 없어 협상 테이블을 접었어야 했었다. 그런데 메모리아가 그 틈에 끼어서 타냐 루스를 데리고 올 줄이야….
“어차피 영입할 돈도 없었잖아? 메모리아가 R’s 대신 좋은 일을 해 준거지.”
“웃기시네. 타냐 루스가 성장하면 다른 클랜들에게 비싸게 팔아먹을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니, 내가 왜?”
눈앞의 악우도 그렇지만, 인터넷에서도 그런 우려를 보이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태연은 GGW 에 합류할 예정인 타냐를 다른 클랜으로 팔아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가 한민국의 공격대에서 점점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메모리아의 위상은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성벽처럼 높아 보이는 클랜의 세계 랭킹 순위도 조금씩 높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난 민국 씨를 세계 최고의 공대장이 될 수 있도록 밀어줄 거야. 적어도 내 처음을 가져간 남자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타냐 루스는 그 일환에 불과해. 그래서 말인데, 민국씨 계약 3 년하고도 십 개월 남았지? 돈도 얼마 없는 R’s에서 썩히는 것 보다 우리 메모리아로 보내는 게 어때? 이적료는 섭섭지 않게 쳐줄게.”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태연의 말에 조수영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수영이 빠르게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의 얘기는 나눌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비서가 바로 따라 붙었다.
“오현정한테 클랜의 자금 현황 정리해서 바로 나한테 보고하라고 말해. 그리고 한민국 공대장이 찍은 힐러 두 명. 누구라고 했지?”
“뷘드셴 자매입니다. 언니는 켄달, 동생은 지젤로, 세계 랭킹 24 위와 38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예상 이적 자금은?”
“두 명을 합쳐서 30억 달러입니다.”
“씨발. 더럽게도 비싸네.”
아무리 세계적인 유망주라 해도 30 억 달러는 대기업 계열사 하나는 통째로 가져다 바쳐야 되는 돈이었다. 이건 자신이 보유한 자금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최소한 모기업에서 돈을 끌어와야만 했다.
문제는 모기업에도 이 정도의 돈을 단번에 융통할 수 있을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에 반해 라온의 김태연은 30 억 달러 정도는 충분히 동원할 수 있었다. 게다가 클랜 간의 이적에는 할부라는 개념도 있었다.
“크윽.”
좀 전에 김태연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수영은 입술을 짓씹었다. 재벌의 자존심이 있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탱커? 어차피 고기 방패에 불과했다. R’s 의 문장을 단 브라질의 힐러들이 한민국의 힐링 스킬을 배워서 포텐을 터뜨리면 GGW 의 주축으로 올라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게다가 둘 중 눈치 빠른 년이 있어 한민국의 리딩을 배우기라도 한다면? R’s 는 단숨에 세계적인 클랜으로 격상할 수도 있었다.
“후. 회장님의 스케줄 파악해서 나한테 알려줘.”
비서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린 수영이 눈을 번뜩였다. 라온이 하나면 자신을 둘을 영입할 생각이었다.
* * *
민국의 4 성을 시작으로 하나, 둘씩 팀원들이 4 성 영웅으로 성급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GGW 의 회의실도 전보다 더욱 큰 곳으로 옮겨졌다. 그만큼 클랜 내에서도 GGW 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이었다.
전에는 7 층에 회의실에 있었다면 새롭게 옮긴 회의실은 11 층으로 클랜 하우스 건물의 상층에 위치한 넓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벽안 은발의 여성 영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슴에는 메모리아의 문장을 단 영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타냐 루스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딜러인 최, 최유나입니다.”
뉴스에서만 볼 수 있던 초특급 유망주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탓에 유나는 제법 긴장을 하고 있었다.
“편하게 말하셔도 됩니다.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아닙니다. GGW 의 팀원으로 한민국 공대장님의 리딩에 따라 1 년차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B – 2】 난이도의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유망주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에 유나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왠지 초특급 유망주니까 건방질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잠깐이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무 살입니다.”
“아하, 저랑 동갑….네?”
유나는 차마 뒷말을 내뱉지 못했다. 커다란 방패를 든 타냐 루스의 외모는 자신과는 달리 굉장히 성숙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건 너무 불공평 한 거 아니야?!’
똑같은 마력의 보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양과 동양의 차이인 것일까? 몸매 자체가 비교가 되지를 않았다. 특히 가슴의 크기가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공대장님께서는….”
“잠시 단장실에 아! 저기 오시네요.”
유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타냐의 고개가 돌아갔다. 멀리서 한 남성이 영웅 패드를 살피며 걸어오고 있었다. 동양인의 몽환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멋진 외모의 남성이었다. 곧바로 타냐가 쪼르르 민국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타냐 루스입니다! 한민국 공대장님의 활약은 영상을 통해 수백 번이 넘도록 돌려봤습니다. 정확한 리딩, 완벽한 전술.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서 인류에게 승리를 이끌어줄 뛰어난 지휘관을 뵙게 되어 정말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제 애칭은 티티로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공대장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어…. 어?”
복도를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에 민국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최유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어쨌든 프로필의 사진을 통해 봤던 타냐 루스의 얼굴을 떠올린 민국이 온 몸에 힘이 꽉 들어간 타냐를 향해 손을 건넸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러시아의 불곰 전차가 공격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는 길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4 성 힐러 영웅이자 GGW 의 공대장인 한민국입니다.”
“4 성 탱커 영웅, 타냐 루스입니다!”
군인도 아닌데, 군인인 것처럼 몸에 절도가 떡하니 배어 있었다. 분명 가족 중에 군인이 한 명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어째 특이한 친구가 팀에 들어오게 된 것 같았다.
타냐 루스와 함께 클랜의 2 군에서 활동하고 있던 신나연도 GGW 에 합류했다. 당장 【B – 1】을 공략할 것은 아니었지만, 슬슬 손발을 맞춰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힐러 두 명은 현재 협상에 있었고, 나머지 딜러 한 명은 클랜의 2 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웅 중에서 뽑아 오기로 했다. 시라누이 마이는 어디까지나 예비 멤버였다.
“그러면 오늘 일정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다들 예상했다시피 똑같은 던전입니다. 대한민국의 【B – 2】 난이도의 던전은 ‘밤의 성채’ 한 곳뿐이니까요. 다만, 중간 중간 멤버 변경이 있을 겁니다.”
민국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영웅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어지는 민국의 말에 웅성거림은 금방 잦아들었다.
“신나연 영웅은 경험한 바가 있을 테지만, 타냐 루스는….”
“티티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대장님.”
“아, 그래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을 하는 타냐 루스의 행동에 민국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는 게 그렇게 불러줘야지.
“어쨌든 오늘은 【B – 2】 던전인 밤의 성채를 두 번 공략할 겁니다. 처음은 원 멤버들로 한 바퀴를 돌 겁니다. 신나연 영웅과 티티는 브리핑을 들으며 아군이 어떻게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지 눈으로 익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 돌 때는 탱커를 변경합니다.”
전투는 다섯 명 밖에 할 수 없지만, 던전에는 몇 명이든 입장할 수 있었다. 다만, 먼저 마력을 사용하는 다섯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둘의 마력은 보스 몬스터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괜히 달려들었다가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푹찍이었다.
“어? 그럼 저는 쉬는 건가요?”
“응, 휴식. 조기 퇴근해도 인정함. 대신 딜러는 신나연 영웅을 고정으로 놓고 보스 몬스터마다 한 명씩 빠질 겁니다.”
“에이, 그러면 혼자 퇴근하게 되는 건데…. 그냥 저도 따라 다니겠습니다.”
환한 표정을 짓던 현아가 뒤이어진 민국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민국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말을 해도 그녀가 끝까지 함께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하는 레이드 일정이 시작되었다.
“하아아압!!!”
새로운 팀원들에게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려는 듯 기합이 잔뜩 들어간 GGW 의 원 멤버들은 민국의 지시에 맞춰 빠른 속도로 던전을 클리어 해 나갔다. 그리고 GGW 의 레이드를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두 영웅은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뒤를 따라다녔다.
“대한민국의 레이드 수준도 상당합니다. 러시아 최상위 클랜의 공격대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타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대기하고 있는 신나연에게 말했다.
“특히 한민국 공대장님의 리딩은…….”
레이드를 바라보는 타냐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한민국의 리딩 능력은 시베리아의 여우 혹은 하얀 사신이라 불리는 러시아 최고의 공격대장인 나타샤 레니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리딩의 꼼꼼함은 민국이 더했다. 그는 공격대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직접 조종하는 레이드의 마에스트로였다.
역시 한민국과 함께하기 위해 대한민국까지 온 것은 잘한 선택 같았다.
- 현명하지 못 한 이들이 또 찾아왔네.
‘밤의 성채’의 마지막 보스 몬스터. ‘서큐버스 퀸 – 루디아’도 순식간에 쓰러졌다. 지금보다 스펙이 떨어졌을 때도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했던 몬스터였는데, 지금은 다들 【Gear Score – 375】 에 몇몇은 4 성으로 성급을 높이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예스!”
루디아의 전리품 상자에서 나온 것은 민첩의 결정이었다. 아직 4 성으로 성장하지 못한 유나가 바로 결정을 흡수했다. 민국이 영웅 패드를 확인해보니 두어 번 정도 더 흡수를 하면 유나도 4 성으로 성급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밤의 성채 공략을 끝낸 민국이 강아지처럼 자신들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두 영웅을 향해 말했다.
“자, 어렵지 않죠? 바로 브리핑 하고 다시 재공략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입니까?”
현아와 포지션을 교대한 타냐가 자신의 방패를 등 뒤에서 꺼내들었다.
그녀의 몸을 전부 가릴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사각 방패로 과거 고대 로마 병사가 애용하던 스쿠툼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현아와는 완전히 다른 특색을 지닌 타냐의 방패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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